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ジャスティ.1985) 2020년 애니메이션




1981년에 소학관의 만화 잡지 소년 선데이 증간호에서 오카자키 츠쿠오가 연재를 시작해 1984년에 단행본 전 5권으로 완결된 동명의 SF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1985년에 스튜디오 삐에로에서 타카하시 모토스케 감독이 1편짜리 OVA로 만든 작품. 같은 해인 1985년에 AREA88과 함께 극장에서 상영됐다.

영제가 ‘코스모 폴리스 저스티’. 한국 비디오판 제목은 ‘우주경찰 저스티’다.

내용은 은하계 감시 우주국 코스모 폴리스 소속 저스티 카이자드가 우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크리미널 에스퍼(범죄초인)에 의해 벌어지는 다양한 초능력 범죄를 맡아서 사악한 초능력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해 위명을 떨쳤는데, 어느날 라우미스란 범죄초인이 저스티 제거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포함한 10명의 범죄초인을 모아서 행동에 들어가면서, 일찍이 에스퍼 폭력조직의 두목인 매그넘 베가의 딸이자 현재는 저스티의 입양 동생이 된 아스타리스리스 베가를 이용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5권 분량의 장편 만화인 반면, 애니메이션은 달랑 1편짜리 OVA로 러닝 타임이 44분밖에 안 되는 관계로 아예 본편 내용이 애니메이션 오리지날 스토리로 전개된다.

작중에 나오는 범죄초인의 리더인 라우미스는 애니메이션판의 오리지날 인물로 다른 범죄초인을 모아 저스티를 제거하려고 하는데 아스타리스를 이용해 저스티와 아스티 사이의 갈등을 일으켰다가, 분노한 저스티에게 몰살 당하는 게 본편 내용의 전부다.

러닝 타임이 44분짜리라 내용이 상당히 짧은데다가, 저스티의 초능력이 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수준으로 나와서 단 혼자서 범죄초인들을 괴멸시키는데 극 전개가 완전 초능력 재난물에 가깝다.

저스티의 라우미스 일당 대학살극이 본작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데, 라우미스 일당은 머릿수가 10명이나 되는데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도망쳐 다니다가 문자 그대로 우주 관광 당하는데, 심지어 라우미스 자체도 마지막에 가서 저스티와 일 대 일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스티에게 생체기 하나 입히지 못한 채 끔살 당한다.

작중에 저스티가 위기다운 위기에 처하는 게 라우미스 일당이 아스타리스에게 10명분의 텔레파시를 보내 저스티가 아버지의 원수란 걸 떠올리게 해서 그녀를 강력한 에스퍼로 각성시켜 저스티와 싸우게 하는 것인데.. 그 부분도 사실 전투씬 자체가 극히 짧은데다가, 내용상 저스티가 큰 타격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금방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 뒷수습하고 라우미스 일당 학살극을 벌이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보면 위기라고 하기도 좀 민망한 수준이다.

분명 저스티가 원작에서도 엄청나게 강력한 초능력자인 건 맞지만, 싸움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갈등과 고뇌에 초점을 맞춰서 내용의 깊이를 더했고. 폭주해서 적들을 쓸어버릴 때도 연인인 제루나 플레어스타의 죽음 때문에 그런 것이라 폭주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한편. 폭주한 저스티 앞에 제루나의 혼백이 나타나 말려 주었는데.. 본작에선 그 부분을 대충 넘겼다. 아스타리스가 제루나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사실 죽은 것도 아니고, 저스티가 빡쳐서 악당들 떼몰살 시키는데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무슨 장판교 조자룡마냥 혼자서 킬마크를 미친 듯이 찍어대는데 캐릭터 자체의 설정은 생략한 것이 많아서, 원작을 보지 않고 본작만 보면 차가운 도시 남자로 자기 여자에게만 따듯하고 타인에겐 피도 눈물도 없는 학살자로 보이기까지 한다. (악당들 입장에선 SF판 아오 오니 같을 거다)

