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프린세스 (009ノ1 ゼロゼロクノイチ.2013) 2014년 개봉 영화




2013년에 사카모토 코이치 감독이 만든 SF 액션 영화. 한국에서는 2014년에 극장 개봉 후 IP 서비스에 들어갔다.

내용은 근 미래 시대 때 지구는 웨스턴 블록과 이스턴 블록으로 동서 지역을 나누고 그 사이에 위치한 군사 경계 지역에서 장기 매매, 인신매매, 밀입국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웨스턴 블록 소속 사이보그 요원 밀렌이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진격의 거인 카렌’같이 인기 애니메이션의 패러디 AV로 오해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는 무려 ‘이시모리 쇼타로’의 ‘사이보그 009’의 성인 버전인 ‘009-1’의 실사판이다. (한국판 포스터에 ‘사이보그 009의 스핀오프 어덜트판!’이란 문구가 사실이란 말이다)

거기다 이시모리 쇼타로 탄생 75주년 기념 작품이고 일본 특촬물 스텝과 배우가 다수 참여했다.

본작의 감독인 사카모토 코이치는 파워 레인져 시리즈를 비롯한 각종 전대 특촬물와 가면 라이더, 울트라맨 시리즈 일부를 만들었고, 각본을 쓴 하세가와 케이이치는 울트라맨, 가면 라이더 시리즈의 각본을 맡았으며, 토에이 텔레비전 프로덕션이 제작 협력을 했다. (DVD 발매도 토에이가 맡았다)

원작 009-1은 코믹스판이 1967년에 처음 연재되어 1974년에 전 6권으로 완결됐고, 2006년에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온 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 원제도 ‘009-1(제로제로 나인 원)’인데 한국에 수입되면서 뜬금없이 ‘사이보그 프린세스’란 제목으로 개명돼서 진짜 최악의 작명 센스를 자랑한다.

본래 원작 만화나 TV 애니메이션에서는 밀렌이 문자 그대로 스파이 요원으로 활동하는데 포커스를 맞춘 반면. 본작에서는 사실 특정 지역에 파견되어 적들을 소탕하는 특공대원에 가깝게 변했다.

생각보다 액션씬이 많이 나오는데 격투 비중이 매우 높다. 격투 묘사의 밀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서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인상적인 씬이라면 힐부츠 드롭킥과 견자단의 엽문에서 나왔던 고기 다지기 펀치다.

밀렌의 최강 무기인 바스트건(가슴총)은 실사 영화인 본작에서도 나오는데 절대 정면 방향으로 쏘는 걸 보여주지는 않고 그냥 자켓을 열어젖힌 뒷모습만 보여주면서 마주한 적을 벌집으로 만들어 버린다.

근데 그렇다고 에로 요소가 완전 배재된 것이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 게. 스킵되기는 하지만 배드씬이 두어 개 나오고,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유난히 여자들이 밀렌과 엮어 백합적으로 섹스어필하는 장면이 몇 개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현지에서 본작이 나올 때 시청 연령 등급이 R-15였다)

문제는 이게 좀 지나치게 노골적인 데다가, 그런 장면이 꼭 들어가야할 필요가 없는데. 어거지로 쑤셔 넣은 느낌을 강하게 들어서 부자연스럽다는 거다.

등장인물은 원작과 같지만 설정은 약간 달라졌고, 본편 스토리 자체는 또 오리지날이다.

작중 밀렌은 사이보그 요원으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어떤 임무든 척척 수행하지만, 그 힘 때문에 적이든, 아군이든, 그녀가 구해준 일반 시민이든 모두에게 괴물 취급 받아서 그것에 대해 번민하고 그 와중에 어린 시절 헤어진 남동생과 똑같이 닮은 이름 모를 남자를 만나 그에게 크리스란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지내면서 사건 사고에 휘말린다.

조직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직의 방침을 반발하고 나와서 사건의 흑막을 찾아내 물리치는 게 본편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의 흑막은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본작에서 완전 재해석해 슈퍼 빌런으로 만들어 작품 자체의 방향성이 원작과 완전 다르다.

캐릭터의 재해석과 작품 방향성이 다른 건 원작의 리부트나 리메이크가 아니니까 이해는 가지만, 제작비가 그리 많지 않은지 배경 스케일이 너무 작고 묘사가 빈약해서 작품 자체가 너무 저렴해보이는 게 치명적인 문제다.

