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당영계통신(地獄堂霊界通信.1996) 2020년 애니메이션




1994년에 故 코즈키 히노와가 쓴 동명의 아동 대상 퇴마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1996년에 토에이 VANIME에서 사토 준이치 감독이 OVA로 만든 작품.

내용은 죠인 마을에서 유명한 장난꾸러기들로 마을에서 일어난 소동에 반드시 3명이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마을 내에서 ‘마을장난대왕삼인악’으로 불리지만, 실은 의협심을 투철한 카나모리 테츠시, 니이지마 료지, 시이나 유스케 등 죠인 초등학교 5학년생 아이들이 마을 내 약국 지옥당의 주인 영감의 조언을 받아 마을에서 벌어진 심령 관련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2008년에 코단샤의 만화 잡지 ‘good! 애프터눈’에서 ‘미노리’가 코미컬라이징한 코믹스판이 더 잘 알려져 있겠지만, OVA는 96년에 나왔기 때문에 ‘하니타로입니다’의 작가이자 아동 서적 삽화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마에시마 아키히로’가 그린 원작 소설의 삽화를 어레인지 했기 때문에 코믹스판을 먼저 접했던 사람이 보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작화의 차이가 있긴 해도 본편 내용 자체는 원작 소설/코믹스판과 거의 동일하다. 정확히, 1, 2화의 이야기를 OVA로 그대로 옮긴 것이다.

1화 ‘악동, 유령에게 겁먹다’편은 죠인 마을 밖의 후타츠 연못에 괴물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진상을 확인하려고 갔다가, 우물 근처에서 벌어진 심령 현상을 해결하는 내용이고. 2화 ‘악동, 요괴와 대결하다’편은 죠인 초등학교의 뒤쪽에 있는 이라즈의 숲에서 요괴에게 빙의 당해 난폭해진 동급생 요시모토를 구해주는 내용이다.

본편 내용은 귀신, 요괴와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기는 하나. 귀신/요괴 퇴치의 퇴마행이 메인이 아니라.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고 인간의 어두운 일면을 파고들면서 귀신/요괴와 연결시키는 암울한 미스테리물로서 아동용이라고 가볍게 볼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내용이 원작과 거의 동일해서 오리지날 스토리나 설정이 추가된 게 없다. 단, 거의 동일한 거지 100% 똑같은 것은 아니라서 아주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코믹스판과 비교를 하면, OVA는 1, 2화로 끝나는 반면. 코믹스판은 1, 2화는 도입부에 지나지 않고 3화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옥당 영감이 문제아 삼인방 각자의 인과 주문을 가르쳐주어 테츠시는 부동명왕. 료지는 지장보살. 시이나는 문수보살의 힘을 주는데 OVA는 그게 아예 빠졌다.

OVA판의 관전 포인트는 OVA 전용 작화와 연출이다.

인물, 배경, 소품, 연출 등 작화 전반이 만화 원고 그림에 컬러를 입혀 스크린으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줘서 원작 소설 삽화와 코믹스판과 또 다른, 본작 만의 고유한 매력이 있다.

지옥당, 후타츠 연못, 이라즈의 숲 등등 주요 배경들을 음침하게 그려서 원작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고, 나무 아래 묻힌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살가죽이 녹아내려 해골이 드러나거나, 요괴에게 빙의 당해 살기를 풍기는 요시모토 등등 꽤 살벌한 묘사도 나와서 호러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충실히 지켰다.

특히 지옥당과 지옥당 영감에 대한 묘사가 독보적이다. 어둡고 음침한 지옥당에서 어둠을 등진 채 기분 나쁘게 웃고 긴 손톱으로 애완 고양이 가라코를 쓰다듬으며 조언하는데 진짜 존재감이 크다.

코믹스판의 경우, 만화의 특성 때문에 지옥당 안에서 캐릭터들이 대화를 나눌 때 배경의 여백이 하얗기 때문에 조명이 밝아서 OVA만큼의 분위기를 자아내지는 못한다.

모노컬러인 코믹스와 풀 컬러인 애니메이션의 차이랄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1~2편 구성의 OVA라서 내용이 상당히 짧다는 거다. 러닝 타임이 두 개 합쳐서 약 45분밖에 안 된다. 그런 상황에 앞서 언급한 오리지날 스토리, 캐릭터가 없이 원작 내용을 재현하기만 해서, 원소스 멀티 컨텐츠로 활용되었다기 보다는 원작 소설 독자를 위한 팬서비스 차원으로 나온 작품에 가깝게 됐다.

OVA만의 오리지날 스토리, 캐릭터, 설정이 추가된 것 없이 원작의 1, 2화만 나오고 끝나는 관계로 뭔가 맛있는 음식을 주문해 놓고 딱 한 입만 먹고 식사를 마친 느낌을 준다.

같은 아동용 퇴마물로서 1993년에 마쿠라노 쇼우지 원작/오카노 타케시 작화로 소년 점프에서 원작 만화가 인기리에 연재되다가, TV 애니메이션, OVA로도 여러 편의 작품이 나왔던 ‘지옥선생 누베’랑 비교된다.

결론은 평작. 코믹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화, 연출이 개성적이고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애니메이션이 가능한 어둡고 그늘진 비주얼을 완성해 아동용 호러 미스테리물로서의 잠재성을 보여줬지만, 달랑 1~2편 구성의 OVA로 나와서 볼륨이 워낙 작아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고 팬서비스용으로 끝나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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