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의 우주여행(ガリバーの宇宙旅行.1965) 2018년 애니메이션




1965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구로다 마사오 감독이 만든 SF 애니메이션.

내용은 부모도 없고 집도 없어 떠돌아다니는 천애고아 테드가 표를 내지 않고 걸리버 여행기 영화를 보다가 직원에게 붙잡혀 쫓겨난 뒤 말하는 태엽 장난감 병정 ‘대령’과 말하는 떠돌이 개 ‘맥’과 친구가 되어 한밤중의 유원지에 들어가 놀던 중. 유원지 경비원한테 걸려서 도망치다가 화살 모양의 화약 로켓을 타고 유원지를 빠져 나가 외딴 숲속에 있는 집 앞에 불시착했는데 실은 그곳이 영화 속에 나왔던 걸리버의 집이고. 백발이 성성한 노년의 걸리버가 인생 마지막 여행으로 우주 저편에 있는 파란 희망의 별에 가기 위해 우주선 걸리버호 만든 걸 보고 리키, 맥, 장난감 병정. 그리고 걸리버의 조수인 말하는 까마귀 크로가 한 팀이 되어 걸리버호를 타고 우주여행을 떠났다가.. 미확인 비행 물체에 이끌려 자주색 별에 도착한 뒤. 그곳에 사는 외계 주민들이 푸른 희망의 별에서 로봇에게 쫓겨났다는 사실을 듣고 때마침 습격해 온 로봇에 의해 납치된 자주빛 별의 공주와 맥을 구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토에이 동화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중 8번째 작품이자 첫 우주 배경의 SF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모델로 삼아 걸리버가 고아 소년 테드와 동물 친구들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제목은 걸리버의 우주여행이지만 사실 주인공은 고아 소년 테드고 걸리버는 여행의 동반자 중 한 명이다.

본작은 우주여행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 테드 일행이 우주의 아름다음을 느긋하게 즐기기보다는 갖가지 사건 사고의 연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온갖 고생을 다한다.

무중력, 원심력, 열기, 냉기 버티기 등 파일럿 훈련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우주로 나간 뒤 운석군에 휘말려 시간역행을 휘말려 멤버들 전원이 나이가 어려져 위기에 처하고, 외계인에게 붙잡혀 목적지와 다른 행성에 끌려가거나, 로봇이 장악한 행성에 쳐들어가는 것 등등 꽤나 험난한 모험을 한다.

전반부의 우주여행 파트는 사실 작중 상황이 긴박한 것에 비해 극 자체가 좀 지루한데 이게 확실한 목표는 있는데 별다른 진전이 없이 무작정 위기만 찾아와서 그런 것 같다. 특히 다른 건 둘째치고 운석군에 들어갔다가 시간역행에 휘말리는 건 왜 넣은 건지 모르겠다. 좀 뜬금없는 내용이었다고나 할까.

나오기도 옛날에 나왔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초창기 시절 작품이라서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좀 이해가 안 되는 연출이 꽤 많다. 픽션으로서의 상상력을 중시한 것이라고 해도 정합성이 떨어져서 그렇다. (테드, 대령, 맥의 꿈속에 나오는 푸른 희망의 별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아기 천사도 그 케이스에 속한다)

60년대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은 만큼, 본작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이 작중에 뮤지컬 풍의 삽입곡이 나오는데 총 4곡이나 들어가 있다.

유원지의 노래, 걸리버호의 노래까지는 그나마 밝은데, 자주빛 별에서 테드 일행이 자주빛 별의 공주에게 지구를 소개할 때 들려주는 지구의 노래와 자주빛 별의 별 과학자들이 부르는 로븟들의 노래는 뭔가 좀 밝게 시작했다가 암울하게 끝난다.

지구의 노래 같은 경우는 바다 속에 물고기가 산다고 소개하다가 폭탄(핵무기)가 떨어져 모두 죽었다느니, 도시에 자동차가 지나다니는데 소음 공해 때문에 시끄럽다느니, 아이들이 움막 생활을 하며 배고픔에 시달린다는 것 등등 항상 마지막 파트에 ‘…하지만 슬퍼요~’라고 합창하며 끝나니 좀 기괴한 구석이 있다.

보통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건 어지간해선 희망의 찬가를 부르는데 어두운 일면을 노래하는 걸 보면 주인공이 천애고아에 떠돌이라는 궁극의 흙수저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로봇들의 노래도 로봇 과학자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처음에 로봇들이 로봇 과학자들을 안고서 아기 재우듯이 흔들다가 갑자기 표정이 사악하게 돌변해 별에서 내쫓는 전개로 나가서 아이들이 보기에 좀 호러블할 것 같다.

후반부의 VS 로봇 군단 파트가 그나마 좀 볼만하다. 사실 본작의 핵심 내용은 테드 일행의 우주여행이 아니라 로봇이 장악한 행성을 탈환하는 우주 활극물에 가깝다.

작중에 나오는 로봇은 체스말을 베이스로 하고 있어서 원통형 몸에 길쭉한 목을 가지고 있다. 물에 닿으면 무슨 도자기 깨지는 것 마냥 와장창 소리를 내며 큐브를 흩날려서 테드가 물총을 장비하고 나머지 일행이 물을 가득 채운 거대 물풍선 인형으로 로봇 군단에 맞서 싸운다.

