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패치] 제절초 (弟切草.1992) 2019년 한글 패치 게임




1992년에 춘 소프트에서 슈퍼패미콤용으로 만든 사운드 노벨. 최초의 사운드 노벨이자 춘소프트 자체 개발 및 발매 데뷔작이다.

춘소프트는 에닉스(현: 스퀘어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1탄부터 5탄까지)와 포토피아 연속 살인사건을 개발한 곳으로 지금 현재는 사운드 노벨 시리즈와 이상한 던전 시리즈(톨네코의 대모험, 풍래의 시렌)로 유명하다.

내용은 주인공과 나미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던 중 산속에서 길을 잃었는데 사고가 생겨 자동차가 파손되고 주위를 떠돌다 제절초가 가득 피어 있는 꽃밫 너머에 있는 낡은 서양식 저택에 들어갔다가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본래 춘소프트에서 롤플레잉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다가 용량 문제로 포기하고, 텍스트 어드벤처로 기획 방향을 전환했다.

당시 춘소프트는 드래곤 퀘스트 V 천공의 신부를 개발하고 있던 중이라, 본작의 개발에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수 없어서 적은 인원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슈퍼 패미콤의 음원 성능을 살리면서 극작가 나가사카 슈카를 기용해 시나리오를 맡겨서 본작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픽은 좀 안 좋은 편이다. 배경 그래픽이 단순하고 컷 자체도 적을 뿐만이 아니라 그 퀼리티도 슈퍼 패미콤이 아니라 패미콤 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다.

그래도 정지된 그림만 나오는 건 아니고. 도입부 때 드라이브하는 씬에서 차창 너머로 배경 스크롤이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 번개가 내리쳐 나무가 반으로 쪼개지거나, 전방에서 라이트 불빛이 비추며 자동차가 다가오는가 하면 단색 도트 그래픽의 박쥐 등 애니메이션 연출도 뜨문뜨문 나와서 최소한의 콘솔 게임 느낌은 난다.

사운드 노벨인 만큼 소리가 신경을 많이 썼는데 배경 음악보다는 효과음에 집중해서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스토리만 딱 놓고 보면 그렇게 긴장감이 넘치는 수준은 아닌데 소리가 워낙 잘 받쳐줘 버프 효과를 제대로 잘 받았다.

소리를 이만큼 잘 활용한 건 당시 어드벤처 게임 역사상 유래 없는 것이라 저예산/저인원으로 최상의 결과를 낳는데 큰 몫을 했다.

스토리는 남녀 주인공이 산속 저택에 들어가 기묘한 일을 겪는 호러 서스펜스로 복수란 꽃말을 가진 제절초와 그에 얽힌 매사냥꾼 형제의 민화가 핵심적인 상징으로 나오고 그밖에 미라, 휠체어, 수조, 인형, 묘비, 일기장 등의 공통 요소로 나와서 저택에 얽힌 저주와 비밀을 파헤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다.

스토리 진행을 하면서 2~4개의 선택지가 뜨는데 선택 미스로 인한 게임 오버 요소는 일체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로 이어지는데 여기에 약 3개의 엔딩이 존재한다.

하지만 선택지에 따라 결말만 바뀌는 게 아니라 아예 스토리 분기가 나뉘어져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A는 유령 저택의 존속살해 저주를 푸는 것이라면 시나리오 B는 잘못된 흑마술로 인해 악마의 힘이 깃든 저택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이라 인물과 상징이 같아도 시나리오에 따라 그 적용 방식이 완전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에서 사건의 흑막이 된 인물이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큰 도움을 주는 아군이 되고, 시나리오에 따라 남동생이나 아버지 같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어머니의 사랑이 사건 해결이 열쇠가 되는 시나리오와 남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광기가 된 시나리오가 있는 것 등등 변화무쌍하다.

시나리오 구조가 사다리 방식이며 분기 시나리오는 10개 정도 있다.

