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담백경 (鬼談百景.2016) 2016년 개봉 영화




2012년에 오노 후유미가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2016년에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한 자리에 모여서 촛불을 켜고 100가지 괴담을 이야기하면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을 때 귀신이 나타난다는 백물어를 기본으로 해서 10가지 괴담이 나오는 이야기다.

귀담백경 원작 소설의 99가지 이야기 중에 10화를 간추려 실사 영화화한 것이다. 추월,’ ‘,그림자 남자’, ‘따라온다’, ‘함께 보고 있었다’, ‘빨간 여자’, ‘빈 채널’, ‘어느집 아이’, ‘계속 하자’, ‘도둑’, ‘밀폐’ 등 총 10편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추월은 괴담 동호회 친구들이 폐가 체험을 다녀오는 길 도로에서 여자 귀신과 조우하는 이야기다. 본작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이야기인데 폐가 체험이 메인이 아니라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겪는 일이 메인이다.

우리나라 현대 도시 괴담에 비유하자면 ‘자유로 귀신’ 괴담에 가깝다.

심령 스팟인 터널을 지나서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에서 귀신과 조우하는 게 이야기의 전부지만, 귀신과 조우한 씬 자체는 꽤 괜찮았다.

정확히는, 차를 타고 귀신 옆을 스치고 지나갈 때 음소거+슬로우 모션 연출이 좋았다.

다만, 그렇게 차가 지나간 다음 사이드 미러에서 보이는 귀신이 쫓아오는 것과 스크린을 향해 달리는 자동차 옆으로 귀신이 따라 붙는 연출은 무슨 입간판 달고 달리는 느낌이라 싸구려틱해서 좀 별로였다.

그림자 남자는 가까운 곳에 사는 딸의 부탁으로 손주들을 돌봐 준 할머니가 잠깐 잠들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가 시커먼 남자의 습격을 받는 이야기다.

서양 괴담 섀도우 피플의 아시아 버전 같은 느낌으로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인간 형상의 검은 그림자한테 습격 당하는 내용인데.. 습격당하는 씬 자체는 별거 없지만,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를 지나 얇은 유리창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괜찮았다.

따라온다는 어느 비가 오던 날 여고생이 집에 가던 길에 숲에서 자살한 남자를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에피소드 소개 자체는 자살한 남자를 목격한 이후 어딜가나 그 남자를 발견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작중에 나오는 목격담은 두어 번 밖에 안 된다.

그것도 학생 시절 처음 본 것 이후에 3년 후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본 게, 심령 현상의 반복이라기보다는 여고 시절 겪은 충격적인 사건의 후유증으로서 PTSD에 가깝다. 그냥 길가다가 작업복 입은 남자를 보면 3년 전에 본 그걸 다시 본다. 라는 설명이 나와서 그렇다.

이 에피소드에서 인상적인 건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음소거 처리를 해서 화면을 향한 집중력을 높였다는 거다.

이 에피소드에서 인상적인 건 주인공과 남자의 남자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음소거 처리를 했다는 거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상황에서 모든 소리를 차단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귀신을 움직이는 존재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는 존재로 구분하는 듯한 나레이션이 묘한 여운을 안겨준다.

함께 보고 있었다는 한 고등학교에서 여직원이 남자 교사와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 다음날부터 냉대를 받아서 목을 메어 자살한 뒤. 귀신이 되어 남자 교사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는 전후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고 상황 설명을 캐릭터의 몇 마디 대사만으로 처리해서 자세히 봐야 어떻게 돌아가는 내용인지 알 수 있었는데. 사실 그 치정극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 교사가 여직원의 귀신에게 시달리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다.

죽은 지 몇 일이 지난 것도 아니고, 죽은 즉시 귀신이 되어 다시 나타난 것이라 이야기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음악실 창문을 경계로 남자 교사의 앞과 뒤에 어른거리는 귀신의 존재는 꽤 으스스했다.

즉, 창문 너머 운동장에서 보이는 귀신과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귀신의 기척. 놀라서 뒤돌아봤다가 다시 눈앞의 창밖을 보니 귀신의 위치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그 과정이 긴장감이 넘쳤다.

