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코 대 카야코 (貞子vs伽椰子.2016) 2017년 개봉 영화




2016년에 시라이시 코지 감독이 만든 링/주온의 크로스 오버 호러 영화. 한국에서는 2017년에 극장 개봉했다.

내용은 절친 나츠미의 부모님 결혼식 비디오를 DVD로 더빙하기 위해 중고 가전매장에서 낡은 AV 기기를 사온 유리가 기기 안에 들어 있던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대학교 수업 시간 때 교수에게 들은 저주의 비디오를 떠올리고 호기심 삼아 비디오를 재생해 봤다가 나츠미가 저주에 걸리고, 같은 시기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 나가는 저주 받은 집 근처에 이사 온 스즈카가 환각에 시달리다가 사에키 일가의 저주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본래 2015년 6월에 주온 시리즈의 최신작인 ‘주온 더 파이널’이 개봉할 당시 선전의 일환으로 4월 1일 만우절 기획으로 사다코와 가야코가 맞붙어 싸우는 사다코 VS 가야코 포스터가 나왔었는데, 당시 그걸 본 시라이시 코지 감독이 그 기획을 정말 실행한다면 자신한테 감독을 맡겨 달라는 트윗을 해서 진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본래 링과 주온은 연대가 다르지만, 본작에서는 그 두 가지가 이야기가 도시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데 실은 진짜 존재하는 저주로 나온다.

본작의 핵심은 저주를 상쇄하기 위해 다른 저주를 덧씌우는 것으로 사다코와 카야코를 충돌시켜 동시에 소멸시키는 계획이다. 독으로 독을 제압한다 내지는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뜻의 이독제독/이이제이라고 할 수 있다.

시라이시 코지 감독은 눈에 띄는 히트작은 없지만 정말 있었다! 저주의 비디오 시리즈부터 노로이, 입 찢어진 여자, 테케테케, 시로메, 컬트 등등 J호러를 꾸준히 만들어 와서 꽤 경력이 있고, 링의 원작자 스즈키 코지가 본작의 세계관 감수를 맡았으며, 제작과 배급을 맡은 곳이 카도카와라서 생각보다 본격적이다.

사다코와 카야코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강하냐는 캐치 프레이즈 이외에 일본 호러의 역사를 파괴한다는 숨겨진 주제도 가지고 있다.

링과 주온이 J호러의 성공을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J호러를 정체시켜 몰락을 가속화시킨 걸 생각해 보면 J호러 파괴라는 주제는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은 풍자를 통해서 J호러의 파괴를 시도하고 있는데, 작중 인물이 거의 전부 다 어그로를 끌고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하지 말아야 될 일을 계속 해서 사망 플레그를 열고 약속된 저주의 연쇄 죽음을 당한다.

하도 어그로성이 높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오히려 풍자의 성격을 띄게 됐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에 나온 공포 영화의 법칙 같은 느낌이다.

저주 받아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그 저주를 풀기 위해 다른 저주를 받아서 저주의 매개체를 충돌시켜 상쇄시키는 계획이 파격적이다. 확실히 이 부분은 저주 소재의 J호러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발상이다.

퇴마/제령을 시도했다가 무위로 돌아가 희생자가 양산되는 전개 역시 기존에 나온 링/주온 시리즈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 나름대로 신선했다.

링/주온 시리즈는 대부분 저주의 표적이 되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거나, 자각을 한다고 해도 퇴마/제령을 해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끔살 당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그렇다.

링과 주온 파트를 각각 나누어 놓고 각 파트의 여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파트별 저주의 무서움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 부분도 나쁘지 않다.

약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링의 설정인데, 본래 링의 비디오는 우물에서 사다코가 기어나오는 것인 반면. 본작에서는 폐건물의 문을 열고 사다코가 나타나는 것이며 저주 비디오를 본 직후 사다코에게 전화가 걸려온 이후 이틀 뒤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이다.

사다코의 타겟이 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고, 자해를 시도하면 그 전에 사다코한테 죽는다. 링 원작에서 저주 비디오의 희생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에 비해 본작에서는 저주 기한이 다 되었을 때 사다코의 머리카락에 조종을 받아 자살하는 것으로 나온다.

스즈키 코지가 세계관 감수를 맡아서 그런지 몰라도, 사다코가 카야코보다 비중이 좀 더 높고. 사실 파워도 사다코 쪽이 더 강한 것으로 묘사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다코와 카야코가 본격적으로 맞붙는 대결씬의 분량 자체는 상당히 짧다는 거다. 앞서 나온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제이슨 VS 프레디 등등 호러 영화 캐릭터 VS 영화들과 비교하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야 할 대결 부분을 소홀히 했다.

