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레이드 노트 (2015) 2019년 웹툰



2015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베리타스’로 잘 알려진 윤준식 작가가 글, ‘죽음이 두 사람을 갈아 놓을 때까지’로 잘 알려진 송지형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전 24화로 1부가 종료된 액션 만화. 작품 제목은 블레이드 노트인 반면 한문 표기는 ‘검명(劍鳴)’으로 되어 있는데, 검의 울음소리란 뜻이 담겨 있다.

내용은 국제 테러 조직 I.S.M에서 저지른 ‘써니힐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극심한 PTSD에 시달리던 유진 라이너스가 어느날 의문의 택배 기사한테 금속 덩어리를 배달 받은 후, PTSD 증상이 일시적으로 사라져 두려움을 분노로 바꾸어 죽은 영혼들과 해치가 깃든 검 한 자루를 들고서 I.S.M의 간부들을 차례대로 참살하며 복수하는 이야기다.

작중에 주인공 유진이 얼굴에 착용한 면구는 일본 전국 시대의 갑옷 중 얼굴을 보호하는 방어구로 반협의 형태를 띄고 있고, 유진이 사용하는 검은 일본도다. 거기다 화려한 검술로 악당들을 썰어버리니 찬바라 느낌이 강하다.

찬바라는 칼이 부딪치는 소리와 피가 흐르거나 팔 다리가 떨어지는 의성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일본의 사무라이/닌자물을 일컫는 말로 우리식으로 순화해서 풀자면 검극 액션이자 일본 무협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배경은 현대 북미에 가깝고 주인공 유진은 일본식 갑옷, 검을 사용하지만 백발의 서양인이며, 작중 인물은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나와서 세계관이 꽤 글로벌하기 때문에 와페니즘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유진의 검에 깃든 아우라가 중국과 한국의 전설에 나오는 동물인 해치, 그리고 각궁을 사용하는 한국인 궁사 김달섭과 감지 능력이 뛰어난 티벳트 소녀 라모 등을 보면 캐릭터와 설정이 일본에 국한된 게 아니라 동아시아를 아우르고 있다.

스토리 자체는 가면 쓴 주인공의 검으로 악당들의 연합체을 썰어 버리는 복수극으로 심플하게 요약할 수 있지만 본편 내용 자체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복수의 대상인 I.S.M을 창설한 게 고대의 기술로 특수 능력을 얻게 된 현대의 이능력자 집단인 아포시오시스로 조직 내에서도 현대 사회를 유지하는 비둘기파와 현대 사회를 뒤집어엎으려는 매파로 나뉘며, 사회 권력층과 슈퍼 히어로, 로봇 공학 박사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또 이들 뒤에 원로회라는 절대적인 존재들이 있어서 갈등 관계의 밀도가 높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토리의 밀도는 논할 수조차 없게 됐다. 그게 이 작품 본편은 24화로 완결됐는데 그게 온전히 연재를 하다가 완결된 게 아니라, 후술할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연재 종료된 것이라 그렇다.

본편 24화까지의 내용은 사실 거의 캐릭터 소개와 주요 인물의 갈등 관계 정도만 나온 수준이고,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찰나에서 끝나 버렸다.

사실 스토리 초반부는 유진이 검기 무쌍을 펼쳐 모든 걸 다 썰어버려 통쾌한 맛은 있었지만 너무 강해서 전투의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구석이 있었는데, 18화부터 나오기 시작한 로봇과의 싸움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해서 전에 없던 긴장감이 생겼고, 급기야 소닉(헨리)에 의해 현상수배범이 되어서 완전 제대로 쫓기는 신세가 되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빠져서 몰입감이 올라가 이제야 좀 재미의 포텐이 터지려는 순간 연재 종료가 돼서 정말 안타깝다.

텍스트적인 부분에서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의 대사 문법, 맞춤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란 거다. 한국 웹툰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나온 웹툰 중 가장 문법/맞춤법 오류가 많이 나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어쩌다가 한두 번 틀린 거라면 이해는 하겠는데 매 화마다 틀린 게 나와서 가독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틀린 부분이 너무 많은데 그래도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권총의 화염’을 ‘권총 의화염’. ‘급한 일’을 ‘급한일’. ‘이거 좀’을 ‘이거좀’. ‘너무 시시’를 ‘너무시시’. ‘어느 순간’을 ‘어느순간’. 전원 제압‘을 ’전원제압‘. 이렇게 붙이고 떼어야 할 부분을 전혀 구분하지 못해서 심각한 수준이다.

웹툰이니까 대사를 쓸 때 한국어 문법/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라고 까지는 안 하겠지만, 최소한 한글 프로그램에다가 글을 써도 기본적인 오류는 자동으로 교정시켜주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것조차 하지 않아서 대체 왜 이런 건지 모르겠다.

외국어를 구글 번역기나 네이버 번역기로 한글로 번역해도 이 정도로 맞춤법 오류가 나지는 않을 거다.

이 부분은 명백히 작가의 잘못이 크고, 그걸 제대로 편집하지 못한 네이버 웹툰 편집자 역시 문제가 있다. 그냥 원고 받으면 편집/수정하지 않고 떼 되면 업로드만 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네이버 웹툰 중에 몇몇 작품은 원고 여백에 적힌 사소한 메모까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연재되거나, 수위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것 등을 보면 근본적으로 편집의 해이함마저 느껴진다.

