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천사 (摩登天師.1981) 2019년 전격 Z급 영화




1981년에 오우삼 감독이 만든 코믹 호러 영화. 영제는 ‘투 헬 위드 더 데빌’. 허관영, 풍쉬범, 진패, 진백상 등 홍콩 영화에서 친숙한 배우들이 출현했다.

내용은 가난하지만 뮤지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브루스 리가 같은 스타 지망생인 페기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했는데, 정작 그녀는 돈 많은 인기 스타 락키를 숭배해 브루스 리를 외면했고, 설상가상으로 락키한테 자신의 음악마저 도둑질 당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지옥의 악마를 섬기는 마귀 플릿이 나타나 브루스 리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영혼의 계약을 제의하게 됐는데.. 그때 너무 일찍 죽어 천국에 갔다가 신에게 브루스 리를 악마로부터 구하란 사명을 받고 되살아난 마 신부가 브루스 리를 도와 플릿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의 주인공 이름은 ‘브루스 리’지만 실제로 이소룡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강시선생에서 임 도사의 제자인 아걸 배역과 미스터 부 시리즈로 친숙한 허관영이 본작의 주인공 브루스 리로 나온다.

이름만 브루스 리지 실제로는 개그 주인공이라 쿵푸는 전혀 못한다. 뮤지션 지망이라서 음악을 할 줄 아는 것으로 나오지만 찢어지게 가난하고 멘탈이 약해서 마귀 플릿의 표적이 된다.

작품의 주역은 허관영, 풍쉬범, 진패의 3인 체재라 캐스팅은 무난하고 본작의 감독은 무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홍콩 느와르의 대표하는 오우삼 감독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굉장히 떨어진다.

오우삼 감독이 감독 데뷔 후 70년대 중후반에 무협 영화를 찍다가 80년대 초에 잠시 코믹 영화를 찍다가 만든 작품이라서 완전 엉망진창이다.

일단, 편집이 완전 개판인데 허관영 혼자 나와서 1인 꽁트하는 것 마냥 원맨쇼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있다.

다리 없는 거지로 분장해 구걸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해 거리 공연으로 돈을 벌고, 뮤지션 지망생으로서 스튜디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플릿과 영혼의 계약을 해서 단숨에 슈퍼스타가 되는가 하면, 영혼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락키의 암살을 시도하면서 변장을 하는 것 등등. 지나치게 다양한 복장, 모습을 하고 나와서 되도 않는 개그를 반복한다.

이 개그가 하나도 재미없고 스토리상 꼭 필요한 장면도 아니라서 극 전개 자체가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지는 한편. 시점이 난잡하기 짝이 없어 영화를 만들 때 최소한의 편집도 안한 것 같다.

줄거리대로라면 천사/인간/악마의 갈등 관계를 이루어야하는데.. 천사 측인 마 신부는 초반부에 십자가로 악마를 쫓고 빨간 스프레이로 집안 곳곳에 십자가를 그려 브루스 리를 도와준 이후로 스토리에서 완전 이탈했다가 극후반부에 다시 나오고, 악마 측인 플릿은 브루스 리와 계약한 이후에 그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역으로 나와서 악마는 악마인데 악마 같지 않은 애매한 캐릭터가 됐다가 극후반부에 가서야 마각을 드러내서 주요 갈등이 심화되지 못했다.

게다가 작중 라이벌이자 악당 포지션인 락키도 캐릭터 설정만 그렇지, 실제 본편 내용상 브루스 리와 적극적으로 대립을 하지 않는다. 브루스 리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원인을 제공하고, 악마의 힘에 의해 엄청 망가지는 역할로만 나와서 주요 캐릭터의 갈등 관계 자체가 허술하다.

그나마 히로인인 페기와의 갈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묘사되고 깔끔하게 해소된다.

브루스 리가 플릿과 영혼의 계약을 맺고 세 가지 소원을 빌지만 페기의 마음만은 얻지 못해 그게 본편 스토리의 주요 갈등이 되고, 그게 스토리 전개에 따라 점점 심화되다가 종극에 이르러 브루스 리가 개심하게 된 이유가 되어 주니 그건 괜찮았다.

