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스킨 패닉 마독스-01 (メタルスキンパニック MADOX-01.1988) 2019년 애니메이션




1988년에 아라마키 신지 감독이 만든 단편 OVA. 한국 비디오판은 ‘마독스’다.

내용은 시가전과 대테러전용으로 개발된 자위대의 인간형 기동병기 마독스 01이 데몬스트레이션에서 미군의 최신형 전차 3대를 순식간에 격파해 세계 각국에서 초빙한 군사 관계자들에게 인정받았는데, 그 데모 전투에서 전차 시뮬레이션을 맡았던 미군의 킬고어 중위가 마독스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던 중. 자위대 트럭이 마독스를 이송하다가 앞에 가던 자동차의 졸음운전으로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화물칸에 실려 있던 마독스가 고가도로 아래로 추락해 그 아래 주차되어 있던 카센터 트럭에 떨어졌다가,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던 스기모토 코지의 손에 넘어와 마독스를 조사하다 강제로 장착되는 바람에 파워드 슈츠를 장비한 상태로 여자 친구가 기다리는 NSR빌딩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기갑창세기 모스피다’, ‘메가존 23’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이름이 알려진 ‘아라마키 신지’의 감독 데뷔작으로 본작에서 원안/감독/메카닉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아라마키 신지와 함께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건 ‘야마네 키미토시’로 훗날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메카닉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친다.

작화 감독을 맡은 ‘고우다 히로아키’는 ‘육신합체 갓마즈’를 시작으로 80년대 슈퍼 로봇물의 원화/작화 감독을 맡다가 90년대에 넘어와서는 ‘오, 나의 여신님’, ‘신비의 세계 엘하자드’,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에 원화 작업에 참여했다.

캐릭터 원화를 맡은 ‘타무라 히데키’는 ‘프라레스 산시로’, ‘북두의 권’, ‘우르세이 야츠라’ 등의 원화를 맡아 80년대를 대표하는 애니메이터 중 한 명이다.

오프닝 원안을 맡은 건 훗날 가이낙스에서 에반게리온 시리즈로 유명해진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다.

마독스의 성능 실험과 인간 파일럿의 장비 상태, 기계 내부 구조와 작동 원리 등을 디테일하게 다룬 오프닝은 지금 봐도 대단한 수준이지만.. 한국 비디오판에서는 작중에 나온 마독스의 액션 씬을 끼워 맞춰서 정의의 사자 마독스를 칭송하는 가사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노래를 더빙해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오프닝 자체가 삭제됐다.

지금 보면 스테프가 꽤 화려하지만, 본작을 제작할 당시에는 다들 젊었기 때문에, 아라마키 신지 감독이 이후 인터뷰 때 본작을 제작할 당시에 20대였기 때문에 겁이 없었다고 술회하는 내용이 나왔다.

일단, 메카닉 자체는 기갑창세기 모스피다와 메가존 23의 아라마키 신지 감독 작품답게 파워드 슈츠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탑승하기 보다는, 장착하는 개념에 가깝고 사이즈도 인간보다 크긴 하나 기존의 로봇보다 한참 작으며, 머신건, 미사일, 폭탄 등의 중화기로 완전 무장하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 자체는 괜찮은 편이고, 파워드 슈츠 VS 기동 전차의 대결 구도를 이루어 도시의 빌딩을 무대로 삼아 벌어지는 극후반부의 전투가 꽤 볼만하다.

마독스의 액션 뿐만이 아니라 작중 마독스의 상대역인 기동전차도 충분히 눈길을 끈다. 특수 캐터펄트로 빌딩 계단을 매끄럽게 올라가고, 빌딩 내부에서 마독스를 향해 포격을 가하며 싸우는 게 인상적이다. (어쩐지 테크노폴리스 21C의 테무진이 생각난다)

사실 도입부에서 데몬스트레이션을 할 때는 마독스가 전차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반면, 극후반부의 전투 때는 여러 가지 상황적 제약이 생기고 마독스 파일럿도 도입부 때와 달라서 순수한 실력을 승패를 갈랐다기 보다는 머리를 써서 전략적인 승리를 거두었기에 액션 묘사의 밀도 차이가 있긴 하나. 둘 다 그 나름의 맛이 있었다.

하이라이트의 마독스 VS 전차 이외에 스토리 중간에 마독스 VS 마독스, 헬리콥터의 공격 등 액션신이 몇 개 나오긴 하지만.. 본작은 전장을 배경으로 한 로봇 액션물이 아니라 도시를 배경으로 한 로봇 액션물이라서 사실 액션에 온전히 집중하지는 못한다.

킬고어 중위라는 악역이 있고 마독수 회수 작전에 중요한 내용이긴 하나, 본편 스토리의 핵심은 주인공 코지가 마독스를 조종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마독스를 강제로 장착해 해제할 수가 없어 그걸 착용한 채로 여자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가는 것이라서 메카닉 설정이 좀 이질감이 느껴진다.

