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2016 비명(2016) 2019년 웹툰



2016년 네이버 웹툰의 여름특집 공포 단편선.

DEY 작가, 단우 작가, 임진국 작가, 박카린 작가, 김용진 작가, 옛사람 작가, 여원 작가, joana 작가, 청보리 작가, 고일권 작가, 외눈박이/시현 작가, 수훈 작가, 박세준/서재일 작가, 최윤진 작가, 최홍준 작가, 츄플엣지 작가, 랑또 작가, 맛스타/임진국 작가 등등 총 18명의 작가/작가 팀이 참여했다.

1화 ‘공포의 테마파크 귀신알바’는 심령 스팟으로 유명한 폐 정신병원 비명원을 공포 테마파크로 개조하여 문을 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본의 유명한 공포의 집 ‘전율미궁’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 같은데 정신병원 안에 있는 지박령이 인형에게 씌여서 사람을 습격한다는 것 까지는 괜찮은 설정이었다.

인물 작화는 평범하지만 폐 병원의 배경은 충실하게 그려서 나름대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다만, 단편이란 분량의 한계 때문에 테마파크 내에서 귀신에게 습격당하는 씬을 디테일하게 만들지 못하고, 호랑작가가 유행시킨 3D 귀신 효과에 의존하여 단 한 번 깜짝 놀래키고 끝나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2화 ‘라이브’는 인터넷 방송국 레드문 TV에서 BJ DD가 살인사건이 벌어져 집값이 싼 곳에 이사를 갔다가 공포 체험 라이브 방송 중에 촛불로 하는 분신사바를 했다가 진짜 귀신을 불러내는 이야기다.

본편 내용이 아프리카 TV 생방송이기 때문에 시점이 정면으로 고정되어 있고, 촛불을 이용한 분신사바도 네, 아니오 글씨 쓴 종이 위에 촛불 2개 올려놓고 질문하는 게 전부라서 이야기 구성과 진행이 좀 단순하다.

스크롤을 내릴 때 컷 안에 귀신의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가는 연출을 한 건 괜찮지만, 하이라이트씬에서 귀신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화면을 향해 다가오는 씬은 3D 귀신 연출의 그 패턴이라서 굉장히 식상하다. 거기다 BGM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림과 소리의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해서 밋밋하기까지 하다.

3화 ‘손톱달’은 주인공이 길가다 이상한 여자에게 집 터가 안 좋다는 말을 들은 그날부터 밤중에 맞은 편 건물에서 귀신이 나타나 자신의 집 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악몽을 꾸는 이야기다.

손톱달은 초승달이나 그뭄달 같은 손톱 모양의 달을 뜻하는데, 작중에서는 귀신이 벽이나 문 따위를 손톱으로 벅벅 긁어서 상징적인 의미로 그런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이야기의 앞뒤를 전부 자르고 오로지 귀신이 손톱으로 벽, 문을 긁으며 다가온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본편 내용은 되게 애매하다.

한편의 이야기가 성립될 만한 최소한의 요건과 정보 없이, 무작정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귀신 출현, 접근만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내용 이해는 되지 않지만 어쨌든 이유 막론하고 무섭게 하고 싶다는 의도는 알 것 같다.

컷 중간 중간에 귀신이 위 아래로 흔들리며 움직이는 연출이 들어간 건 별 감흥이 없고, 귀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괴성을 지르는 것도 링, 주온 등의 J호러로 워낙 익숙한 장면들이라 식상하지만.. 주인공의 리액션 연출은 괜찮은 게 몇 개 있었다.

악몽에서 깨어난 순간 비명을 지를 때 집중선이 흔들리는 연출이라던가, 한밤중에 깨어나 공포에 떠는 주인공의 눈동자 움직임에 따라서 컷을 나눈 것, 그리고 현관문에 도착한 주인공이 문구멍으로 바깥을 볼 때 그 시선에 따라서 컷 안의 시야각이 움직이는 걸 넣은 것 등이 입체감이 있어서 좋았다.

