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물섬(どうぶつ宝島.1971) 2019년 애니메이션




1883년에 영국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집필한 해양 모험 소설 ‘보물섬’을 원작으로 삼아, 1971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이케다 히로시 감독이 만든 해양 모험 애니메이션. 토에이 창립 20주년 기념작이다.

내용은 안경 낀 쥐인 그란과 갓난아기인 남동생 버블을 데리고 부모님이 부재중인 벤보 여관의 카운터를 맡고 있던 짐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투숙객이 누군가에게 추격을 당해 짐에게 작은 상자를 맡겼는데, 그 상자 안에 든 게 플린트 선장의 보물섬 지도라서 모험심에 불타오르는 짐이 손수 제작한 파이오니아 호를 타고 그랑, 버블과 함께 바다로 떠났다가 실버 선장이 이끄는 해적선 포크소테호(한국명: 돼지고기찜호)에 붙잡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보물섬을 원작으로 삼고 있지만, 동물보물섬이라는 제목답게 주인공 짐과 짐의 동생 버블, 히로인 캐시 등의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 전원이 의인화된 동물로 나온다.

캐릭터 자체가 거의 이름만 따온 수준일 정도로 원작과 다르다.

원작에선 실버가 요리사로 신분을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반란을 일으키고, 짐 일행과 해적들의 죽고 죽이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데 본작에선 실버가 처음부터 해적선의 선장으로 나온다.

원작에서 실버가 외다리라서 외다리 롱 존 실버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본작의 실버는 두 다리가 멀쩡하고 대신 오른손이 피터팬의 후크 선장처럼 갈고리 의수가 달려 있다.

본작의 초반부는 짐이 실버에게 붙잡혀 청소나 주방 보조 등 뱃일을 하다가 해적섬에 가서 노예로 팔려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중반부는 짐이 해적섬에서 플린트 선장의 손녀인 캐시와 만나고 포크소테호에 몰래 잠입한 뒤 보물섬 지도를 노리고 뒤쫓아온 해적들과 대결을 하는 내용이 나오고, 후반부는 보물섬에 도착한 뒤 짐과 캐시가 실버 선장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인 내용이 원작에 전혀 없던 오리지날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다.

만화로서의 상상력을 발휘한 도구, 연출, 캐릭터 리액션이 잔뜩 나오고 작품 분위기 자체도 약간 살벌했던 보물섬 원작과 달리 본작은 해적 태그가 들어간 해양 모험에 온전히 초점을 맞춰서 유쾌하고 신나게 진행된다.

본편 스토리의 핵심은 ‘보물섬을 찾자!’ 이전에 ‘보물섬 지도를 손에 넣어라!’ 이거라서 실버 선장, 짐, 캐시 등 3명이 서로 지도를 손에 넣으려고 다투는 게 꽤 재미있다.

본작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터 시절 때 원화 작업에 참여한 것 이외에 아이디어 구성에 단독으로 이름을 올려놓은 만큼. 이전 작에 비해 시나리오 부분에서 많은 권한을 받아서 그런지 본인의 색체로 물들인 게 많다.

돼지 해적 선장인 실버는 붉은 돼지의 주인공 포르코 롯소의 원형인데 사실 캐릭터 스타일 자체는 욕심이 많고 주인공 일행을 방해하지만 몸개그를 담당하며 허당끼도 있어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고, 히로인 캐시는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남자 못지않게 싸움을 잘하는 여장부형 캐릭터라서 둘 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취향이 반영됐다.

그 둘에 비해 짐이 좀 개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주인공으로서 항상 사건의 중심에 있고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역할을 톡톡히 다 한다.

안경 낀 쥐 그란도 마스코트 캐릭터로만 나온 게 아니라 쥐의 작은 몸을 이용해 여러 가지 도움을 주면서 짐의 사이드킥 역할을 충실히 한다.

사실 오히려 본작의 마스코트는 짐의 남동생인 버블이 맡고 있고, 버블을 돌봐주면서 아군으로 합류하는 바다표범 오토는 본작 후반부에 나오는 보물섬에서의 사격전 때 일인무쌍을 찍으며 대활약한다. 실버 선장 부하 해적들은 화승총 쏘는데 오토는 무려 옆구리에 대포를 끼고 쏜다.

얍삽하고 경박하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갖은 고생을 하는 늑대 해적 남작도 눈에 밟힌다. (이름이 남작이다)

실버 선장 무리가 기본적으로 악당이라서 악하게 나와도, 어딘가 좀 모자라고 웃긴 요소를 넣어서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귀결시켜서 선역, 악역 가릴 것 없이 모든 캐릭터가 정감이 가고 매력적인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본편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고 인상적인 장면도 많이 나온다.

