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에코 아자라크(エコエコアザラク.1975) 2019년 일본 만화




1975년에 코가 신이치가 아키타 서점에서 발행하는 ‘주간 소년 챔피언’에서 연재를 시작해 1979년에 단행본 전 19권으로 완결된 판타지 호러 만화.

내용은 현대를 배경으로 흑마술을 사용하는 15살 여중생 쿠로이 미사가 기괴한 사건을 일으키거나 휘말리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원 소스 멀티 컨텐츠로 활용되어 영화, 비디오 영화, TV 드라마, OVA, PS1/PC9801용 게임으로도 만들어 졌고, 한국에서는 주로 영화 쪽이 잘 알려져 있지만 원작은 엄연히 코가 신이치의 만화로 70년대에 나왔다.

원작자 코가 신이치는 1964년에 데뷔한 작가로 우메오 카즈오랑 더불어 소녀용 호러 만화를 대표하는 양대 작가로 1973년에 츠노다 지로의 ‘공포신문’이 나와서 오컬트 붐이 일어났을 때, 흑마술을 메인 소재로 다룬 이 작품을 발표해 대히트쳤다.

데즈카 오사무의 잡지 연재 시대 때 주간 소년 챔피언의 황금기를 지탱한 작품 중 하나다.

본작의 여주인공 쿠로이 미사는, 1995년에 사토 시마코 감독이 만든 첫 번째 영화인 에코에코 아자라크 –위자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신비한 전학생으로 등장해 학교 내 오컬트 집단의 간계에 빠져 위기에 처했다가 홀로 살아 남는데.. 러브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추느라 쿠로이 미사 본인이 흑마술을 적극 사용해 반격을 하지는 않고 사건의 흑막이 제 분수를 모르고 나대다가 알아서 자폭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원작 만화는 전혀 다르다.

만화판 원작의 쿠로이 미사는 세일러복에 망토를 걸친 걸 디폴트 차림으로 나와 마법검을 차고 갖가지 흑마술을 사용하는 현대의 마녀로 묘사된다.

마녀로서 자신이 얽힌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은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인 후 홀로 떠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무개념한 사람들 앞에서 옳은 소리 했다가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거나, 성추행, 성폭행 등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일도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도 않고 자신이 가진 흑마술의 힘으로 무시무시한 복수를 가하는 다크 히로인이다.

작중 무뢰한들한테 구타당하는 일이 학교생활을 하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는 경우가 많은 것이고, 실제로 방심하지 않으면 상대의 공격을 가뿐히 피하고 심지어 엎어치기 등 유도 기술로 반격도 하며, 검술의 달인으로 묘사되어 작중에 나온 에피소드에서 검도하는 양아치를 방과 후 산속에 불러내 진검승부를 펼쳐 베어 죽이는 것 등등 전투 능력이 높다.

하지만 역시나 주력은 흑마술로 저주를 걸어 표적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악마 아스타로스를 자기 몸에 빙의시켜 요가 동작을 취하다가 늑대로 변신해 사람들을 물어 죽이는가 하면 자기 몸에 칼을 꽂아 넣고 주술의 제물로 삼아 거대한 조각상을 움직여 원수들을 도륙하는 것 등등. 지금 봐도 섬뜩한 흑마술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가장 호러블했던 게 2권에서 나온 에피소드 ‘모신상의 저주’였다.

여기 나온 모신상은 기독교의 성모상의 흑마술적인 재해석으로 가슴에 단검을 꽂고 오른손에 흑염소의 머리 지팡이를 들고 좌우에 장검과 창을 가지런히 놓은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 작중 쿠로이 미사가 자기 몸에 칼을 꽂아 넣는 주술 의식으로 모신상을 움직여 원수들을 떼몰살시켰다.

기독교의 성물과 상징을 흑마술적으로 재구성하는 신성모독의 파격과 가슴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원수들을 모조리 처치한 뒤 사악한 웃음소리를 흩날리며 떠나는 쿠로이 미사의 다크 히로인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 때는 보통의 여중생으로 그려지다가도, 사건에 휘말려 갖은 고생을 하면서 무섭게 인상을 쓰거나 사악하게 웃는 전용 컷이 나오는데 이게 지금 봐도 섬뜩하다.

그런데 사실 만화 원작에서 다크 히로인 포스가 작렬했던 건 정확히 1권부터 4권까지다. 5권부터 완결권인 19권까지의 쿠로이 미사 캐릭터와 스토리 분위기는 엄청 부드러워진다.

평소 때는 밝은 성격의 여중생으로 남녀 불문하고 함께 다니는 친구도 꽤 있고, 일부 선생과도 친하게 지내며 악인을 상대해도 무작정 죽이지 않고 겁을 주거나, 살인사건을 해결한 뒤 범인을 경찰한테 인도하는 등등. 완전 빛의 길로 들어섰다. 다크 히로인이 흑마술 소녀(마법 소녀)로 바뀐 느낌이랄까.

초반부에 무개념한 인간들은 죄다 죽였는데, 중후반부에는 무개념한 인간을 안 죽이고 개념을 찾아주는 게 기본이 된 것이다.

특유의 분노한 얼굴, 사악한 웃음도 거의 안 나오고 울고 웃고 놀라는 씬들이 많아 전반적인 표정도 되게 밝아졌다.

