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노래: 벤과 셀키 요정의 비밀(Song of the Sea.2014) 2016년 개봉 영화




2014년에 아일랜드, 덴마크,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합작으로 톰 무어 감독이 만든 판타지 애니메이션. 한국에서는 2016년에 극장 개봉했다.

내용은 바다 한 가운데 등대에 있는 집에서 살던 벤이 어린 시절, 어머니 브로나치가 시얼샤를 낳은 후 갑자기 사라져 아버지 코너, 동생 시얼샤, 애완견 쿠와 함께 살던 중. 벤이 엄마에게 받은 선물인 나팔고둥을 시얼샤가 우연히 불고 옷장 안에 숨겨진 상자에서 하얀 옷을 꺼내입고 홀린 듯 바다로 나가 바다표범으로 변신해 바다표범 떼와 헤엄을 친 뒤 해안가에서 발견됐는데, 아내에 이어 딸까지 잃기 싫었던 아버지의 결정으로 벤 남매가 외할머니에게 맡겨져 도시에 갔다가.. 벤이 시얼샤와 함께 가출을 해서 등대 집으로 돌아가던 중 시얼샤에게 얽힌 비밀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켈트 신화를 메인 소재로 썼는데 그중 핵심이 요정 셀키다. 셀키는 스코틀랜드 민담으로 전해지는 요정으로 바다표범 모피를 걸치고 있는데 모피를 벗으면 인간의 모습이 되지만, 모피를 빼앗기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해 모피를 훔친 인간 남자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로 한국의 선녀와 나뭇꾼을 떠올리게 한다.

본작의 주인공인 벤 남매의 어머니는 셀키인데. 벤은 아버지를 닮아 완전 인간이지만, 시얼샤는 어머니를 더 닮아 반인반요정에 가까운 존재이자 셀키로서 본편 스토리의 코어 역할을 한다.

시얼샤가 셀키로 각성해서 바다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작중에 벌어진 사건이 모두 해결되는, 키 아이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게 언뜻 보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지만, 시얼샤가 셀키로 각성해 바다의 노래를 부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메인 스토리라서 주인공 남매과 고난과 역경에 부딪치면서 서로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남매 지간의 우의를 다지기 때문에 기승전결을 제대로 갖췄다.

남매 이외의 캐릭터들도 출현씬 자체는 적어도 각자 분명한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코너와 맥 니르, 외할머니와 마카, 댄 선장과 샤나히 등등 남매 주변의 어른들을 전설/신화 속 존재와 대칭되는데 이 부분도 정말 신경 써서 잘 만들었다.

아내 브로나치를 잃고 슬픔에 젖어 살던 코너와 소중한 이를 잃고 비탄에 빠져 눈물로 세월을 보내 바다 폭풍을 일으킨 맥니르. 아들의 슬픔을 알면서도 어떻게 해주지 못해 번민하던 중 악역을 떠맡은 외할머니와 마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대칭되는 캐릭터들은 머리 스타일, 복색이 달라도 얼굴이 똑같으며 동일한 성우가 배역을 맡아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시얼샤는 귀여움과 신비로움을 담당하고 있고 스토리 중반부에 벤과 잠시 헤어지기 때문에, 벤이 시얼샤를 찾는 여정이 모험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이게 좀 빠르게 진행되는 관계로 어드벤처의 성격이 강한 편은 아니다.

애초에 본편 스토리의 배경도 좁은 편인데 외할머니 따라 도시에 상경한 벤 남매가 가출하여 본래 살던 등대 집으로 돌아가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근본적으로 배경 스케일이 커지기는 좀 힘들다. (작중 판타지에 어울릴 법한 배경은 웅덩이 속에 펼쳐진 이형의 공간과 숲속에 있는 마하의 초가집 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선사하는 비주얼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 판타지 애니메이션 중에 역대급으로 손에 꼽을 만 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자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비주얼이다.

