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 (The Tag-Along, 2015) 2016년 개봉 영화




2015년에 웨이-하오 청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한국에서는 2016년에 개봉했다. 원제는 ‘홍의소녀해(紅衣小女孩)’. 국내명은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다.

내용은 허쯔웨이가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 잔소리 듣는 걸 싫어해 할머니와의 사이가 소원해지고 회사 생활이 바빠 할머니를 돌보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할머니가 실종되었다가 며칠 후 다시 돌아온 뒤부터 이상한 환영에 시달리면서 급기야 허쯔웨이 본인도 실종되고 할머니도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허쯔웨이의 약혼녀인 션아쥔이 사건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메인 소재가 무슨 충격 실화 어쩌고 하면서 미끼를 던지는데 사실 실화는 아니고 그냥 도시 괴담이다. 정확히는, 대만의 도시전설로 1998년 타이중 지역에서 원인물병의 사고로 사망한 일가족이 남긴 비디오 카메라 속 영상에 빨간 옷을 입은 소녀가 발견되었다는 걸 시작으로 조작인지 진짜인지로 논란을 빚던 이야기다.

그 비디오 테이프를 TV 방송에 전달한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죽고, 이후 어떤 운전자가 산속에서 빨간 옷 입은 소녀를 따라가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질 뻔한 사건이 생겨서 괴담이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이게 대만의 민속 신앙인 마신자(魔神仔)와 결합해 재구성된 거다.

본래 마신자는 산에 출몰하는 작은 귀신의 총칭이며 중세 유럽으로 치면 일종의 고블린으로 산속에 살면서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장난을 치거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귀신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인칭대명사라서 대만 현지에선 빨간 옷 입은 소녀가 그냥 그 뜻 그대로 홍의소녀해라고 지칭된다.

본작에서는 붉은 옷 소녀의 영상이 찍힌 도시괴담이 존재하는 현대를 배경으로 도시괴담 속 소녀 귀신이 실은 산속에 사는 마신자이며, 산에 오를 때 다른 사람의 어깨를 치고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는 행동이 금기라서 그걸 어기면 마신자가 씌이는 것으로 나온다.

마신자에 씌이면 그 사람의 주변에 붉은 옷을 입은 소녀의 귀신이 나타나고 자신도 모르게 귀신에게 이끌려 산속에 잡혀간다.

풀려나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귀신의 표적을 바꾸는 것이라 저주 같은 전염성이 있다.

작중의 마신자가 가진 오컬트적 메카니즘은 마신자의 표적이 된 사람이 환청, 악몽에 시달리다가 그 사람이 가진 죄책감을 자극해서 영혼을 빼앗긴다.

설정만 놓고 보면 오싹한 것 같지만 ‘죄책감을 자극한다’라는 설정이 들어가서 내용이 신파극으로 흘러간다.

‘귀신한테 이름을 불리면 혼을 빼앗긴다!’라는 그럴 듯한 설정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실제 작중에 마신자의 표적이 된 남녀 주인공과 할머니, 할머니 친구까지 달랑 4명밖에 안 되고 경비 할아버지는 좀 애매하게 홀린 상태라서 그거까지 계산해도 5명밖에 안 된다.

스케일이 너무 작아서 불특정 다수를 위한 저주 테러로 공포를 확산시키지 못해 작중 저주의 위협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귀신한테 혼을 빼앗겨 끌려가면 일시적으로 퇴장하기 때문에 여주인공 션아쥔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 전부 출현씬이 들쭉날쭉해서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되는 구석이 있다.

애초에 이게 캐릭터 대사로 '미안, 니 이름을 불렀어' '이름을 불리면 영혼을 뺴앗겨' 이런 걸 끊임없이 어필하지만.. 정작 저주의 표적이 된 남녀 주인공은 자기가 위험한 걸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할머니를 찾으려 하고. 약혼자를 찾으려 하고. 그런 일에 집중해서 중요한 리액션 포인트를 놓친 것 같다.

붉은 옷 소녀의 공포 포인트도 그냥 작은 꼬마 아이가 웃으며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악한 귀신으로서의 본모습을 드러내 네 발로 기어 덤벼드는 것 정도 밖에 없다.

사실 귀신의 공포보다는 사람이 죄책감을 자극하면서 거기서 찾아오는 두려움에 포커스를 맞춰서 별로 무섭지도 않거니와, 극 전개 자체가 엄청 지루하게 진행된다.

귀신 비주얼은 CG만 사용했는데 귀신보다 요괴 느낌이 더 강해서 실체를 드러낸 순간부터 판타지 영화처럼 변모해 안 그래도 무섭지 않은 내용이 더 안 무섭게 흘러간다.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나오는 장면이 아니라 션아쥔이 귀신에게 홀린 허쯔웨이가 벌레가 들끓는 썩은 음식을 먹는 환영을 보는 장면이다.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좀 눈에 걸린다.

이웃집 할머니가 허쯔웨이의 할머니 이름을 불러 풀려났고, 허쯔웨이의 할머니는 손주 이름을 불러 풀려났는데.. 뜬금없이 경비 할아버지가 이름을 불려 영혼을 빼앗기는 거나, 이웃집 할머니는 어찌 됐든 저주 떠넘기고 풀려났는데 왜 또 실종이 된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사실 이 작품의 핵심 소재인 빨간 옷 소녀의 저주 자체도 원작 괴담은 그냥 사망한 일가족이 생전에 촬영한 비디오 카메라 속에 담긴 영상에 빨간 옷 소녀가 등장했다. 이 정도 이야기라서, 이름을 불리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메인 설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 어거지로 엮은 거다.

태생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VS 마신자의 하이라이트씬만 해도 여주인공이 자기 죄책감을 극복하나 건 알겠는데 갑자기 조명탄의 빛이 펑 터지더니 마신자가 빛에 녹아내리듯 소멸되고 사건이 해결되니 어리둥절하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링에서 사다코가 TV 속 우물에서 기어나와 TV 밖으로 나왔는데 그걸 마주한 주인공의 눈앞에 주마등이 스치고 지나가더니 아무 이유 없이 빛이 번쩍거리더니 사다코가 소멸되는 거다.

최소한 무슨 키 아이템 같은 게 있어서 위급할 때 사용한다는 암시라도 있었다면 납득이 갔겠지만, 본작은 그런 거 전혀 없이 너무 감성에 의존해 얼렁뚱땅 넘어간 거라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

결론은 비추천. 스토리가 치밀한 구성보다는 감성에 의존한 경향이 커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면 몰입해서 볼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개연성이 떨어지고 스토리가 너무 늘어져 지루한 작품이며, 귀신에게 이름이 불리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설정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으며 하이라이트씬이 판타지 초전개로 흘러가고 사건 해결이 너무 작위적이라서 호러 영화로선 좋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홍보 웹툰은 네이버 웹툰 ‘조선좀비실톡’의 곤마 작가가 맡아서 그렸는데 배경이 학원으로 나와서 뜬금없이 학원 괴담이 됐지만, 그래도 이름을 불리면 귀신이 잡아간다는 핵심적인 설정은 잘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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