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카] 나는 몹 (2016) 2019년 웹툰



2016년에 다음 웹툰 ‘브이’,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 ‘봉이 김선달’ 등으로 잘 알려진 제피가루 작가가 코미카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15화까지 올라온 게임 판타지 만화.

내용은 오픈한 지 15년이 넘은 온라인 RPG 게임 ‘음습한 지하미궁’의 던전 지하 1층에서 하급 몬스터로 일하고 있는 레벨 9 사나운 오크 전사 오돌이가 다크 엘프 다엘과 결혼에 골인해 슬하에 오우론, 오엘 등 자식을 두고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게임 판타지 만화인데 주인공이 게임 플레이어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어에게 사냥 당하는 몬스터 오크다.

게임 판타지는 사실 장르 소설 쪽에서 한 때 주류를 이루어 엄청나게 많은 작품이 나왔고 그중에서는 게임 속 몬스터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적지 않게 있으나, 그런 소재를 차용한 작품은 사실 몬스터가 클래스(직업)적인 의미로 적용되고 속 알맹이는 인간이라서 대부분 몬스터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았다. (인간 플레이어가 몬스터 클래스로 나오는 게임 판타지 소설을 출간했던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헌데 본작은 인간이 몬스터를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몬스터가 게임 속 가상 세계의 주민으로서 자아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종족 번식을 해서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 레벨에 따른 신분의 고하도 존재한다.

게임 시스템적으로 인간에게 사냥 당해 경험치와 돈을 주는 것이 몬스터의 역할이지만 그게 몬스터의 직업으로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3D 업종 노동자처럼 묘사되는 게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몬스터 레벨 표기와 해킹 아이템 거래, 99레벨 몬스터의 보스 자격증, 모험가 플레이어의 본캐, 부계정 캐릭터 등등 게임 판타지란 걸 분명히 자각하고 있어서 장르적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았다.

오돌이가 해킹 아이템 사건에 연루되는 것도 보통 게임 판타지였다면 단순히 기연을 얻어 급속도로 강해지는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본작에선 자식들 교육비를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는 것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눈앞에 보이는 걸 무작정 썰어버리는 핵 앤 슬래쉬가 아니라 휴먼 드라마 스타일이다. (아니, 몬스터가 주인공이니까 몬스터 드라마라고 해야 할까)

현재까지 진행된 스토리는 해킹 아이템 스토리라서 오돌이의 아들인 오우론이 집 나가려면 아직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작품 줄거리가 집 나간 아들 찾으러 모험을 떠나는 아빠 오크의 이야기로 적혀 있어서 좀 의아했다.

작중 오우론은 오돌이와 다엘의 아들로 오크/다크 엘프의 혼혈아이며 레벨 99로 태어나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데 게임 속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가 되길 꿈꿔서 가출이 기정사실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좀 아쉬운 게 있다면, 게임 판타지를 메인 소재로 했고 사건 배경적인 부분도 잘 활용하고 있는데 비해서 캐릭터의 능력적인 설정 부분의 묘사는 얕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인공 오돌이는 오직 레벨 9 사나운 오크 전사로 설정/묘사된 게 전부다. 오크로서 어떤 특정한 능력이 있다거나, 인간 플레이어처럼 전용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라서 게임 캐릭터다운 구석이 좀 떨어진다.

게임 판타지에서 캐릭터의 능력적인 성장과 기술적 메카니즘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존 게임 판타지 소재의 웹툰은, 게임 판타지 소설이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옮겨와서 아무런 내용 없이 주인공의 능력적인 성장에만 너무 몰두해서 문제가 됐었는데 본작은 오히려 그런 요소가 너무 적은 게 흠이다.

향후, 던젼을 벗어나 아들 찾기 모험을 떠나는 전개로 이어질 때 배경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선 캐릭터의 능력적인 부분의 설계가 필요하다.

작화는 평범하다. 작화가 미려하거나 개성적인 건 아니지만 최소한 작붕이나 부실한 배경의 문제 같은 건 없다.

본작을 그린 제피가루 작가가 2004년에 데뷔했고 다음 웹툰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한 만큼 12년차 베테랑 작가로서 안정감이 있다.

배경의 근본이 게임 판타지인 만큼 전투가 필수로 나오는 것 치고, 액션 연출의 밀도가 낮고 전투 자체가 싱겁게 끝나는 일이 많아서 아쉽긴 한데.. 앞서 말했듯 본작은 게임 판타지이되 핵 앤 슬래쉬가 아닌 드라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액션의 부제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결론은 추천작. 게임 판타지물로서 성장과 기술 구성 등 캐릭터의 능력적인 부분의 묘사가 얕은 편이고 액션 연출의 밀도가 낮은 게 좀 아쉽지만, 게임 속 몬스터를 인간 플레이어가 아닌 자아를 가진 존재로 묘사하면서 몬스터의 고충을 묘사하는 한편. 본편 스토리를 전투 위주의 핵 앤 슬래쉬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의 드라마로 풀어내서 신선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덧글

  • 지나가던과객 2016/10/02 01:09 # 삭제 답글

    더불어 주인공 오크의 마누라가 엘프인, 문제적 작품이죠.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오크 마누라가 엘프라니.......
  • 잠뿌리 2016/10/02 11:35 #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오크는 엘프의 먼 친척이란 설정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걸 기반으로 오크와 다크 엘프는 먼 친척이니 결혼과 종족 번식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이 작품에서도 나오지요.
  • 지나가던과객 2016/10/03 19:06 # 삭제 답글

    아무래도 애니나 만화에 주로 등장하는 오크가 Ero오크라서 말이죠.
  • 잠뿌리 2016/10/03 19:43 #

    판타지 배경 에로 게임, 애니메이션의 단골 능욕남이 오크죠.
  • 시몬 2016/10/05 00:31 # 삭제 답글

    이 글이랑은 상관없지만 오크가 나오는 판타지만화 하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말씀드립니다. 최근 레진에 딥다크한 판타지만화가 하나 생겼던데 혹시 이런쪽에도 관심있으시면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제목은 글리머 입니다.
  • 잠뿌리 2016/10/08 14:39 #

    레진쪽 만화는 최근 본 게 거의 없네요.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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