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설(Colossal.2016) 2017년 개봉 영화




2016년에 캐나다, 스페인 합작으로 나초 비가론도 감독이 만든 판타지 영화.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2017년에 극장 개봉했다.

내용은 뉴욕에서 남자 친구 팀의 집에 얹혀살면서 매일 술에 취해 놀며 방탕하게 살다가 견디다 못한 팀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쫓겨나 고향집으로 내려간 글로리아가, 소꿉친구인 오스카와 재회하여 그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자신의 행동이 서울에 출몰한 거대한 괴수와 그대로 이어진다는 걸 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주인공 글로리아의 행동에 따라 거대 괴수가 똑같이 따라해서 인간과 괴수가 싱크로되어 있다는 설정은 나름대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고. 매일 술에 취해 방탕하게 살다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괴수가 폭주한다는 걸 알고 금주하는 것 등을 보면 글로리아의 정신적, 인간적 성장 요소가 나올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게 없었다.

줄거리만 괴수물 같지, 실제로 괴수물적인 요소는 왼손은 거들 뿐 드립조차 치기 민망할 정도로 분량도, 밀도도 낮다.

애초에 글로리아가 있는 곳은 미국이고, 괴수가 출몰한 곳은 한국이라서. 글로리아가 직접 한국에 가는 극후반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전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의 뉴스로만 보기 때문에 괴수물로 보기 어렵다.

본작의 메인 소재는 사실 괴수도, 재난도 아니다. 장르적으로 보면 오히려 스릴러물에 가깝다.

정확히는, 글로리아의 고향 친구인 오스카가 친근한 얼굴로 접근했다가 자신 역시 괴수 조종자인 걸 깨닫고 글로리아에게 집착하는 사이코로서 본색을 드러내면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억압을 다루고 있어서 그렇다.

남녀 관계의 집착과 폭력 행사,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오스카의 미친 행보가 스릴러로서의 긴장을 선사한다.

근데 글로리아 자체가 건실한 캐릭터가 아니라 알콜 중독에 무직 백수로 남자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남친 몰래 친구들 집에 불러다 진탕 먹고 마시며 노는 완폐아스러운 기질이 있어서 그 행보에 몰입이 잘 안 된다.

보통, 완폐아 캐릭터가 사랑에 빠지고 남녀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면서 그 과정에 정신 차리고 인간적으로 성장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면 로맨틱 코미디의 왕도적인 재미라도 있었을 텐데 본작은 그런 거 없다.

일본 라노벨 제목으로 치면 ‘나는 알콜중독 완폐아인데 내 소꿉 친구가 사이코 찌질남인 줄 몰랐어’로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사실만 각인시켜 주니, 상황적으로 코미디로 보기에도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가 너무 다운되어 있어 보기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

주요 설정의 디테일도 굉장히 떨어져 너무 대충 만든 티가 역력히 드러난다. 그런 느낌이 가장 강한 게 괴수 설정이다.

괴수 설정에 대한 썰이 작중에서 전혀 안 나온다. 괴수 탄생 비화도 어린 시절의 과거 회상과 사건 해결 후 남는 괴수의 구성원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통해서 암시만 하지.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의식이 없을 때 괴수가 멋대로 움직이고, 의식이 있을 때는 고향집 공원의 특정한 장소에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기본적인 룰만 있을 뿐이다.

오스카의 로봇 괴수가 남성의 폭력과 억압을 상징하고, 글로리아의 괴수가 오스카의 로봇 괴수를 물리치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장치로만 사용하고 있다.

그저 장치로서 이용하는 것이라 장르적인 관점에서 괴수물에 대한 이해, 깊이, 애정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포스터의 광고 문구인 '내가 세상을 구해야 하나?'라는 문구도 엄밀히 말하면 낚시성 멘트다. 실제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게 자신과 자신에 집착하는 미친 소꿉친구인데 히어로 드립치는 건 좀.. 기요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06년작 판의 미로를 가족 영화로 광고했던 수준의 관객 기만이랄까.

본작의 괴수 출몰 배경이 한국인 것도 감독이 한국을 좋아해서 넣은 게 아니다. 본래 일본의 도쿄에서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토호의 고질라 이미지 및 스틸샷을 무단으로 사용해 토호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가 합의한 뒤에 한국의 서울로 급히 배경을 바꾼 것이다.

작중 한국에서 괴수가 출몰하게 된 것도 그냥 글로리아가 한국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는데 결과적으로 미국 남녀의 사이코 치정극에 애꿎은 한국만 개박살나는 것이라 ‘앤 해서웨이 주연인 한국 배경의 미국 영화래. 미국에 부는 한류열풍!’ 이런 드립치기에는 한국에 대한 취급이 너무 나쁘다. (최소한 아이 러브 김치, 아이 라이크 갱남 스타일, 싸랑해요 욘예가 중계라는 대사가 나왔어야)

결론은 비추천. 여주인공의 행동과 거대 괴수의 행동이 이어진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그게 엉뚱한 소동으로 이어지는 코미디도, 남녀 주인공의 연애가 나오는 로맨스도 아닌 사이코 패스 남자의 집착에 시달리는 스릴러물로 풀어내 앤 해서웨이의 이름만 보고 기대한 것과 너무 다르고. 괴수물로서의 설정이 부실하고 묘사가 너무 빈약해 메인 소재상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을 지나치게 헐렁하게 만들어 독창적인 소재를 잘 활용하지도 못해서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좋지 않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제 33회 선댄스 영화제, 제 49회 시체스 영화제, 제 41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3개 부분의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을 받지는 못했다.

덧붙여 본작의 제작비는 1500만 달러인데 박스 오피스 흥행 수익은 320만 달러라서 제작비의 1/3 밖에 벌지 못해 흥행 참패했다. (한국 흥행 성적은 전국 누적 관객수가 약 14000명밖에 안 된다)

추가로 이 작품 개봉 전에 한국 언론에선 미녀와 야수(2017)에 야수 역으로 나왔던 댄 스티븐스가 나온다고 띄워줬지만.. 실제로 본편에서 댄 스티븐스가 맡은 배역은 글로리아의 전 남자친구인 팀으로 비중이 워낙 낮아서 남자 주인공도 되지 못했다. 줄거리랑 캐릭터 설정만 보고서 뇌피셜로 로맨틱 코미디를 상상한 모양인데 현실의 결과물은 치정극 소재의 사이코 스릴러였으니 반전 쇼크를 느꼈을 것 같다.


덧글

  • 블랙하트 2017/05/22 09:51 # 답글

    고질라 이미지 무단 사용한 거에서는 상대 로봇이 마징가(...) 였었죠.
  • 잠뿌리 2017/05/22 15:40 #

    구글에 콜로설 포스터로 검색하면 나오는데 진짜 빼도 박도 못하는 수준이었죠. 본래 기획은 괴수로 고질라를 가져다 쓰려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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