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전사 사이킥 워즈(捜獣戦士 サイキック・ウォーズ.1991) 2020년 애니메이션




1991년에 특명무장검사 시리즈로 알려진 ‘몬타 야스아키’의 SF 바이올런스 액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토에이에서 이마자와 테츠오 감독이 만든 OVA.

내용은 천재 외과의사 우쿄우 레츠가 슌요우라는 환자의 뇌에서 종양을 척출하는 수술을 했는데, 수술은 성공했지만 순요우가 세상을 떠난 이후. 척출된 종양 덩어리가 괴물로 변해 사람들을 습격하자 레츠에게 신비한 힘이 생겨 괴물을 물리치고 나니, 그게 실은 5000년 전 인류의 조상 죠몬인을 살육하던 마수의 파편이고. 마수 일족이 천마인의 힘을 빌어서 5000년 후인 현대로 넘어가 야차왕을 우두머리로 삼아서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어, 레츠가 관음보살에게 선택 받은 수수전사로서 시공을 초월해 죠몬 시대로 넘어가 마수 군단과 야차왕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북미 쪽에서는 사이킥 워즈란 제목으로 번안됐는데 1991년 당시에 비디오판으로 수입되고, 2008년에 슈퍼 채널, Sci-fi 채널 등의 케이블 방송되면서 2번이나 번역됐다.

영어 더빙 퀼리티가 매우 낮은 편인데 그 이전에 작품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라서 북미권에서는 최악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손에 꼽히고 있고, 일본에서는 작품 자체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등장인물의 수는 상당히 적은 편으로 남녀 주인공인 레츠와 후유코 이외에 나머지 인물은 조연 이하 단역 정도 밖에 안 된다.

주요 악당인 마수들도 간부/대장급 정도나 원샷을 받지만 대사 자체가 별로 없고 나와서 좀 싸우나 싶다가도 레츠한테 탈탈 털려 리타이어하기 때문에 존재감이 떨어진다.

후유코는 반전을 숨긴 히로인으로 비중이 크지만, 사실 출현씬 자체는 처음, 중간, 끝의 3개 구간에서 좀 나오다가 마는 수준이라서 사실상 본편 스토리는 남자 주인공 레츠의 독무대다.

근데, 레츠가 수수전사로 선택 받은 과정을 자세히 다루지 않고. 슌요우와의 만남 이후에 갑자기 신비한 힘이 불끈 솟아올라 마수를 때려잡고선 ‘누군가 날 전사로 선택했어! 그들의 말에 따라 악당을 물리치고 세계 평화를 지켜야 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날리며 선택 받은 용사의 행보를 걷기 때문에 너무 작위적이라서 몰입하기 어렵다.

수수전사라는 게 관음보살의 선택을 받은 용사고, 관음보살의 아바타인 다섯 비구니가 언제나 주위에 맴돌며 어떤 계시를 내려줄 때 그걸 퀘스트처럼 수행하는데.. 수수전사로서 전용 복장이나 특수 능력 같은 건 전혀 없고, 그냥 신비한 힘이 생겨서 몸에서 투기 같은 걸 뿜으며 막싸움을 한다.

맨주먹으로 마수를 때려잡고, 마수의 언월도 같은 걸 빼앗아 쓰기도 하며, 현대에서 가지고 온 사냥용 라이플을 쓰는 것 등등. 고유한 전투 폼이나 기술, 무기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마구잡이로 싸우니 액션의 구성이 안 좋다.

사이킥 워즈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초능력 대결은 전혀 없고, 그저 초능력에 의한 신체 강화 상태에서 벌어지는 물리 공격 공방이라서 작중 캐릭터들이 가오 잡고 나오는 것에 비해 액션의 볼거리가 없다.

작중 단 두 번, 수수전사로서 전용 무기로 꺼내는 게 검과 구겸창으로 검/창의 쌍수 무기를 사용하는데, 레츠의 등 뒤쪽 이미지로 투영되는 게 불교 사천왕 같은 호법천신들이라서 그런 병장기 무장을 반영한 것 같지만.. 무기만 양손에 들었지. 실제로 싸울 때는 한 가지 무기만 쓰며 전투씬 자체가 짧아서 모든 금방 끝나기 때문에 임펙트가 떨어진다.

히로인 후유코가 실은 천마로부터 영생을 부여받은 야차왕이고, 후유코로서 레츠를 사랑하지만 야차왕 VS 수수전사의 반드시 싸워야 할 운명에 대해 번민하는 게 클라이막스의 내용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후유코의 비중에 비해 출현 분량이 짧고. 후유코의 애틋한 심리 묘사가 야차왕으로서의 정체가 밝혀지는 씬 전후에 몰아서 나오는 관계로 그 비극적인 내용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보통, 떡밥을 충분히 깔아 놓고 나중에 가서 그걸 회수하면서 반전의 충격을 줘야 하는데, 이건 떡밥 던지는 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작품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급하게 떡밥 흘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주워 담는 것이라서 엉망진창이다.

레츠와 후유코의 관계 진전도 스토리만큼이나 급전개로 이루어져 신뢰하는 직장 동료였다가, 붙잡혀간 히로인을 거쳐 재회의 폭풍ㅅㅅ 후 뜬금없는 프로포즈로 결혼을 약속한 뒤. ‘미안, 실은 내가 이 작품 끝판왕이야’로 이어지는 것이라 감정선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결론은 비추천. 5000년 전의 시공을 넘나드는 선택 받은 전사의 초능력 싸움이란 소재는 거창한데.. 개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 감정선 따라잡기 힘든 캐릭터 심리 묘사, 디테일이 부족한 설정, 미친 듯이 빨리 지나가는 급전개되는 스토리, 시시한 액션 등등. 작품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그렇다고 이 작품만의 고유한 특색이나, 컬트적인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졸작이다.

일본 버블 경제 시대 때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을 무작정 예술 드립치면서 칭송하고 21세기 현대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에 트집 잡으면서 무작정 까는 사람들한테 그 시대 때도 졸작도 있었다는 예시로 보여줄 만한 하다.


덧글

  • 시몬 2017/04/19 00:22 # 삭제 답글

    ㅎㅎ잠뿌리 님 리뷰는 졸작이라도 왠지 한번 보고 싶어지게 만드네요. 주말에 한번 유튜브라도 찾아봐야겠습니다.
  • 잠뿌리 2017/04/21 15:02 #

    이 작품은 너무 졸작이라서 안 보는 게 좋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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