살아있는 남자 교사와 죽은 여직원이 맞닿은 직후에는 사실 어깨 위에 손을 올리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액션이 없어서 맥이 풀리는 게 좀 아쉬웠다.

빨간 여자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나타나는 빨간 옷을 입은 여자 이야기를 하면, 빨간 여자가 화를 내며 나타난다는 괴담이 있는데 그게 실은 체인 메일(행운의 편지) 같이 구담으로 전해져 저주 연쇄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다른 누군가한테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그쪽으로 옮겨간다는 설정은 귀신물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어 별로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별 다른 CG 효과 없이 분장과 연기로 승부한 빨간 여자 자체는 호러블했다.

긴 머리를 치렁치렁 내린 채 바닥을 기거나 각기춤을 선보이는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가야코랑 비교하면, 붉은 여자는 후다닥 달려드는 게 좀 더 활동적으로 묘사되는데 한 번만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등장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화면에 나타나 공포를 선사하기 때문에 괜찮았다.

확실히 J호러도 CG보다 아날로그적인 연출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빈 채널은 남자 고등학생이 한밤중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야 할 빈 채널에서 왠 여자가 흐느끼며 하소연하고 누군가를 저주하는 음성을 들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빈 채널에서 들려 온 귀신의 목소리라는 소재 자체는 오싹하지만, 그 라디오 채널에 빠져 든 남학생 묘사가 관음증에 가까워서 약간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준다.

빈 채널을 듣기 전과 듣기 후의 남학생 상태가 완전 달라서 그 비포<애프터만 놓고 보면 조금 무섭지만 그 중간 과정이 무섭지 않고, 엔딩 직전의 남학생 뒷목에서부터 발끝에 이르는 검은 사기(邪氣)의 확산은 괴담을 넘어서 너무 판타지 느낌이 강해서 정말 별로였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씬은 주인공 포지션은 남학생과 그의 친구가 서로 빈 채널의 주파수를 잡기 위해 라디오를 붙들고 씨름하는데, 두 사람의 시점을 만화의 컷처럼 잘라서 한 화면에 동시에 담는 씬으로 나름대로 극적으로 다가왔다.

어느집 아이는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에서 야근을 하던 신입 교사 앞에 단발 머리를 한 소녀 귀신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에 나온 소녀 귀신은 단정한 단발머리에 멜빵, 빨간 치마를 입은 모습을 미루어 볼 때 디자인사응로는 일본의 도시 괴담 ‘화장실의 하나코’를 모델로 한 것 같다.

화장실에서 나타나지는 않지만, 교무실 구석에서 불쑥 나타나 복도를 지나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행동반경이 넓다.

학교에서 신입 교사가 소녀를 쫓아 계단을 타고 올라가고, 선배 교사는 자동차를 타고 퇴근하던 도중 소녀 귀신과 조우하며 학교 안과 밖의 시점이 교차한다.

신입 교사가 소녀를 쫓아 계단을 올라가고, 막판에 가서 한쪽 얼굴이 일그러진 귀신의 실체를 드러낸 소녀를 보고 깜짝 놀라 도망치는 것 까지는 공포 분위기 조성을 잘해서 괜찮았는데.. 선배 교사가 소녀와 조우해 검은 그림자가 자동차 앞유리에 다가와 그림자 얼굴이 가득 메우는 씬은 CG티가 나도 너무 많이 나서 오히려 긴장감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CG의 남용은 본작을 만든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전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인데,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납득이 가지만 영화로 보기에는 영 아니었다.

계속 하자는 어린 아이들이 신사에서 놀다가 누군가 공동묘지에서 놀자는 소리에 묘지에 가서 놀다가 하나 둘씩 넘어져 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 아이들이 무작정 공동묘지에서 소란을 피우며 노는 거 보면 왜 저러나 싶지만, 그게 실은 귀신에 의해 강제된 것이고. 다쳐서 피를 봐야 놀이를 그만두고 집에 갈 수 있는 게 룰이고 최후에 남은 한 아이가 귀신과 직접 조우하는 것이라 내용 이해 자체는 쉬운 편이다.

