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스토리 (アンドロメダ・ストーリーズ.1982) 2017년 애니메이션




1980년에 ‘백억의 낮과 천억의 밤’으로 잘 알려진 SF 작가 미츠세 류가 스토리, 타케미야 케이코가 그림을 맡아 ‘망가소년’에서 연재한 SF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1982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이마다 치아키 감독이 만들어 니혼 TV의 방송 프로그램 ‘24시간 테레비’에서 방영한 85분짜리 SF 애니메이션. 한국 비디오 출시명은 ‘안드로메다별 이야기’다.

내용은 지구로부터 22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성운에 있는 행성 아스트리아스를 다스리는 이타카 왕자가 아요드야국의 공주 리리아와 정략 결혼을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외우주에서 ‘마더 머신’이라는 자율형 컴퓨터가 초소형 거미 로봇을 보내서 인간의 육신을 빼앗아 기계로 바꾸어 이타카 왕자를 비롯한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기계의 지배를 받으면서 나라가 황폐해진 가운데. 리리아 왕비가 쌍둥이 남매 지무사와 아프르를 낳았으나, 쌍둥이 출산이 불길함의 징조라는 왕가의 징크스 때문에 지무사만 남기고 아프르는 리리아의 유모 타라마가 검사 바르가에게 맡겨서 남매가 생이별을 하게 됐는데.. 그로부터 수년 후. 리리아의 오빠 밀란이 돌아왔을 때 이타카가 마각을 드러내고 마더 머신의 기계 군단이 본격적임 침공을 개시하여 왕국에서 탈출한 일행 중 리리아와 지무사만 간신히 살아남았다가, 살아남은 인간들을 모아서 지휘하는 쿠푸 노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생이별한 쌍둥이 남매가 다시 만나서 나라와 별을 지키기 위해 기계와 맞서 싸운다!지만.. 실제로는 3권 분량의 만화를 90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압축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축약하고 넘어가는 게 많아서 구성이 매우 부실하다.

제한된 분량이라고 해도 내용 배분을 잘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내용 배분에 실패하고 또 캐릭터 갈등 관계를 만들고 풀어내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본편 내용 자체가 완전 폭망해 버렸다.

본작의 주인공으로서 스토리의 핵심이 되어야 할 지무사, 아프르 남매가 제대로 만나서 합류하는 건 러닝 타임 약 50여분부터다.

전체 내용의 약 2/3이 진행된 다음에야 겨우 만나는데 그렇게 늦게 만나서 서로 힘을 합쳐 싸우는 건 또 아니고. 서로 뜻하는 바가 달라서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게 인간 Vs 기계 최후의 전쟁 때라서 남매 간의 갈등이 스킵된 것도 모자라, 엔딩 때 뜬금없이 키스를 나누고, 급기야 지구 인류의 씨앗이 되겠다는 종의 근원 선언까지 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번갯불에 콩구워먹듯이 초속으로 진행해서 디테일이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디테일 자체가 없다.

초반부 1/3 분량은 지무사의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린 지무사가 리리아를 지키면서 발휘하는 초능력부터 시작해 왕궁 탈출에 동굴 생활을 하면서 성장한 뒤 쿠푸 노사를 만나고, 태양계의 다섯 번째 행성 로브에서 제작한 안드로이드 아크, 베스를 만나는 것까지 다루면서 되게 쓸데없이 장황한 것에 비해. 아프르는 어린 시절은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정지된 컷의 나레이션 회상으로 때우고 조력자인 이루와 관련된 이벤트도 짧게 나와서 투 탑 주인공 체재 구축에 완전히 실패했다.

