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마(腦魔.1983) 요괴/요정 영화




1983년에 홍콩에서 나열 감독이 만든 요괴 영화.

내용은 벤이 연인인 애니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주위의 반대가 너무 심해 주술의 힘이라도 빌리기 위해 인도네시아 동부의 이리안 섬에 가서 현지 주술사에게 부탁해 동굴 속에 안치된 관에서 미이라를 끄집어내고 두개골을 갈라 뇌를 꺼내 가지고 홍콩에 왔는데.. 뇌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지만 그것도 적당히 하고 성수를 뿌려 뇌를 없애라는 주술사의 경고를 잊었다가, 뇌가 요괴로 각성해 사람들을 해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영제는 ‘더 블랙 매직 위드 붓다’인데 그것만 보면 ‘흑마술 VS 부처’로 생각될 수 있지만, 원제는 ‘뇌마’다. 뇌, 그 자체가 요괴로 등장하는 영화인 거다.

동남아시아(태국), 주술사, 주살이란 키워드를 보면 70~80년대 홍콩/대만의 저주 영화 부류에 속하는 것 같은데. 작중에 나오는 악역이 주술사가 아니라 뇌 요괴이기 때문에 기존의 저주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할 때마다 뇌가 담긴 상자에 소원을 빌면, 뇌 요괴가 벤의 주변 사람을 해치는 게 기본 전개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요괴물이다.

작중에 나오는 뇌 요괴는 문자 그대로 뇌 자체로 묘사되기 때문에, 허연 뇌가 꿈틀거리며 괴성과 신음 소리를 내고. 스스로 움직여 사람이나 동물을 죽인다.

근데 그런 것 치고 뇌 요괴의 묘사 자체는 좀 인색한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오만 존나 잡지 뇌 요괴 출현 분량 자체는 다소 적은 편이다.

뇌 요괴로 인해 참극이 빚어지긴 하는데 대부분 암시만 하고, 뇌 요괴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건 욕탕 씬 하나 밖에 없다.

대부분 상자 속에 담겨 꿈틀거리는 것만 보여줘서 되게 심심하다.

주인공 벤이 요괴에게 소원을 빌어 원하는 것을 이루지만, 금기를 범한 끝에 결국 파멸한다는 요괴물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다.

벤은 금기를 범했다 파멸하는 전형적인 주인공인데 작중에 뭔가 제대로 하는 일이 없고 뇌 요괴 관리 및 처리도 되게 어설퍼 화를 자초했기 때문에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후반부에는 요괴에게 육체를 빼앗겨 뇌 머리가 달린 괴물이 되어 퇴치 당하니 과연 주인공으로 봐야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 뇌 머리 요괴 인간의 디자인은 꽤 흉물스러운데. 다른 곳은 멀쩡하지만 머리만 뇌 요괴한테 빼앗긴 것이라 그렇다. 머리 전체를 잠식당해서 뻘건 뇌에 눈 코 입의 흔적만 남아 있는 모습이다. (왠지 터키 케밥용 고기 기둥을 생각나게 했다)

사실 벤보다 더 눈에 띄는 인물은, 중반부에 요괴에게 씌인 벤이 찾아가 도움을 청한 대사다.

캐릭터 자체의 이름은 따로 없고 그냥 대사로 지칭되는데. 수상 가옥에서 요괴 퇴치를 하며 사는 태국 무당으로 벤의 아내 애니를 수호하는 태국의 사면불(四面佛)과 옥신각신하다가, 진짜 석가모니가 찾아와 둘이 협력해서 요괴를 퇴치하라는 명을 받고 팀을 이루어 요괴 퇴치 레이드를 떠나는 게 내용이 인상적이다.

사면불은 작중 아스타를 바디(영혼체)라서 살아있는 인간인 대사의 몸에 들어가야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나오고, 사면불의 본체가 금불상이기 때문에 금속성에 무게도 제법 나가서 그 영혼체를 몸에 싣고 있으면 움직임이 둔화된다거나, 문이나 나뭇가지를 지날 때 영혼체가 거기에 걸려 빠져 나가는 단점이 있지만.. 요괴의 위치를 파악하는 적외선 시각 능력과 신장이 가진 파마창과 금륜 같은 무기를 소환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서 설정이 꽤 흥미롭다.

결론은 평작. 동남아시아의 뇌 요괴란 설정은 그럴 듯하고 소원, 주살, 금기가 주요 태그로 요괴물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어 줄거리 자체는 멀쩡한데. 뇌 요괴의 중요도에 비해 출현 분량 자체가 짧아서 다소 심심한 편이고, 주인공도 공기 비중이라 본편 스토리가 좀 재미가 없지만.. 뇌 머리 요괴 인간을 상대로 태국 무당과 사면불이 힘을 합쳐 싸우는 클라이막스는 그나마 좀 볼만했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을 만든 나열 감독이, 작중 대사 배역을 겸임해서 출현했다.


덧글

  • 나인테일 2017/07/07 23:32 # 답글

    원숭이 손 같은 녀석이로군요.
  • 잠뿌리 2017/07/08 00:54 #

    서양으로 치면 딱 원숭이 손 스타일 맞죠.
  • 이루카린 2017/07/08 18:16 # 답글

    원래 미이라는 상하기 쉬운 뇌를 빼고 만들지 않던가요...?
  • 잠뿌리 2017/07/13 16:53 #

    네. 본래 알려진 미이라 제조법은 신체 내부 기관이 상하니까 코에 갈고리 넣어서 뇌를 빼고 내장도 뽑아내서 항아리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죠.
  • 먹통XKim 2017/07/09 11:28 # 답글

    57년도 미국 흑백영화에서 뇌가 따로 나와 사람죽이는 영화가 있던 걸로?
  • 잠뿌리 2017/07/13 16:53 #

    뇌 몬스터는 북미 쪽에서 예전부터 즐겨 쓰이던 소재 중 하나였죠. 근데 아시아 영화에서는 희귀했습니다.
  • 먹통XKim 2017/07/09 11:29 # 답글

    80년대 후반 비디오가게에서 뇌가 어느 뚱띵이 중년 아저씨에게 붙어있는 출시 표지를 본 기억이 나네요
  • 잠뿌리 2017/07/13 16:54 #

    작중에 뚱뚱한 사람은 나오지 않지만, 아마 습격 당하는 사람이 주인공 장인어른일 겁니다. 뇌 몬스터가 된 주인공이 직접 공격해 죽이는 두 사람 중 하나죠. (다른 한 명이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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