원작 만화는 집필 시기가 냉전 시대였기 때문에, 작품 배경과 내용도 근미래 냉전 시대의 첩보물이 되었고 작품 내 배경에서 이스턴 블록과 웨스턴 블록으로 나뉘어져 대립하는 것인데 그에 반해 본작은 도시는 전혀 나오지 않고 폐공장만 지겹게 나오고 이스턴/웨스턴 블록 사이의 다툼도 비중있게 다루지 않으며, 오로지 밀렌의 자아성찰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근미래 SF 느낌이 전혀 안 든다.

밀렌 자체도 원작에서는 바스트건을 시작해 인공피부, 점프력, 아이 카메라, 청력, 인공두뇌, 생식기 등의 자체 특수 능력과 광선총, 미사일총, 단침총, 반지, 적외선 렌즈, 통신 귀걸이, 엄지 손톱에 숨긴 해독제, 대리 안드로이드, 신형 폭탄, 특수 자백제 등등 갖가지 장비와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 첩보 작전을 수행했는데.. 본작에선 바스트건, 아이 카메라, 청력 이외에 다른 능력은 전혀 안 나오고. 장비, 아이템 같은 경우는 단 하나도 안 나온다.

아무런 무기 없이 맨손으로 때운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액션 부분에서 격투 비중이 높은 게 진짜 돈 안 들이고 맨몸으로 때우는 느낌이다.

이 작품이 만약 일반적인 액션물이었다면 아날로그 액션이라고 그런 거라고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사이보그 여주인공이 나오는 SF 액션물이 이러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촬물 스텝이 많이 참여했으니 아예 대놓고 특촬물스럽게 만들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주인공이 사이보그인데 기계적인 부분이 부각된 게 아니고 변신도, 각성도 하지 못하고 바스트건 이외에 어떤 특수 무기도, 기술도 없으니 그 어디에도 특촬물스러운 구석이 없어서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정녕 이시모리 쇼타 탄생 75년 기념작으로 나온 거 맞나. 이시모리 선생한테 완전 실례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캐릭터 설정은 쓸데없이 거창해서 밀렌이 세계에서 유일한 사이보그로 인류의 최종병기라고 하는데 그 시점에서 이미 사이보그 009의 세계를 부정하는 원작파괴가 이루어졌다.

결론은 비추천. 사이보그 009의 스핀오프작 009-1의 실사 영화판이지만, 원작의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오리지날 스토리로 만들어 원작과의 연관성이 적고, 원작이 사이보그 요원의 첩보작전인 반면 본작은 사이보그 요원의 특공작전으로 작품 스타일이 완전 다른데, 저예산 영화인 듯 배경 스케일이 너무 작고 SF적인 느낌이 전혀 안 드는 데다가 특촬물의 향취도 없고, 원작에 대한 애정도 이해도, 존중도 없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한국에서 IP 서비스로 넘어가기 앞서 극장 개봉을 잠깐 했지만 관객수가 무려 2명이다.


덧글

  • EST 2017/06/24 00:18 # 답글

    어디서 튀어나온 물건인가 했는데, 이거 원작이 <제로제로 쿠노이치>였군요? (털썩) 그래도 혹시 재미있는 뭐라도 있을까 싶었습니다만 결론은 비추천이라 관심 접으려고 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잠뿌리 2017/06/25 12:47 #

    원작은 괜찮은데 실사 영화판인 본작은 완전 폭망 수준이죠.
  • 2017/06/24 11: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6/25 12:4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블랙하트 2017/06/24 13:50 # 답글

    VOD, IP 서비스를 하려면 일단 극장에서 개봉한 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문에 예전에 나온 영화들이 괴상한 제목으로 바뀌어서 언제 개봉했는지도 모르게 잠깐 나왔다 사라지고들 있죠. 요즘에 개봉명이 괴상한 영화들이 늘어난건 그 때문인듯 합니다.
  • 잠뿌리 2017/06/25 12:48 #

    이 작품은 작명센스가 너무 안 좋아서 그냥 망할 걸 제목 때문에 더 크게 망하게 된 것 같습니다.
  • 포스21 2017/06/24 22:57 # 답글

    몇해전이던가? 애니판으로 본 그거군요. 기억이 가물 가물합니다. ^^
  • 잠뿌리 2017/06/25 12:49 #

    애니판이 2006년에 나왔으니 벌써 11년 전이네요. 저도 애니판으로 처음 접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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