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2016) 2016년 개봉 영화




2016년에 스튜디오 다다쇼에서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로 잘 알려진 이성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공동 프로듀서를 맡아서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내용은 어렸을 때 피난을 가다가 눈사태 때문에 여동생 샤므이와 생이별한 카이가 강가의 마을에서 양치기가 되어 살던 중, 눈의 여왕 하탄의 수하인 늑대들의 위협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강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강의 정령으로부터 3일 내에 하탄에게 남은 유일한 온기를 찾아 구슬의 물을 부으라는 사명과 함께 영혼의 구슬을 건네 받고 모험을 떠났는데.. 어린 시절 헤어진 샤무이가 하늘에서 떨어진 눈 파편이 눈에 박혀 하탄과 한몸을 이루어 그녀의 수하인 아타가 되어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각색한 것이다.

눈의 여왕 원작에서는 카이의 눈과 심장에 거울의 파편이 박혀서 성격이 변하고 눈의 여왕과 함께 사라진 것을 봄이 되자 게르다가 찾아 나서서 험난한 여행 끝에 눈의 여왕의 궁전에 도착해 카이를 구출하는 내용이다.

본작에서는 게르다 포지션이 카이가 됐고, 카이 포지션이 샤므이가 됐다. 샤므이와 카이가 어린 시절 생이별한 남매 설정이 들어가 있어서 원작의 카이&게르다 커플을 남매로 어레인지한 것이다.

눈의 여왕을 소재로 삼은 작품은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매체로 많이 나왔는데 모든 작품이 원작과 같은 북유럽 배경으로 나왔던 반면. 본작은 중앙아시아로 바꾸고 작중 인물들이 유목민으로 나온다.

제작노트를 보면 이성강 감독이 10년 전 몽골을 여행하면서 본작의 기획을 시작했다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몽골 배경인 것 같다.

눈의 여왕이 북유럽에서 북극까지 광활한 스케일을 담고 있는 반면. 본작은 무대를 아시아로 옮겨오면서 스케일이 대폭 축소됐다. 작중 카이가 사는 강가의 마을과 원작의 산적 포지션인 제제 형제들이 사는 숲속. 그리고 눈의 여왕의 얼음 궁전 등 주요 배경이 달랑 3개 밖에 안 된다.

부제는 거울 호수의 전설이지만, 작중 호수가 나오는 씬은 극히 짧은 분량이고 강의 정령이 중요한 캐릭터로 나오긴 하나,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한 키 아이템을 주는 게 활약의 전부라서 호수란 게 그냥 상징적인 의미 밖에 없다.

배경 스케일이 워낙 작다 보니 아시아 풍광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라고 하기에는 비주얼이 초라하다. 천년여우 여우비의 그 이성강 감독 작품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판타지 색체가 약하다.

눈의 여왕 하탄이 유령처럼 날아다니면서 얼음 폭풍을 시전하고, 하탄의 부하 늑대들이 사람을 공격하면 얼어붙게 만들며, 강의 정령에 건네 준 영혼의 구슬이 유일한 마법 아이템이고. 숲을 다스리는 초대형 순록이 등장하는 것 정도가 판타지 설정인데.. 그런 건 매우 단편적인 것이고, 실제로 작품 자체의 판타지 비주얼을 책임지는 건 정령의 존재인데 세상에 가득한 정령의 충만함 묘사한 게 아니라 강의 정령 하나. 땅의 정령 하나. 바람의 정령은 철새 무리처럼 묘사해서 정령에 대한 묘사가 너무 빈약해서 판타지다운 맛이 안 난다.

정식 개봉하기 6년 전인 2010년에 공개한 컨셉이미지는 동사이아 판타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게 꽤 멋졌고 같이 나온 애니메이션 트레일러도 천년여우 여우비 느낌이 남아 있어서 확실히 후속작 같은 인상을 줬는데.. 6년 후인 지금 개봉한 결과물의 비주얼은 컨셉이미지에 한참 미치지 못하며, 기본 작화가 트레일러 때와 완전 달라져서 되게 낯설다.

액션적인 부분도 기대 이하인 게 주인공이 무슨 특별한 능력을 소유한 것도 아니고. 눈의 여왕 하탄이 엄청나게 강한 것도 아니라서 액션 자체가 들어갈 건덕지가 별로 없다. 액션이 너무 부실하기 때문에 월메이드 판타지라고 자칭하는 게 좀 민망하게 보인다.

캐릭터들은 전반적으로 너무 낡아 빠져서 요즘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매력이 팍팍 떨어진다.

