흉방 (凶榜.1981) 귀신/괴담/저주 영화




1981년에 홍콩에서 여윤항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영제는 ‘더 임프’. 대만판 제목은 ‘마계전세/마계전생’.

내용은 아내가 임신했지만 백수라서 일자리를 찾아보던 ‘강’이 쇼핑몰 경비로 취직을 해서 야간 경비 일을 맡게 되고, ‘비로’, ‘소정’, ‘향홍 선생’과 함께 일을 하게 됐는데.. 실은 그 쇼핑몰 건물이 풍수상 터가 안 좋고 귀신이 출몰하는 곳으로 맹귀홍(猛鬼紅)이라는 빨간 옷 입은 꼬마 귀신이 활개를 쳐 강의 동료들을 하나 둘씩 살해하고, 급기야 강의 임신한 부인의 몸을 통해 인간으로 태어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귀신 나오는 건물에서 사람들이 떼몰살 당하는 하우스 호러물 같지만.. 건물 안이 아닌 바깥, 그것도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 나가기 때문에 건물보다는 건물에 깃든 아이 귀신이 주최가 되고 있다.

근데 유난히 귀신이 직접 나오는 걸 제한하고 있어서 작중에 누군가 죽을 때 귀신을 전혀 보여주지 않아서 그냥 혼자 원맨쇼하다가 죽은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비로는 차 타고 밤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녹색 안개 낀 이계에서 차가 하늘에서 땅 아래로 쿵 하고 떨어지더니 피를 흘리고 차에 불이 붙어 죽고, 소정은 다 같이 모여 밥 먹다가 갑자기 간질을 일으켜 먹던 걸 다 뱉고 사망, 향홍 선생은 집에서 씻고 밥 먹으려다가 갑자기 픽 쓰러져 죽고. 풍수사조차 방안에서 팔괘진 가운데 앉아 혼자 퇴마의식을 벌이가 보이지 않는 뭔가에 의해 압박을 당하다 죽는다.

그들을 죽인 건 쇼핑몰 건물에 깃든 맹귀홍이란 꼬마 귀신인데 빨간 옷은 둘째치고. 곱슬머리를 하고 있고, 그 존재 자체가 불길한 것으로서 관여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특징들이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6년작 오멘의 데미안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이 작품은 오멘, 엑소시스트, 로즈마리의 아기 등의 표절 의혹을 받았었다.

엑소시스트 표절 의혹 부분은 풍수사가 퇴마 의식을 하는 장면을 보고 그런 것 같은데, 서양의 엑소시즘과 동양의 퇴마는 전혀 다르고 작중의 설정과 묘사가 엑소시스트와 겹치는 건 없다. (오히려 엑소시스트 생각나게 한 부분은 주인공이 사는 집 나선형 계단이 엑소시스트에 나온 리건의 집 계단을 연상시킨 것 정도다)

로즈마리의 아기 표절 의혹 부분은 맹귀홍이 주인공의 임신한 아내의 몸을 통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인데. 사실 이 부분은 엄연히 다르다.

로즈마리의 아기는 여주인공의 사타니스트의 흉계로 사탄의 자식을 잉태하여 출산한 것인 반면. 본작에선 꼬마 귀신의 빅 픽쳐로 주인공 아내 몸으로 태어난 것이라 동양의 환생 개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본편 스토리 자체는 되게 심심하다. 일단 본작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맹귀홍이 설정상의 비중은 큰 것에 비해 워낙 화면에 나오지 않으니 보는 사람 기억을 가물가물하게 만들 정도고. 작중 인물 대부분이 떼몰살 당하는 것에 비해 데드씬의 묘사가 앞서 말했듯 원맨쇼라서 공포 영화로서의 재미가 없다.

오멘처럼 차라리 누군가 죽을 때 불길함의 징조를 밑밥으로 깔아놓아 분위기를 공포스럽게 만들면 또 모를까. 그런 것도 전혀 없다.

