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이솝 이야기(まんがイソップ物語.1983) 2020년 애니메이션




1983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히코네 노리오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1983년에 열린 토에이 만화축제 상영작으로, 토에이의 세계명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내용은 고대 그리스의 우화 작가 아이소 포스(이솝)의 이솝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아 각색한 것으로, 장난꾸러기 소년 이솝이 늑대에게 쫓기다가 숲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나타난 검은 구멍 안에 빠졌다가, 꽃의 요정 피치와 사람의 말을 하는 동물들인 시골쥐 츄츄, 당나귀 발로와 함께 파티를 맺어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이솝 이야기의 원작자인 아이소 포스는 고대 그리스의 인물이고, 사실 자신이 지은 이솝 이야기 내에서는 따로 등장하지 않지만 본작은 소년 이솝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시대 배경을 중세 유럽풍의 시골 마을로 변경했다.

이 작품이 나온 지 약 7개월 뒤에 똑같은 제목의 TV 애니메이션이 TV 도쿄 계열 방송국에서 방영을 시작했는데 제목만 같을 뿐이지 실제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한국에서는 TV 애니메이션판 만화 이솝 이야기가 더 잘 알려져 있는데 1986년에 MBC에서 방영을 해서 그렇다)

본편 스토리는 소년 이솝이 동화 세계로 차원이동한다->동화 세계에서 여행을 한다->원래 세계로 돌아온다는 심플한 내용인데, 이 모험이란 게 사실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는 목표만 확실히 있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거의 나오지 않고 마지막에 가서야 어디로 가라는 정보를 얻어서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굳이 여행이라고 표기하고 모험이라고 쓰지 않는 이유는, 작중 이솝 일행이 뭔가 주역으로서 모험을 하기 보다는 관전자로서 원작에 나온 이솝 우화를 재탕해서 보는 수준이라서 그렇다.

본작에 나오는 이솝 이야기 원작 내용은 양치기 소년. 시골쥐와 서울쥐(도시쥐), 토끼와 거북이, 소금 가마니와 당나귀,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곰과 나그네, 개미와 베짱이, 북풍과 태양이다.

이솝이 장난꾸러기 소년이라 양치기 소년의 주인공이 되고, 당나귀 친구 발로가 소금 가마니와 당나귀/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의 주인공을 겸해서 맡는 것으로 이야기를 짜 맞췄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약간의 각색이 들어가 있어도 전후과정이 원작과 동일해서 새로운 맛이 전혀 없다.

본작의 오리지날 캐릭터인 꽃의 요정 피치는 나비 날개를 단 요정으로 본작의 히로인 포지션을 맡고 있어서 유일하게 신선하다.

엔딩 때 뜬금없이 인간이 되긴 하지만 애초에 꽃의 요정으로서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것도 아니고. 단지 나비 날개를 달고 있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특징만 있어서 인간이든, 요정이든 별 차이가 없긴 했다.

이솝은 초반부에선 개와 고양이의 꼬리를 묶어놔 싸움을 붙이고, 닭 둥지에 뱀알을 집어넣는가 하면, 어미 돼지의 몸통에 낙서를 해서 젖을 먹던 아기 돼지들을 쫓아 버리는 것에 늑대가 온다고 거짓말까지 해서 완전 짱구는 말려도 이솝은 못 말리는 악동으로 나와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동화 세계로 넘어가면서 그런 기믹이 거의 사라지고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닌 관전자로서 지켜보기만 하기 때문에 존재감이 희박해진다.

한국 KBS의 동화 애니메이션 ‘은비까비의 옛날 옛적에’처럼 이야기의 과정과 결말이 원작 동화와 같다고 해도 주인공이 사건에 개입하는 것으로 각색을 했더라면 스토리에 기여도가 생길 텐데 본작에서는 그런 게 일절 없다.

그래도 이솝이 여행을 하면서 보고 겪은 사건을 통해 뭔가 깨닫고 정신을 차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런 걸 별로 부각시키지 않고 엔딩 때 개심한 것으로 나와서 캐릭터 자체의 드라마성까지 떨어져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그나마 좀 인상적인 게 있다면 태양과 북풍이 원작의 자연물을 넘어서, 본작에선 태양의 여신과 겨울의 신이 변신한 것으로 나와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된다는 거다.

그리고 엔딩곡이 따로 없어도 엔딩 스텝롤이 올라갈 때 이솝과 피치, 츄츄, 발로 등 친구들이 이솝의 집에 모여서 이솝 어머니가 만들어 준 파이를 먹는 뒤.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고 마을의 일원으로 잘 먹고 잘 사는 후일담이 나오는 건 훈훈해서 좋았다.

결론은 비추천. 이솝우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지만 뭔가 새로운 걸 추가하거나 재해석한 것 없이 원작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에 급급해 신선한 맛이 떨어지고, 주인공인 이솝 일행이 이야기의 주역이 아니라 관전자로서 지켜보기만 해서 전반적인 캐릭터의 활약, 비중이 균일하게 낮아서 캐릭터성이 떨어져서 완성도도 낮고 재미도 떨어지는 작품이다.

토에이의 세계명작 시리즈에 종언을 고한 마지막 작품이란 게 절실히 이해가 간다.


덧글

  • 잠본이 2017/02/19 21:20 # 답글

    그야말로 관뚜껑에 못질한 녀석이었군요(...)
  • 잠뿌리 2017/02/21 02:42 #

    토에이의 흑역사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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