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동화 백조의 호수(世界名作童話 白鳥の湖.1981) 2020년 애니메이션




1981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야부키 키미로 감독이 차이코프스키 작곡의 발레 ‘백조의 호수’를 원작으로 삼아서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토에이 동화 창립 25주년 기념작이다.

내용은 지그프리드 왕자가 어느날 호수에 갔다가 황금 면류관을 쓴 고귀한 백조를 보고 한눈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성인이 된 나이라 어머니로부터 빨리 왕비를 맞이해 왕의 자리를 이으라는 말을 듣고 번민하던 중. 호수의 백조를 다시 한 번 찾아갔다가 그 백조가 실은 어느 나라의 공주였던 오데트가 변신한 것이고 사악한 마법사 로드바르트에게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오데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고백하며 다음날 밤 왕궁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와달라고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빈 교향악단이 연주한 백조의 호수 노래 원곡을 그대로 삽입하고, 일본 영화사상 최초로 PCM 디저털 방식으로 녹음을 해서 원곡의 완성도를 높여서 애니메이션의 음향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

각본은 토에이 동화의 이전 극장판인 장화신은 고양이, 장화신은 고양이 80일간의 세계일주, 장화 삼총사 등의 각본을 집필한 극 작가 후세 히로이치가 맡았고, 캐릭터 디자인은 한국에서는 들장미 소녀 캔디로 잘 알려진 ‘캔디 캔디’로 유명한 만화가 이가라시 유미코가 맡아서 소녀 만화풍으로 그려졌다. (본작의 감독 야부키 키미로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감독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오데트 성우는 당시 인기 여배우 타케시타 케이코가 배역을 맡아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듯 애니메이션사의 기록적으로 보면 꽤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작품을 보면 스토리가 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단, 원작과 같은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인데 결말은 해피엔딩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개연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원작에 없던 캐릭터로 한스와 마가리타란 이름을 가진 다람쥐 커플이 나오는데 마가리타가 지그프리드를 좋아해서 자기한테 시집와 달라는 한스를 시집을 빌미로 삼아 부려 먹는 전개로 이어지고, 다람쥐 덕분에 극 후반부에 오데트가 탑에서 탈출해 왕궁 무도회장으로 달려가기 때문에 대활약하지만.. 정작 로드바르트와 지그프리드의 싸움이 주를 이루는 탑에서의 전투 때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사실 본작의 주인공 진영에서 밥값한 건 이 다람쥐 커플뿐이다)

전반부의 내용은 지그프리드와 오데트가 사랑에 빠지지만 로드바르트와 그의 딸인 오딜의 음모로 졸지에 NTR 전개로 이어져 파극으로 치닫는 것으로 원작과 동일하고. 후반부에 진실이 드러난 뒤 오데트가 백조로 변해 떠나자 지그프리드가 다짜고짜 단기필마로 마법사의 탑에 쳐들어가 싸우는 전개가 후반부의 내용인데 달랑 10분 안팎에 모든 걸 끝내려고 하니 엄청난 급전개로 끝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칼 한 자루 들고 탑에 뛰어든 지그프리드가 로드바르트에게 마법과 검술로 실컷 농락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로드바르트가 지그프리드의 생명을 담보로 오데트에게 구혼을 청하고. 지그프리드가 오데트를 말리면서 로드바르트의 검으로 자결하자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이 기적을 일으켜 로드바르트와 오딜이 끔살 당하고 마법사의 탑은 무너지고. 지그프리드와 오데트는 멀쩡하게 살아남아 맺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니.. 옛날 사람들이 보면 ‘와, 해피엔딩이다!’라고 환호하겠지만 요즘 사람이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아무리 동화/전설 같은 이야기라고 해도 기승전사랑의 기적으로 대충 후려쳐 끝내는 결말은 스토리의 완성도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로드바르트는 작중에 부엉이의 정령 마법사로 나오는데 부엉이 변신뿐만이 아니라 무슨 킹오파의 야가미 이오리 마냥 보라색 불꽃을 일으키고, 손에서 회오리 바람을 뿜는가 하면, 바늘을 검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 검술 솜씨까지 좋은데다가, 식물 조정 능력까지 갖춰서 엄청 강한 것으로 묘사된다.

