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몽전기 레다 (幻夢戦記レダ.1985) 2019년 애니메이션




1985년에 토호/카나메 프로덕션에서 유야마 쿠니히코 감독이 만든 72분짜리 단편 OVA. 영제는 ‘레다: 판타스틱 어드벤쳐 오브 요코’. 한국 비디오판 제목은 ‘레다의 비밀’이다.

내용은 평범한 17세 여고생 아사기리 요코가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고백하지 못한 채 1년 5개월 동안 연모하는 마음을 담은 피아노 곡을 완성시켜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워크맨+스테레오 헤드폰으로 그걸 들으며 매일 공원 산책을 나가 짝사랑하는 남자와 엇갈렸는데 언제나처럼 서로 지나치려고 하다가 요코가 먼저 말을 걸려고 한 순간. 이차원 세계 ‘아샨티’로 차원이동해 레다의 전사가 되어 사람의 말을 하는 개 링감과 레다의 무녀 요니와 파티를 이루어, 시공을 뛰어 넘는 레다의 힘을 손에 넣어 요코가 살던 현실 세계 노아를 침략하려는 제르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은 80년대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드문 장르에 속한 히어로 판타지물인데, 발매 당시 히트를 쳐서 그 해 약 30000만개 이상의 VHS(비디오)를 판매했으며, 극장판 뱀파이어 헌터 D와 함께 극장에서 동시 상영되기도 했다.

사실 판타지물 자체보다는 미소녀물로서 흥행을 해서 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 OVA붐을 일으켰다.

본작의 세일즈 포인트는 비키니 아머를 입은 미소녀가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을 하는 이야기 그 자체다.

본래 비키니 아머는 서양의 서브 컬쳐물에서 시작됐고, 그게 일본 쪽으로 넘어와 데츠카 오사무의 1982년작 ‘프라임 로즈’에 나온 게 선두 주자고 본작은 그로부터 3년 후인 1985년에 나왔기에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지만.. 프라임 로즈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물인 반면 본작은 차원이동+선택받은 용사 소재의 히어로 판타지물로서 일본 판타지=비키니 아머 공식을 도입한 것으로선 확실히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본작의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 감독을 맡은 사람은 이노마타 무츠미다.

데뷔 초에 마경전설 아크로펀치, 우주전사 발디오스, 전국마신 고쇼군 같은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다가, 그 이후 작화 감독과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애니메이션 쪽에선 대표적으로 바람의 대륙,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 브레인 파워드의 캐릭터 원안을 맡고, 게임 쪽에선 대표적으로 아쿠스 오디세이 시리즈와 EMIT 시리즈의 일러스트와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본작은 이노마타 무츠미가 카나메 프로덕션에 입사해 처음으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본작은 80년대 OVA 명작으로 손에 꼽히는 작품이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구성이 허술한 점이 눈에 띈다.

우선, 요코가 차원이동되는 것도 공원에서 산책하다 짝사랑하는 남자와 엇갈렸다가 돌아서서 말을 걸려 한 순간 아무 이유도 없이 넘어간 것이고. 레다의 전사로 선택 받고 각성하여 변신하는 씬도 너무 갑자기 이루어졌으며, 시공을 넘는 레다의 힘이 담긴 레다의 심장을 움직이는 열쇠가 요코가 소지한 연모의 감정을 담아 만든 피아노곡이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라서 뭔가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 전반적인 스토리 여기저기에 구멍이 보인다.

배경이 가상의 세계 야산티인데 링감과 요니 등 아군과 제르 일당을 제외하면 판타지 세계 현주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사람 사는 마을이나 도시 하나 없이 숲과 신전, 사막에 이형의 생물들만 배경으로 나와서 판타지물로서의 밀도가 좀 낮은 편이다.

말이 좋아 판타지지, 실제로는 SF 느낌이 더 강하다. 마법사 스타일의 악당 두목인 제르만 해도 사용하는 능력이 마법보다는 초능력에 더 가깝고, 요코의 동료인 요니도 레다의 무녀라는 직위가 무색하게 신관 타입이 아니라 메카닉 엔지니어 타입이다.