작화적인 부분에서는 한 밤 중에 주인공이 깨어났을 때의 배경 컬러를 군청색으로 칠해서 차갑고 어두운 느낌을 잘 살려서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낸 게 인상적이다.

4화 ‘또각또각’은 주인공이 술 마시고 밤 중에 집에 돌아가던 길에 검은 색의 긴 머리를 기른 여자와 조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타이틀 또각또각은 여자의 발걸음 소리다. 주인공이 옆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여자가 발소리를 내며 쫓아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아무 이유 없이 길가다 귀신과 조우해 쫓긴다는 내용이라서 이야기 자체가 단순하고. 귀신이 쫓아올 때나 엘리베이터에서 고개를 들려 피 눈물 흘리는 얼굴을 들이밀 때의 3D 귀신 효과 같은 걸 보면, 그 효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서 오히려 질린다.

아이러니한 건 작중에 나오는 또각또각 귀신이 얼굴이 공개된 순간, 오히려 공포도가 급감한다는 점이다. 피 흘리는 귀신의 얼굴 자체의 작화가 어딘가 좀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 화에서 그나마 건질만한 건 라스트 씬의 엘리베이터 닫히는 장면인데. 이게 무서워서 볼만한 게 아니라, 스크롤 내리는 타이밍에 맞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기법을 도입해서 볼만한 거다.

5화 ‘분신사바’는 학교에서 분신사바를 하던 아이들이 귀신에게 습격을 당해 입을 벌려 소리를 지르면 혼을 빼앗기는 이야기다.

소리를 지르면 혼을 빼앗긴다는 규칙 때문에 바늘과 실로 입술을 꿰매는 게 꽤 그로테스크한 설정이고, 귀신의 흉물스러운 외형 자체도 나름대로 인상적인데 문제는 이야기 자체의 애매함에 있다.

작중에 돌아가는 상황은 대충 파악할 수는 있지만, 귀신이 칫솔을 매개체로 삼는 것과 그런 귀신의 특성을 알고 비방을 알려주는 전학생의 정체, 그리고 전학생이 과거에 귀신과 관련된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그런 건 전혀 나오지 않고. 오로지 분신사바 했다가 귀신한테 습격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만 나오다가 끝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다가 만 듯한 느낌을 준다.

장편 만화의 도입부 내지는 맛보기용 에피소드 같다고 할까. 게임으로 치면 데모 영상 내지는 무비 트레일러다.

작화 중 컬러는 배경과 인물 전부 어둡게 그린 흑백인데 분신사바용 사인펜, 칫솔, 귀신의 혈안(血眼) 등 일부 그림에만 색깔이 들어가 있어 포인트를 살렸다.

연출적인 부분에서 기억에 남는 건 칫솔 귀신 두 번째 샷에서 스크롤을 내리면 사라지고 올리면 나타나는 걸 잔상처럼 묘사한 거다. 모니터를 향해 달려드는 3D 귀신 효과와는 또 다른 거라서 인상적이다.

6화 ‘우산’은 여주인공이 생일 선물로 빨간 우산을 선물 받고서 비오는 날 그 우산을 들고 외출을 했는데 우산 안에서 귀신이 튀어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친구한테 선물 받은 우산에서 귀신이 나타났다! 로 압축 가능한 내용인데, 이게 진짜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서 짜임새가 부족하다.

우산 쓰고 밖에 나갔는데 처음에는 누가 우산 위를 두드리는 소리 들리다가, 머리카락이 스르륵 내려와 손을 감싸는가 싶더니, 우산 밑으로 귀신 머리가 쑥 내려오는 거라서 극 전개가 부자연스럽다.

거기다 라스트씬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내용 이해가 안 간다. 스토리 전반의 개연성이 많이 부족하다.

