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에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만든 트랜스포머 실사 영화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내용은 중세 시대 때 아서왕과 마법사 멀린이 지구에 숨어 있는 12명의 트랜스포머 집단인 아이콘 기사단과 동맹을 맺었는데, 현대 시대에서는 지구 정부 대부분이 트랜스포머의 존재를 불법으로 간주해 트랜스포머 대응 부대 TRF를 동원해 트랜스포머들을 사냥하는 와중에, 오토봇들과 함께 은신하던 케이드 예거가 아이아콘 기사단의 일원인 스틸베인과 우연히 조우해 그에게서 최후의 기사 각인을 받은 뒤 TRF에게 쫓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전체 러닝 타임이 무려 151분으로 2시간 30분이나 되지만.. 1시간 40분 동안 주인공 케이드 예거가 미군한테 쫓기다가 오토봇과 지구 인류에 얽힌 과거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 나오고, 이후 옵티머스 프라임 등장 후 오토봇이 재결집한 뒤에도 케이드 일행과 미군이 오토봇과 힘을 합쳐 싸워서 오토봇 자체가 등장하고 활약하는 씬은 매우 분량이 적다.
이 작품이 트랜스포머 시리즈로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이 바로 그 점이다. 오토봇이건, 디셉티콘이건 간에 트랜스포머 등장 씬이 지나치게 짧다. 반면 양쪽 진영과 제 3 진영에 새로 추가된 트랜스포머는 쓸데없이 많아서 로봇 액션에 치중한 게 아니라 새 로봇 소개하는 것에 그쳐서 인력. 아니 로봇 낭비가 엄청나게 심한 편이다.
드레드봇, 모호크, 니트로 제우스, 버서커 등등 디셉티콘 진영에 새로 추가된 트랜스포머들은 캐릭터의 개별적인 소개까지 해주더니 정작 초반부 1시간 내에 벌어진 오토봇 VS 전투에서 탈탈 털린 이후로 극 후반부에 다시 나와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나마 그 초반부 전투 분량도 5분도 채 되지 않는다. 폭발과 슬로우 모션이 남발되는 액션씬 속에서 잘해봐야 1~2합을 주고받는 선에서 장면을 뚝 끊고 인간 시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액션씬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거기에 있는데 트랜스포머의 액션씬이 나와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밑도 끝도 없이 폭발하고 미친 듯히 느린 슬로우 모션으로 거의 GIF 애니메이션 수준의 몇 초짜리 짧은 씬 하나 보여주고 바로 카메라 시점을 넘겨 버리는 거다.
그렇게 넘겨버린 카메라 시점으로는 주인공 케이드 일행과 TRF만 지겹게 비추기 때문에 완전 주객전도됐다.
심지어 극 후반부에 나오는 오토봇 VS 디셉티콘의 본격적인 싸움에서도 오토봇이 하는 건 그저 엄호 공격에 지나지 않고. TRF가 전투에 참가해 하늘에서는 전투기가 공중전을 펼치고 땅에서는 보병들이 돌격 전진하는 사이에, 남녀 주인공이 포연탄우 속을 헤치고 지나가 뛰어 다니는 것만 죽어라고 보여준다.
그밖에 전작에서 활약했던 공룡 로봇인 다이노봇들, 이번 작에 새로 나온 스태프를 지키는 기사들, 그 기사들이 합체한 삼두룡 로봇인 드래곤스톰, 디셉티콘 진영의 합체 로봇 인페르쿠스, 옵티머스의 숙적 메가트론, 심지어 본작의 끝판왕인 쿠인테사 등등. 피아를 막론하고 트랜스포머들 각각의 등장, 활약씬이 평균적으로 3분도 채 되지 않아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특히 옵티머스 프라임 VS 메가트론의 숙적 대결이 1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난 거 보면 원작 팬들이 뒷목잡고 쓰러지기 충분하다.
광고 내용의 핵심이었던 악당이 된 옵티머스 프라임의 경우도, 쿠인테사에게 세뇌 당해 네메시스 프라임이 되는 씬이 2분 남짓 나오고, 영화 시작한 지 1시간 50분 만에 불쑥 튀어나와 범블비와 싸우지만.. 한 3분 정도 싸우다가 단 몇 초만에 세뇌가 풀려 제정신 차려서 옵티머스 흑화썰 풀면서 광고한 건 완전 관객 기만 수준이다.
옵티머스 흑화 풀린 뒤에 진정한 적이 등장하자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포머 사냥하면서 거의 2시간 가까이 주인공 일행 쫓아다니면서 위협해 오던 TRF가 단 몇 초만에 같은 편이 되어 함께 싸우는 걸 보면 작품 내 주요 갈등이 너무나 쉽게 풀려서 스토리 구성이 부실하다.
