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광개토 대왕 (1995)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한국의 게임 유통사로 잘 알려진 동서 게임채널에서 MS-DOS용으로 만든 RTS 게임. 한국 최초의 RTS 게임이다. 2014년에 넥슨에서 만든 동명의 모바일 게임과는 다른 작품으로 이 작품이 약 19년 먼저 나왔다.

내용은 고구려의 19대 왕인 광개토 대왕이 거란, 말숙, 후연을 차례대로 격파해 만주 벌판을 되찾는 이야기다.

본작은 동서 게임채널에서 ‘달려라 코바’ 이후에 만든 본격 RTS 게임으로, 게임 개발 기간이 무려 2년 8개월이고 제작비가 6억이나 되며, CD롬 타이틀로 제작되어 한글과 컴퓨터가 인수해 판매했던 게임으로 1995년 정보 통신부의 신 소프트웨어 오락 게임 부분에 선정됐다.

하지만 게임의 기본 스타일과 시스템은 기존의 유명 RTS 게임을 모방했다. 정확히는, 웨스트 우드의 1992년작 ‘듄 2’를 모방한 것인데 차이점은 듄 2가 SF 배경인 반면 본작은 삼국시대 배경이란 점이다.

그래서 듄 2 이외에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도 모방했다. (모방한 것의 비율로 치면 듄 2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RTS 게임으로서 마우스로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하고 키보드는 화면 커서를 이동할 때 정도만 사용한다.

저장하기(세이브)/불러오기(로드)/제어판(환경)/도스로 빠져 나가기 등의 컨피그 메뉴는 게임 화면 우측의 삼족조의 인장을 마우스 커서로 클릭하면 인장이 한 바퀴 돌아두꺼비로 변하면서 활성화된다.

세이브/로드는 게임 플레이 중에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미션 클리어 후의 세이브/로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유니트의 명령어는 4가지로 공격, 방어, 이동, 후퇴다. 마우스로 직접 클릭하거나,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서 바꿀 수 있다.

공격과 이동은 일반적인 공격, 이동 기능이고 방어는 시설이나 특정 유니트를 클릭하면 해당 시설/유니트가 공격 받을 때 자동 방어를 할 수 있다. (최대 유니트 4개까지 1개 대상을 방어할 수 있다)

후퇴는 군비를 소비해서 해당 커맨드를 실행한 유니트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유니트 뿐만이 아니라 시설도 이에 해당해서 시설 커맨드 중 ‘복구’를 선택하면 군비를 소비해 내구도가 회복된다.

본작은 유니트를 한 번에 여러 개 지정해서 움직일 수 없고 하나하나씩 일일이 클릭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불편하다.

방어 커맨드를 사용해 유니트 1개를 대상으로 4개의 유니트가 방어 설정을 해서 최대 5기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긴 하지만, 어차피 그것도 방어 커맨드를 누르고 목표를 지정하는 것으로 수동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룹 지정을 못하는 불편함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그것보다 더 불편한 건 자동 반격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적군 유니트가 공격을 해서 아군 유니트가 한 대 맞으면 자동 전투가 벌어져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게 기본일 텐데. 본작은 이동 중에 공격당하면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고 자동 전투로 바뀌지 않고, 일명 전장의 안개라 불리는 검은 안개 너머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야 하며, 망루 같은 포탑 구조물의 공격은 눈에 뻔히 보여도 직접 공격 목표로 설정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맞는다. (거기다 망루의 공격 사정거리는 엄청 길다!)

검은 안개 너머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과 망루의 특수성 때문에 게임 난이도가 지독하게 높다.

전체 미션이 달랑 9개 밖에 안 되고 그것 전부가 플레이어가 공격측에 속해서 적의 기지를 함락시켜야 되는 것이라서 미치도록 어려운 것이다.

압도적인 물량을 퍼부어도 검은 안개에 가려진 망루 두어 개로 몰살당하기 십상이다. 제일 먼저 망루부터 찾아내 파괴하는 게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다.

근데 검은 안개를 지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게, 모든 유니트가 검은 안개를 지우는 시야 범위가 동일하고. 안개를 지우려고 전진하다가 안개 너머에서 날아온 화살에 맞고 끔살 당해서 그렇다.