애초에 요코가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씬은 작품 전체를 통틀어 네 번 밖에 안 나온다. 레다의 전사로 각성해 처음 변신한 직후 기계병과 싸우는 씬, 제르의 환시에 걸려 환상 속에서 가오리랑 싸우는 씬, 제르에게 붙잡힌 요니와 링감이 톱날 원반에 위협 당할 때 그걸 쳐내는 씬, 제르의 서클렛에 박힌 루비를 꿰어 뚫어 물리치는 씬이다. 그 씬 4개 다 합쳐도 5분이 채 안 된다.

초반부에 호버보드 같은 비행기구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레다의 신전에 갔을 때 거대한 성탑의 형상을 한 거대 로봇을 움직여 제르의 모함에서 보낸 적기를 격추시키는가 하면, 레다의 전사만이 움직일 수 있는 가변형 변신 로봇 레다 윙을 타고 하늘을 날며 제르의 모함 안에 들어가 로봇 타입으로 변신해 싸우는 것 등등. 클래식 히어로 판타지의 왕도인 소드&소서리(검과 마법)하고는 아득히 멀어진다.

다만, 본편에 나오는 메카닉 액션씬 자체는 꽤 역동적이고 박력이 넘쳐서 볼만한 편이다.

사실 스토리에 구멍이 많아서 그렇지, 메카닉 디자인과 액션은 괜찮은 편이고 연출적인 부분에서의 비주얼도 준수한 편이다.

비키니 아머 입은 요코가 세일즈 포인트이긴 하나, 의외로 비키니 아머의 노출성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라. 사랑을 하는 소녀의 연심에 포커스를 맞춰서 그와 관련된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고백하지 못해 엇갈리면서도 홀로 연모의 감정을 쌓는 걸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본편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설정으로 활용하면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거대한 심장의 모습을 한 레다의 하트를 움직이는 동력이 사랑의 마음을 담은 자작곡이란 설정을 보면 진짜 완전 감성 판타지가 따로 없다.

그래서 비키니 아머가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라고 해도, 그걸 빼고도 남는 게 많아서 섹스어필로만 승부수를 띄운 것은 아니다.

결론은 추천작. 스토리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부연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구성이 허술하며, 판타지물로서의 배경 밀도가 떨어지는 구석이 있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인 비키니 아머 패션이 눈길을 사로잡고 사랑하는 소녀를 주제로 한 감성적인 연출과 메카닉 액션이 볼만하며 발매 당시 히트를 쳐서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OVA 붐을 일으킨 역사적 의의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주제가인 ‘바람과 부케의 세레나데’는 80년대 아이돌 가수 아키모토 리오의 첫 데뷔곡이자 히트작이다.

덧붙여 본작의 인기에 힘입어 소설판, 일러스트집, 음악 CD,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이 나왔고, 토호에서 후속작인 환몽전기 레다 2의 제작 발표를 하면서 1986년 여름에 극장 개봉 예고를 하면서 주제가인 ‘꿈의 미로’를 싱글 앨범으로 선행 발매했지만.. 1988년에 카나메 프로덕션이 도산하는 바람에 1986년에 개봉하기는커녕 제작 자체가 무산됐다.

추가로 1986년에 일본 텔레네트의 게임 개발팀 울프팀에서 PC9801, MSX용으로 만든 게임 ‘몽환전사 바리스’가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항간에는 레다가 바리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잘못된 정보가 떠도는데, 실제로는 레다가 바리스보다 1년 먼저 나왔다.

바리스가 레다의 영향을 받은 건 현실 세계의 여고생이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 비키니 아머 차림에 그 세계에 선택 받은 용사가 되어 싸우는 설정이다. (여주인공 이름도 레다는 요코. 바리스는 유코라서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본작에 나오는 요코의 동료인 링감과 요니는 힌두교의 용어로 남녀의 성기를 지칭하는데 링감은 음경. 요니는 음문이다. 언뜻 보면 외설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종교적 성격이 강하고 링감은 남성적인 에너지로 시바신을 상징. 요니는 여성적인 에너지로 샤크티를 상징하며 고대 힌두교와 불교의 사상 체계이자 수행법/경전인 탄트라의 핵심이다.


덧글

  • 범골의 염황 2017/03/19 17:23 # 답글

    20년도 지나서 나올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요코랑 닮아 보입니다.
  • 잠뿌리 2017/03/19 22:19 #

    요코도 상의가 비키니 차림에 포니테일+적발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름도 동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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