인간 진영도 등장인물 숫자 자체는 많은 편이지만, 남자 주인공인 케이드 예거. 히로인인 비비안 웸블리. 그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트랜스포머의 비밀을 알려주는 애드먼트 버튼 등 3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물은 왜 나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떨어진다.
신 캐릭터인 이자벨라만 해도 스토리 초반부부터 나와서 뭔가 좀 비중이 있어 보였지만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등장 자체도 초반부 1시간 이후 케이드와 잠시 떨어진 뒤로 러닝 타임 2시간이 넘어간 극 후반부에 다시 나오고. 케이드의 은신처에서 그의 일을 돕는 흑인 청년 지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TRF 쪽 인물들로 시리즈 이전 작에도 등장한 윌리엄 레녹스나 본작에 새로 나온 산토스도 별 비중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인간들 모습을 보여주고. 디셉티콘을 상대로 인간들이 대항해 싸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며, 심지어 옵티머스 프라임의 목숨을 살리고 더 나아가 오토봇 자체를 구원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 역시 인간이라서 인간 자체의 비중이 높아서 인간 찬가의 끝을 보여준다.
트랜스포머가 먼 옛날부터 인간을 돕고 인간의 역사에 개입했다는 것과 멀린과 아서왕, 원탁의 기사와 트랜스포머의 관계, 그리고 지구와 트랜스포머에 얽힌 비밀 등 새로 추가된 설정들에서 어떻게든 지구의 인간과 트랜스포머를 엮으려고 하면서도, 결국 케이드 예거와 TRF를 띄워주면서 ‘오토봇, 디셉티콘 다 꺼져! 만물의 영장은 인간이다. 인간 군대 만만세!!’ 이렇게 귀결되니 이건 진짜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볼 수가 없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변신 로봇 보러 가는 거지, 인간 보러 가는 게 아닌데 이렇게 로봇을 홀대하고 인간을 띄워준 걸 보면 마이클 베이 감독이 최소한의 선을 넘어선 수준이 아니라 금기를 범한 수준이다.
로봇 나오는 씬은 다 합쳐도 30분이 채 안 되고 인간 나오는 씬이 2시간이 넘어가는데, 로봇을 지워도 스토리 진행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비중이 없어서 진짜 로봇 완구 만들어 팔 생각하고 억지로 등장시킨 티가 팍팍 난다. (아마도 마이클 베이 속마음은 트랜스포머 완구가 아니라 슈퍼 짱짱 케이드 예거 라스트 나이츠 엑스칼리버 버전 액션 피규어라도 만들어 팔고 싶었으리라)
결론은 비추천. 마이클 베이 감독의 로봇 홀대와 인간 군대 찬가의 정점에 달한 작품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 아니, 트랜스포머 IP의 아이덴티티를 완벽하게 상실한 것뿐만이 아니라 트랜스포 자체를 능욕하고 파괴했으며, 트랜스포머란 걸 빼고 봐도 쓸데없이 캐릭터 수는 많은데 캐릭터 비중 배분, 운용에 실패했고, 허술한 구성, 부실한 스토리, 폭발과 슬로우 모션을 남발해 보기 답답한 액션 연출에 2시간 30분이라는 존나게 긴 러닝 타임에 비해 액션씬은 그 1/3도 채 안 되면서 블록버스터를 자처하는 미친 듯한 패기 등등. 진짜 모든 면에 걸쳐 안 좋은 것 투성이로 최악을 넘어선 최흉(崔凶)으로 2017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성적이 매우 기대되는 우주구급 폐기물이다. 이 작품이 가진 유일한 의의는, 후대의 자손에게 아무리 유명한 IP라고 해도 감독 하나 잘못 만나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반면교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한줄로 요약하면, ‘훡킹! 손 오브 마이클 비치!’라고 할까나.
진짜 누가 터미네이터 T-800을 과거에 보내서 마이클 비치, 아니 마이클 베이 감독이 트랜스포머 만드는 걸 저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트랜스포머 무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마이클 베이가 멸망해야 한다.
작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이 작품의 스토리는 12명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한 방에서 작업하면서 만들었다던데, 스토리가 이따위로 나온 걸 보면 12명이 합쳐도 1명분의 뇌세포도 안 나오는 모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2억 6천만 달러인데 박스 오피스 흥행 성적은 약 2억 7천만 달러다. 북미 쪽에선 흥행 폭망이 예상되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개봉 2일차 흥행 수익 1000억원을 돌파해 기사회생했다. 작년에 나온 블리자드의 흑역사인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다시 보는 것 같다. (현지 흥행 폭망했는데 중국에서 대박친 걸로)
덧붙여 매우 불행하게도 이 작품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완결작이 아니라 본편이 끝난 뒤 엔딩 크레딧 올라가다가 후속작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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