그렇다고 지무사가 주인공 역할을 잘 하냐고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작중 지무사의 목표는 단순히 어머니인 리리아를 지키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거다. 왕자로서 나라와 별을 지키는 게 아니라서 지나치게 어머니에게만 얽매여 있어서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지 못해 캐릭터 자체의 사고관과 행동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결국 리리아가 마더 머신의 꼬임에 넘어가 제발로 떠난 뒤, 지무사가 번민하다가 어머니가 떠났으니 여동생을 지키자!라고 지켜야 될 사람을 변경한 수준에서 남매가 함께 멸망하는 나라, 별을 뒤로 하고 우주로 떠나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인간 VS 기계의 대립이 메인 테마라고 하는데, ‘기계의 지배를 받으면서 얻는 행복 따위는 가짜다!’ 이런 외침 이외에는 딱히 진영적인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게 기계가 나쁜 이유는 나오지만, 인간이 기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될 이유라던가. 인간의 의지나 인류애 같은 게 전혀 부각되지 않아서 그렇다.

애초에 주인공 자체가 인간을 위해서 싸우는 것도, 인간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다.

마더 머신은 이제 이 별에서의 할 일은 끝났고 다음 별로 넘어간다며 행성 밖으로 슝-떠나고, 마더 머신이 떠나서 비어 버린 기계 궁전에 쿠푸 노사가 모함으로 특공을 가하며 행성 자체가 멸망시키는데.. 주인공 남매는 여기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아서 완전 겉돌고 있다.

주인공 남매가 강대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남매가 힘을 합치면 위력이 대폭 상승해 기계 군단을 상대할 수 있는 결전 병기란 설정이 나오지만, 그걸 단순히 지무사와 아프르가 반목했다가 다시 만나 화해하는 계기로만 써서 핀 포인트를 놓쳤다.

거기다 인간 VS 기계의 대립이란 말을 쓰기 무색하게 기계 진영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이건 본편 스토리 끝날 때까지 전혀 바뀌지 않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 진영이 일방적으로 털리다가 행성과 함께 다 같이 멸망하는 전개라서 파워 밸런스도 완전 꽝이다.

기계 진영이 압도적인 게 어느 부분에서 실감이 나냐면 작중 인물 수가 쓸데없이 많은 것에 비해 뗴몰살 루트를 타서 다 죽어 나가서 그렇다. VS 기계라고 하기에는 인간이 너무나도 무력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인상적이고, 자기 분량을 챙기면서 밥값을 한 캐릭터는 ‘이루’ 밖에 없다.

작중 이루는 마더 머신에게 고향별이 멸망당해서 다른 별들이 자기 고향별처럼 멸망당하는 걸 막기 위해 길고 긴 여행을 해 온 여검사다.

복장은 고대 일본풍이고, 한 자루 일본도를 사용하는 동양 검객인데 몸이 개조된 사이보그로 뛰어난 검술 실력과 배리어 생성 같은 사이코 파워를 사용한다.

아스트리아스의 위기를 감지해 마더 머신의 기계 군단과 싸우고, 어린 지무사와 리리아 왕비 일행을 무사히 탈출시켰으며, 점쟁이로 변장해 아프르의 성장을 지켜보고 지켜주는 것 등등.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 했다.

최후씬도 작중 인물 중 유일하게 분량을 할애 받았다.

마더 머신을 막기 위한 길고 긴 여행에 지쳤다며, 한 자루 검을 뽑아들고 마더 머신의 기계 군단을 향해 돌진해 모두 함께 폭발하는 씬인데 꽤 장렬무비하다.

차라리 이루가 주인공이었다면 훨씬 비장하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결론은 비추천. 3권 분량 만화 원작을 90분짜리 애니메이션에 압축하면서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고 생략하고 넘어간 것에 비해 쓸데없는 곳에 분량을 낭비해서 스토리 배분에 실패하여 서사가 엉망진창이며, 캐릭터 갈등 조성과 해소도 제대로 하지 못했거니와 캐릭터 운용도 매우 나빠서 전반적인 스토리, 캐릭터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재미, 감동, 볼거리 전부 다 없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만화 원작이 완결되기 전에 나온 작품이라서 엔딩씬이 만화와 조금 다르다.