그래서 사다코와 카야코가 박터지게 싸우는 걸 기대한 사람들은 좀 실망이 클 것 같다. 딱 한 발 모잘랐다고나 할까. 한 발 더 나아가 그 싸움을 밀도 있게 그렸다면 정말 역대급 J호러가 됐을지도 모른다. (물론 VS물의 태생상 영화사에 남을 만한 영화라기보다는 B급 영화로서의 신기원이겠지만)

결말은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데 이독제독의 실패로 찾아오는 후폭풍을 겪는 것으로, 혹자는 드래곤볼 Z를 떠올리던데, 개인적으로는 여신전생이 떠올랐다. 당장 ‘사교의 관’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할까나. (페르소나 유저라면 벨벳룸을 떠올리리라)

어느 쪽의 저주가 더 강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은 것은 VS물로서는 확실히 맥 빠지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 후폭풍 엔딩은 최선은 될 수 없어도 차선은 됐다.

엔딩 스텝롤이 다 올라간 다음 쿠키 영상이 하나 나오긴 하는데 후속작을 암시한다기 보다는, 본작의 배드 엔딩을 마무리하는 마침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론은 미묘. 저주로 저주를 상쇄시키려는 발상이 파격적이고, 밑도 끝도 없이 사망 플레그 세우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J호러를 셀프 풍자하며, 기존의 링/주온에 보기 드문 퇴마/제령 시도를 다루면서 나름대로 변화를 꾀했는데.. VS물로서 가장 중요한 대결을 너무 압축하고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겨 놓아서 한 발 더 나아갔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국내 개봉은 예정보다 한참 늦어졌다. 본래 2016년 7월에 개봉한다고 발표했고 포스터까지 만들었다가 무슨 이유인지 개봉일이 무기한 연기되고 시사회까지 취소됐다가, 2017년인 올해 1월에 롯데 시마네로 단독 개봉됐다. (즉, CGV에서는 볼 수 없고 롯데 시네마에서만 볼 수 있다)


덧글

  • 2017/01/04 15: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1/04 16: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오페라슷춍 2017/01/04 20:14 # 삭제 답글

    이 게시물에 달린 태그만큼이나 영화가 난잡함... 절대 비추.
  • 잠뿌리 2017/01/06 20:06 #

    개인적으로 평타는 쳤습니다. 다만 한발 더 나아갔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오페라슷춍 2017/01/04 20:33 # 삭제 답글

    그래도 이렇게 버서스물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것은 부러움. 그것도 일본 내에서만 유명한 게 아니라 외국에서도 꽤 인지도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 잠뿌리 2017/01/06 20:06 #

    외국에서도 인지도가 있어서 주온, 링이 헐리웃에서 리메이크되는 거죠. 헐리웃판도 시리즈화되어 여러 편 나온 게 높은 인지도를 방증합니다.
  • 이선생 2017/01/04 20:37 # 답글

    이 작품의 가장 큰 공포는 등장하는 고등학생들이 비디오가 뭔지 모른다는것......아....세월이여....
  • 잠뿌리 2017/01/06 20:07 #

    작중 주인공 세대가 비디오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것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지요.
  • 사카키코지로 2017/01/04 23:43 # 답글

    하우스 vs 스위트 홈 보고 싶습니ㄷ...
  • 잠뿌리 2017/01/06 20:07 #

    그런 버서스 물이 활발하게 나오면 좋겠네요.
  • Mirabell 2017/01/05 22:05 # 답글

    주온과 링의 팬이라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평가가 미묘하네요... 거기에 둘의 대결장면이 극도로 적다는것도 아쉽고... 만들기에 따라서 움찔할만큼 무섭게 만들 수 있는 재료였는데 ㅡ ㅠ... 많이 아쉽습니다.
  • 잠뿌리 2017/01/06 20:08 #

    둘의 대결 장면을 좀 더 밀도 높게 다뤘어야 됐다고 봅니다. 그게 VS물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데 감독이 그걸 놓친 것 같네요.
  • 역관절 2017/01/06 23:21 # 답글

    정말 둘이서 진나게 격투를 벌였으면 좋았을텐데....
  • 잠뿌리 2017/01/07 20:31 #

    감독이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습니다.
  • ㅇㅇ 2017/01/08 18:59 # 삭제 답글

    장르 자체를 다룬다면 강시물에 있어서 13년작 강시(리거 모티스)랑 비슷한 포지션일까요. 당장 봐야겠네요.
  • 잠뿌리 2017/01/09 14:27 #

    리거 모티스는 수작이었지요. 벌써 나온지 몇년 되긴 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 나온 강시 영화 중에 손에 꼽을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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