걸리버가 아무래도 할아버지다 보니 체력적인 문제 탓인지 최후의 활극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지만, 테드가 주인공으로서 대활약하고, 맥, 대령, 크로 등 나머지 일행도 사이드킥 포지션의 보조 캐릭터로서 공헌을 하니 활극 다운 활극을 보여줬다.

이 후반부의 활극이 좀 더 앞당겨져서 나왔다면 본작의 평가가 그렇게 박하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자주빛 별의 공주가 실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 탈을 쓴 인간으로, 문명의 발달로 로봇을 만들면서 그것을 만든 인간 스스로 로봇에 갇혀 있었다는 반전 설정이 나온 건 괜찮았다.

다만, 엔딩에서 ‘아 시발 꿈’으로 끝난 건 옛날 애니메이션의 클리셰 같은 거라 이해는 가는데.. 그렇게 꿈에서 깨어난 테드가 여전히 천애고아 떠돌이에 말하지 않는 개 맥과 쓰레기통에 버려진 대령 인형을 들고 아침 거리를 걷는 씬은 좀 서글프다. 스텝들은 깔끔한 엔딩이라 생각하고 만든 거겠지만 주인공이 너무 흙수저라서 안습이다. (아무리 가난한 주인공이라고 해도 최소한 다 쓰러져가는 집이라도 좀 있다고 해주지. 차가운 길거리에서 자다 깨다니 ㅠㅠ)

결론은 미묘. 걸리버 여행기를 SF물로 각색한 것이지만 오히려 걸리버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고 새로운 소년 주인공이 나오며, SF 우주여행보다 SF 활극에 더 가까운 작품으로 후반부의 걸리버 일행 VS 로봇은 볼만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전반부가 좀 지루하고 뜬금없는 연출이 몇 개 나와서 일본 초창기 애니메이션으로서 제작 노하우가 부족한 게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다만, 후반부의 활극은 볼만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안해 수정된 자주빛 별의 공주 반전이 괜찮았으며 토에이 동화 첫 SF 애니메이션이란 것 자체에 의의가 있어서 찾아보면 괜찮은 구석도 몇 개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한국 위키 백과에는 자주빛 별의 여왕이 이끄는 악한 로봇이 블루 호프 행성을 장악했다고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런 캐릭터가 없다. 블루 호프 행성(푸른 희망의 별)을 장악한 것이 로봇은 맞는데 그건 자주빛 별의 외계 주민의 과학 문명이 고도로 발달해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든 로봇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주민들이 다른 별로 쫓겨난 것이고. 자주빛 별의 공주가 로봇들에게 납치당해 테드 일행이 구하러 가는 전개다.

덧붙여 본작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아오 감독이 젊은 시절에 애니메이션 업계에 일한 지 얼마 안 된 초창기 시절에 동화로 참여한 작품이다. 본작의 엔딩 때 자주빛 별의 공주가 실은 로봇이 아니고 로봇 탈을 쓴 인간이었다는 설정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이디어였는데 그 엔딩에 기여한 것으로 토에이 동화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본작의 엔딩 때 테드가 잠에서 깨어나는 에필로그 동화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맡았다고 한다)

추가로 이 작품은 걸리버 여행기의 SF 버전인 만큼 일본 국내 시장보다 국제 시장 진출을 노리고 만들었으나, 미국에서 흥행 실패한 후 10년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에 개봉되지 못하게 되어 토에이의 흥행적인 부분에서는 흑역사로 자리 잡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포함한 당시 제작진이 본작이 시시해서 같은 해 동시상영한 ‘늑대소년 켄’의 제작진으로 인사 이동을 했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회고에 따르면 본작이 상영될 때 아동 관객들이 지루해해서 극장 안을 돌아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세키자와 신이치는 토호의 간판 작품인 고질라 시리즈의 각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덧글

  • 먹통XKim 2017/02/02 11:35 # 답글

    한국에선 오래전 티브이로 방영했다고 하는데(TBC)

    80년대 금성비디오로 더빙되어 나온 바 있죠. 걸리버 성우가 최수민 님(지금은 차태현 어머니로 알려진 분)
    걸리버는 스머프에서 가가멜 성우로 아직도 기억에 남는 탁원제님.장난감 병정은 명탐정 코난에서 브라운 박사 성우인 황원 님,공주는 보노보노(2016년판 말고)로 익숙한 박은숙님...그리고 정말로 등신(케베스 이 개..ㅅ..)같은 사고로 별세하신 장정진 성우도 참여했죠

    거의 30년은 된 비디오더빙치곤 괜찮은 편--파일로 어찌 돌아다님--입니다.

    저는 그럭저럭 좋게 보다가 결말에서 뭥미;;
  • 잠뿌리 2017/02/02 13:16 #

    제가 이번에 본 게 그 버전이었습니다. 귀에 익숙한 성우들 더빙에 무척 반가웠지요.
  • 먹통XKim 2017/02/06 13:31 # 답글

    그거 혹시 에메랄다스 님이 직접 비디오에서 파일로 추출해 만든 그 버젼이 X토렌트에 올라온 거 받으셨나요?
  • 대우 2018/09/14 04:29 # 삭제 답글

    저한테는 너무나 추억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재미있게 보기도했구요 감사합니다.
  • 잠뿌리 2018/09/14 13:34 #

    저도 이 작품은 어린 시절에 비디오로 본 세대라서 추억의 작품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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