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천하무적 (1994) 2019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4년에 소프트라이가 MS-DOS용으로 만든 대전 액션 게임. 발매는 한국 게임 유통사 수레가 맡았다.

내용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무역 전쟁으로 인해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류에 의해 이념, 종교, 국경, 인종, 언어를 초월한 하나의 거대한 국가. 통칭 거국(The Great Nateion)이 탄생해 평화가 찾아오지만 그것도 잠시. 악의 씨앗이 퍼져 세계 곳곳에 마약과 폭력이 난무해 무법천지의 원시사회가 되어 버려, 거국의 일등상이 암흑 세력을 분쇄할 경찰성 설립을 명하고 용기와 힘, 덕목을 가진 경찰성의 대장을 뽑기로 하자 세계 곳곳의 파이터들이 초대 경찰성 성주를 꿈꾸며 한 자리에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위의 내용이 게임 매뉴얼에 나온 줄거리인데 발매 당시 게임 잡지에 실린 홍보용 포스터에는 모년 모월 모일 현자가 약육강식이 판치는 지구를 평정할 천하제일고수 천하무적이 등장할 것이라 예언하자 세계 각지의 무술가들이 모여들어 예언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근데 사실 게임 내에서 텍스트 요소는 전무해서 줄거리 설명조차 나오지 않은 관계로 어느쪽 스토리든 간에 게임 내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배경 설정은 통일국가인 거국인데 정작 캐릭터 프로필에 나오는 국적은 다양해서 한국(남한), 북한, 미국, 스페인, 노르웨이, 일본, 중국, 캐나다 등이 나온다. 한국 게임이라 그런지 주인공은 당연히 한국 출신이고 중간보스와 최종보스 둘 다 한국 출신으로 나오며, 무려 북한 국전 캐릭터도 나온다.

플레이어 셀렉트 캐릭터는 총 8명으로 한국 비전 무술 태극무를 전수 받은 ‘진표’, 노르웨이 바이킹의 후예인 ‘뭉크’, 중국 공산 정권 지도자의 아들인 ‘백포’. 미국 마피아 조직 보스의 딸인 ‘모리슨’. 스페인의 ‘발모아 남작’, 북한 외교관의 아들인 ‘리성일’, 캐나다 알래스카 경계선을 지키는 전사의 아들 ‘메르 카토르’, 일본 오키나와에서 제국주의 교육을 받아 세계 정복의 야망에 불타오르는 ‘히라카와 타다시’다.

다른 캐릭터는 둘째치고 북한 출신 캐릭터의 등장은 대전 액션 게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서 유니크하다. 복장은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베가 느낌 나는데 사용하는 기술이 촉수 공격이고 필살기 쓸 때마다 로동, 로동 거리는 게 아스트랄한 센스를 자랑한다.

근데 전 캐릭터 중에 리성일 하나만 특이하고 나머지는 별로 개성이 없으며,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처참하게 떨어진다.

게임 기본 모드는 1P VS CPU, 2P VS CPU, 1P VS 2P, END(도스로 빠져 나가기) 밖에 없다. 옵션 기능이 없어 아무것도 조정할 수 없다.

1P VS CPU와 2P VS CPU의 존재 의의는 단지 키보드의 1P로 시작하느냐, 2P로 시작하느냐의 차이 밖에 없다.

대전 승리시 캐릭터 대사가 나오긴 하지만, 그 이외에 텍스트는 전혀 없고 심지어 캐릭터 엔딩조차 아무런 글자 없이 대전 승리 때의 모습만 보여주고는 자동 종료해서 스토리 모드 자체가 없다.

결국 거창한 세계관 설정과 캐릭터 프로필은 단순히 매뉴얼에만 들어가 있을 뿐, 게임 내에서 전혀 적용되지 않아서 쓸데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맨손이 아닌 무기를 들고 싸우는 대전 스타일이나, 대전 승리 시 캐릭터 일러스트가 클로즈업되는 것. 그리고 몇몇 캐릭터의 포즈는 SNK의 사무라이 스피릿츠를 모방했다. (예를 들어 백포의 살짝 돌아선 스탠딩 포즈는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타치바나 유쿄와 같다. 차이점은 백포는 칼을 뽑아 들고 있는 것과 유쿄는 칼을 칼집에 꽂아 넣은 자세다)

게임 조작 방법은 1P는 QWEADZX 순서로 8방향키 사용, TAB키와 왼쪽 SHIFT키가 공격. 2P는 숫자 방향키로 78946123 순서로 8방향키 사용, ENTER키와 오른쪽 SHIFT키가 공격이다.

각 방향키를 화살표로 표기하자면.. ←→(좌우 이동), ↓(앉기), ↑(제자리 점프), ↖↗(좌우 대각선 점프), ↙(상단 가드), ↘(하단 가드)다. 그냥 적의 공격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자동 가드가 되는 게 아니라 대각선 방향키를 일일이 눌러줘야 가드할 수 있다.

