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성: 귀신을 부르는 소리 (屍憶.2015) 2016년 개봉 영화




2015년에 대만에서 링고 시에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한국에서는 2016년에 개봉했다.

내용은 방송국 PD로 일하는 청하오가 악혼녀 이한과의 결혼을 앞두고 일과 결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될 상황에 어느날 밤부터 죽은 신부와 혼례를 치루는 악몽을 꾸다가 자신이 만들던 심령 프로그램에 출현한 무속인 현진 선생의 상담을 받고 자신의 전생에 영혼결혼식을 치룰 뻔 했던 시체 신부의 원귀에 씌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바로 VOD 시장으로 넘어왔는데 원제는 ‘시억’이지만 한국판 제목은 ‘귀곡성: 귀신을 부르는 소리’다.

이건 5월에 개봉해서 크게 흥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인기에 편승해서 귀곡성이라 이름 지은 것인데 본편 내용은 곡성과 전혀 무관한데다가, 소리가 주요 소재인 것도 아니고 포스터에 나온 ‘절대 뒤돌아 보지마’라는 문구 역시 본편에는 안 나온 허위 낚시 광고 문구다.

원제 시억은 시체의 기억이란 뜻으로, 영혼결혼식+시체 신부와의 결혼+전생+시체 얽힌 기억 등의 복합적인 소재 태그가 들어있어서 곡성이 시사하는 소리 태그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링, 주온, 노로이, 기담, 괴담 등등 다양한 일본 호러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이치세 타카시게가 본작의 제작에 참여한 것은 맞는데 대만, 일본 합작이라기 보다는 대만 영화에 일본 제작자가 참여한 것에 가깝다.

폰, 가위, 분신사바로 잘 알려진 한국의 안병기 감독이 중국에 가서 분신사바(필선) 시리즈를 만든 것과 같다.

이 작품의 메인 소재는 ‘영혼결혼식’이다.

생전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커플 또는 결혼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넋을 달래주기 위해 총각귀신, 처녀귀신을 유족들이 임의로 결혼시키는 민간 주술 의식인데 산 자와 죽은 자가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창작물에서는 로맨스로 활용되기도 하며, 故 임정영의 강시 선생 시리즈에 단골 소재기도 하고 메인 소재로는 여대위, 황태래 감독에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1987년작 ‘귀신랑’에 쓰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혼결혼식 소재를 로맨스가 아닌 정통 호러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 2010년에 KBS 스펀지 347화에서 무서운 사진의 괴담이라고 소개해서 한 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의 무서운 사진’에 나온 1940년대 중국의 영혼결혼식을 메인 스토리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본편에서 주인공 청하오의 전생은 1930년대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본작에서 영혼결혼식은 ‘취신주’라고 부르는데, 옛날 대만의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오직 결혼한 여자만이 땅에 묻히고 제사를 받을 수 있는데 미혼인 여자가 죽으면 원귀가 되어 자기 집안 대대로 화를 끼친다고 해서 여자의 유족들이 생전에 여자의 신체 일부를 빨간 주머니에 넣어 길가에 던져 놓고 지나가던 남자가 그걸 주으면 혼인 상대로 점찍어 강제로 데려다가 시체와 혼례를 치르게 한 것으로 나온다.

근데 본편 스토리는 시대 배경이 현대고 영혼결혼식이 벌어진 건 전생의 일이라고 설정되어 있어, 영혼결혼식 자체가 작중에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건 아니다.

본편 내용은 남자 주인공 청하오가 직장과 가정을 오가면서 미래의 꿈을 끼우는 한편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할 상황에 피곤해하는 걸 주로 보여주다가 잊을 만하면 악몽이나 환영 혹은 암시 같은 조금씩 보여주는 방식이라서 생각 이상으로 스토리가 늘어진다.

청하오 파트가 너무 늘어져서, 사건 해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귀신 보는 중학생 소녀 인인의 스토리를 따로 집어넣었다.

인인 파트는, 평범한 소녀였던 인인이 어느날부터 주변에 귀신 같은 게 보여서 고생한다는 게 주된 내용인데 문제는 이게 사실 청하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거다.