부모에게 학대당하거나, 가정에 불화가 있는 아이들을 구해주고 도와주며, 진상 피우는 아이조차 함부로 해치지 않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서 ‘아이는 해치지 않는다’ 설정도 추가됐다.

스토리 자체도 많이 순화되어 훈훈한 결말로 끝나는 에피소드가 크게 늘어났는데 그 반작용으로 흑마술 묘사의 밀도가 떨어졌다.

흑마술 오컬트에 깊이 파고들기 보다는, 작품의 아이덴티티인 '괴기'의 스탠스는 유지하면서 기이한 이야기나 현대 판타지로 풀어내서 그렇다.

초반부의 늑대 변신 에피소드에선 원수를 죄다 물어 죽인 반면. 후반부의 늑대 변신 에피소드에선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개만 물어 죽이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선인, 악인 가리지 않고 그냥 살려주는가 하면, 방송국 사람들한테 겁간 위기에 처했을 때도 네스호의 네시로 변신해 겁만 줘서 개심시키는 것 등등.. 초반부와 중후반부의 내용은 ‘우리 쿠로이 미사가 달라졌어요’ 수준이다.

장르 변화가 타카하시 카즈키 원작의 만화로 현재는 TCG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유희왕급 수준이다.

생각해 보면 유희왕도 초반부는 주인공 유우기가 천년 퍼즐을 맞춰서 제 2의 인격이 눈을 떠 어둠의 게임을 해서 다양한 게임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다크 히어로 오컬트물이었다가, 작중 카드 배틀인 매직&위저드가 인기를 끌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한 듀얼 몬스터즈로 스토리 노선을 바꿔 지금에 이른 것이라 묘하게 에코에코 아자라크의 변경 노선과 닮았다.

본작의 초반부에 나온 흑마술 호러를 좋아한 사람은 중후반부의 내용이 기담/현대 판타지로 바뀐 걸 싫어할 수도 있지만, 그 변화 자체는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희노애락의 감정 중 노여움 밖에 없었던 쿠로이 미사에게 기쁨, 즐거움, 슬픔의 나머지 감정을 다 주고 거기에 인간미를 더해서 재구성한 것이라 캐릭터 자체가 입체적으로 변했다.

스토리도 비록 호러물의 색체를 많이 상실하긴 했지만, 흑마술 쓰는 마법 소녀 주인공이라는 전대미문의 유니크한 설정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기담/판타지로서 무난한 전개 덕분에 대중성은 상승했다.

그 때문에 초반부는 흑마술을 사용하는 다크 히로인이 나오는 호러물. 후반부는 현대의 마녀 여중생이 활약하는 어반 판타지물로 나누어서 보는 게 좋다.

결론은 추천작. 일본 오컬트 붐 때 나온, 흑마술을 메인 소재로 한 현대의 마녀 이야기로 작품 초반부는 흑마술을 사용하는 다크 히로인이 나오는 정통 호러물, 중후반부는 마법 소녀가 나오는 어반 판타지로 장르가 크게 바뀌긴 하지만 그게 또 각각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중후반부의 내용이 대중성은 더 높지만, 초반부의 호러물 노선 때 나온 쿠로이 미사의 다크 히로인 포스가 워낙 압도적이라서 진짜 일본 만화사에 기록으로 남길 만한 불세출의 다크 히로인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본작 초반부에 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쿠로이 미사가 자리를 떠나며 읊조리는 주문이자 본작의 타이틀인 에코에코 아자라크는 바스크어로 부르는 위칸(마술과 주술을 믿는 마녀들의 종교)의 전례 성가 중 하나다.

전체 주문은 ‘에코, 에코, 아자라크, 에코, 에코, 자메라크, 에코, 에코, 케로노로스, 에코, 에코, 아라디아’다. 만화 원작에선 지면상 맨 앞부분인 에코에코 아자라크만 읊조린다.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게게게의 키타로에서 ‘게게게’ 같은 느낌이랄까. (게게게의 키타로에서 게게게는 땅강아지 울음소리로 키타로의 등장을 알리는 전조다)

작중에 나온 주문 대사 중 ‘자자스, 자자스, 나사타나다, 자자스’는 액티브의 흑마술 에로 게임 ‘바이블 블랙’에도 나온 주문 대사다.

덧붙여 작중에 들어간 본편 이외의 삽화들은 흑마술/악마/종교와 관련된 오컬트 명화들로 해당 명화를 트레이싱으로 그려서 넣거나, 그림 속 중심인물을 쿠로이 미사로 오마쥬해 넣었다. 단행본이 19권이나 나오면서 이 표지 삽화도 많이 들어가 있어 현대에 알려진 오컬트 관련 명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다.

추가로 본작에 나오는 쿠로이 미사는 15살 여중생로 설정되어 있는데 1990년대에 나온 후속작인 ‘마녀 쿠로이 미사’에서는 여고생으로 나와 고교생편으로 연재됐으며, 1993년에 아키타 쇼텐의 공포 만화 잡지 ‘서스페리아’로 연재처를 옮겨 제목이 ‘에코에코 아자라크 II’로 바뀌었다. 그 이후 2009년에 주간 소년 챔피언 창간 40주년 기념 기획으로 신작이 연재됐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27845
5439
949164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