망루만 끔찍한 게 아니라, 언덕 지형에 있는 궁수들도 끔찍하다.

본작에선 보병/창병/궁병이 보병 계열 유니트로서 언덕 지형에 올라갈 수 있어서, 언덕 위에 검은 안개 뒤로 숨어 사격을 해오면 사람 미치게 만든다.

전장의 안개 특수를 누리는 건 오로지 CPU 뿐이고. 플레이어는 그런 특수를 전혀 누릴 수 없어서 밸런스가 나쁘다.

전장의 안개를 효과적으로 지우는 방법이란 게 마땅히 없이, 유니트의 희생을 감수하고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진행을 강요하고 있어서 엄청 피곤하게 만든다.

스테이지 후반부에 나오기 시작한 자동 쇠뇌는 공격 사정거리도 길고, 어지간한 유니트는 단 두 발의 공격에 박살낼 수 있는데.. 자동 쇠뇌와 망루를 같은 자리에 일렬종대로 배치해 놓고. 맵 디자인 자체도 미로처럼 만들어 놓은 최종 스테이지는 이 게임 엔딩 보지 말라는 개발진의 의지마저 느껴졌다. (대체 한국 게임은 왜 이렇게 난이도를 어렵게 만드는 거지? 대체 무엇을 위해서)

건물은 생산 시설, 저장 시설, 방어 시설 등 3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듄 2는 건물을 하나 지으면 태그에 따라 상위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이건 워크래프트에서도 차용한 RTS의 기본 시스템인데 본작에선 그런 게 없다. 그냥 처음부터 모든 건물을 다 지을 수 있다. (다만, 미션 진행에 따라 건물 목록은 순서대로 언락된다)

지휘 막사는 본부 기지로 이곳이 파괴되면 미션 실패다. 반대로 적의 지휘 막사를 파괴하면 미션 클리어다. 지휘 막사에서는 군비를 소비해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보병 훈련소는 보병/창병/궁병/화궁병/돌팔매/공수 특전단.
기병 훈련소는 기마검사(검기병)/기마창전사(창기병)/기마궁사(궁기병)
무기 제작소는 마차(일꾼), 철갑맥궁(기동형 철갑노)/투석기/화염방사기(기동형 화염차)/다연발 맥궁(기동형 연노), 자동 쇠뇌(기동형 발리스타)

생산 시설은 위의 3가지고 각 유니트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보병은 특성 없음. 창병은 중단 공격. 궁병은 장거리 공격. 화궁병은 차량형 병기에 대한 공격력 높음. 돌팔매는 기병에 대한 공격력 높음. 공수 특전단은 비행 정찰.

검기병은 특성 없음. 궁기병은 기병+궁병. 창기병은 기병+창병.

마차는 군비를 수송하는 일꾼 차량. 철갑맥궁은 방어력 높은 특수 차량.. 투석기는 초장거리 공격 가능. 화염차는 공격력 높은 특수 차량. 다연발 맥궁은 공/방 골고루 높은 특수 차량. 자동쇠뇌는 공/방/사정거리 전부 최강의 결전 병기다.

보병 중에 가장 나중에 나오는 유니트인 공수 특전단은 등에 대형 연을 달고 날아올라 화면 끝까지 한 번에 날아가는 게 가능해서 전장의 안개를 순식간에 지울 수 있어서 좋다. 처음부터 나왔다면 난이도 조절이 된 거겠지만.. 최종 스테이지 바로 전에 나와서 늦게 나와도 너무 늦게 나온다.

무기 제작소에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 유니트인 자동 쇠뇌는 공/방/사정거리 모두 최강인데 투석기처럼 사거리 제한이 있어서 적이 근접해 오면 뒤로 후진해서 최소 공격 거리를 마련해야 하며, 공격력이 엄청 높은 대신 연사를 못해서 장전 딜레이가 있다.

전략의 기본이 보병 계열은 언덕을 점령, 기병은 전장의 안개를 지우면서 정찰 및 적을 유인하는 미끼 역할. 기병으로 유인해 온 적은 특수 차량으로 공격해 없애야 한다.

