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Wonder Woman, 2017) 2017년 개봉 영화




2017년에 패티 젠킨스 감독이 만든 DC 슈퍼 히어로 영화.

내용은 제우스가 창조한 아마존 종족이 모여 사는 숨겨진 여성들의 낙원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 다이애나가 전사로 훈련 받으며 성장했는데, 어느날 데미스키라에 불시착한 조종사 스티브 트래버 대위를 통해서 섬 바깥 세상이 전쟁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전쟁의 원흉이 전쟁의 신 아레스라고 생각한 다이애나가 스티브와 함께 섬을 빠져 나가 영국으로 건너가 독일군을 상대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원더 우먼이 배트맨과 만난 이후, 배트맨이 원더 우먼의 1차 세계대전 참전 사진 원본을 찾아주면서 원더 우먼이 그걸 보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현재의 이야기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더 우먼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전사로 훈련 받은 다음. 성인이 되었을 때 섬을 나와 세상 밖으로 나가 전쟁에 참전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원더 우먼이 성인이 된 직후에 바깥 세상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사실 본편 스토리 초중반부는 세상물정 모르는 섬소녀 다이애나의 도시 상경기에 가깝다.

남자 주인공 스티브 트배러가 일반 상식이 없는 다이애나를 데리고 돌아다니며 고생하고, 소소한 유머와 러브 로맨스가 나온다.

트레일러만 보면 무슨 1차 세계대전 배경의 첩보물 분위기도 살짝 났지만 실제로 본편 내용은 트래버의 신분이 스파이라서 첩보물에 충실한 전개를 하려고 하면, 다이애나가 돌출 행동을 해서 스파이 작전을 무산시키고 무작정 돌격하는 특공 작전을 감행한다.

그 특공 작전이 중반부의 마을 구원 씬에서는 화려한 액션이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팀 플레이를 아예 무시하고 단독 플레이하는 게 지나친데다가, 한 번 멘탈이 무너지면 혼자서 수습을 못해서 극 전개가 진짜 답답하다.

남녀 주인공의 러브 로맨스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고, 남자 주인공의 멘탈 케어 비중이 높아서 원더 우먼 자체의 독립성이 떨어진다. 트래버 대위가 없었다면 원더 우먼도 존재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그렇다.

여성 슈퍼 히어로 단독 주연의 걸 크래쉬물을 기대했다면 뒤통수가 좀 얼얼할 수도 있다.

데미스키라 섬, 다이애나와 트래버의 러브 로맨스 구간의 진행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고, 빌런인 아레스가 아무런 복선도, 암시도 없이 갑자기 툭 튀나온 수준으로 등장해서 당황스러우며, 원더 우먼이 바깥 세상에서 전쟁이 벌어져 무고한 사람이 죽으니 그들을 지키기 위해 섬 밖으로 나가겠다고 했으면서 정작 아레스 하나 때려잡으면 전쟁이 끝날 것이란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전쟁이 끝나지 않은 건 다 인간 탓이라고 멘붕을 일으키니 뭔가 고결함과 매우 거리가 멀다.

그게 원더 우먼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아니라 사회초년생으로 이제 막 직업 전선에 투입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완성된 영웅이 아닌, 성장하는 영웅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성장형 히어로의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는 경솔한 행동과 그로 인한 사건 사고, 팀 워크 붕괴, 약한 멘탈이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트위터에서 종종 올라오는 코믹스판 원더 우먼 짤방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짤방에 나온 원더 우먼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여성 슈퍼 히어로다. 본작의 원더 우먼하고는 전혀 다르다.

본작의 원더 우먼은 힘은 강한데 생각할 머리가 없고 신중함이 결여되어 있어서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새삼스럽지만 원더 우먼이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저스티스 리그의 리더가 될 수 없는지 잘 알려주는데. 호전적이고 저돌맹진의 성향이 강해서 누굴 지휘할 수가 없다. 어벤져스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다혈질에 단세포인데 무력은 짱 높은 스타일이라 삼국지로 치면 딱 장비 익덕이다)

본작의 빌런인 아레스는 본체가 프링글스 아저씨라서 이미지가 깨는 건 둘째치고, 갑옷 입고 염동력으로 무기 조정해서 싸우며 번개 쏘는 건 간지가 나지만 행동 원리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쟁에 있어 인간의 과오를 심도 있게 묘사했다면 또 모를까, 전쟁의 참혹함은 묘사하지만 인간의 과오는 독일 나치군 강경파의 전쟁 집착 밖에 묘사하지 않았고. 연합군과 독일군이 휴전 협정을 맺어 적당히 전쟁을 끝내려고 하는 상황에서 아레스가 여기저기 들쑤셔나서 나치군 강경파가 대량살상 병기를 준비하는 것 등등. 자기가 전쟁의 불씨를 다 지펴 놓고선 인간이 존나 타락했고 내버려둬도 전쟁하는 개놈들이니 싸그리 쓸어버려서 지구를 낙원으로 되돌리겠다고 하니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본작의 괜찮은 부분은 액션 파트인데, 1차 세계대전 배경에 검/방패를 들고 총화기로 무장한 나치 병사와 싸우는 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모든 공격이 슈퍼 파워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액션씬이 박력이 넘친다.