주인공 카이는 부족 최강의 용사라고 뻥까 치면서 자신은 다 컸고 이제 충분히 싸울 수 있다고 항상 높은 의욕을 보이며, 왜 그런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고 꼬맹이 취급하냐고 고뇌하지만.. 실제로 강해지기 위해 제대로 된 수련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애마랑 영웅 놀이한 게 전부이며, 싸움이 벌어졌다하면 도망치기 바쁘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번 위험에 처할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나서 너무 찌질하게 묘사된다.

10대 아이들을 겨냥한 주인공 설정이라고 해도, 요즘 애들이 보면 공감을 하기는커녕 코웃음을 칠 옛 시대의 소년 영웅상이다.

샤므이는 어린 시절 가족과 생이별해서 하탄에게 사로잡혀 그녀의 그림자 겸 심복이 됐으나, 오빠와 하탄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스토리의 중심에 우뚝 서 있기 때문에 카이보다는 그나마 좀 낫다. 다만, 이 캐릭터에 한국적 정서가 담겨있다는 글이 올라오던데 대체 어느 부분이 한국적 정서인지 모르겠다.

영화 제작노트 보면 무슨 샤므이가 샤먼을 바꾼 단어라 초자연적인 존재와 인간을 연결시키는 매개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작중 샤므이는 그냥 가족과 이별한 소녀고. 샤므이를 사로잡은 하탄은 악당 보스라서 샤먼과 전혀 연관이 없다.

눈의 여왕 하탄은 캐릭터 디자인은 괜찮은데 성우가 무명 성우라서 목소리가 좀 낯설고 어색하며, 캐릭터 자체도 기존의 눈의 여왕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도. 새로운 것도 없이 오히려 단순한 악역으로만 묘사되고 있다.

작중 하탄의 목적은 봄이 오면 눈이 녹으니까 자신이 이룬 게 모두 사라지니 영원한 겨울을 위해 전부 다 얼려버린다는 것이고, 샤므이의 눈에 거울 파편이 박힘으로서 그녀에게 빙의한 것이라서 샤므이가 갈등할 때마다 인간은 나쁘다. 나랑 같이 있지 이런 식으로 현혹하는 게 암흑책략의 끝이라서 절대악이 어쩌고 카리스마가 어쩌고 하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딱 한 가지 기존의 눈의 여왕과 차별화된 건, 하탄과 샤무이가 서로의 그림자로서 한 몸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그 설정에 기반을 두어 클라이막스 때 카이가 샤므이를 구출한 장면 자체는 꽤 괜찮았다.

구하는 과정이 눈물과 사과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내용이라 구시대 신파극이 따로 없어서 감동은 좀 덜하긴 하지만 말이다.

제제는 카이의 친구로 눈의 여왕 원작에서 산적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작중에선 숲의 도적으로 나온다.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동료들을 형제라 부르며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산다.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지무시) 같은 포지션으로 카이와 투닥투닥거리다가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전우가 되어 힘을 합쳐 싸우는 역할이다 보니 이쪽도 캐릭터가 낡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기 몫은 충분히 다 했다.

본편 스토리에서 카이가 제제를 만나지 못했고 그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더 이상 스토리가 진행되지 못했을 정도로 기여도가 크다.

더빙은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처럼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지 않고 전문 성우를 주로 썼는데.. 카이 역의 김영은, 샤므이 역의 박고은, 제제 역의 박주광은 전문 성우라서 더빙이 좋았는데 하탄 역의 강진아는 더빙이 너무 어색하다. 전체 더빙 퀼리티를 혼자 갉아먹고 있어서 블랙홀이 됐다.

이 작품에서 괜찮은 점이 있다면 눈의 여왕과 확실한 종지부를 찍고 남매가 재회해 집에 돌아가는 결말로 마무리가 깔끔했다는 것과 밴드 ‘뷰렛’이 부른 엔딩곡은 꽤 괜찮았다는 점이다. 달빛궁궐도 그렇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최신작에서 건질 만한 건 본편 내용물이 아니라 가사 들어간 보컬곡인 것 같다.

결론은 비추천. 이성강, 연상호 감독 등 한국 애니메이션 쪽에서 이름 있는 스텝이 참가했지만 실제 결과물은 이름값을 못하는 작품으로, 판타지 월메이드를 자처하고 있지만 판타지 색체가 너무 옅고 배경 스케일이 한없이 작으며 액션이 부실해서 비주얼적인 볼거리가 없고, 스토리는 눈의 여왕을 각색했는데 완전 재해석한 것도 아니며 캐릭터는 하나 같이 낡아 빠져서 구시대적인 느낌이 강해서 21세기에 나온 게 맞나 의문이 들 만한 작품이다. 딱 80년대 스타일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제작비는 약 7억이라고 하는데 전국 총 관객수는 약 25000명으로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덧글

  • 시몬 2016/11/28 03:18 # 삭제 답글

    7억...7억 이라니...
  • 잠뿌리 2016/11/30 20:24 #

    제작 대비 흥행 수익이 안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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