게임 특성상 먼저 나아가는 공격측은 항상 불리하고, 무조건 제 자리에 대기하고 반격하는 수비 측이 유리해서 플레이어도 수비적인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저장 시설은 저장 창고(군비 15000 저장 가능), 보급 막사(군비 20000 보유)가 있다. 이중에 직접 지을 수 있는 건 저장 창고 밖에 없고 보급 막사는 각 미션마다 기본 지급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듄 2나 워크래프트에서는 시설을 만들고 유니트를 생산하기 위해 자원을 채취하고, 이게 RTS 게임의 기본 요소지만.. 본작은 그 자원 채취 방식이 좀 이상하다.

일꾼에 해당하는 마차를 보급 막사로 보내, 보급 막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군비를 저장 창고로 옮겨오는 게 자원의 기본이다. 그래서 자원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적 마차 유니트가 아군 저장 창고에서 군비를 탈취할 수도 있는데. 이건 반대로도 적용이 가능해 적의 저장 창고를 탈취할 수 있다. 다만, 적 저장 창고 수가 미션마다 평균적으로 그리 많지 않고 아군 진지와 너무 떨어져 있어 효율이 나쁘다.

방어 시설은 성벽, 망루. 단 두 개 밖에 없다. 성벽은 보호벽이고 망루는 고정형 포탑인데. 미션 맵 디자인을 보면 CPU는 성벽과 망루를 맵 곳곳에 멋대로 지어놨으나 플레이어는 절대 그럴 수 없다.

건물 자체도 아군 지휘 막사를 중심으로 해서 반경 수미터 이내라서 생각처럼 멀리 확장할 수 없다. 듄 2와 워크래프트에서는 그 확장을 위해 수동 설치가 가능한 타일이 존재하지만, 본작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CPU 편애가 심하다.

게임 플레이 모드는 스토리 모드 단 하나고, 멀티 모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전체 미션의 수는 달랑 9개 밖에 안 되지만 위에 언급한 문제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늘어났다.

미션을 클리어한 다음 바로 데모 비주얼씬이 나온다. 무려 풀음성을 지원해서 그것만 보면 되게 있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등장인물 수가 광개토 대왕/목장군/고구장군/아비/모용귀/기타 단역 밖에 없어서 생각보다 볼륨이 크지는 않다.

광개토 대왕, 목장군, 고구장군 등 주요 인물들의 더빙은 엄격 진지 근엄해서 한편의 사극을 보는 것 같아 의외로 높은 퀼리티를 자랑한다.

문제는 아비는 둘째치고 모용귀와 기타 단역들 목소리가 발연기를 자랑한다는 거다. 단순히 연기를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 중국/이민족 캐릭터는 죄다 말끝에 ‘해’자를 붙여서 너무 유치했다. (뭐뭐~해, 있다~해, 살려줘~해. 이런 식으로)

아비는 더빙 퀼리티는 보통인데 캐릭터 자체가 너무 이상하다. 구슬 속에 갇혀 있는 여인이고 본래 정체가 고구려의 달의 여신이라는데, 데모 비주얼씬에 빠짐없이 나와서 조언을 빙자한 헛소리만 하고 들어간다.

오랑캐 꽃은 가시가 없어요. 늙은 호박은 단단해요. 제비꽃은 작아도 강남을 가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죽기 전에 건너면 요하강. 죽어서 건너면 요단강이라고 불러요 등등 추상적인 말만 되풀이해서 게임 공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적의 요새 공성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이 말 하고 쏙 들어가면 아오 진짜 이 무슨)

스토리 모드 다 끝나갈 때쯤 갑자기 광개토 대왕이 아비를 구슬에 가둔 마법을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데모 비주얼 씬이 나와서 떡밥을 던지는가 싶더니. 결국 그건 회수하지도 않고 후연의 모용귀를 자결시키면서 만주벌판을 정벌한 광개토 대왕의 업적을 기리면서 엔딩을 맞이한다.