평범한 러브 로맨스물에 메카닉을 끼얹은 느낌이다.

코지가 마독스를 장착하는 것도 강제 이벤트고, 마독스 조종하는 것도 매뉴얼을 스킵해서 본 초심자라서 본인의 의사와 다른 움직임이 자주 나와 제대로 된 로봇 액션물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로봇 액션의 묘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메카닉 개그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조종이 익숙하지 못해 편의점을 뚫고 들어갔다가 도시락 하나 사들고 나와 파워드 슈츠 입은 채로 안면 해치만 열어 도시락을 먹거나, 도로를 달리던 도중 옆에 스쳐 지나가던 한량들의 차에 시비를 걸리자 기계 팔을 들어 뻐큐를 날리는 것 등등.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스토리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각본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일개 카센터 직원이 이과 지식이 있다고 해도 매뉴얼을 스킵하고 넘어갔는데 자위대 군용 무기를 강제 장착한 후 조종하는 것부터 시작해, 파워드 슈츠가 안 벗겨진다고 그거 입은 채로 도심을 지나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과 경찰에 연락할 생각은 단 1그램도 하지 않는 것 등등. 뭔가 좀 기본 상식에 어긋나는 내용이 속출한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본작에는 각본이 아예 없어서 그렇다. 크레딧에 각본 자체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아라마키 신지의 인터뷰에 따르면 각본이 따로 없이 플롯과 아이디어 노트를 베이스로 즉석에서 콘티를 그린 것이라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히로인인 나구라 시오리는 남주인공 코지의 연인으로 유학길을 앞두고 있어 갈등이 생겨 잠시 멀어졌다가, 코지에게 NSR 빌딩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해서, 코지로 하여금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 시간 안에 NSR 빌딩에 가야 한다! 라는 확실한 목표를 설정해 주지만.. 출연 분량이 너무 짧고 본편 스토리 내에서 캐릭터 자체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서 캐릭터 설정과 달리 비중이 워낙 작아 단연 캐릭터에 가깝다.

오히려 본작에서 스포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건 쿠스모토 에리코다. 마독스의 개발자이자 소프트웨어 담당자 겸 파일럿까지 맡아서 매우 유능한 캐릭터로 나온다.

파일럿 슈츠로 갈아입는 씬에서 원샷까지 받는데 미인 캐릭터로서 눈요기감으로만 쓰인 게 아니라, 마독스에 관한 모든 것에 관련된 핵심적인 관계자이자 작중 최강의 파일럿으로 데몬스트레이션 때는 킬고어 중위의 전차 부대를 단신으로 격파하고, 중반부에선 마독스 기본형을 타고 마독스 01(장갑 강화형)에 탑승한 코지를 제압하며, 그 이후 모종의 사건으로 리타이어할 때는 코지에게 마독스의 중요한 조종 기술을 가르쳐주기까지 하니 사실 본작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밥값을 한 캐릭터다.

다만, 킬고어 중위가 아무리 악당 포지션에 있다고 해도 지금은 전시가 아니라면서 그의 참전 경력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전차가 마독스에게 상대가 되겠냐는 대사를 무심하게 던져서 상대를 있는 데로 자극해 화를 자초하는 것을 보면 트러블 메이커적인 성격도 약간 띄고 있다.

일본 자위대의 파워드 슈츠가 미군 전차를 능가하고, 파워드 슈츠에 열등감을 느낀 미군 중위가 폭거를 저지른다는 내용 자체가 좀 국뽕의 여지가 있다.

단편 OVA라서 후속의 여지가 없이 내용을 완결지어 마독스가 킬고어중위의 전차와 동귀어진하는데, 마독스의 파일럿인 코지가 아무런 미련없이 마독스를 떨구면서 마독스도 없어져야 할 위험한 병기라는 대사를 던지는 걸 보면 참 묘한 기분을 든다. (기존의 메카닉물 주인공과 다르다!)

결론은 평작. 파워드 슈츠의 메카닉 디자인이 괜찮고,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메카닉 액션도 볼만하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캐릭터 운용도 좋지 않아서 메카닉과 메카닉 액션을 빼면 남는 게 없는 작품이다.


