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령 (劇場霊.2015) 2016년 개봉 영화




2015년에 나가타 히데오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AKB48의 팀 A 멤버인 시마자키 하루카가 주연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2016년에 IP TV, VOD용으로 개봉했다.

내용은 연기의 재능과 열정은 있지만 배역 운이 없던 무명 배우 미즈키 사라가 소속사의 소개를 받아 흡혈귀 전설의 모태가 된 헝가리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트 바토리를 소재로 한 ‘선혈이 부르는 목소리’라는 연극 무대의 오디션을 봤다가 단역을 따냈지만 주연인 엘리자베트 배역을 맡은 인기 스타 시노하라 아오이가 사라의 재능을 시기해 괴롭히다가, 소품을 담당한 스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아오이 역시 사고를 당해 사라가 대타를 맡아 주연이 됐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며 그 중심에 연극 소품인 인형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을 만든 나가타 히데오 감독은 여우령으로 데뷔, 링 시리즈와 검은 물 밑에서의 영화로 유명한 J호러의 거장이다.

여우령이 영화 촬영장에서 공포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죽은 여배우의 혼령이 나타난 작품이었는데 본작은 연극 무대에서 연극을 하던 도중, 귀신 들린 구체관절 인형이 사람의 정기를 흡수하는 내용의 작품이라서 영화/연극, 영화배우/연극배우, 촬영장/연극 무대라는 연관 키워드와 같은 감독의 작품이란 걸 보면 정식 시리즈는 아니더라도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할 만 하다. 실제로 이 작품은 여우령의 20주년 기념작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결과물은 영 시원치 않다.

일단, 본작의 내용은 인형 귀신의 저주가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극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 중심에 있다.

재능과 열정을 가졌지만 주목 받지 못한 무명 배우인 주인공. 재능이 없는데 주목을 받아 주연 자리를 꿰어 차고 주인공의 재능을 간파하여 열폭하며 괴롭히는 주인공의 라이벌. 단역 배우지만 주연의 대사를 외우면서 출세욕을 숨기고 있는 주인공의 친구. 주연 배우들에게 접근해 스킨쉽을 하면서 성상납을 강요하고 거절하면 매몰차게 대하는 무대 감독 등등 주요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관계, 이야기를 놓고 보면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한 한 편의 욕망 군상극인데 여기에 뜬금없이 귀신 설정이 들어간 느낌이다.

전체 러닝 타임 99분 중에서 약 1시간 가까이 연극 이야기만 하면서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귀신 인형을 등장시켰다가, 러닝 타임 1시간이 살짝 넘어가는 시점에서 귀신의 정체를 밝혀지고. 연극 무대가 아비규환이 되면서 클라이막스로 향해 가서 호러물로서의 극 전개가 엄청 늘어져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작중에 나오는 귀신 들린 인형은 본작으로부터 15년 전, 산사태로 죽은 여자의 아버지가 딸의 모습을 본 뜬 인형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귀신이 씌여 스스로 움직여 살아있는 여자와 키스를 해서 정기를 흡수하는 망령이다.

정확히는, 인형 머리에 귀신이 씌인 거라서 머리만 남아 있으면 언제든 대체할 몸을 구해서 합체해 움직이는 게 가능하고, 수틀리면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노려보면서 위협한다.

처녀의 피로 목욕을 해서 젊음을 유지하는 엘리자베트 바토리와 여자의 정기를 흡수해 부활을 꿈꾸는 인형 귀신은 공통분모가 있긴 하나, 그게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설정이 되지 못해서 인형 귀신 설정이 본편 스토리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혼자서 붕 떠 있다.

연극 무대의 욕망 군상극에 귀신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걸 어거지로 쑤셔 넣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형 귀신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해 연극 무대 스텝부터 관람객, 경찰까지 뗴몰살시키는 극후반부 전개는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는, 말도 안 되는 전개로 이어진다.

연극 무대가 굉장히 넓어서 사람들이 분산되어 있고, 출구가 잠겨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극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귀신 인형 한 마리한테 떼죽음을 당한다.

귀신 인형이 무슨 스티븐 킹의 ‘캐리’에 나오는 캐리처럼 강력한 초능력을 소유해 초능력 무쌍을 찍었다면 이해가 가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정기 흡수 이외에 별 다른 능력도 없고 심지어 귀신으로서 아스트랄 바디(영체)를 가진 것도 아니라 인형 몸의 형태를 이루고 있어 맷집은 엄청나게 약해서 칼침 한 번에 아작 나는 수준이라서 완전 허접한데 누구 하나 제대로 맞서 싸우는 사람 없이 일방적으로 죽어 나가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머리만 있는 인형 눈을 부릅뜨거나, 인형 얼굴에 상처가 생기니 피가 흐르고, 목 없는 인형 바디가 움직이고, 인형 몸에 달린 인형 머리가 180도 돌아가서 몸이 반대로 뒤집힌 채로 부들부들 떨며 폭주하는 씬 등을 보면 연출이 너무 낡아서 쌍팔년도 느낌이 절로 난다.

공포 분위기를 충분히 조성한 것도 아니고, 배경과 조명이 너무 밝아서 전혀 무섭지 않다.

본작의 여주인공인 미즈키 사라 배역을 맡은 시마자키 하루카는 AKB 48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 정극 경험이 없는 듯 발연기를 선보인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단지 인기 아이돌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주연으로 발탁하는 건 현대의 일본 호러 영화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됐다.

여우령, 링 시리즈로 현대 J호러의 근간을 이룬 나가타 히데오 감독도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

결론은 비추천. 연극 무대 이야기를 다룬 전반부가 너무 지루하고 귀신 설정이 연극 무대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있으며, 귀신의 대학살이 자행되는 극 후반부의 연출이 너무 허접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주연 배우의 발연기가 더해진 졸작이다.

이게 과연 여우령, 링 시리즈, 검은 물 밑에서의 나가타 히데오 감독의 작품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J호러의 퇴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개봉 첫주 오프닝 흥행 성적은 약 5700만엔이고, 최종 흥행 수익은 약 2억 3800만엔으로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덧붙여 이 작품의 스핀 오프작인 ‘극장령으로부터의 초대장’은 2015년 4분기 일본 드라마로 전 10화 구성으로 AKB48 그룹 멤버 11명이 주연을 맡았다.

추가로 주간 소년 챔피언에서 코미컬라이징해서 만화판이 연재되어 한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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