작화는 훌륭하다! 인물, 배경, 컬러, 연출 등 작화 전반이 나무랄 곳이 없을 정도로 좋다. 그림을 맡은 송지형 작가가 일본에 진출한 베테랑 작가라서 그런지 작화 퀼리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재처인 네이버 웹툰 중에서 ‘키스우드’, ‘재앙은 미묘하게’의 안성호 작가와 '스페이스 차이나 드레스'의 원현재 작가 정도를 제외하면 작화 퀼리티적인 부분에서 정말 견줄 만한 작가가 없다.

특히 본작의 액션은 박력있는 묘사와 간지나는 연출이 어우러진 스타일리쉬 액션 스타일이라서 액션 연출의 밀도가 독보적으로 높다.

맨손 싸움보다는 검극 액션물답게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참격 액션의 묘사가 정말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푸른 검광이 번쩍이며 빌딩 채로 베이고, 총알이나 레이저 광선도 검으로 일도양단시키니 참격의 블록버스터가 따로 없다.

가장 인상적인 게 1화에서 나온 빌딩 참격씬으로 눈앞에 있는 수십 명의 적을 단 한 번의 참격으로 베어 버림과 동시에 빌딩 바깥쪽까지 참격의 기운이 전해져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빗방울까지 베이는 것까지 세밀하게 묘사해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만화가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쓸데없는 노력이고 차력쇼라고 비방하는 일부 몰지각한 작가들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작화 달인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베테랑 작가라고 해도 출판 만화를 오래 그렸고 웹툰을 그리는 건 이번이 처음일 텐데, 웹툰 특유의 스크롤 뷰를 활영한 연출이 자주 나오는 것 역시 체크 포인트다.

무작정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게 아니라 웹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이해를 갖춘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본편 내용상 스토리의 포텐은 아직 터지지 않았는데 그림은 1화부터 포텐을 터트려 작품의 흥행에 그림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다. 그림이 받쳐 줬기 때문에 네이버 웹툰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온전히 완결되지 못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 사이에 마찰이 빚어져 의견 충돌이 발생했는데 끝내 해결을 보지 못해서 24화로 연재 종료된 거다.

언뜻 보면 귀귀 작가의 낚시신공 연재 종결이 떠오르지만 본작의 사건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두 작가의 충돌 뿐 만이 아니라 네이버 웹툰 담당자도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로까지 발전해서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고, 윤준식 작가와 송지형 작가 각자의 입장이 작가들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작가들의 입장 발표 후 아직까지 무소식이라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독자 입장에선 어느 쪽이 옳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일찍이 ‘베리타스’가 온전히 끝나지 못하고 소드마스터 야마토식 결말로 불완전연소된 채로 완결된 걸 생각해 보면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진다.

양비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스토리 작가는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부속품 같은 존재가 아니고, 그림 작가는 스토리 작가가 제공하는 콘티를 보고 그림만 그려주는 그림 셔틀이 아니다. 언제나 두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서로에 대한 존중, 이해, 배려, 조율이 필요하다.

결론은 미묘. 무난한 스토리와 빼어난 그림이 함께 하며 한국 웹툰 작화 퀼리티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압도적인 고퀼리티 작화로 단숨에 주목을 받아 네이버 웹툰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두 베테랑 작가의 충돌과 네이버 웹툰 담당자의 조율 실패로 인해 조기 종결된 비운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주인공 유진의 성인 라이너스는 윤준식 작가가 이전에 스토리를 맡았던 베리타스에서 베라 라이너스, 유리 라이너스의 그 라이너스가 아닐까 싶다. 성은 같지만 베리타스와 연관성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

덧붙여 작중에 나오는 I.S.M은 실존하는 테러 조직 ISIS에서 이름을 따왔고, 써니힐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따왔다.

추가로 본작에서 유진의 숙적인 노아 크루거는 생긴 게 베리타스의 화룡(이진엽) 느낌 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궁금했던 게 2화의 단역 캐릭터인 루시의 채널 No.5였다. (도대체 루소는 무엇을 본 거냐!)


덧글

  • 비로그인 2016/08/05 20:56 # 삭제 답글

    한국 웹툰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나온 웹툰 중 가장 문법/맞춤법 오류가 많이 나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잘 읽었습니다만 이 대목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맞춤법 오류에 있어서 나이트런을 따라올 웹툰은 이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에요...... 나이트런은 아예 맞춤법이 없는 수준이라 카운트하지 않으셨다고 하시면야 할말이 없습니다만
  • 잠뿌리 2016/08/05 22:51 #

    나이트런은 가독성이 너무 안 좋아서 아직 정주행하지 못했습니다. 문법/맞춤법을 논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벗어나 있어서요. 오탈자 문제까지 겹쳐서 문법 파괴 수준이라 언젠가 나이트 런 리뷰를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코멘트 할 생각입니다.
  • ㅇㅇ 2016/09/02 19:03 # 삭제 답글

    잠뿌리님 소개 보고 한 번 찾아봤습니다. 그림의 퀄리티는 진짜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었고, 스토리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맞춤법 오류가 너무 눈에 밟히더군요. 특히 띄어쓰기 오류가 너무 많아서 반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소설이든, 웹툰이든, 만화든, 맞춤법을 지키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6/09/05 11:37 #

    맞춤법 오류가 너무 심해서 가독성을 뚝뚝 떨어트려 문제가 큽니다.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갉아먹지요.
  • ㅇㅇ 2017/04/03 07:55 # 삭제 답글

    채널 No.5 는 샤넬 No.5 패러디에요 즉 아무것도 안입었다는거죠
  • 잠뿌리 2017/04/05 12:26 #

    아. 그랬군요. 작중 캐릭터가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이제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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