인인 파트 맨 마지막에 가서야 청하오와 관련된 귀신이 나타났다! 이 정도 설정인데 이게 정말 아무 개연성 없이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것이라서 내용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인인 파트가 청하오 파트에서 부족한 호러 요소를 충족시켜주긴 하지만, 청하오 파트와의 연관성이 마지막에 가서야 등장하는 만큼 전반부의 내용은 좀 쓸데없이 높은 비중을 할애 받았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일반 호러 영화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령 현상을 해결해줄 영매, 무속인 같은 캐릭터가 있는데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작품 전체 분량의 약 1/2를 쓴 것인데 정작 주인공과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건 전체의 1/10 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1/10 밖에 안 된다는 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인인이 온전히 청하오와 합류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실 이미 청하오 쪽 이야기는 할 거 다해서 다 끝나고 인인은 청하오의 친구와 함께 뒤늦게 사건 현장을 찾아가 뒤처리를 해준 게 끝이라서 그렇다.

스토리 마무리를 위해 등장한 캐릭터인데 왜 굳이 그 캐릭터의 능력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인인이 나오기 전에 청하오에게 전생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준 무속인 현진 선생이 존재하는데, 이쪽은 또 청하오에게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것 치고 그 이후에 뭔가 활약다운 활약도 해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리타이어해서 좀 아쉽다.

사실 이 작품은 애초에 ‘귀신의 정체를 밝혀내고 저주의 근원을 찾아내 퇴치한다!’가 메인이 아니라, 주인공에 얽힌 심령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어떻게 파멸을 맞이하는지 그걸 보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다.

심령 사건의 진상 속에 숨겨진 반전이 청하오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청하오와 약혼녀 이한, 전생의 시체 신부 지에. 이렇게 세 사람에 얽힌 귀신 저주 치정극에 가까워 이 셋 이외에 다른 인물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전반적인 캐릭터 운용이 나쁜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괜찮은 것은 청하오의 꿈과 환영 속에 나오는 영혼결혼식이다. 빨간 천이 휘날리는 방안에 영혼결혼식을 진행하는데 시체 신부가 들 것에 실려 나오고, 신부의 유족들이 주인공을 붙잡아 와서 강제로 혼인식을 진행하는데 그 와중에 간간히 비추는 썩은 시체의 맨얼굴 등이 꽤 오싹했다. 시체와 강제로 결혼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오히려 영화 본편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시체 신부 귀신보다 산 사람이 부축하고 직접 움직이는 시체 신부의 이미지가 더 무서웠다.

그 부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면 제법 무서운 작품이 됐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거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공포 핀트가 어긋나 있다.

막판 반전에 의존하는 경향이 굉장히 커서, 청하오가 맞이한 반전의 파멸을 하이라이트씬으로 삼고 있지만 그건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한다.

떡밥은 던져 놓는데 그걸 개연성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즉홍적인 것이라 치밀한 설계 하에 구성된 것이 아니라서 반전 자체가 되게 싱겁다.

결론은 평작. 영혼결혼식 소재를 로맨스가 아니라 정통 호러로 풀어낸 시도 자체는 괜찮고, 시체와 강제로 결혼해야 하는 상황적 공포도 잘 묘사했는데.. 산 자와 죽은 자의 치정극 반전을 치밀하게 구성하지 못해 반전 연출이 싱겁기 짝이 없는데 거기에 너무 의존해서 주인공 커플 셋 이외에 다른 캐릭터가 끼어들 여지를 전혀 안 주고, 조연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체 분량의 절반을 할애한 것에 비해 정작 본편 스토리에서 하는 일은 주인공이 얽힌 사건의 뒤처리 내지는 마무리 밖에 없어 캐릭터 운용 실패로 쓸 만한 소재와 그 소재가 가진 공포의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메인 소재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무서운 사진 이야기는 중국판 내셔널 지오그래픽인 ‘중국국가지리잡지’ 2002년도 6번째판 표지 사진으로 영혼결혼식 사진이 아니라, 멀쩡히 잘 살아 있는 보통 주민들의 결혼식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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