본작의 작화 스타일은 동화책 삽화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는 모든 효과를 삽화로 재구성해서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다.

보통,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삽화풍의 작화가 들어갈 때는 정지된 화면 안에서 캐릭터 정도만 움직일 뿐인데. 본작에서는 캐릭터뿐만이 아니라 배경의 모든 게 삽화 상태 그대로 움직인다.

심지어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비가 내리는 자연현상의 이펙트까지 그 어떤 사소한 것 놓치지 않고 삽화 느낌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입체감이 살아있다.

한줄로 줄여서 표현하자면 ‘살아 움직이는 그림 동화’ 같은 느낌이랄까.

2D 애니메이션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동화 판타지 장르에 한정해서 보면 거의 영상 혁명에 가까울 만큼 혁신적인 스타일이었다.

거기에 전설/신화 속 존재에 대한 묘사의 아름다움이 가미되어 그야말로 훌륭한 비주얼을 만들어 냈다. 본작의 하이라이트씬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다의 노래 씬이 거기에 해당한다.

각성한 셀키가 바다의 노래를 부르자 돌 속에 갇혀 있던 신령들이 깨어나 승천하여 올빼미의 여신 마하와 바다의 신 마나난 맥니르와 함께 바다 저편 신들의 낙원인 ‘항상 젊은 나라’로 떠나는 씬에서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빼어난 연출을 보여주었다.

신들이 떠난 이후, 잠시 모습을 드러낸 브로나치가 가족과 잠시 재회하는 장면도 감동적이다.

엔딩 롤과 함께 훈훈한 내용의 에필로그가 이어지고, 스텝롤이 올라가면서 본작의 제작 단계, 과정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제목이 바다의 노래인 만큼 음악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본편의 핵심인 보컬곡 ‘바다의 노래’도 짧지만 강한 임펙트를 줘서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본작의 한글 더빙판은 전문 성우들이 참여해 더빙 퀼리티가 높은데, 바다의 노래 만큼은 한국어판으로 따로 부르지 않고 자막을 넣고 원판 영문 노래를 삽입했다.

이 작품에 아쉬운 게 있다면 한국 한정으로 홍보 문구가 좀 핀트가 어긋났다는 점이다. 일단 한국 포스터에서는 오빠와 강아지 쿠의 좌충우돌 어드벤처, 바닷 속 신비로운 모험의 세계로 풍~덩! 이라고 적혀 있는데.. 작품의 메인 소재는 바다의 요정 셀키이고 실제로 바다 표범으로 변신해 바닷속을 누비는 장면이 있지만 그 분량은 극히 짧다.

바다 속은 그냥 거들 뿐이고. 실제 모험의 약 2/3은 땅 위에서 벌어지며, 오빠인 벤이 여동생 시얼샤를 구하는 내용은 맞지만 그 과정이 좌충우돌 어드벤처와는 거리가 멀다.

어드벤처보다는 2D 애니메이션 역대급 판타지로서 아름다운 비주얼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은 추천작.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물로 본편 스토리 자체는 어드벤처의 성격이 옅지만 서정적이고 감성이 충만한 동화 같은 이야기로서 감동도 있고, 비주얼은 살아 움직이는 동화란 말이 딱 맞아 떨어질 정도로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삽화 느낌으로 구현해 혁신적인 느낌을 주는 한편.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빼어난 영상미와 좋은 음악이 뒷받침을 해주니 시청각적인 만족감까지 안겨주는 명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제작비가 약 5300만 달러인데 미국 개봉 당시 박스 오피스 수익이 86만 달러에 그쳤고 또 한국에선 2016년 1월에 개봉했는데 전국 관객수가 달랑 10000명밖에 안 되어 흥행이 부진했지만.. 중국에서 약 15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어 제작비를 거뜬히 회수하고도 남았다.

상업적 흥행은 크게 이루진 못했으나, 작품 자체는 큰 호평을 받았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각종 영화제에서 총 12번의 후보에 올라가서 4번의 수상을 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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