이건 우산에서 귀신이 튀어 나온다는 즉홍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해 공포의 감성에만 의존하고 이야기 자체를 짜임새 있게 만들지 못해 한계를 보인 거다.

실제로 이 화의 댓글을 보면 개연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많다.

이 화에서 기억에 남는 건 사실 한 화 전체에 배경 음악을 넣었고, 중간에 비가 내리는 씬이 나올 때 빗소리를 배경 음악 위에 덧씌워 넣었다는 점이다. 다른 화와 다르게 음악의 비중이 크다.

7화 ‘찌라시괴담’은 정미와 인영 두 친구가 연예계 찌라기 시가를 보는 게 취미인데 찌라시를 다보면 나오는 귀신영상이 나온다는 괴담을 접한 뒤 진짜로 귀신영상을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오는 찌라시를 다 보면 귀신영상을 보게 되는게 그 직후 진짜 귀신과 조우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저주성 체인메일을 소재로 한 것인데 그게 귀신 영상으로 표현된 걸 보면 J호러 ‘링’의 아류작 성격이 강하다.

찌라시기사<귀신영상<귀신과 조우라는 최소한의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까 그 기본적인 이야기의 과정을 거친 후 바로 끝나서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기 때문에 긴장을 느낄 시간이 없다.

저주성 체인메일 소재인 만큼 귀신이 출현하는 게 하이라이트씬인데 혹시나가 역시나. 3D 귀신 효과를 두 번 연속으로 넣었고 거기에 의존도가 커서 식상함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나저나 눈알 파먹는 귀신이라니 무슨 삼국지의 하후돈인가.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부모님의 정기와 피를 내 어찌 버리겠는가!)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작중 인물들이 뭔가에 빠져들 때 눈이 충혈되어 있는 걸 묘사하는 씬 정도다. 충혈된 눈이 불길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건 괜찮았다.

8화 ‘내 꿈은 현모양처’는 여주인공이 남편의 냉대를 받고 치매 걸린 시할아버지를 모시면서 겪는 일이다.

줄거리를 축약하기 좀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사실 유산을 하여 아이를 잃고 치매 걸린 시할아버지에게 성희롱을 당하며, 무작정 일거리만 던져주고 나몰라하는 남편의 냉대에 마침내 미쳐서 파극에 이르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본편 자체의 내용은 스트레이트하게 다가온다.

남편이 아내인 여주인공의 잠결에 잠꼬대에 대답하지 말라는 경고를 어기고 대답했다가 악몽 속에 갇히는 게 본편 스토리의 하이라이트고, 영원히 깨지 않는 악몽 속에서 괴물이 된 아내에게 사로잡힌 게 결말이지만.. 사실 본작의 공포 포인트는 그런 악몽에 대한 묘사보다 아내가 처한 상황 그 자체에 있다.

머리가 꺾이거나, 입 찢어진 괴물의 형상을 한 악몽 속 아내의 모습은 판타지스럽긴 하나,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 되짚어 보면 산후 우울증을 비롯해 친정, 시댁, 남편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상황에서 현모양처가 되길 강요하는 것이 공포의 핵심인 것이다.

시댁살이와 고부간의 갈등이 일상화된 한국의 현실을 호러블하게 재구성한 것이기도 해서, 한국적인 소재의 공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연출적인 부분에서 인상적인 건 아기 울음소리 의성어가 나올 때, 스크롤을 내리고 올리는 것에 따라 잔상처럼 묘사한 씬이다.

9화 ‘아이 블랙 드레스’는 여대생 유정의 친구 혁채련이 검은 색을 광적으로 좋아하는데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가 사람의 피부를 갈아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검은색 원피스를 사 입었다가 뭔가에 씌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덴마크의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와 사람의 피부를 벗겨서 책 커버를 만든 러브 크래프트 신화의 ‘네크로노미콘’의 특징을 합쳐서 재구성한 느낌을 주는 소재다.