본편 스토리를 클리어한 뒤 엔딩롤을 보고 소프트를 리셋해 다시 시작하면 클리어 세이브가 자동으로 되어 있고 책갈피로 표기되는데. 그 데이터를 이어서 다회차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다회차 플레이를 할 때마다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되고 새로운 시나리오가 언락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 스토리 볼륨을 키우는 이 방식은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덱스트 어드벤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회차 플레이를 유도한 것 까지는 좋은데,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게 최초다 보니 스토리 플레그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스토리 전개의 모순이 생기고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나의 시나리오에 온전히 집중한 게 아니라, 풀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시나리오의 것들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가 선택 잘못하면 전혀 다른 시나리오의 결말로 이어져서 시나리오 분기의 교통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보통, 시나리오 분기 요소가 있으면 해당 루트로 돌입했을 때 그 시나리오의 끝까지 가야되는데.. 본작은 그 부분에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시나리오 구성이 사다리 방식인데, 현재 진행된 스토리가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고 또 중간 세이브/로드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선택지 실수로 원하는 루트로 넘어가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슈퍼 패미콤 컨트롤러 버튼 4개 중, B, A, Y, L 버튼이 페이지 넘기는 기능이 있는데 정작 메시지 스킵은 지원하지 않는다.

X 버튼을 누르면 텍스트 백롤이 가능한데 유저 편의를 맞춘 기능이 그거 하나 밖에 없다.

스토리 자체도 호러 서스펜스라고 해도 사운드 효과 때문에 긴장감이 있는 거지, 내용 자체는 엄청 무섭지는 않은 게. 시나리오가 여러 개 있다 보니 어떤 시나리오를 전개하든 다른 시나리오에 대한 복선이나 상징들이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오고,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 선택지가 늘어나면 메타 픽션 개그가 강화되어 웃음을 유발해 공포 분위기를 날려 버린다.

개그 센스 자체는 괜찮은 편이라서 그게 공포 분위기를 망친다고 해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전체 시나리오 클리어 특전은 다음 회차 시작 전에 나오는 책갈피가 핑크색으로 바뀌면서 숨겨진 시나리오가 언락되는 것이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글화팀 엑소버드에서 99% 한글화했다. 미한글화된 부분은 엔딩 스텝롤 정도다.

검수가 완료되지 못해 맞춤법, 띄어쓰기가 조금 틀린 부분은 있고 주인공과 갑옷의 칼싸움 때 테스트가 깨지는 현상이 있는데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오자, 탈자가 거의 없어 플레이하는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론은 추천작. 사다리 방식의 시나리오인데 진행 지점을 확인할 수 없고 루트에 따라 선택지가 완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진행이 불안정할 때가 있고, 메시지 스킵 기능을 지원하지 않으며 시나리오 정리가 안 되어 있어 개연성이 떨어지는 구간이 종종 나와서 텍스트의 완성도적인 부분이 좀 아쉽지만.. 다회차 플레이를 할 때마다 선택지와 시나리오가 추가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슈퍼 패미콤의 음원 기능을 충분히 살린 효과음으로 스토리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켜서 신선함과 재미에 이어 최초의 사운드 노벨로서 역사적 의의까지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1999년에 ‘제절초 소생편’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PS1용으로 발매됐다.

PS1판은 개발 스텝도 늘어나고 하드웨어가 달라져서 그래픽이 크게 향상됐고, PS1판 전용 시나리오로 히로인 나미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는 ‘나미편’이 추가됐다.

덧붙여 본작은 원소스 멀티 컨텐츠로서 만화판, 소설판, 게임소설판, 영화판이 나왔다. 만화판과 소설판은 1999년에 나왔고, 게임 소설은 2005년에 원작으로부터 반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북으로 발매됐다.

영화판은 2001년에 토호에서 시모야마 텐 감독이 만들었는데 한국에서는 2004년에 제절초가 아닌 오토기리소우란 이름 그대로 개봉했다. 영화판의 평가는 매우 나쁘다.

추가로 슈퍼 패미콤판은 전체 시나리오 클리어 조건인 핑크 책갈피를 해금하고 그 게임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춘소프트에 보내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춘소프트에서 개발한 이상한 던전 시리즈에서는 HP 회복과 상태 이상 치유 효과가 있는 만능 회복약으로 제절초가 나온다.


덧글

  • 소시민 제이 2016/10/01 10:53 # 답글

    이후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츠키코모리, 카타마이치의 밤 같은 작품들이 나오죠.

    빌트군 님의 리뷰를 보면.. 이이지마 가 얼마나 병신 새끼이고, 게임도 병맛이 돋는지 나오....
  • 잠뿌리 2016/10/02 11:34 #

    카마이타치의 밤이 이 작품의 후속작이고 GBA용으로 한글패치판까지 나왔는데 정말 명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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