주인공 강이 귀신의 존재를 확실히 인지해 그에 대처하는 것도 아니다. 풍수사가 준 부적을 건물과 방에 붙이는 씬이 서너군데 있긴 한데, 본편 내용이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서 몰입감이 떨어진다.

결국 건물 보안팀 멤버 거의 다 죽고 강 혼자 살아남는 극 후반부가 돼서야 겨우 원샷 받으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강이 주인공으로서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시선생이나 귀타귀처럼 스승 포지션의 안내자도 없어서 말이 좋아 귀신 퇴치하러 떠나는 거지. 현실은 놀이 공원 귀신의 집 같은 호러 어트렉션을 잠깐 체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극 후반부에 강이 헤매는 쇼핑몰 건물은 대만판 제목에 ‘마계’라는 제목이 붙은 만큼 이세계처럼 묘사하긴 한다.

녹색 조명 잔뜩 깔아놓고 드라이아이스로 안개를 만들어 놓은 것 정도고. 앞서 죽은 동료 경비들이 좀비의 형상으로 나타나 위협한다.

그 비주얼 자체는 80년대초 영화란 걸 감안하고 보면 나쁘지는 않다. 분량이 워낙 짧아서 문제지.

차라리 그 부분 분량을 좀 더 늘려서 건물을 아예 이차원 미궁으로 만들어 좀비한테 쫓기는 것에 주력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호러 영화답고, 그나마 오싹하다고 할 만한 건 라스트씬 밖에 없다.

강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끝내 맹귀홍이 강의 아내 몸을 빌어 인간으로 태어나자, 강이 비장한 얼굴로 서슬퍼런 도끼를 들고서 집 문뒤에 대기하고 있다가, 출산을 마친 아내가 아기를 안고 집에 들어온 순간 냅다 덮쳐서 도끼로 내려치는 씬인데.. 물론 도끼로 내려치는 자세에서 딱 영화를 끝내서 직접적인 묘사는 없긴 하지만, 아무리 전생에 귀신이었다고 해도 자기 자식을 도끼로 찍는 내용은 확실히 쇼킹하다. 80년대니까 그런 게 나왔지, 요즘 같았으면 심의 때문에 넣을 생각조차 못했을 거라 본다.

후대의 호러 영화에서도 귀신, 악마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엔딩은 클리셰가 됐지만 보통, 출산 직후. 또는 초음파 검사 때 귀신, 악마의 환생이란 징조만 보여주고 경악에 빠진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끝나는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의 엔딩은 시대를 앞서갔다고 할 수도 있다.

결론은 평작. 스토리상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꼬마 귀신 맹귀홍이 설정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에 비해 화면상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 때문에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원맨쇼를 하며, 주인공이 한참 뒤에 귀신의 존재를 인지해 스토리 전반부가 너무 심심해 재미가 없지만.. 동료와 조력자가 다 죽고 혼자 살아남아 상황 파악 마친 주인공이 마계화된 건물에서 망령들에게 쫓기며 분투하는 극 후반부는 볼만한 편이고, 라스트씬이 꽤 충격적이라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등장 배우들은 진상림, 정칙사, 악화 등등 홍콩 영화의 주조연으로 자주 나온 친숙한 배우들이다.

덧붙여 이 작품은 지금 관점에서 보면 엄청 심심한 작품이지만, 81년에 개봉했을 당시에는 홍콩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홍콩에서 만든 홍콩 영화 중 가장 무서운 공포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덧글

  • 2017/07/13 14: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7/13 16: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irabell 2017/07/14 10:12 # 답글

    저는 요거 어릴적에 봐서 그런지 꽤 오싹한 기분이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렇게 리뷰를 깔끔하게 적어주시니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면서 추억에 잠기네요..
  • 잠뿌리 2017/07/19 23:03 #

    저도 어렸을 때 봤으면 꽤 무서웠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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