만화 원작 엔딩은 지무사와 아프르가 아크, 베스의 고향별로 향하면서 캡슐 안에 포옹하면서 냉동 수면에 들어간 뒤. 2000년 후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그곳이 이미 기계에 지배된 행성이 되어 항로를 바꿔 제 3 행성에 착륙했는데 끝내 두 사람이 깨어나지 못해 우주선이 해저에 침몰하면서 남매의 몸이 새로운 생명의 근원이 되어 원시 생물, 어류, 식물, 공룡, 인류가 탄생하는 것인데.. 애니메이션인 본작 엔딩에선 남매가 냉동 수면에 들어가지 않고 멀쩡한 정신으로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푸른 별 지구를 발견하고는 지구 별의 생명의 씨앗 선언을 하면서 서로 키스를 나누고 지구의 바닷속에 우주선째로 침몰해 유언대로 모든 종의 근원이 되면서 끝난다.

덧붙여 원작 만화에서 나온 캐릭터 중 일부는 애니메이션판에는 나오지 않는다. 아르프를 키운 창녀인 코리노, 아스트리아스 왕국의 국무 총리인 부호, 대장군인 발트, 사막 동굴에서 리리아 왕비와 지무사를 돌본 롭 등이 잘렸다.

추가로 원작 만화와 다른 점 중 가장 큰 게 쿠푸 노사의 최후다. 정확히는, 쿠푸 노사가 모함을 타고 특공을 가하는 내용은 동일한데 애니메이션판에서는 그 과정에서 인간임을 부르짖는 게 굉장히 사악하게 묘사하면서 폭발이 일어난 직후. 피부가 벗겨지면서 기계 얼굴이 드러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원작에선 인간이었는데 애니메이션판에서는 기계 인간으로 바뀐 거다.

마지막으로 본작의 마더 모신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보통, 슈퍼컴퓨터를 연상하겠지만 실제로 그려진 건 불상의 모습이다. 근데 정작 아스트리아스 행성에는 티라노 사우르스 같은 공룡도 있고, 아스트리아스 왕국은 아라비아풍으로 디자인됐으며, 이루는 고대 일본풍 검객인데 적들은 최첨단 기계 군단이라서 배경, 복색에 통일성이나 연관성이 없어 이것저것 섞여 있어 뭔가 특이하긴 특이하다.


덧글

  • 존다리안 2017/07/08 00:46 # 답글

    옛날에 본 적 있습니다. 소싯적에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걸 봤어요.
    그것도 더빙판으로요.
  • 잠뿌리 2017/07/08 00:53 #

    저도 비디오 더빙판으로 봤는데 옛날 작품이다 보니 성우들 연기가 참..
  • 시몬 2017/07/08 01:45 # 삭제 답글

    어릴적 본 애니메이션 중 제일 충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전 주인공남매가 이루의 희생덕에 무사히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동료들인 안드로이드도 파괴되고 사망으로 끝나는 엔딩이라 말그대로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지경이었죠.
  • 잠뿌리 2017/07/13 16:55 #

    엔딩이 너무 꿈도 희망도 없는데 지구 인류 탄생의 씨앗이 된다고 미화하는 결말보니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잠본이 2017/07/08 01:54 # 답글

    헤에 이것도 더빙판이 있었던 거로군요.
    마지막 몰살의 수준이 토미노감독을 능가하네요.
  • 잠뿌리 2017/07/13 16:55 #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한국 더빙판 퀼리티가 바닥을 기죠.
  • 먹통XKim 2017/07/09 11:28 # 답글

    83년 비디오 초창기에 삼성전자 비디오로 더빙되어 나왔는데

    정말...........이지

    성우 연기력은 지금 보면 글글글글글 거립니다(오글)
  • 잠뿌리 2017/07/13 16:56 #

    성우 연기력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80년대 일본 애니메 한국 수입 비디오 더빙판이 대부분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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