덧글

  • JOSH 2017/03/24 15:10 # 답글

    중고딩때 최초로 본 OVA 가 레므니아의 전설, 마독스 같은거 여서..
    '와, 일본 OVA는 다 이정도 수준이야?' 하고 기대가 커졌던 추억이.. .ㅋㅋ
  • 잠뿌리 2017/03/25 00:10 #

    80년대 일본 OVA는 평균적으로 퀼리티가 다 높았죠. 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과 많이 비교됩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17/03/24 16:15 # 답글

    지금도 생각하는 건데 왜 정식으로 정해진 파일럿도 아닌 아무나 타면 탄 사람을 파일럿으로 강재인식하고 또 내릴수도 없게 만드는 억지설정은 왜 갖다 붙이는데? 하는 의문을 버릴수 없네요.
  • 잠뿌리 2017/03/25 00:12 #

    각본 없이 즉석에서 콘티 짜서 만든 것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게다가 80년대 애니라곤 해도 파워드 슈츠가 나오는 근미래물인데 휴대 전화 하나 없고, 빌딩에 다이얼식 공중 전화가 있는 거 보면 파워드 슈츠만 시대를 초월한 오버 파츠고 나머지는 다 80년대라 배경 설정도 좀 구멍이 있죠.
  • 잠본이 2017/03/25 02:11 #

    파일럿 강제등록 설정으로 시즌 하나를 잡아먹는 기갑전기 드라고나 (소근)
  • 포스21 2017/03/24 20:06 # 답글

    각본이 없이 즉흥적으로 ^ ^ 대단하네요. 80년대엔 그런짓도 가능했군요
  • 잠뿌리 2017/03/25 00:12 #

    그래서 감독이 아예 인터뷰 때 20대 때 겁이 없었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각본 없이 그냥 만들 정도로 대담하긴 했죠.
  • 소드피시 2017/03/24 20:34 # 삭제 답글

    초딩때 친구네 집에서 베타 비디오로 보고 감동받은 기억이 나요. 자막이 없으니 뭔 내용인지 추측만 하는데도 방송에서 보던 메칸더와 너무 비교돼서 충격이었습니다.
  • 잠뿌리 2017/03/25 00:13 #

    공중파 방송에 방영됐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과 차이가 컸지요.
  • 잠본이 2017/03/25 02:12 # 답글

    비디오 출시명은 '로보트 마독스' 아니었나 싶은데 테입을 처분해버려서 가물가물하네요.
    그나저나 각본도 없이 저런걸 만들다니 무슨 즉흥연주 뮤지션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잠뿌리 2017/03/25 09:53 #

    https://twitter.com/jampuri81/status/845154331301101568 <- 아마 그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본 게 비디오판이라서 주제가도 있던데 시종일관 로보트 마독스를 연호하고 있죠.
  • 시몬 2017/03/25 18:04 # 삭제 답글

    거참 각본이 아예 없었다니...진짜 용감하긴 했네요.
  • 잠뿌리 2017/03/25 19:07 #

    20대 젊은 나이니까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EST 2017/03/26 02:37 # 답글

    각본도 없었다는 대목에서 아연실색... 한편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라도 돋보이는 게 있으면 영상화까지도 가능했던 시기'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이런 게 잘도 만들어졌구나 싶은 것들도 많은 시절이었으니까요.
  • 잠뿌리 2017/03/30 23:51 #

    80년대니까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이라면 어려운 일이죠.
  • 박달사순 2017/03/26 22:30 # 답글

    모르던 애니를 알게되었네요 구해서 잘 보겠습니다
  • 잠뿌리 2017/03/30 23:51 #

    메카닉물을 좋아하시면 볼만한 작품입니다.
  • Rec 2017/03/27 07:21 # 삭제 답글

    80년대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스타일과 감성,퀄리티를 모두 가진 작품이라고 봅니다. 허술한 내용마저도 당시의 낙관적인 시대 분위기를 짐작하게 되는 느낌이랄까요
  • 잠뿌리 2017/03/30 23:53 #

    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런 스타일이 많죠. 일본 OVA 붐을 일으킨 환몽전기 레다도 뜬금없이 차원이동하는 스토리라서 허술한 부분도 있지만, 감성적인 설정과 작화/연출 퀼리티로 충분히 커버하고 남았죠.
  • 놀이왕 2017/04/03 17:27 # 답글

    유튜브의 '퍼런놈' 채널에 저 애니 더빙판 영상이 있는데 그 채널에 이거 말고도 볼테스5 더빙판, 스타쉽 트루퍼즈 OVA 더빙판, 지구로 더빙판, 렌즈맨 더빙판 등 일본 애니 더빙판 영상들이 꽤 많이 있더군요
    https://youtu.be/LKMuzWtk1ZA
    위의 주소로 가보시면 마독스 더빙판 볼수있습니다.
  • 잠뿌리 2017/04/05 12:26 #

    네. 저도 그 더빙판을 봤습니다.
  • ㅇㅇ 2017/04/25 14:45 # 삭제 답글

    흠.. 미야자키도 각본 없이 만들긴 합니다. 이미지 보드란걸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바로 콘티를 뽑아내죠. 크레딧에 각본-미야자키라 되어 있긴 하나 각본을 쓴 건 아니고 그 비스무리한 역할을 한 거죠. 그리고 각본이 없다고 해도 아무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만드는건 아닙니다.
  • 잠뿌리 2017/04/29 17:19 #

    미야자키 감독 무각본 이야기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스토리 보면 즉홍적으로 만든 티가 나서요. 치밀한 내용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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