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궁매영(魔宫魅影.2016) 홍콩 영화




2016년에 엽위민 감독이 만든 멜로 드라마 영화.

내용은 중화민국 시대 때 현직 중국군 장군 ‘구밍샨’의 아들인 ‘구웨이방’이 13년 전 화재로 서커스 단원이 떼몰살 당한 이후 귀신이 출몰한다고 알려진 낡은 극장에서 밤의 여가수란 제목의 공포 영화를 만들기로 하면서 신인 배우 ‘멩시판’을 기용해 촬영에 들어갔다가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작품 내적이나 외적으로 공포 영화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멜로 드라마에 가깝다.

주요 무대가 귀신이 나오는 극장이긴 하나, 사실 진짜 귀신이 등장한 것은 아니도 모든 게 사람의 소행이며, 작중의 시간으로 13년 전 벌어진 극장 화재 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엮이는 이야기다.

원수의 가문이라 태생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설정은 로미오와 줄리엣. 화상으로 흉측해진 얼굴을 가면에 가리고 극장 깊은 곳에 숨어사는 사건의 흑막 설정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따온 것 같다.

멜로물의 관점에서 보면 남녀 주인공 캐릭터가 감독과 배우 관계에서 시작해 영화 촬영을 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는데 실은 원수의 가문이라 온전히 맺어질 수 없는 사이라서 갈등이 지속되는 것으로 비극적인 사랑 설정의 왕도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 운용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남자 주인공 구웨이방에게는 페이리시라는 의사 여자 친구가 있지만 비중이 너무 낮아서 출현씬 자체가 적고, 여자 주인공 멩시판은 주변에 꼬이는 남자가 많은데 죄다 비명횡사해서 치정극의 삼각관계를 이룰 만한 캐릭터가 없다.

멩시판은 사건의 흑막인 콩센과의 관계 때문에 주어진 명령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웨이방에 대한 사랑에 번민하고. 웨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멩시판을 사랑하게 되면서 모종의 이유로 아버지인 구밍샨과 대립하는 한편. 사건의 흑막의 목표는 구밍샨이라서 구씨 콩씨 가문의 은원 관계가 메인 스토리의 코어 역할을 하고 있다.

각 가문의 사람들만 포커스를 받지, 그 이외에 다른 사람은 전부 조연 내지는 단역이고 본편 스토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대부분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빛의 속도로 리타이어하기 때문에 캐릭터 인력 낭비가 심한 편이다.

그래도 콩씨 구씨 가문의 갈등과 거기서 빚어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란 걸 감안하고서 보면 어느 정도 볼만한 구석이 있다.

사실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보다는 두 가문에 얽힌 사건의 진상이 흥미롭다. 정확히는, 하이라이트씬에 나온 사건의 진상에 대한 반전인데 이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역전시키는 내용이라서 인상 깊었다.

어떻게 보면 구웨이방의 아버지 구밍샨이 본작의 진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데 진짜 이 캐릭터 하나가 남녀 주인공에 비해 짧은 출현인데도 불구하고 본편 스토리를 하드캐리했다. 기계 부품으로 비유하자면 가장 중요한 부품이라고나 할까.

호러물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꽝이다.

제작진이 화려한 시각효과를 위해 거액을 들였다고 나왔고, 실제로 비주얼을 보면 돈 많이 쓴 흔적이 보이지만.. 그렇게 투자를 많이 한 것에 비해 연출이 따라가지 못하고 방향성도 잘못 잡아서 공포물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도입부에 극장 안에 있는 제단 근처 항아리에서 유령이 튀어나오는 건 푸른빛의 투명한 모습을 한 게 무슨 디아블로 시리즈에 나오는 영혼체 보는 줄 알았고, 멩시판의 악몽 때 나오는 사람 얼굴 실루엣 돋아난 하얀 스펀지 바닥이나 화염 필드 위에 서서 해골 부유령들에게 습격당하는 씬은 판타지 느낌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호러물의 색채가 옅어졌다.

