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 수면마비의 기억 (The Nightmare, 2015) 2015년 개봉 영화




2015년에 로드니 에스쳐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원제는 더 나이트메어. 국내명은 가위: 수면마비의 기억이다.

내용은 미국, 영국 등 북미권에서 가위눌림으로 고통 받는 8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그들이 겪은 가위눌림 체험담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오인 받는데, 실제 본편 내용은 리얼 다큐멘터리다. 실제 가위눌림 체험자를 섭외해 인터뷰를 했고, 그들의 가위눌림 체험담을 재현할 때만 재현 배우를 기용했다. 그래서 배우 캐스팅 항목에 참가자 본인 이름이 기재된 게 아니라 재현을 맡은 배우들로 적혀 있다.

가위눌림에 대한 리얼 다큐멘터리지만, 사실 의사나 퇴마사, 무당 등은 전혀 섭외하지 않고 오직 가위눌림 체험 당사자들만 섭외해서 인터뷰를 하고. 가위의 단계별로 파트를 나누어 본편 내용을 진행하고 있어서 날 것의 느낌이 매우 강하다.

미국, 영국 등 북미권에 거주하는 가위눌림 사례자 8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8명 모두에게 비중을 골고루 나눠준 것은 아니고 그중에 서너 명의 사례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사례라는 게 북미 도시 괴담에 등장하는 그림자 인간(섀도우 피플)과 후드를 뒤집어 쓴 악마, 로즈웰 에일리언, 유체이탈, 임사체험 등으로 종류는 제법 다양한데. 공통점이 없어서 좀 시선이 난잡한 경향이 있다.

이를 테면 어떤 체험자는 무신론자인데 예수의 이름으로 물러가라! 라고 일갈하자 가위눌림 속 악마가 사라졌고 그 이후 가위눌림을 겪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또 다른 체험자는 독실한 신자인데 아무리 기도문을 외워도 소용이 없었다고 말한다.

가위눌림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그 진상을 파헤치기 보다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가위눌림 체험자의 이야기만 싣고, 그걸 재현하는 것에만 그쳐서 본편 내용의 재미가 없고 지루할뿐더러, 전문성까지 떨어져 전혀 흥미를 끌지 못한다.

연출적으로 봐도 사례자의 체험을 재현하는데 바빠서 무섭게 각색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심지어 사례자의 인터뷰 중에 어떤 신경적 자극을 언급할 때 3D 혈관 속에 스파크가 흐르는 연출을 자주 집어넣어서 되게 구리다.

내용적으로 전혀 납득이 안 가는 것도 몇 개 있는데 그중 제일 황당했던 게 로즈웰 에일리언이 나오는 가위눌림 겪은 사례자의 일이다. 무슨 자기가 갓난아기 때 처음으로 로즈웰 에일리언이 찾아오는 가위눌림을 겪었다고 하는데 다 큰 성인이 갓난아기 때의 기억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는 말이 믿음이 가지 않았다.

가위눌림의 전염성에 대한 것도 가위눌림 사례자 중 한 명이 주장하는 것뿐이지. 가위눌림 현상의 어떤 공통 사항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라서 별로 무섭지 않다.

이게 사실 가위눌림 현상을 겪는 게 드문 문화권에서 보면 되게 오싹할 수도 있는데. 반대로 가위눌림 현상이 일상적인 문화권에서 나도 가위 눌려본 적 있어! 라는 사람들이 보면 되게 시시할 거다.

보통, 한국을 기준으로 보자면 가위눌림을 당할 때 흔히 귀신의 형상을 보는데. 본 작품에선 그림자 인간과 로즈웰 외계인 따위를 보여주니 무섭기보다는 코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림자 인간까지는 그렇다 쳐도 로즈웰 에일리언이 가위눌림 환영으로 나오는 건 진짜 영 아니다. 이게 무슨 SF 호러도 아니고 ㅠㅠ)

이 작품보다 차라리 인터넷 커뮤니티의 괴담/공포 관련 게시판에서 가위눌림 경험담이 올라오는 게 더 무서울 거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가위눌림 당해서 귀신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두려움에 떨며 귀신을 쫓으려고 주기도문을 외웠는데 귀신이 낄낄거리며 ‘재밌네, 더 해봐.’라고 하거나 또는 자신이 외운 주기도문을 귀신이 반대로 따라 했다는 사례 등을 손에 꼽을 수 있다.

결론은 비추천. 리얼 다큐멘터리로서 가위눌림을 소재로 다루면서 가위눌림 사례자의 인터뷰를 통해 가위눌림을 정의하고 그들의 체험을 재현하기만 해서 내용이 늘어지고 전개는 늘어져 무섭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작품이지만.. 가위눌림이 생소한 문화권에서는 무섭게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 서양의 가위눌림 현상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나름대로 자기 어필을 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흥미로웠던 가위눌림에 대한 서양의 용어 표기다. 슬립 패럴라이즈라고 부르는데 무슨 RPG 게임 상태이상 같은 느낌을 준다. (슬립과 패럴라이즈가 동시에 걸린 건가)


덧글

  • 루트 2017/02/13 02:14 # 답글

    유사과학으로라도 깊게 들어갔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 잠뿌리 2017/02/14 00:21 #

    너무 날 것으로 찍어서 좀 안이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 Esperos 2017/02/15 21:44 # 답글

    서양이라고 가위눌림이 드물지 않습니다. 원래는 영단어 nightmare가 가위눌림을 가리켰을 정도죠. 가위눌림에서 악몽으로 뜻이 바뀐 겁니다. 영어권 자료에서도 10명 중 4명쯤은 가위눌림을 경험해본다고 쓸 정도로 꽤 흔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어권의 주류 화자들 사이에서는 가위눌림을 가리키는 다른 단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가위눌림에 대한 개념이 잊혀졌습니다."

    일부 시골지방에서는 old hag나 hag riding이란 말로 가위눌림을 표현했죠. 1980년대에 어느 학자가 자기가 모르는 이 개념을 시골에서 처음 접하고 조사하다가, 서적과 라디오 방송에서 'old hag'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자기에게 엄청 편지가 쏟아져왔다고 합니다.

    "제 평생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제가 이상한 병에 걸린 줄 알고 괴로웠는데 라디오 방송을 듣고 안심했습니다.." 같은 편지가 수두룩했다더군요. 심지어 의사조차 가위눌림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자기가 간질인 줄 알고 몇 년간이나 고민했다고 하고요.

    가위눌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저마다 쉬쉬했고, 그래서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거죠.... 시골 등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요.

    이 학자의 노력으로 지금은 그런 증세도 있다더라 수준으로는 알려졌고, 과거처럼 말도 못하고 끙끙대지는 않게 됐다더군요.
  • 잠뿌리 2017/02/16 23:56 #

    올드 하그, 하그 라이딩이면 서양 시골 사람들은 노파 귀신이 나오는 가위눌림을 겪었나보네요.
  • ??? 2017/07/10 21:28 # 삭제 답글

    다들 나랑 같은 다큐보신 것 맞나요?
    정말 공통적인 묘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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