정면 기준으로 ↑+→에 해당하는 방향 키를 동시에 누르면 대쉬를 지원하는데.. 대쉬 중에는 점프도, 공격도 할 수 없다. (대체 그럼 대쉬를 왜 넣은 거지?)

공격 키 구성이 굉장히 애매하다. TAB/ENTER키가 무기 공격. SHIFT키가 발차기인데, 전자는 점프/서기/앉기 상태에서 다 공격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서서 공격할 수 없다.

근데 커맨드 입력 기술을 사용하면 TAB/ENTER키는 지원하는 공격이 달랑 1개고, SHIFT키로 사용하면 커맨드 입력 기술을 다 쓸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파동권은 주먹으로 쓰는 건데 여기선 발로도 쓸 수 있다는 거다. 즉. 발로 파동권과 용권선풍각이 다 가능하다.

커맨드 입력 기술의 조작 패턴도 되게 이상하다.

TAB/ENTER+→, SHFIT+→ 키를 누르면 어떤 캐릭터는 기본기(킥 공격)만 나가고. 어떤 캐릭터는 대쉬/장풍 기술이 나가서 특수기로 봐야 할지, 커맨드 입력 기술로 봐야할지 애매한 구석이 있다.

방향키 하나 이상을 입력해서 쓰는 기술 커맨드도 ↙↘or↘↙+SHIFT. →↘+TAB/ENTER or SHIFT라서 진짜 괴랄하기 짝이 없다. 보통, 대전 액션 게임하면 스트리트 파이터식 커맨드 입력 패턴을 떠올리는 게 정상인데 이 게임은 뭔가 중간에 빠진 게 많아서 이상한 거다.

이 게임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격키 찾기도 힘들어 하고 커맨드 입력 기술사용은 꿈도 못 꾸는 게 당연하다.

커맨드 입력시 기술 자체는 잘 나가는 편이지만 판정은 매우 나쁘다.

특히 돌진 계열의 기술은 대쉬 혹은 도약 이후 공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이동하는 것 자체에는 공격 판정이 전혀 없어서, 상대와의 간격이 가까우면 이동이 막혀서 애먼 허공만 공격해서 아무런 데미지도 입힐 수 없다.

잡기를 지원하지 않고 다리 걸기 요소도 없어서 피격시의 모션이 서서 얻어맞는 것 하나 밖에 없고, 공격을 다섯 번 명중시키면 나가 떨어져 다운되는 연출이 있지만 스턴 효과를 받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다시 멀쩡히 일어난다.

커맨드 입력 기술이 있지만 조작감이 굉장히 안 좋아서 뭐 하나 제대로 나가는 기술이 없는데 CPU는 기술을 잘만 쓴다.

특정한 기술을 사용할 때 기술명을 소리 내어 외치지만 공격할 때 나는 효과음 자체는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칼질 효과음을 가져다 썼다. 배경 음악은 그저 그런 수준이라서 그냥 인스톨 화면에서 조정할 수 있는 음악/효과음을 다 꺼도 무방하다.

그래픽도 오프닝 데모와 캐릭터 일러스트는 그럴 듯 해 보이는데 실제 게임 플레이상 그래픽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다. 캐릭터 스킨 자체는 당시 기준으로 볼 때 PC게임이란 걸 감안하면 평범한데 캐릭터 움직임의 디테일은 좀 떨어진다.

또 이해할 수 없는 건 게임 실행 명령어와 데모 명령어가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 오프닝 데모와 타이틀 화면을 보려면 데모 명령어를 실행해야 하고. 게임 실행 명령어를 실행하면 바로 게임이 시작하는 점이다.

결론은 비추천. 90년대 당시 몇 안 되는 DOS용 국산 대전 액션 게임이지만, SNK의 ‘사무라이 스피릿츠’를 모방한 게임으로 데모 화면과 캐릭터 일러스트만 그럴 듯할 뿐. 게임성 자체는 대단히 떨어지는데 옵션의 부실함과 스토리의 부재,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커맨드 입력 패턴에 끔찍한 기술 판정, 악몽 같은 조작성을 자랑하는 졸작이다. 뭔가 게임이 엉성한 걸 넘어서 미완성된 느낌마저 들어 정식 출시된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발매 당시 관련 상품 판매와 홍보에 많은 신경을 썼다. 대형 브로마이드, 캐릭터 그림엽서, 천하무적 글자가 새겨진 모니터형 디스켓 보관함까지 판매한 바 있다.

덧붙여 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소프트라이가 창설한 게임스쿨의 1기 졸업생들을 동원해서 만든 게임이라고 한다. 이때의 졸업생 스텝들이 연우 소프트란 법인으로 독립한 뒤에 만든 게임이 ‘뮤턴트 DNA’다.


덧글

  • 먹통XKim 2016/10/24 18:55 # 답글

    이거 정품 박스 엄청 컸어요....20년이 지났지만 뚜렷하게 기억하네요
  • 잠뿌리 2016/10/24 20:07 #

    제 기억으로도 박스가 컸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 주변 친구가 이 게임을 구입해서 자랑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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