전방위 기관총 연사를 방패 하나 앞세운 채 뚫고 나가고, 포연탄우 속에 검/방패 들고 적진을 향해 돌격해 들어가 무쌍난무를 펼치며, 말타고 전장을 가로지르며 칼질하는 슈퍼 히어로라니. 확실히 지금까지 슈퍼 히어로 무비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다.

영화 300을 슈퍼 히어로물로 어레인지하면 이런 느낌이 날까나.

총알을 튕겨내는 팔찌랑, 쥐불놀이 느낌 나는 마법의 로프 사용도 꽤나 화려했다.

원더 우먼은 힘, 속도, 체력 등이 이미 초인 수준인데 거기에 마법 아이템을 더해서 완전 무장한 마법 전사 이미지의 슈퍼 히어로라서 슈퍼맨, 배트맨과는 또 다른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것 같다.

결론은 평작.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검/방패 들고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원더 우먼의 용맹스러운 모습과 박력 있는 액션은 기존의 슈퍼 히어로물과 차별화된 것이라 유니크한 구석이 있어서 볼만 하지만.. 전체 스토리가 구간 별로 늘어지는 경향이 있고, 작중의 원더 우먼이 완성형 영웅이 아닌 성장형 영웅이라서 성장통적인 부분이 극 전개를 답답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으며, 남녀 주인공의 러브 로맨스 비중이 너무 높으며. 남자 주인공의 케어 비중이 커서 원더 우먼 자체의 독립성이 떨어져 여성 슈퍼 히어로 단독 주연작이라고 보기에 좀 모자란 작품이다.

분명 내용, 소재, 캐릭터적으로 충분히 유쾌, 상쾌, 통쾌하게 진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맥을 뚝뚝 끊는 감정선의 트랩을 설치해놔서 보는 사람 짜게 식히는 건 DC 슈퍼 히어로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 같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느금마 마사,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실은 이 녀석도 착한 놈들이란 사연 있는 악당들의 술집 한탄쇼 같은 것들)

DC 유니버스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하는 건 너무 과대평가고, 스토리 완성도는 떨어져도 액션은 볼만하니 후하게 평가해야 ‘맨 오브 스틸’ 수준이다. 모자란 점이 많긴 하지만 최소한 닦이 수준은 아니란 점에 의의가 있다.


덧글

  • 이젤론 2017/05/31 17:40 # 답글

    나치군대는 아닙니다. 1차대전이라 나치 등장 이전이죠.
  • 잠뿌리 2017/05/31 19:09 #

    나치 등장 이전이었군요.
  • 외노멜 2017/05/31 20:05 # 답글

    이번엔 제발 망하지 않길 하고 바랬는데 그나마 다행...
  • 잠뿌리 2017/05/31 23:06 #

    기대에 못 미치긴 하지만 닦이 수준까지는 아니라서 그럭저럭 흥행은 할 것 같습니다.
  • 나이브스 2017/05/31 21:59 # 답글

    코믹스에서 아레스의 능력이 바로 전쟁에 관련된 물건을 맘대로 조종하는 거라 하더군요.

    뭐 번개는 제우스의 아들이니 쓴다라는 정도일지도..
  • 잠뿌리 2017/05/31 23:07 #

    마블의 아레스보다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능력치는 문자 그대로 신급 빌런 인 것 같습니다.
  • 나인테일 2017/05/31 22:13 # 답글

    1차 세계대전에 나치가 등장한다니 이미 이것 만으로도 옆동네 캡틴 아메리카가 뛰어와서 감독을 폭행하고싶어지겠군요.
  • 이젤론 2017/05/31 22:50 #

    영화에 나치독일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 잠뿌리 2017/05/31 23:08 #

    배경이 1차 세계대전이라 나치 등장 이전의 독일군인 것 같습니다.
  • 시몬 2017/05/31 23:52 # 삭제 답글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봤는데, 초창기 원더우먼 코믹스는 스티븐 트레버가 힘만 쎈 사고뭉치 야생녀 원더우먼을 중재해서 문명사회로 이끌어가는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따지면 원작재현을 잘했다고 봐야하나?
  • 잠뿌리 2017/06/08 18:17 #

    린다 카터 주연의 1975년판 원더 우먼에서도 원더 우먼이 아마존족이 모여 사는 파라다이스섬에서 살다가 스티브 트레버랑 같이 문명 세계로 나가는데 그게 원더 우먼의 기본적인 시작인 것 같습니다. 다만, 1975년판 원더 우먼은 세상물정을 몰라도 스스로 경험하고 깨달아서 금방 문명에 익숙해지지요. (트래버는 내내 병원 침대 신세 아니면 악당한테 납치 당해서 별 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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