사실 아이들이 다쳐서 피를 보고 집에 가는 건 별로 무섭지는 않고. 최후에 남은 한 아이가 피투성이 귀신을 보는 씬 하나만 조금 무섭다.

다만, 이야기 중간 과정의 이해가 쉬운 것에 비해 결말은 괴담의 특성상 흐지부지 끝난 경향이 있어서 그게 좀 아쉽다.

도둑은 한 여고생이 마을에서 아이를 많이 키우면서 수상한 소문이 나도는 이웃 여자에게 알림판을 전달하면서 기묘한 일을 겪는 이야기다.

이웃 여자가 아이를 많이 키우고 있고 임신을 한 것처럼 배가 볼록 나왔는데, 마을 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떠돌던 와중에. 어느날 여고생이 이웃 여자의 집 앞에서 마짱이란 어린 아이를 만난 뒤, 이웃 여자의 배가 도로 들어가 있었다는 내용이라서 본편 10가지 이야기 중 가장 난해하다.

스토리의 정황을 놓고 보자면, 여고생이 친동생과 함께 조우한 마짱이 이웃 여자의 아이인데.. 아이가 워낙 많아서 온전히 출산한 게 아니라 낙태를 해서 배수구에 흘려보냈다가, 아기의 모습이 아닌 아이의 모습을 귀신이 되어 잠깐 나타났다. 이렇게 추측이 되는데 그럼 왜 제목이 도둑인지 모르겠다.

내용이 좀 난해하긴 하지만, 주인공 포지션인 여고생과 이웃 여자가 마주하는 씬은 꽤 긴장감이 있다. 특히 에피소드 내에서 조성해 놓은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무엇인가의 진실을 꼭꼭 감춘 채 가짜 미소를 선보이는 이웃 여자의 연기가 오싹했다.

밀폐는 한 OL이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지기로 하면서 자기 집 벽장 속에 있는 남자 친구의 짐을 빨리 가져가라고 재촉하는데, 아무리 굳게 닫아 놓아도 자꾸만 벽장문이 열리고 남자 친구의 짐 중 하나인 낡은 여행용 캐리어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여행용 캐리어에서 귀신이 튀어나오는 전개지만, 거기서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라 주인공인 OL과 남자친구의 관계를 여행용 캐리어 귀신을 통해 종결짓는 게 본편의 메인 스토리가 됐다.

귀신을 이용한 치정 복수극으로 마무리 지어서 본작에 나온 10편의 이야기 중 가장 작위적이다. 다른 9편의 이야기는 그래도 사람이 귀신을 만나면 깜짝 놀라는데 이번 편에서는 놀라는 것과 별개로 이용해 먹을 줄도 아니 어떻게 보면 좀 신선하긴 했다.

결론은 평작.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는데 99개의 이야기 중 10개를 추려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이다 보니 편수가 많은 만큼 각 편이 할애 받은 분량이 적어서 공포 분위기 조성을 잘해도 결말이 애매하게 끝내는 경우가 많아서 스토리의 밀도가 좀 떨어지고. 음소거와 슬로우 모션을 활용해 중요한 장면에서 청각적 요소를 배제한 게 오히려 화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지만.. CG가 들어간 장면들은 다 별로라서 어딘가 좀 2% 부족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전작인 ‘잔예 ~살아서는 안되는 방~’은 오노 후유미 소설 원작이면서, 귀담백경 원작의 100번째 이야기다.

본작의 나레이션을 맡은 타케우치 유코는 전작 잔예에서 괴담 작가 ‘나’ 배역을 맡았는데 본작에서도 동일 인물로 독자에게 받은 편지 사연을 읽어주는 역할로 목소리만 등장한다.

덧붙여 본작은 일본 현지에서 시사회가 진행됐을 때 한 여성 관객이 상영관을 빠져 나온 뒤 갑자기 쓰러지는 관객 실신 사건이 벌어졌다고 하지만.. 본작의 국내 배급사에서 공개한 비하인드 스토리일 뿐, 실제 본작 자체는 그렇게 무섭지 않은 작품이다.

추가로 귀담백경 원작 소설은 한국에서 2014년에 정식 발매됐다. 원작자 오노 후유미는 ‘십이국기’, ‘시귀’, ‘고스트 헌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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