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모비드 (1997)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7년에 진영 테크놀로지에서 MS-DOS용으로 만든 3D 호러 어드벤처 게임. 한국 최초의 호러 어드벤처 게임을 표방하고 있으며, CD 3장의 고용량 게임이다.

내용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지 못해 자책감 때문에 정신분열증에 걸린 주인공이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다가, 갑자기 고등학교 생물실에서 깨어난 뒤 죽은 친구의 환영을 쫓아서 이상한 체험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1997년 문화 체육부와 전자신문사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이달의 우수 게임 6월 수상작이다.

발매 당시에는 그래픽 처리가 뛰어나고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게임 구성이 평이하며 죽은 친구와의 우정을 회복한다는 건전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해서 우수작에 선정됐지만, 자세히 파고들어서 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우선, 게임 방식이 독창적이지 못하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다가 뭔가 액션이 나올 때 3D 캐릭터가 나오는 것, 그리고 풀 3D 호러 어드벤처 장르란 걸 생각해 보면 1995년에 워프에서 개발, 3DO 산에이쇼보에서 3DO용으로 발매한 ‘D의 식탁’을 모방했다.

그래픽은 CD 3장의 고용량임에도 불구하고 조잡하기 짝이 없고 분량적인 부분에서의 볼륨도 한참 작아서 처음 시작한 학교 구역의 1층, 2층을 오르내리는데도 CD 1, 2장을 갈아 끼워야 할 정도라 도대체 어디에 그 많은 용량을 썼는지 알 수가 없다.

작중에 나오는 영상의 대부분은 아이템을 입수하고 문을 열거나,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아주 일반적인 행동들이다.

D의 식탁은 그런 영상이 나오긴 해도 인터랙티브 시네마를 표방하고 있어 이벤트가 발생할 때 다양한 카메라 워크로 현장감을 생생하게 만들면서 3D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 본작은 그런 씬이 별로 안 나온다.

3D 랜더링으로 제작된 주인공 스킨도 퀼리티가 떨어지고, 작중 인물이 달랑 주인공과 친구. 단 두 명뿐인 데다가 친구가 나오는 씬은 게임 전체를 통틀어 단 3번 밖에 없어서 애초에 인터랙티브 시네마 요소가 들어갈 건덕지가 없다.

조작은 마우스 커서로 지정 이동, 마우스 오른쪽 버튼이 인벤토리창 열기. 마우스 왼쪽 버튼이 선택으로 다 된다. 키보드를 사용하는 건 ESC키를 눌러 컨피그창을 열어 ‘인트로 장면 보기/세이브/로드/게임 끝내기’를 할 때뿐이다.

화면에 보이는 장소의 자동 이동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마우스 커서가 화살표 모양으로 바뀌는 곳만 이동이 가능하며, 이동하는 거리나 이동 후에 보이는 시점은 딱 고정되어 있어 중간에 멈추거나 시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없다.

시점 바꾸는 게 되게 번거롭게 만들어 놨는데, 예를 들어 2-3반 교실에 들어가야 되는데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 걸 왼쪽으로 잘못 돌았으면.. 오른쪽 클릭 한 번으로 돌아가면 될 걸. 왼쪽 클릭을 여러 번 해서 한 바퀴 빙 돌아서 제 자리에 맞춰 옆을 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게임성은 그래픽과 조작성보다도 더 떨어진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꼭 필요한 행동을 해서 조건을 충족시켜야 다음 진행이 가능한 건 이해가 가는데, 이동 가능한 지역인데 가 봤자 아무것도 없는 곳이 잔뜩 나와서 용량 낭비가 심하다.

학교 스테이지만 해도 2-3반 교실과 표지에 이름없는 교실, 기술실, 물리실, 생물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교실과 도서실은 문 열고 들어가도 아무런 이벤트도, 아이템도 없다. 창고나 비품실은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다.

학교를 탈출한 다음부터 이어져 나오는 환상 지역들도 길 자체는 무조건 전진만 하면 장땡이고, 그 중간에 게임 진행에 꼭 필요한 아이템만 챙기면 된다.

필수 아이템은 미리미리 챙겨놔야지 깜빡하고 넘어가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진다.

호러 게임으로 어필하는 공포 포인트가 주인공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 그게 반영된 이상한 세계인데 이게 그냥 배경만 이상하게 나올 뿐이다.

본편 스토리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위협/위험 요소가 나오지 않아서 게임 플레이가 너무 지루하고 심심하다.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는 전혀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지만, 퍼즐 난이도는 과연 퍼즐이란 말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쉬워서 정말 별 게 없다. 이 작품이 모방한 D의 식탁과 비교하면 D의 식탁에게 센송해질 정도다.