귀신 나오는 장면은 죄다 환영 아니면 악몽이고, 웨이방이 영화 촬영 중 다치긴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며, 그 이후 영화 촬영을 끝낼 때까지는 남녀 주인공이 아무런 위험에 처하지 않고 연애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긴장감이 뚝뚝 떨어진다.

영화 촬영 도중 공식적인 사망자는 달랑 2명이고. 둘 다 멩시판에게 치근덕거리다 죽은 거라서 극장에서 벌어진 기현상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도 아니고 분위기를 차갑게 식히는 것도 아니라서 두 번째 사망자가 나온 이후부터는 그 누구도 귀신 극장이란 걸 의식하지 않아서 귀신 극장 설정이 공중분해된다.

근본적으로 작중 웨이방이 만든 영화 밤의 여가수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로맨스를 그린 것으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공포물과는 거리가 먼데. 공포 영화라고 우기고 있어서 본 작품 자체의 핀트가 어긋난 걸 방증하고 있다.

스토리 설정이 좀 허술한 경향이 있는데 꼭 나와야 할 내용이 안 나오거나 혹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몇 군데 있어 설정에 틈이 많다.

작중 멩시아와 라이벌 기믹으로 나왔던 판루유의 죽음을 암시하면서도 죽었다는 사실은커녕 시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퇴장시킨 것과 콩쉔이 화약 가루 사용 부분이다.

콩쉔의 화약 가루는 허공에 흩날린 가루를 흡입한 사람의 몸속 내부를 불에 태워 죽이는 화염독 같이 묘사되고 실제 이걸로 세 사람이나 죽였는데도 꼬리를 잡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문의 숙적인 구밍샨과 마주할 때는 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총기를 사용한다.

애초에 구밍샨이 가문의 숙적이고 그를 죽이는 걸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데 왜 굳이 극장으로 유인해서 죽이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

멩시판을 이용해 미인계를 건 시점에서 화염독도 가지고 있겠다 다양한 루트로 암살을 시도할 수 있을 텐데 뭔가 좀 머리가 나쁜 것 같다.

게다가 웨이방의 여자 친구인 페이시리가 화염독의 비밀을 푸는 내용이 나오는데 문제는 화염독에 마늘 냄새가 난다는 것만 밝혀내고 구체적으로 뭔지 알아내지 못한 채 끝나기 때문에 떡밥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론은 미묘. 로미오와 줄리엣과 오페라의 유령을 섞은 작품으로 공포 영화를 자처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멜로 드라마이며, 공포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거액을 들여 비주얼에 신경 쓴 것 치고 공포물로서의 연출력이 지나치게 떨어지고 핀트가 어긋나서 완전 꽝인데, 멜로물의 관점에서 보면 주연 캐릭터들에게 비중을 몰아주고 조연, 단역을 너무 홀대해서 캐릭터 운용이 좋지 않고 스토리 구성이 좀 허술한 부분도 있지만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자체는 볼만했고 클라이막스 때 나오는 반전도 괜찮았던 작품이다.

공포물로서는 절대 비추천. 멜로물로서는 최소한 평타는 치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중국 현지에서 개봉 당시 디즈니의 정글북 실사판, 마블의 시빌 워, 탕웨이 주연의 시절인연 2와 경쟁하면서 중국 박스 오피스 4위권 안에 머무르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덧붙여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자미 배역을 맡아 한국에 잘 알려진 임심여가 여자 주인공인 멩시판을 연기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임심여보다는, 구밍샨 배역을 맡은 임달화의 호연과 구웨이방 배역을 맡은 양우녕의 발연기가 더 눈에 띄었다. 작중 부자지간으로 나왔는데 연기력이 극과 극이다. 특히 양우녕이 후반부 극장 앞에서 펼치는 분노 연기는 발연기의 끝판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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