사람의 피부를 갈아 넣어 만든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가, 그 옷에 사로 잡혀 나날이 갈수록 몸이 마르다가 마침내 옷 자체에 잡아 먹혀 끔살 당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첫 등장했을 때는 검은 색을 광적으로 좋아하지만 스타일이 좋아 패셔니스트 같았던 혁채련이,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후 점점 말라가서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하고 절규하는 게 본작의 비주얼적인 공포 포인트다.

그 그림만 놓고 보면 꽤 호러블한데 문제는 본편 내용 자체가 좀 어중간하게 끝났다는데 있다.

검은색 원피스에 얽힌 사연이나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유정이 검은색 원피스에 의해 죽어가는 채련과 조우한 시점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혈흔을 남긴 채 어딘가로 사라진 채련이 갑자기 배경의 나무에서 뚝 떨어져 죽는 결말이라 되게 애매하다.

이야기의 매듭을 짓지 못한 느낌을 줘서 기승전결에서 ‘결’이 빠진 것 같다.

10화 ‘환황녀’는 1637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여인들을 환황녀라고 불렀는데, 고국에 돌아오니 시댁에서 냉대를 하다못해 오랑캐의 자식을 낳았다며 아이와 함께 우물에 빠트려 죽였다가 원귀가 되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시대 배경을 보면 사극 같은 이미지지만, 우물에 빠져 죽은 며느리 귀신의 복수가 하이라이트씬을 장식할 때는 정통 공포물이라서 꽤 오싹하다.

이야기 자체의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실제 역사의 비극을 소재로 했기에 엔딩 이후에도 여운을 안겨주며, 3D 귀신 효과 같은 것에 의존하지 않고 글/그림 자체로 승부를 본 것이 장점이다.

작화는 모노컬러로 흑백 이외의 색깔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지만, 기본적인 작화 퀼리티가 높고 종이책 만화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다.

연출적인 부분에서 인상적인 씬이 있다면 작중 인물들이 우물을 내려 보는 컷이 스크롤을 내리는 구간에 맞춰서 줌인/줌아웃한다는 거다. 이게 2컷에 걸쳐 이어서 나오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출을 해서 좋았다.

11화 ‘혈규’는 산속에 위치한 낡은 공장의 건물 뒤편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공장에서 생긴 쓰레기를 거기에 버리다가, 장부를 버리는 사고가 생겨 사장이 그걸 찾으러 내려갔다가 기괴한 일을 겪는 이야기다.

사장이 겪는 기괴한 일이라는 게 쓰레기가 쌓인 구멍 아래에서 크리쳐화된 인물에게 습격당하는 것인데 그게 살짝 외계인 같은 느낌을 줘서 살짝 SF틱한 구석이 있다.

손전등을 비추니 바퀴벌레가 흩어진다거나, 촉수 달린 지네 같은 생물이 움직이는 걸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는데 귀신보다 벌레를 더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어필할 만하다.

작화는 컬러 사용이 약간 특이하다. 지상에서는 기본 컬러가 세피아색(적갈색), 지하에서는 기본 컬러가 딥그린색이라 지상과 지하의 컬러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12화 ‘계곡’은 주인공 안수훈이 2년만에 고향친구 친구들 4명을 만나 계곡에 갔다가 2년 전에 사고로 죽은 친구 최광운의 귀신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나쁜 친구들이 자기들 죄책감을 씻으려고 다시 모여 친구가 죽은 장소에서 놀다가, 주동자급 얘 하나가 사고에 휘말려 죽는 내용인데. 줄거리만 보면 원귀의 복수물 같지만, 심령현상보다는 사고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사고+미스테리물 느낌이 더 강하다. 위기탈출 넘버원과 토요 미스테리 극장을 합친 것 느낌이다.

문제는 그 사고의 묘사인데 작중 배경은 계곡이지만.. 급류에 휩쓸려 물에 빠져 죽는 것 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급류를 무슨 파도처럼 묘사해서 여기가 계곡인지, 아니면 해변인지. 캐러비안 베이 수영장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아무리 만화적 연출이라고 해도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할까.