능력이 출중한 것 치고 생긴 건 뚱뚱한 중년 아저씨고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오데트의 사랑을 갈구하며 매달리면서 깽판 치는 역으로 나와서 참 못난 악역으로 남는다.

그 못난 악역도 제대로 물리치지 못하고 기승전사랑의 기적으로 떼우는 결말이 보는 사람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애초에 그 사랑의 기적도 사실 지그프리드는 무도회장에서 끝내 오데트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딜에게 결혼 맹세를 하는 반면. 로드바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데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일편단심이라 뭔가 부조리한 게 느껴진다. (근데 사실 로드바르트에게 오딜이란 다 큰 딸이 있는 걸 생각하면 진짜 아저씨가 주책없기도 하지. 딸 있는 아저씨가 자기 딸 나이 뻘 되는 아가씨를 신부로 삼으려고 하다니...)

결론은 평작. 빈 교향 악단이 연주한 클래식 음악 원곡을 그대로 넣고 PCM 디지털 방식 녹음을 해서 애니메이션의 음악적인 부분에서 기술적 발전을 이뤘지만, 각본이 좀 기대 이하라서 전체 내용의 90%가 원작 구현. 나머지 10%가 오리지날인데 그걸 기승전사랑의 기적으로 후려치듯 급조된 해피엔딩을 만들어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 스토리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제작 당시 작품 완성 직전에 셀화 3000여매가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개봉에 차질을 빚어 애니메이션계에서 벌어진 큰 사건 중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덧붙여 본작의 한국판 더빙 퀼리티는 그리 좋지 않다. 우선 지그프리드 배역의 한국 더빙이 젊은 목소리가 아니라 중년 목소리라서 굉장히 어울리지 않고, 더빙 작업 자체도 발로 한 건지, 한글 대사 중간 중간에 일본어 대사가 나오거나 심지어 한글과 일본어 대사가 동시에 나올 때가 있어 편집이 엉망진창이다.


덧글

  • 세상에 2017/02/03 00:23 # 삭제 답글

    이걸 리뷰해주시다니!ㅠㅠㅠㅠ어릴때 저 비디오 패키지의 오데트가 백조로 변화하는 일러스트를 하염없이 들여다보곤 했는데 말이죠ㅠㅠㅠㅠ로드발트가 오데트를 가둔 감옥이 새장 모양인것도 인상적이었구요.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ㅠㅠㅠㅠ
  • 잠뿌리 2017/02/03 19:33 #

    오데트의 방이 다리가 놓여야 건너갈 수 있는 구조라 다람쥐들이 다리 놓으려고 분투하는 게 기억에 남습니다 ㅎㅎ
  • 블랙하트 2017/02/03 10:24 # 답글

    오래전에 MBC에서 방영했던바 있는 작품이죠. 신문기록을 찾아보니 87년에 방영한것으로 나와있네요.
  • 잠뿌리 2017/02/03 19:33 #

    워낙 옛날에 방영한 작품이라 성우 캐스팅이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 먹통XKim 2017/02/06 13:32 # 답글

    방영판 파일은 존재하지 않고 비디오를 립한 파일입니다

    덤으로 KBS에서도 방영했는데 지그프리드 왕자 성우가 이제 세상에 안 계신 오세홍 님(짱구 아빠)이셨죠
  • 잠뿌리 2017/02/06 22:07 #

    오세홍 성우 목소리가 더 나았을 것 같네요. 이 비디오판 립 버전 성우는 너무 걸걸한 아저씨 목소리라서 ㅠㅠ
  • 먹통XKim 2017/02/08 19:07 # 답글

    그러게요 ㅠ ㅠ...오세홍 님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실 나이이신데..짱구 성우 박영남 님이 칠순 나이에 그런 연기력을 보여주시기에...더더욱 ...박영남 님도 착잡했을 듯.한창 선배(나이도 위지만 성우 경력으로도 10년 이상)였으니 장례식에서 세홍아 너가 먼저 가면 어쩌니...라고 하시지 않았을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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