느낌상 퍼즐 어드벤처라기보다는 방 탈출 게임 같다. 이 게임이 발매할 당시인 90년대 후반에는 모바일 게임과 플래쉬 게임이 없었을 때라 방 탈출 게임이란 장르 개념이 없었겠지만 말이다. (방 탈출 게임의 원조라고 할 만한 작품은 타카키 토시미츠의 크림슨 룸 시리즈로 첫 작품이 2004년에 나왔다)

게임 그래픽 볼륨만큼 게임 스토리적인 볼륨도 CD 3장짜리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은데, 공략법을 알고 있다면 스피드 진행으로 30분 이내에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플레이 타임이 짧다.

애초에 자유도가 무지하게 낮은 게임이라서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포르말린 병 같은 유리 기둥에 갇혀 있는 친구를 구하는 마지막 장소의 BGM은 음악 끝에 뜬금없이 여자의 앙칼진 비명 소리를 집어넣었는데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당연하지만 게임 본편에서는 여자는커녕 처녀 귀신조차 안 나온다)

죽은 친구와의 우정 회복이란 것도 게임 내 대사 텍스트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아서 줄거리를 모르고 게임을 플레이하면 전혀 모른다. 두 사람이 친구 관계란 암시도 아예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 채 게임을 하면 그냥 주인공과 수상한 놈으로 밖에 안 보인다.

인트로 영상에 주인공의 친구가 물에 빠져 죽고,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는 씬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두 사람이 친구 관계인 걸 유추하기에는, 게임 속에서 친구가 보인 행적이 수상쩍은 것뿐이라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이 와도 진실을 밝히지 못할 것 같다.

첫 번째 등장 때는 열쇠로 열어야 되는 교실 안쪽에서 의자, 책상을 염력으로 띄운 채 무표정한 얼굴로 등장하고, 두 번째 등장 때는 동굴 깊숙한 곳에 있는 전철 칸 하나를 타고 떠나고, 세 번째 등장 때는 유리 기둥 안에 수상한 액체 속에 담겨 있는데 이 어디에서 친구와의 우정 테마를 생각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세이브는 1개 밖에 못한다. 아예 슬롯 표시조차 뜨지 않는다. 세이브/로드가 언제든 가능한 건 좋긴 하지만 애초에 게임오버 요소가 없고 플레이 타임도 짧으니 세이브/로드의 의미가 별로 없다.

결론은 비추천. D의 식탁 아류작인데 퍼즐 난이도가 떨어져 퍼즐 어드벤처가 아니라 방 탈출 게임에 가깝고, CD 3장의 고용량이 무색하게 그래픽이 나쁘고 게임 볼륨이 작아서 플레이 타임이 짧으며, 게임 내 대사 텍스트가 전혀 없어서 사전에 정보가 없으면 뭔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데다가, 마우스 하나만 쓰는데 조작성까지 나빠서 한국 최초의 호러 어드벤처란 말을 쓰기 민망한 수준의 졸작이다.


덧글

  • 루트 2016/10/16 14:28 # 답글

    한때 궁금하긴 했었는데 이런 게임이었군요. FMV로만 이루어진 게임인가요?
  • 잠뿌리 2016/10/18 23:58 #

    아니요. 아이템 입수/사용/문열기/이벤트 때만 영상이 나오고 기본적으로는 1인칭 풀 3D 어드벤처입니다. 타이밍에 맞춰 뭘 해야 하는 것도, 시간 제한도, 게임 오버 요소도 일절 없죠. 게임 자체적으로 D의 식탁을 모방한 것 같은데 현실은.. ㅠㅠ
  • 블랙하트 2016/10/19 14:47 # 답글

    스샷만 보면 제작 퀄리티가 게임학과 과제 제출용 정도의 수준이네요.
  • 잠뿌리 2016/10/20 13:49 #

    지금 보면 딱 그 정도 수준인데 발매 당시엔 게임상도 수상했고 게임 용량도 무려 CD 3장이나 되는 대작이었지요.
  • 먹통XKim 2016/10/21 21:55 # 답글

    90년대 말엽, 용산에서 떨이로 만원에 팔기에 박스 보고 저언혀 흥미안가서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떨이로 나온 영국게임인 렘스 오브더 헌팅을 골랐는데

    이건 따봉

    FPS에 실사영상, 어드벤처를 잘 섞어 만든 수작게임이었죠
  • 잠뿌리 2016/10/24 00:31 #

    다행히 지뢰를 피해가셨군요. 이 게임은 워낙 지뢰라 그때 구입하셨으면 후회하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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