작화 중 컬러가 흑백인데 출판 만화의 흑백도, 웹툰의 흑백도 아니고 옛날 흑백 게임 느낌이 나서 특이하게 다가온다. 정확히는 명암 넣는 게 16비트 컴퓨터 시절의 허큘리스 그래픽을 떠올리게 한다.

13화 ‘단짝’은 여대생 수연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함께 다니다 같이 자취까지 하게 된 단짝 친구인 예린에게 스토킹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이코 스릴러물로 반전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데 그게 충분히 납득 가능한 내용이고, 기승전결이 확실해 스토리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작화도 무난한 편이고, 플래쉬 애니메이션 기법도 적절하게 활용했다. 하이라이트씬의 깜짝 놀래키는 연출보다는, 작중 인물들이 모바일로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스크롤을 내릴 때 검은 여백에서 카톡 메시지가 스르륵 떠오르는 플래쉬 기법을 넣은 게 기억이 남는다.

14화 ‘이명’은 여주인공 명희가 친구들과 함께 놀던 중. 진경이의 주도 하에 한밤중에 귀신을 보러 산속 사당을 찾아갔다가 돌무덤을 건드려 귀신에 씌였다고 생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타이틀 이명은 귀에서 들리는 소음이다.

반전의 중요도가 크긴 한데, 이게 장르 자체의 반전을 이끌어서 나름대로 신선했다. A 장르의 떡밥을 뿌리다가 B 장르로 귀결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장르 반전은 괜찮았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의 짜임새가 있으며 결말도 무난한 편인데, 라스트씬의 연출이 약간 밋밋한 구석이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15화 ‘실종’은 취업 준비생이었던 주인공이 길을 가다가 실종된 일곱 살 아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나눠주던 할머니를 만난 후 기묘한 사건에 휘말려 죽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주인공이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한 상태로 독백을 하면서 과거의 사건을 되짚어간다.

주인공을 살해한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게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중반전이 들어가 있다. 반전의 중요도가 크고 반전 자체의 수도 많아서 댓글을 보면 독자들이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언급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

곡성과 내용이 전혀 다르지만, 사건의 범인의 정체에 대한 반전에 포커스를 맞춰서 그렇다.

반전 자체는 귀신물의 클리셰라고 할만한 것이라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그 내용 자체는 공포물로서 무난하다. 작화 밀도가 약간 낮은 편인데 그걸 스토리로 커버했다.

이중반전이 들어가 있어 3D 귀신 효과도 2개나 들어가 있는데 무섭게 하려는 의욕은 느껴지지만, 안타깝게도 작화가 받쳐주지 못해서 별로 무섭지는 않다.

16화 ‘주머니귀신’은 귀신을 잡는 증강현실(AR) 게임 주머니귀신을 하다가 싫어하는 사람한테 전송하면 그 사람에게 귀신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댓글 반응을 보면 작화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실제로 작화 퀼리티가 낮은 편이고. 작가 자체가 그쪽으로 지탄을 받아 온 ‘맛집남녀’의 츄플엣지 작가다.

확실히 작화가 좋다고는 할 수 없고, 스토리는 급전개인 데다가,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귀신 출몰도 단순히 플래쉬 연출 두어 개 넣은 걸로 퉁 쳐서 전반적인 완성도가 낮다.

단, 아이디어 자체는 확실히 괜찮은 편이다. 닌텐도의 AR 게임인 ‘포켓몬 GO’를 귀신 버전으로 어레인지한 것은 나름대로 당시 최신 트랜드를 소재로 삼은 것이라 신선한 구석이 있다.

