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배트맨 무비 (The Lego Batman Movie, 2017) 2017년 개봉 영화




2017년에 미국, 덴마크 합작으로 워너 브라더스에서 크리스 맥케이 감독이 만든 3D 애니메이션. 2014년에 나온 레고 무비의 후속작이다.

내용은 배트맨이 신임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만난 바바라 고든에게 첫눈에 반하고, 고아인 로빈을 엉겁결에 입양한 뒤, 자신이 아닌 경찰에게 항복하고 아캄 수용소에 갇힌 조커를 의심해서 그를 차원의 감옥인 팬텀 존에 가두었다가, 그곳에 수용된 악당들이 조커를 따라서 고담 시티에 강림해 일대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배트맨은 사실 기존의 배트맨 무비에 나온 배트맨 캐릭터와는 살짝 다르다. 보통, 배트맨은 법으로 어쩌지 못하는 범죄자를 두드려 패서 범죄자에게는 공포. 경찰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되는 다크 나이트인데 본작의 배트맨은 범죄자를 제압해 고담시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슈퍼 히어로로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는 슈퍼 스타다. 배트맨 본인 역시 그렇게 스포라이트를 받는 걸 좋아해서 어둡고 음칙한 곳에 혼자 짱박혀서 알 수 없는 발음으로 쫑알쫑알거리는 일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트맨의 이미지가 완전 어긋난 것은 아닌 게. 대외적으로는 슈퍼스타 기분을 만끽하고 있지만 배트 케이브로 돌아온 뒤에는 홀로 고독을 씹고, 과거 부모님을 잃었던 것처럼 가족을 만들면 또 그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 잡혀 언제나 혼자 활동하는 외톨이로 묘사하면서, 배트맨에게 있어 가족의 의미를 테마로 삼고 있다.

아버지 같은 존재인 알프레드. 가상의 여자 친구인 바바라 고든, 수양 아들 로빈 등 레귤러 멤버 3인방이 배트맨과 가족 테마로 엮여 있다. 이 셋이 각각 배트 코스츔을 입고 배트맨과 의기투합해 팀 플레이를 하며 진정한 배트 패밀리로 거듭나는 게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다.

저스티스 리그가 나오지만 거의 단역에 가까워서 배트 패밀리의 주도하에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가 매우 좋았다.

배트 패밀리 의외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다.

본래 배트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배트맨과 조커의 애증의 관계인데 본작에선 거기에 깊이 파고들어 사건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조커에 배트맨에게 가진 아치 애너미로서의 애증과 가족도 동료도 마다하고 심지어 숙적조차 무시한 채 혼자인 걸 자처하는 배트맨의 무심함이 본편 스토리에 불거진 초대형 사고의 도화선이 된다.

아마도 알아보는 사람이 몇몇 있겠지만, 본작에서 배트맨이 집에서 보다가 깔깔대는 실사 영화로 톰 크루즈/르네 젤위거 주연의 제리 맥과이어가 나오는데, 그 작품 하이라이트에서 제리 맥과이어와 도로시 보이드가 재회한 후에 나오는 결정적인 대사를 패러디한 게 기억에 남는다. (원작에서는 도로시 보이드의 ‘난 당신이 나를 보면서 안녕이라고 말했을 때, 이미 다 용서했어요’다)

본작에서 조커가 저지른 사건은 실사 영화였다면 구현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들어 거의 불가능했을 정도로 초대형 스케일이다.

팬텀 존에 갇힌 게 워너 브라더스 영화에 등장한 악당들을 총망라한 것이라 그렇다.

킹콩(킹콩), 크라켄(타이탄의 멸망에 나온 바다 괴수), 서쪽 마녀(오즈의 마법사), 볼드모트(해리포터), 그렘린(그렘린), 사우론(반지의 제왕), 드라큘라, 벨로시 랩터(쥬라기 공원), 죠스(죠스), 스미스 요원(매트릭스) 그 이외에 기타 등등. 친숙한 얼굴들이 잔뜩 나와 고담 시티을 혼돈, 파괴, 망각에 빠트린다.

