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슬리핑 콥시즈 라이(Let Sleeping Corpses Lie.1974) 좀비 영화




1974년에 이탈리아, 스페인 합작으로 조지 그라우 감독이 만든 좀비 영화. 원제는 ‘Non si deve profanare il sonno dei morti’. 북미판 제목은 렛 슬리핑 콥시즈 라이(Let Sleeping Corpses Lie)

내용은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골동품 가게 주인인 조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레이크 랜드로 이사 간 친구를 만나러 휴가 여행을 떠났다가 주유소에서 조우한 에드나의 운전 미숙으로 접촉 사고가 발생해 오토바이가 망가지는 바람에, 시골에서 사진작가 남편과 둘이 사는 에드나의 누나네 집에 먼저 들렀다가 차를 빌리기로 하고서 동석을 해 시골로 내려갔다가 근처 농장에서 초음파로 해충을 박멸하는 기계가 가동되는 걸 본 뒤.. 살아 움직이는 부랑자의 시체에게 습격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81년에 나온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인 ‘괴시’가 표절한 스토리의 원작 영화다.

보통 좀비 영화에서 좀비 발생의 원인으로 자주 쓰이는 게 생물학 병기 개발 때 유출된 바이러스나 방사능 유출인데, 본작에선 방사선이 원인인 것은 같지만 농장을 위한 해충 박멸을 목적으로 한 초음파 기계란 설정이 나와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작중에 묘사된 좀비는 죽은 시체가 살아 움직이기는 하는데, 부패한 시체보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가 주로 나오고 움직임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라서 겉만 보면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건 겉보기만 그럴 뿐이지, 작중 좀비들의 행적을 보면 상상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뇌를 공격당해도 죽지 않아서 총은 전혀 먹히지 않고 이성이나 지성이 없이 오로지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본능만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다.

묘지에서 도망치는 인간을 향해 비석을 집어 던져 맞춰서 쓰러트려 덮치고, 안치소 건물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인간들을 잡아먹으려고 여러 마리의 좀비가 통나무를 들고서 공성추처럼 사용해 문을 파괴하는가 하면, 병원에서 시체들이 일제히 좀비로 부활해 인간들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화생방용 도끼를 들어 사람 얼굴을 찍어 죽이는 것 등등 느린 움직임을 맷집과 도구 사용으로 커버하고 있다.

좀비라고 해도 육신은 사람의 그것이니 몸에 불이 붙으면 타버려서 불에 약하긴 하지만, 그게 인간들의 유일한 무기이자 반격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서 좀비들이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거다.

보통, 좀비 영화에서는 인간들이 무기를 들고 좀비와 싸우고 건물 안에서 농성하거나, 혹은 도시 탈출을 시도하는 게 기본인데 본작에선 그런 게 전혀 안 나온다.

기존의 좀비 영화와 접근 방식이 약간 다르다.

일반 좀비 영화가 도시에 좀비들이 들끓는 좀비 아포칼립스적인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본작은 오직 주인공 일행만 좀비를 목격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다.

경찰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주인공 일행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은 채, 그들이 지나간 흔적을 쫓아간다. 이 서스펜스 요소가 기존의 좀비물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차이점이 있다고 해도 근본은 좀비물이라서 좀비들이 사람 잡아먹을 때의 묘사는 꽤 고어한 편이다. 그래서 괴시에서는 식인 설정을 없애고 흡혈 설정을 넣은 것이다.

엔딩은 괴시하고 정반대다.

괴시는 주인공 혼자 죽고 히로인, 형사는 살아남으며 좀비 발생 기계가 완전히 파괴되는 노멀 엔딩인 반면, 본작은 주인공은 물론이고 경찰 서장까지 주역 캐릭터 3인방이 전부 다 죽으며 좀비 발생 기계가 계속 돌아가는 배드 엔딩으로 끝난다.

괴시 쪽이 뒷맛은 개운할지 몰라도, 엔딩 자체의 밀도는 원작이 훨씬 높다.

히로인<주인공<경찰 서장으로 이어지는 주역 캐릭터 3인방의 사망 릴레이는 워낙 비장해서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소드 마스터 야마토식 급전개가 아니라, 이유 있고 비극적인 세 가지 죽음이 합쳐진 컴비네이션이다.

결론은 추천작. 움직임은 느릿하지만 뇌를 맞아도 끄떡없어 맷집이 좋고 도구를 사용하는 좀비가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좀비 발생 원인이 해충 박멸 기계의 초음파란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오며, 좀비물에 서스펜스 요소를 가미한 게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서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보통, 이탈리아 좀비 영화가 고어에 초점을 맞춰 스파게티 호러의 진수를 보여준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차별화됐다.


덧글

  • rumic71 2016/08/17 21:27 # 답글

    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DVD표지는 엄청나게 순화되었군요.
  • 잠뿌리 2016/08/20 00:26 #

    오리지날 표지보다 DVD 표지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할로윈 유령 느낌나지요.
  • rumic71 2016/08/21 21:46 #

  • 잠뿌리 2016/08/22 16:34 #

    영화 본편에 비해 좀비 나온 표지도 좀 순화됐네요. 영화 본편에선 좀 더 고어하게 나옵니다. 좌측 배 갈린 해부용 시신 좀비도 그렇고, 중앙의 좀비가 히로인 언니의 남편인 사진 작가인데 얼굴에 손톱에 긁혀 죽어서 그 상태 그대로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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