짐이 처음에 바다로 나갈 때 타고 나간 파이오니아호가 오크통을 개조한 것인데 무려 닻과 증기 기관, 소형 대포까지 달려 있어 완전 오버 테크놀로지가 따로 없는데 지금 봐도 신선하다.

짐이 포쿠소테호에서 주방 보조를 하다가 홧김에 야구공, 장화, 야구 글러브 등 못 먹는 것들을 잔뜩 튀겨 해적들에게 먹이다가 자기 꾀에 넘어가는 씬도 기억에 남는다.

해적섬 탈출 때 추적자의 장갑함 그라탕호와 포쿠소테호가 맞붙어 싸울 때는 단 두 척의 배가 맞붙어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라탕호의 해적들이 물량으로 밀어 붙여서 해전의 스케일이 크고. 또 짐과 캐시가 그 싸움에 휘말리면서 해적물 특유의 선상 활극을 펼치기 때문에 엄청 재미있었다.

캐시가 실버 선장 무리에게 고립되어 하룻밤을 지새다가 야간 기습을 받을 때의 스릴이라던가, 보물섬 도착 후 실버에게 잡혀간 캐시를 구하기 위해 짐이 쫓아가서 벌이는 치열한 추격전과 실버와의 대결. 그리고 보물섬 최후의 트랩 등등 재미난 내용이 계속 이어져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70년대 애니메이션치고는 전개 속도가 빨라서 조금이라도 늘어지는 법이 없어 빠르게 치고 나가서 몰입도가 대단히 높다.

결론은 추천작. 매력 있고 정감 가는 캐릭터, 만화적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한 소품, 연출. 속도감 있는 진행, 모험과 활극에 온전히 초점을 맞춘 신나고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더해진 명작이다.

보통, 보물섬 일본 애니메이션하면 데즈카 오사무의 신 보물섬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신 보물섬과 또 다른 맛이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한글 더빙판에서는 원작에 들어간 오프닝곡, 엔딩곡, 삽입곡이 전부 삭제됐다. 다른 건 둘째치고 엔딩곡이 삭제된 게 아쉬운데 엔딩 스텝롤이 올라가면서 엔딩곡과 함께 짐 일행이 무사히 보물을 찾아내고 실버 선장 이하 해적들과 함께 보물섬을 떠나는 내용이 후일담처럼 나오기 때문이다.

한글 더빙판에서는 보물을 찾아내는 씬에서만 딱 끝내 버려서 해적들이 개심한 것과 실버 선장, 스파이더가 무사히 살아남아 쫓아오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덧붙여 본작에 나온 실버 선장은 본래 기획 단계에서는 돼지가 아니라 고양이로 디자인할 예정이었는데, 그게 나중에 바뀌어서 고양이 해적은 빌리 존스가 됐다. (본작에서는 이름 자체는 언급되지 않지만 보물섬 원작과 같은 행적을 보인다)


덧글

  • 시몬 2017/02/14 02:07 # 삭제 답글

    저는 막판에 실버가 짐을 거꾸로 붙들고 다리찢기를 시전하는 장면이 왠지 인상깊더라구요. 캐시가 보물섬과 관련된 중요한 아이템을 갖고 있어서 그걸 뺏으려고 짐을 인질로 삼았던걸로 기억합니다.
  • 잠뿌리 2017/02/15 11:37 #

    본래 캐시가 실버한테 잡혀가서 짐이 구하러 갔는데 추격전 끝에 짐이 역으로 붙잡혀 위기에 처해서 캐시가 실버한테 보물을 찾는 마지막 단서가 적힌 키 아이템을 넘기죠.
  • 먹통XKim 2017/02/14 23:02 # 답글

    대우비디오판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난데없이 영어자막이 달린 걸 더빙해 내놓았죠...

  • 먹통XKim 2017/02/14 23:04 # 답글

    70년대에 TBC에서 더빙 방영했다고 듣었는데 그건 모르겠고

    90년대에 KBS-2에서 더빙방영했는데 마지막에 실버와 부하 원숭이가 보물선 쫓아가는 것까지 모두 나왔답니다. 온영삼 성우가 실버를 연기하셨죠
  • 잠뿌리 2017/02/15 11:38 #

    제가 본 건 비디오판이라 한글 더빙인데 뜬금없이 영어 자막이 나왔죠. 공중파 방송한 게 에필로그까지 다 나온 거라면 그쪽이 훨씬 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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