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June.2015) 2015년 개봉 영화




2015년에 L. 구스타보 쿠퍼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악마 신봉자들에 의해 어린 아기 때 고대의 사악한 존재 에어리의 힘을 그 몸에 받아 들고서 의식 진행 도중 친모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거진 ‘준’이 고아로 자라나다가 9살이 되었을 때 새로운 입양 가정에서 과거 자신을 데리고 의식 현장에서 벗어난 릴리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이비 종교+어린 소녀+괴롭힘+초능력 각성/폭주/몰살 등 주요 태그를 보면 스티븐 킹의 ‘캐리’를 연상시키는데 실제 이 작품 국내 포스터에도 ‘캐리’는 잊어라! 라는 문구를 대놓고 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캐리를 잊게 하기는커녕, 캐리의 양산형조차 되지 못한 짝퉁으로 캐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스티븐 킹에 대한 모욕이라고 할만하다.

일단 이 작품은 오프닝 때 악마 신봉자들이 갓난아기인 준을 데리고 고대의 신적 존재를 부르는 의식을 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후드를 둘러 쓴 신자들이 야심한 밤에 제단 위에 모여 서서 의식을 행하는 걸 보면 사타니스트 느낌이 나지만, 실제로는 좀 애매한 게. 갓난아기를 제물로 바치는 게 아니라 매개체로 삼아 고대의 신적인 존재에게 힘을 얻는 것이고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슝하고 내려오는 묘사를 보면 SF 느낌이 물씬 풍긴다. 즉, 사탄 같은 악마보다는 크툴후 같은 외우주의 사신 숭배 필이다.

작중에선 신자들이 부르는 노래에선 어둠의 어머니. 공식 디폴트 네임은 ‘에어리’라고 하는데 작중에 나온 대사에 따르면 불/물/공기 등 3대 원소를 통합한 정령에 가깝고, 사람의 몸에 씌여 비, 바람, 번개 따위를 조종하는 자연계 초능력을 구사한다.

마블의 엑스맨으로 치면 딱 ‘스톰’이다. 그래서 사실 뭔가 번짓수를 잘못 찾은 느낌도 준다. 엑스맨 같은 슈퍼 히어로 영화에 나올 법한 캐릭터가 종교 오컬트 호러 영화에 나오니 되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악마적인 느낌을 주는 건 눈동자가 온통 검게 물들면서 잔뜩 쉰 목소리로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할 때인데 그 대사 자체가 너무 시적이라서 어쩐지 중2병스럽고, 초능력 학살 연출도 되게 시시하다.

예를 들면 ‘달이 떠오르고 해가 지면 불이 하늘 높이 치솟고 사람을 태운 재가 흩날리리’ 이렇게 대사를 쳐놓고, 정작 예언이 실현될 때는 사자후를 외치자 지면에 충격파가 퍼지면서 모래 먼지가 일어나는 걸로 장땡이다.

광역 공격이라서 타겟 범위가 넓지만 희생자의 리액션이 달랑 바닥에 자빠지는 걸로 끝난다. (이게 무슨 KOF의 다이몬 고로 지뢰진도 아니고)

준은 9살 밖에 안 됐는데 천애고아로 자라나고 이상한 아이라며 주변의 괴롭힘을 당해왔는데, 화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초능력을 각성시켜 주변을 벌컥 뒤집는 캐릭터라서 호러물의 관점에서 보면 포지션이 애매하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고 줄거리, 설정상 공포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과 별개로 캐릭터 자체가 천애고아에 사회적 약자인 어린 아이로서의 불쌍함을 강조하기만 해서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애초에 준이 앤더슨가에 입양되어 릴리, 데이브, 준. 이렇게 셋이 함께 사는데 여기서 일반인인 데이브가 준의 이상한 행동과 모습에 공포를 느끼는 부분을 건성으로 묘사하고 준은 불쌍한 아이니까 미워하지 말자. 이해하자 계속 이런 식으로 유도해 나가니 호러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완전 상실했다.

잊을 만하면 준의 몸을 장악해 초능력을 구사하는 에어리의 존재도 전혀 밥값을 못한다. 준이 자신의 자아와 에어리의 인격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도 아니고, 에어리가 준을 완전히 장악해 흑화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다.

악역이 되어야 할 에어리의 인격이 제구실을 못하니, 본작의 악역을 맡은 건 에어리를 추종하는 신봉자들인데.. 본편 스토리 내내 준과 앤더슨 일가의 갈등만 보여줘서 결국 신봉자들은 처음과 끝에 가서 단 두 번 정체를 드러내고 나와서 의식을 진행하다가 전부 다 실패해 떼몰살 당하니 이쯤 되면 진짜 필름 낭비를 넘어선 인력 낭비다.

준의 불쌍함 전제로 깔고 그런 준을 이해한다는 릴리의 독백을 넣음으로서 준과 릴리의 관계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오직 그것만을 스토리의 중심에 놓고 다른 건 전부 배재하니 캐릭터 운용에 대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릴리의 남편 데이브. 그리고 에어리 추종자들 등등 주요 인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착이다.

결론은 비추천. 캐릭터 자체로는 스티븐 킹의 캐리 짝퉁에 가깝지만 작품 자체는 사타니스트의 탈을 쓴 외계인 추종자들과 불,물,바람을 조종하는 초능력 소녀의 이야기로 SF적인 설정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공포 스릴러라면서 공포의 주체가 되어야 할 캐릭터가 작중에서 의도적으로 악행과 패악을 저지른 게 아니라 불쌍한 점만 계속 강조해서 호러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작품이다.(제이비어 영재 학교에 입학해야 할 아이를 데리고 캐리 드립치고 호러물이라 주장하면서 다큐멘터리 인간 극장을 찍고 있으니 이거야 원)


덧글

  • 포스21 2016/12/16 20:00 # 답글

    크크 뭔가 상당히 유감스런 영화인가 보네요. 캐리는 그냥 스토리 다이제스트 정도로만 아는데도 상당히 긴장감 넘치는 전개던데...
  • 잠뿌리 2016/12/16 20:17 #

    캐리는 긴장감이 넘쳐 흐르다가 막판에 댄스 파티장에서 돼지 피를 뒤집어 쓰고 초능력 무쌍으로 떼몰살시킬 때 한 번에 터트리는 게 엄청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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