‘도대체 아비는 왜 나온 거야?’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엔딩 멘트를 보면, ‘서기 1995년 동서에서 광개토 대왕이 부활하여 아비를 찾아나서고 고구려의 달의 여신 아비는 과연 마법에 풀려나올 것인가?’라는 글귀가 마지막을 장시하는데.. 여기서 1995년은 본작이 발매한 해. 동서는 동서 게임채널의 동서를 의미한다.

즉, 실제 역사와는 상관없이 그냥 동서 게임채널의 셀프 홍보용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작품 후속작이 나왔다면 광개토 대왕이 아비의 마법을 푸는 판타지물이 됐을지도 모른다)

데모 비주얼씬 이외에 게임 플레이상에서도 음성 지원을 한다. 모든 유니트의 선택 음성이 ‘예!’, ‘네!’ 이것 밖에 없고 적의 공격이 시작될 때의 경고 메시지, 그리고 지휘 막사에서 건물 완공했을 때와 생산 시설에서 특정 유니트 생산할 때 음성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자동 쇠뇌 발진! 공수 특전단 출동!)

이 게임에서 딱 하나 건질만한 게 있다면, 듄 2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삼국 시대 배경인데도 불구하고 특수 차량 유니트를 잔뜩 넣을 수 밖에 없기에 부각된 공성 병기들이다. 투석기, 자동 쇠뇌는 그렇다 치고, 철갑맥궁/다연발맥궁/화염차 등은 꽤 신선했다.

결론은 비추천. 광개토 대왕을 소재로 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발상 자체는 한국적인 소재 발굴의 측면에서 좋았고, 한국 최초의 RTS 게임인 것에 역사적 의의가 있지만.. 게임의 기본 틀이 듄 2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는데 이게 장점만 따와도 모자랄 판에 원작에 없던 단점을 만들어 RTS의 기본 요소도 지키지 못해 게임 인터페이스가 매우 불편하고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제대로 플레이하기 힘든 수준인 데다가, 멀티 모드는 지원하지 않고 스토리 모드만 지원하는데 전체 미션이 달랑 9개뿐이라 게임 볼륨도 작아서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그냥 설치를 하고 실행하면 화면의 일부가 깨져서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다음 DOSBOX 카페에 올라온 광개토 대왕 그래픽 패치 파일을 실행한 뒤, 본 게임을 시작해야 그래픽 문제가 해결된다. (매번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패치 파일부터 실행해야 된다)

그리고 EMS 메모리가 켜진 상태에서는 실행이 불가능해서 EMS 메모리를 비활성화시켜야 한다.

덧붙여 엔딩 스텝롤 때 스텝 이름이 받침없는 한글로 올라가는 게 인상적이다. (과연 판매처가 한글과 컴퓨터!)

추가로 이 작품 이후에 동서 게임채널에서 나온 RTS 게임으로는 ‘삼국지 천명’과 ‘삼국지 천명 ~손권의 야망~이 있다.


덧글

  • 시몬 2016/10/30 01:42 # 삭제 답글

    저 당시 2억이면 지금 돈으론...허허
  • 잠뿌리 2016/10/30 08:09 #

    항간에는 동서 게임 채널에 게임 유통으로 번 수익 대부분을 저 게임 제작비로 탕진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 먹통XKim 2016/11/04 12:58 # 답글

    지금은 대충 축소한 부천 경인문고 부천역 지점에서 팔던 거 생각나네요
    2000년 초반만 해도 컴퓨터 게임을 팔았는데
  • 잠뿌리 2016/11/06 01:29 #

    확실히 옛날에는 서점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 엉덩이 2017/02/08 15:00 # 삭제 답글

    이거 정말 재밌게 했고 제 추억속 좋은 게임 ㅠㅠ.
    그당시도 어려워서 3탄까지 밖에 못갔고 요즘 다시 해보려해도 어려워서 4탄가는게 한계더라구요...
    치트를 쓰려해도 안먹히고 해서 난감합니다 ㅋㅋ 너무 어려워요
  • 잠뿌리 2017/02/10 12:25 #

    치트 써도 너무 어려운 게임이라 개발진들이 보통 사람이 클리어하라고 만든 것 같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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