사실 원작에서 메인 히로인은 제루나 플레어스타고 아스타리스는 서브 히로인에 가까운데 본작에서는 제루나 플레어스타를 단역으로 처리하고, 저스티와 아스타리스의 관계 설정만 남녀 주인공으로서 부각시켰다. 근데 정작 그 기준으로 봐도 캐릭터 묘사의 밀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원작에 나온 아스타리스 에피소드는, 아스타리스가 자신의 아버지 매그넘 베가를 죽인 장본인이 저스티라는 사실을 알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저스티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열어 남매로서 함께 살게 됐는데.. 본작에선 그 중요한 부분을 스킵하고 넘어가 저스티의 초능력무쌍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서 뭔가 주객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론은 비추천. 만화책 5권 분량의 원작을 1시간은커녕 50분도 채 안 되는 OVA 1편에 우겨 넣다 보니 원작의 주요 배경과 중요한 설정을 스킵하고 넘어가서 원작 재현율이 떨어지고, 작중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드라마보다 초능력 액션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주인공을 너무 전능한 존재로 묘사해 싸움의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일방적인 학살극만 나와서 겉은 화려한데 속은 텅 비어 있으며, 원작이 가진 내용의 깊이를 우려내지 못하고 이질감만 잔뜩 안겨줘서 사실상 원작의 독자에 대한 팬서비스로 보기도 힘든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한국에서 비디오판 출시된 게 삭제 없이 다 나온 것이고, 1989년 12월 25일 성탄 튼석 만화로 공중파 방송 KBS로 방영되었을 때는 작중 아스타리스가 폭주 각성해서 제스티와 싸울 때 슈트가 찢겨 나간 것과 그 대결씬 자체를 통째로 삭제했다.

사실 이 작품을 성탄 특선 만화로 공중파에 방영한 것 자체가 정신 나간 짓거리다. 바디 카운트 높은 게 호러 영화 수준인데다가, 몇몇 장면은 피만 안 나왔을 뿐이지 꽤 잔인한 데드씬이 있어서 절대 공중파로 방영할 만한 작품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매그넘 베가 사후 상체가 재만 남고 하체만 남아 있다거나, 범죄초인들이 우주 관광선인 슈리커 호를 히치하이킹했을 때 저항하는 승객을 살해하는 씬이다. 염력으로 벽까지 쳐 날려 우두둑 뼈 꺾이는 소리 들리고 머리, 가슴에 총을 쏴서 머리에 구멍 난 채 눈이 허옇게 뒤집힌 시체가 나오는데 진짜 미친 성탄 특선이다)

덧붙여 원작 만화는 오카자키 츠쿠오의 출세작이지만 지구편에서 사이비 신흥 종교를 박멸시키는 전개에 대해 종교 단체가 소송을 걸 우려가 생겨 편집부가 무대를 우주로 되돌리는 것을 요구했지만, 오카자키 츠쿠오가 그것을 거절해서 1984년에 어중간하게 연재 중단되었다고 한다.

이 신흥종교 관련 건에 영향이 있는 건지 몰라도, OVA판에서 라우미스 일당이 단체로 텔레파시를 보낼 때의 배경음이 무슨 사이비 종교 염불 외우는 듯한 기괴한 소리라서 그 부분에 한해서 SF보다 종교 오컬트물 같은 느낌을 줬다.

추가로 원작 완결로부터 27년이 지난 2011년에‘ 저스티 ~ESPERS LEGEND~’라는 제목의 후속작이 이북 저팬에서 발행하는 웹 매거진 KATANA에서 연재되어 현재 단행본이 6권까지 나왔다. 정확히는, 1~3권까지가 80년대 나온 초기작 분량이고 4권부터가 새로 그린 연결작이다.

3권에 나온 제루나 플레어스타의 죽음을 다룬 에피소드가 80년대 원작에 나온 분량이고, 3권 마지막 에피소드는 OVA 내용을 코미컬라이즈해서 1화짜리 단편으로 만든 것이라 제루나가 살아 있는 것으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4권부터 2011년판 신 연재 분량에 속하기 때문에 3권과 4권의 작화 차이가 약간 있다.


덧글

  • 시몬 2017/03/25 18:20 # 삭제 답글

    ova말고 원작만화를 본지 오래되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제루나가 저스티의 친누나 아니었나요?
  • 잠뿌리 2017/03/25 19:09 #

    친누나가 아니었습니다. 저스티가 고아 출신이라 제루나의 집안에 입양돼서 친동생처럼 보살펴 줬는데 이후 혈육 이상의 감정이 생겨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죠. OVA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원작 만화에서는 키스도 하고 잠자리도 갖을 정도로 깊은 관계가 되지만 비극으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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