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브 블러드(Book Of Blood.2008) 2009년 개봉 영화




2008년에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존 해리슨 감독이 영화로 만든 영국산 호러 영화. 원작자 클라이브 바커가 제작에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에 개봉을 했고 원작 소설은 2000년에 씨엔씨미디어에서 발매된 뒤, 2008년에 끌림 출판사에서 재발매했다.

내용은 과거에 톨링턴이란 강령술사가 강령술을 시도하다가 원인모를 사고로 사망한 이후, 현대에 10대 소녀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폭행과 강간을 당한 후 얼굴 가죽이 벗겨져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톨링턴의 빈 집에 관심을 가진 대학교 교수 메리 플로레스큐가 그 집을 사들이고 친구 레치와 제자 사이몬 맥닐을 데리고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래 피의 책 원작은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총 6권의 책이었고,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요괴 렉스(로헤드 렉스) 등등 기존에 영화로 나온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본작은 피의 책 원작에 수록된 피의 책을 영화화한 것인데, 본래 피의 책 원작은 피의 책 시리즈의 프레임 스토리다.

쉽게 말하자면, 옴니버스물에서의 여는 이야기 개념으로 유령들이 사이먼 맥닐의 몸에 새겨 넣는 이야기가 피의 책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이란 설정이다.

하지만 본작은 여는 이야기로서의 피의 책을 영화화한 게 아니라 독립적인 스토리로 각색해 영화 한편을 만든 것이다. 정확히는, 피의 책 원작의 시작인 ‘북 오브 블러드’. 마지막인 ‘온 예루살렘 스트리트’가 영화화됐다.

본작은 과거에 심령 현상이 발생해 사람이 죽어 나간 심령 스팟인 집을 배경으로 최신 녹화, 녹음 장치를 설치해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24시간 촬영하면서 심령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혹자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걸 바로 떠올리겠지만, 본작은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아미티빌 하우스에 더 가깝다.

근데 사실 집안에서 벌어진 심령 현상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심령 현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메리 교수와 귀신을 볼 줄 안다는 사이몬 맥닐이 엮이는 게 메인 스토리다.

본편 스토리는 약간의 악몽, 속임수 반전, 치정 요소가 나와서 생각보다 꽤 지루하고 심심한 편이다.

도입부에서 집의 전주인 가정의 10대 소녀가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끔살 당하는 걸 비포<애프터 없이 실시간으로 다 보여주는데 그 부분만 보면 되게 고어한데, 잔인하고 무서운 건 딱 거기까지다.

잘 때 다 벗고 잔다며 남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탈의하는 사이몬 그런 사이몬 보고 혹해서 음몽을 꾸는 메리, 그리고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떡치는 두 사람을 보면 별 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섹스 요소가 들어가 있어서 위화감을 안겨 주는데..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이 본래 좀 그런 것 같다.

멀쩡한 여자가 모종의 사건으로 무언가에 눈을 떠 악녀가 되는 것도 그렇고 헬레이져 1이 생각난다고나 할까.

피의 책의 의미가 밝혀지는 후반부에 드러나는 진상은 유령들이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글씨를 새겨 피가 흐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고, 죽음, 피, 가죽 요소 또한 클라이브 바커가 애용하는 소재다.

헬레이저 1, 2만 봐도 지옥에서 탈출한 망자가 피부가 뒤집어진 모습을 하고 나와서 산 사람의 가죽을 벗겨 그걸 뒤집어쓰는 설정이 나온다.

배경이 되는 톨링턴가의 집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교차점 역할을 해서 영혼들이 지나다니는 교차로쯤 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 설정은 좀 진부하다.

보통, 아시아권에서 나온 작품에서는 음양오행설에서 귀신이 출입하는 문을 뜻하는 ‘귀문’이라고 해서 특정한 장소를 귀신이 드나드는 통로 내지는 길을 교차점으로 설정하여 심령 스팟이 된다는 설정을 주로 쓴다.

작중에 나온 톨링턴가의 교차점 설정도 진부하지만, 앞서 말한 듯 집 자체의 심령 현상과 공포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서 하우스 호러물로서의 공포가 현저히 떨어진다.

애초에 톨링턴가의 집이 무슨 저택 사이즈인 것도 아니고 2층 양옥 단독 주택 정도 크기인데 카메라가 주로 비추는 주요 배경/장소가 1층 현관/메리의 방/2층 방. 이렇게 3군데뿐이라서 등장인물의 행동반경이 너무 좁아서 집 자체가 주는 공포가 없는 거다.

방안의 벽에 피로 글씨가 쓰여져 있고, 옷장 문이 저절로 열리는 장면도 있지만 고작 그 정도 가지고는 전혀 무섭지 않다.

그래도 괜찮은 게 있다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뒤. 톨링턴가의 집이 유령계의 환영처럼 탈바꿈할 때 언덕 위의 교차점으로 변하고 사방팔방의 길에서 유령들이 그곳을 향해 걸어 들어오고 걸어 나가는 씬이다. 꽤 인상적이었다.

유령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산 사람의 육체에 상처를 입혀 피로 글씨를 새기는 게 핵심적인 설정인데, 사실 이건 좀 애매했다.

그게 보통, 아시아권에서는 무당, 서구권에서는 영매를 통해서 산 자의 몸을 매개채로 삼아 죽은 자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속 신앙을 통해 흔히 알려진 것이고 서브컬쳐에서도 애용되는 소재인데.. 굳이 사람 몸에 글씨를 써야 한다니, 왜 그리 번거롭게 설정한 건지 모르겠다.

1999년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든 ‘식스센스’가 문득 떠오르는데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식스센스의 안티태제 같은 게 아닐까.

남자 주인공 사이몬 맥닐이 어린 시절 귀신을 볼 줄 안다고 해서 이름이 알려졌다가 어느날 그 능력을 잃고 나이를 먹어 대학생이 됐는데 그것을 가지고 번민하다가 작중의 사건에 휘말렸다는 설정이라서, 식스센스에서 영안을 가진 소년 콜 셰어가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피의 책 원작 소설은 1984년에 출간된 작품이라 식스센스보다 한참 먼저 나왔다)

결말은 사실 도입부에서 바로 이어지게 했는데 본래는 그것 자체가 피의 책 원작에 수록된 단편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온 예루살렘 스트리트’이다.

와이버드가 수집가에게 고용되어 사이몬 맥닐을 잡아다 가죽을 벗겼다가, 가죽에서 흘러나온 피의 강에 익사해서 환영 속에서 죽어 나가는 이야기인데 이게 본작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본편 자체가 와이버드가 사이몬 맥닐을 처리하기 직전에 그가 겪은 피의 책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되는 거다.

결론은 비추천. 80년대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소재와 발상이 너무 낡았고, 러닝 타임이 100분이나 되는데 초중반 스토리 전개가 지루하고 늘어지며,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찾아오는 공포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비밀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이야기 자체가 무서운 것도 아닌데다가, 비주얼적인 볼거리도 부족해서.. 클라이브 바커 원작에 클라이브 바커 본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클라이브 바커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무대인 흉가의 초대 주인으로 강령술을 시도하다가 죽었다고 알려져 있어 심령 회상씬서만 살짝 나온 톨링턴 배역을 맡은 배우는 클라이브 바커의 헬레이져 시리즈에서 핀헤드 배역을 맡은 더그 브래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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