극후반부에 배트 패밀리와 고담 시티 악당들이 선악을 초월해 고담 시티를 구하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해 각자의 마스터 빌더 능력으로 만든 이동 기구를 타고 조커의 악마 군단과 격돌하는 씬은 그야말로 백미라고 할 수 있어서 보는 내내 전율이 느껴졌다.

그 이후 하이라이트씬에서 고담 시티 대위기를 극복한 방법이 너무나 레고스러워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작품은 배트맨 무비이면서 동시에 레고 무비다. 비주얼적으로 모든 게 레고의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고, 레고설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유지하면서 그 특성을 충분히 활용해 끊임없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레고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터 빌드의 재미는 본작에도 어김없이 나온다. 배트맨 자체가 다른 DC 히어로와 비교할 때 슈퍼 파워 없이 장비와 기구에 의존하는 일반인이다 보니 마스터 빌드에 최적화되어 있어 배트윙, 배트카, 배트 스커틀러 등 다양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밖에 배트맨이 직접 탑승하지는 않지만 배트 잠수함, 배트 헬리콥터도 나온다)

그중에서 배트 스커틀러가 가장 인상적이다. 4족 보행 박쥐 로봇으로서 생긴 것도 눈에 확 띄고, 보행/비행 자유자재인 가변형 특성까지 있는 고성능에 움직임도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다른 건 둘째치고 이 배트 스커틀러만큼은 배트맨 실사 무비에 나오기 힘든, 레고 배트맨만의 이동기구인 것 같다.

개그도 꽤 재미있다. 마블의 데드풀처럼 제 4의 벽을 넘어서 배트맨 육성 나레이션 개그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배트맨 무비 시리즈에 대한 메타 개그와 배트 패밀리들 간의 케미가 폭발하면서 나오는 개그들이 꿀재미가 있다.

혹자가 데드풀 같은 배트맨이라고 평한 것도 무리도 아닌 게 전반적으로 개그 색체가 강해서 그렇다. 근데 사실 이게 레고 배트맨의 특성이다. 전작 레고 무비에서도 배트맨은 활약과 별개로 웃음을 담당했다.

레고 배트맨 스스로는 진지하고 쿨 시크한 캐릭터를 자처하고 있지만,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웃음을 유발하고 허당끼가 있는 게 매력 포인트다.

한글 더빙판으로 봤는데 전문 성우들이 참여해서 더빙 퀼리티가 준수하다. 배트맨 목소리는 한국 배트맨 더빙에서 배트맨 전담 성우라고 봐도 무방할 이정구 성우가 더빙을 맡았다.

결론은 추천작. 배트맨과 조커의 애증의 관계, 그리고 배트맨의 고독과 가족을 테마로 삼아서 배트 패밀리의 갈등과 활약에 포커스를 맞춰 드라마의 깊이를 더해 배트맨 무비로서 높은 밀도를 자랑하는 한편. 레고 무비로서 가진 레고물 특유의 비주얼과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재미와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명작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DC 슈퍼 히어로발 똥망작들을 보고 내상 입은 걸 말끔히 치유하고도 남았다. (보고 있나, 잭 스나이더/데이비드 에이어?)

여담이지만 이 재미있는 작품이 개봉한 첫날 평균 1개 상영관에서 하루에 한 번 밖에 상영해주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성인이 봐도 충분히 재미있고 배트맨 무비로서 어필할 만한데, 레고 무비란 특성만 강조해서 아동 영화로만 인식시켜 홀대 하다니 극장가의 안목이 의심스럽다.

덧붙여 쿠키 영상은 따로 없지만 첫 번째 스텝롤이 올라갈 때 뒷배경으로 배트 패밀리와 조커가 하얀색 복장으로 통일하고 함께 노는 내용이 엔딩곡과 함께 나온다.


덧글

  • 루트 2017/02/10 13:44 # 답글

    배트맨 팬 치유물이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잠뿌리 2017/02/10 22:34 #

    치유물의 역할을 충실히 다한 작품입니다 ㅎㅎ
  • 스탠 마쉬 2017/02/10 16:05 # 답글

    근데 크로스오버 악당들 판권이 대부분 워너니깐 생각보단 돈 안들었을지도요 ㅋㅋ
  • 잠뿌리 2017/02/10 22:34 #

    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죄다 워너 브라더스 영화였네요 ㅎㅎ 뒤늦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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