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에 오바리 마사미 감독이 만든 전 2화 완결의 OVA. 1995년에 탐 소프트가 개발, 타카라에서 발매한 대전 액션 게임 투신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으로 1탄과 2탄을 연결하는 중간에 있는 오리지날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우라누스가 속한 비밀 결사에 의해 만들어진, 쇼의 클론인 투신병과 비밀 결사 4대 간부 중 한 명으로 가이아한테 죽임을 당했다가 다시 부활하여 강화 시술을 받은 카오스에 의해 투신전에 참가한 파이터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에이지, 카인, 소피아, 앨리스 등 4명만 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봇 애니메이션/게임 쪽의 경력이 엄청난 한편, 엔젤 블레이드, 초인학원 고우카이저, 배틀파이터즈 아랑전설 등의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슬랜더 바디에 하우 두유 두 강조로 에로한 묘사로 업적을 남긴 네임드 감독 오바리 마사미가 감독을 맡은 작품이라서 나름대로 기대감을 안겨준다.
거기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이 투신전 원작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고토부키 츠바사’라서,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그림이 동일하기 때문에, 작화적인 부분의 갭이 적은 편이다. (고토부키 츠바사는 게임으로는 투신전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 애니메이션으로는 VS 기사 라무네, 세이버 마리오넷 J, 아키하바라 전뇌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보면 그 결과물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일단 상편에서 호 파이, 런그 아이언, 몬도 등 3명은 쇼 클론 투신병과 카오스한테 습격 당해 등장하기 무섭게 리타이어하고. 하편에서 듀크 B 램버트는 증원군으로 나온 게 처음이자 마지막 등장. 트레이시는 병원에 실려온 앨리스를 보고 쇼 일행을 다그치다가 걱정된다며 오리랖 피워 일행에 합류하는 걸로 나오는데 아무런 활약도, 주목도 받지 못한 조연이다.
투신전 2의 보스인 ‘마스터’, 숨겨진 보스인 ‘버밀리온’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고 비밀 결사 4대 간부의 필두인 우라누스가 사건의 흑막이자 최종 보스로 나온다.
소피아는 한적한 산골에서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살면서 한편으로 자신이 우라누스의 실험체였던 사실에 번민하다가, 에이지와 재회하는데 뭔가 분위기만 보면 완전 히로인이 따로 없다.
샤워씬과 세뇌 각성씬의 작화도 완전 어깨에 힘을 팍 주고 그린 듯 유난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데..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것으로. 자기 파트 이야기 끝난 뒤에 나중에 나올 때는 배경 인물 신세로 전락한다.
앨리스는 그보다 더 취급이 안 좋은데 가이아와의 혈연 관계 암시가 나오는 것 까진 괜찮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독에 중독되어 병원 신세를 지면서 리타이어하는 바람에 최종 결전 때 증원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무슨 기술 하나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스토리에서 완전 이탈했다.
결국 신죠 에이지, 카인 아모우, 가이아. 주인공 진영 중에서는 이 셋만 부각된다. 에이지는 친형인 쇼의 행방을 찾는 것에 번민하면서도 비밀 결사와 맞서 싸우고, 카인은 그런 에이지와 합을 맞추며 라이벌이자 절친로서 함께하며, 가이아는 비밀 결사의 숙청 타겟이 되어 쫓기는 한편 카오스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면서 셋 다 자기 분량을 차고 넘치도록 확보했다.
드라마적인 부분에선 사실 떡밥만 던져놨지 회수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
에이지는 친형인 쇼를 찾아다니는데 투신병이 쇼의 클론이라거나, 가이아가 앨리스의 친아버지라 항상 멀리서 딸을 지켜보는 것 등의 떡밥은 있는데.. 에이지는 마지막에 쇼와 재회하지만 멀리서 보기만 할 뿐 닿지를 못하고, 가이아와 앨리스의 부녀 상봉은커녕 부녀 관계도 속 시원히 밝혀내지 못한 채 팬던트로 암시만 주니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진전되지 못했다.
작화의 경우, 원작 일러스트와 동일한 그림인 건 좋은데.. 문제는 특정 캐릭터에 퀼리티가 편중되어 있다는 거다. 주역 캐릭터 이외에 단역들은 좀 대충 그린 느낌을 준다.
히로인만 봐도 소피아랑 앨리스의 작화 퀼리티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째서 이 작품이 나올 당시 한국 게임 잡지에서 이 작품을 성토하며 ‘소피아 어쩔..’ 이란 반응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사건의 흑막은 우라누스지만, 실제 본편 스토리 내에서 우라누스와 직접 싸우는 건 아니고. 마스터, 버밀리온도 나오지 않은 채, 카오스를 쓰러트리고 비밀 결사 본부가 파괴되는 선에서 어중간하게 끝나기 때문에 완결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극후반부는 스토리는 둘째치고 액션물로서 볼만해진다.
비록 도매급 취급이라곤 해도, 투신전 전사들이 우르르 증원으로 와주어 에이지 일행이 나아길 길을 터주며 비밀 결사의 잔당과 싸우는 씬도 개인적으로는 열혈물 느낌 나서 마음에 들었다. (리타이어는 했어도 안 죽고 증원온 게 어디냐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 증원에도 쏙 빠져 있는 앨리스는 진짜 안습이다)
투신전 전사들이 터준 길을 따라 에이지와 카인이 오토바이 타고 질주해 비밀 결사의 빌딩을 향해 뛰어 내리는 것부터 시작해 최종 전투로 이어지는 클라이막스 전개도 박진감이 넘쳐서 좋았다.
타겟과 싸워 전투 정보를 입수해 상대의 공격 패턴을 파악해 대응하는 투신병과 카오스의 전투 스타일 때문에 에이지 일행이 고전을 면치 못해서 나름대로 전투의 긴장감이 있고, 무작정 근성과 의지를 발휘해 열세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특성을 파악해 그것을 역이용하여 반격하는 전개가 꽤 그럴 듯해서 라스트 배틀도 볼만했다.
작중 인물들이 게임 원작에 나온 커맨드 입력 기술 사용하면서 기술명을 크게 외치는 연출이 다분히 게임 느낌 나게 해서 과연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답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다만, 영문 더빙판 같은 경우. 캐릭터가 평소에 영어로 대사 치다가 기술 사용할 때 일본 기술명을 영어 발음으로 ‘고 리키 후신!’, ‘지.코.쿠.만!’이라고 외치는데 엄청난 이질감을 안겨준다.
결론은 평작. 대전 액션 게임 원작에 1,2화 완결 OVA라고 해도 캐릭터 운용이 좋지 않아 소수의 주역 캐릭터 이외에 나머지 캐릭터를 낭비 수준으로 함부로 굴리고, 떡밥은 던지는데 회수를 안 하고 스토리의 큰 진전 없이 어중간하게 끝나 완결성이 떨어지지만.. 기술명을 호쾌하게 외치며 싸우는 게 게임 느낌 나고, 액션의 구성과 연출은 무난한 편이며, 비밀 결사 본거지에 쳐들어가는 클라이막스 전개가 꽤 볼만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소피아 성우는 로도스도 전기 OVA의 디트릿트 성우인 ‘토우마 유미’로 세가 새턴판 투신전 URA에서도 소피아 목소리를 더빙했다.
추가로 본작의 일부 캐릭터 의상은 원작 게임에 나오지 않은 오리지날인데. 소피아의 져지 복장과 트레이시 복장의 적갈색 컬러가 거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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