17화 ‘빨간 여자의 숲’은 여주인공 소녀가 나쁜 짓을 하면 빨간 여자의 숲에 끌려간다고 하는데 실제로 거기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이야기가 두서없이 진행되는 것 같아도. 작중의 상황, 배경,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 등에 어떤 비밀과 상징이 숨겨져 있고 결말 부분에 이르러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라 스토리를 잘 만들었다.

메인 컬러가 모노컬러지만 출판 만화의 흑백이 아니라, 하얀 종이 위에 연필만 써서 그린 손그림에 유일한 컬러인 빨간색은 크레용 느낌을 줘서 되게 특이하다.

근데 이 화를 그린 게 랑또 작가로 이전에 발표한 작품의 작화 스타일을 생각해 보면 본작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서 ‘이런 스타일로 그릴 수도 있구나!’라는 측면에서 감탄하게 만든다.

최종화(18화) ‘맹인’은 주인공 창준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미녀 맹인을 보고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화만 보면 순정 로맨스물 같지만 실제 본편 내용은 무려 요괴물이다. 토리야마 세키엔의 금석화도속백귀에 기록된 요괴인 백백목귀(百々目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닐까 싶은 요괴가 나온다.

플래쉬 애니메이션 기법이 눈알 굴림에 집중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환공포증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환공포증은 구멍 따위의 작은 것들이 여러 개 모여 있거나 뭉쳐있는 것을 보면 공포증을 느끼는 것을 말하며 인터넷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단어다.

스토리 자체는 기이한 인연이라서 다소 평범하지만, 메인 소재가 이번 단편 특선 중 유일한 요괴물이라 인상적이다. (귀신이나 외계인과는 다르다고!)

히든 트랙(19화) ‘전생 게임 이계의 창’은 중학교 시절부터 무서운 이야기 화제로 수다를 떨던 친구 넷이 전생거울 괴담을 듣고 자기 전생을 보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화의 DEY 작가가 그린 화로 이번 여름 특선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최종화는 따로 있고, 본작은 히든 트랙이라 말머리만 보면 외전 같지만 사실 분량은 이번 단편 특선 중에 가장 많다.

1화가 분량의 한계 때문에 내용이 좀 심심하게 끝난 반면, 히든 트랙은 이번 특선에 수록된 단편 중 가장 분량이 많다.

분량이 많은 만큼 스토리의 밀도가 높아서 현실에서 전생거울 보는 방법을 듣고 실행에 옮기는 것부터 시작해 전생 거울 너머에서부터 시작된 사고에 휘말리는 것까지 전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기본적인 작화가 인물 그림이 좀 어색해도 배경을 충실하게 그리고 망령 같은 인외(人外) 존재를 오히려 더 잘 그린다.

플래쉬 애니메이션 기법도 잔뜩 들어가 있는데 그 연출과 컷 구성이 영화 같은 느낌을 줘서 몰입도가 높다. 본편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손등박수는 일본의 도시괴담에서 따온 것으로 본작에서는 특정한 규칙으로 각색되어 쓰였는데 그 비주얼과 연출이 꽤 오싹하다.

결론은 추천작. 플래쉬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웹툰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진보를 이루었으나, 전반적으로 3D 귀신 효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여전히 커서 연출적인 부분에서 정체된 게 느껴지고, 작가들이 단편에 익숙하지 않은 듯 이야기가 기승전결을 갖추지 못했거나, 어떤 특정한 공포의 감성에만 의존해 개연성을 상실한 작품이 많아서 완성도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만의 개성이 있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과 특별히 잘 만든 몇몇 작품이 하드캐리한 덕분에 충분히 볼만하고 오싹한 단편선이다.

여담이지만 이번 단편선에서 개인적인 추천작은 10화 환항녀, 17화 빨간 여자의 숲, 히든 트랙 전생 게임이다. 환항녀의 고일권 작가는 칼부림, 빨간 여자의 숲의 랑또 작가는 가담항설을 연재 중에 있고, 전생게임의 DEY 작가는 데드데이즈를 연재했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674761
5243
9469049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