플릿이 섬기는 지옥의 악마는 머리에 뿔 대신 돌기가 돋아나 있고, 보통 서양의 지옥 악마는 빨간 피부인데 이쪽은 동양인의 황색 피부 그대로 나와서 돌기 달린 대머리로 무슨 드래곤볼의 피콜로를 살색으로 칠한 느낌을 줘서 비주얼은 특이하지만.. 지옥 파트에서만 1회성 출현하고 끝나는 단역이다.

귀타귀/강시선생 시리즈의 단골 배우인 종발이 배역을 맡았는데 본작의 배우 캐스팅 리스트에도 아예 카메오 출현이라고 적혀 있다.

이 작품 비디오 커버에서 허관영(브루스 리)가 불에 타는 나뭇가지를 교차시켜 십자가를 만들고 악마의 그림자가 나와서 오컬트물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건 완전 낚시고. 작중에선 십자가를 교차시켜 플릿에 대적하지만 불 붙은 나뭇가지로 불에 타 사그라드는 바람에 위기에 처하는 개그 소품으로만 쓰인다.

마 신부가 재등장해 브루스 리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플릿과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하는 후반부의 내용은, 연출이 엄청 쌈마이해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각성한 플릿은 뜬금없이 앞머리가 탈모되서 반대머리가 됐는데 훤히 드러난 앞대머리에 초록색 숫자로 666이 새겨지고 토끼 앞니를 입에 단 채로 격렬히 공격해 들어온다.

잘린 머리만 움직이기도 하고 맞으면 불에 타는 레이저 광선을 눈에서 뿜어내기도 하는데, 그 레이저 광선을 안면으로 받아내 두 눈이 금속 공으로 변해 돌출된 마 신부가 본의 아니게 눈에서 빔 능력을 손에 넣어 플릿과 슈팅 대결을 벌이는 초전개가 이어진다.

화면 위에 스코어 띄워 놓고 화면 아래에는 잔기와 실드(?) 게이지가 있는데 브루스 리가 마 신부를 수슬대에 앉혀 좌우로 움직이면서 귀를 잡아당기고 머리를 두드려 눈에서 빔 쾅쾅 쏘며 플릿의 분신을 격추시키며 싸우는데 진짜 상상을 초월한 하이라이트였다.

그밖에 플릿의 부하인 꼽추남자의 굽은 등을 후려쳤더니 그게 앞으로 밀려 내려가 왕가슴이 되어 얼굴은 수염 기른 남자인데 성격이나 제스쳐가 여자처럼 변하더니 하늘로 승천하는 것과 마 신부와 플릿이 천국에 가서 천사가 되어 잘 지낸다 싶더니 머리 위의 엔젤 링을 무슨 건곤권마냥 휘두르며 티격태격 다투는 것 등등. 말도 안 되는 개그들이 속출한다.

이게 병맛 개그로서 특유의 병맛 재미를 준 게 아니라 너무 유치하고 황당한 개그라서 어이가 없는데, 이걸 영웅본색의 오우삼 감독이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컬쳐 쇼크다.

촬영 기법 중 좀 인상적인 게 두 어개 정도 있다.

작중 플릿의 머리가 뚝 떨어져 스스로 비행을 하면서 공격해올 때 머리 뒤통수가 보이는 시점에 브루스 리를 향해 날아가는 걸 TPS 게임 시점처럼 묘사한 것과 브루스 리, 마 신부, 플릿 등 주역 3인방이 서로 얽히고설킨 채 제자리에 서 있을 때 카메라만 맹렬히 회전시키며 촬영한 장면들이다.

결론은 비추천. 본편 스토리가 허관영의 모노드라마에 가까울 정도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는데 스토리상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1인 개그 장면을 너무 많이 넣었고 시점은 난잡하고 편집은 엉망인 데다가, 히로인을 제외한 주요 인물인 악마, 신부 캐릭터가 주인공과 제대로 된 케미를 이루지 못하다가 막판에 가서 2:1 대결을 몰아서 하는 바람에 캐릭터 운용에 실패했으며 코믹 호러를 표방하고 있는데 개그 수준이 말도 안 되게 떨어져 쌈마이의 진수를 보여주기 때문에 오우삼 감독의 흑역사로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이 아저씨는 개그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해준 졸작이다. 영웅본색, 페이스 오프를 통해 오우삼 감독의 팬이 된 사람들이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지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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