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홍길동전 2 (1995) 2020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에이 플러스에서 개발, LG 소프트에서 MS-DOS용으로 발매한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

내용은 홍길동이 아버지에게 호부호형을 허락 받고 집을 떠나 암살자 특재, 산적 두목 피천덕, 사천왕, 치루, 적대마인 등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에이 플러스가 1993년에 만든 홍길동전 1의 정식 후속작이지만 전작과 내용이 이어지지는 않으며, 아예 장르 자체가 다른 게임이다.

전작은 롤플레잉 게임이었지만 본작은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이다.

1983년에 어드밴스드 마이크로컴퓨터 시스템즈에서 개발, 시네마토닉스에서 아케이드용으로 발매한 레이저 디스크 게임 ‘드래곤즈 레어(국내명: 용의 굴)을 그대로 모방했다.

기본 게임 시스템이야 용의 굴이 개척한 ‘인터렉티브 무비’란 장르를 차용한 것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데드씬 직후 둥근 구멍으로 검은 화면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미국 애니메이션 라스트씬 묘사와 데드씬 뒤에 플레이어 캐릭터의 사망 리액션을 보여주는 연출의 기본 구성이 동일하다.

차이점은 용의 굴에서 주인공인 용맹한 더크의 사망 리액션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팔짱을 딱 낀 채 화면 위에서 아래로 툭 떨어졌다가 해골이 되어 바스라지는 것인 반면. 본작의 홍길동은 그냥 머리 위에 천사의 고리가 떠 있어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걸 쳐다보다가 후 하고 입김을 불어 날려 보내는 것으로 나온다.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이라 타이밍에 맞춰 키를 눌러야 진행을 할 수 있다.

게임 조작 키는 화살표 방향키 상하좌우 4개 키와 엔터키. 이렇게 5개를 사용하며, 엔터 키를 꾹 누르고 있어야 할 때가 있어 사실상 6개 기능을 사용한다.

게임 플레이의 입력 타이밍 판정이 완전 개판이라서 난이도가 엄청나게 어렵다.

기존의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은 최소한 어떤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힌트라도 줬는데 본작은 그런 게 전혀 없다. 그 때문에 암살자 특채가 문지방 너머에서 나타나 표창을 던지는 첫 번째 씬조차 클리어하지 못한 유저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략본을 보고 미리 어떤 키를 눌러야 할지 알고 있어도 입력 판정이 너무 나빠서 해당 키를 연타해도 100% 성공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서 빡세다.

입력 판정은 나쁜데 각각의 씬에서 연속 입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잔기 개념이 있지만 컨티뉴 개념이 없어 댓수를 다 쓰면 바로 게임오버된다.

세이브/로드 기능은커녕 스테이지 패스워드조차 지원하지 않아서 무조건 처음 시작하면 그 한 번의 플레이로 끝까지 해서 엔딩을 봐야 한다.

옵션 기능 같은 것도 일절 지원하지 않아서 난이도 조정 같은 것도 못한다.

그렇게 열악한 게임 환경과 높은 난이도를 감수할 만큼의 좋은 비주얼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용의 굴 같은 경우, 1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에 가까워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본작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그냥 게임 데모 비주얼 가지고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을 만들었다. 1995년에 나온 게임인데 12년 전인 1983년에 나온 용의 굴 1의 퀼리티가 훨씬 높아서 비교가 안 된다.

1985년에 타이토에서 만든 아케이드용 레이저 디스크 게임인 ‘타임걸’도 용의 굴의 장르인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제작해서 총 10000장 이상의 셀화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기본 베이스로 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같은 장르의 게임이라고 해도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것과 게임 데모 비주얼을 바탕으로 한 것은 태생적으로 극심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본편 스토리 자체도 그냥 함정과 적의 기습을 피하기만 하는 내용이라서 정말 별거 없다. 게임 본편의 비주얼보다 데드씬 비주얼에 더 신경 쓴 것 같은데, 이 부분도 좀 극단적인 구석이 있어서 보기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절벽에서 떨어져 PC 화면에 카메라 렌즈에 얼굴 처박는 듯한 묘사나 박쥐들이 물고 뜯는 씬 등은 코믹하게 묘사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피천덕의 부하들에게 기습당해 죽을 때는 눈이 뒤집힌 채 입을 벌린 시체의 모습이 나와서 뭔 호러 영화 보는 줄 알았다.

전체 스테이지가 4개 구성으로 각 스테이지 맨마지막에보스와의 일 대 일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이 일 대 일 대결은 대전 액션 게임으로 나오는데.. 이 대전 액션 게임 파트도 정말 지독하게 못 만들었다.

대전 액션 파트의 게임 조작 키는 화살표 방향키/숫자 방향키 8246의 상하좌우 이동에, 숫자 방향키 7이 약펀치, 9가 강펀치, 1이 약킥, 3이 강킥이다.

커맨드 입력 기술로 연속 콤보나 장풍 같은 게 나가지만.. 문제는 그런 거 안 써도 제자리에서 강펀치 내지는 앉아서 강킥만 계속 눌러도 적이 알아서 다가와 처 맞다가 KO당한다.

근데 정작 제대로 플레이를 하려고 하면 되게 힘들다.

우선 점프의 체공 시간이 짧아서 점프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적의 기본기 판정이 지나치게 좋은데다가, 뒤로 밀려나는 넉백 효과까지 있어서 적의 공격을 맞는 걸 감수하고서 접근할 수 없다.

쉽게 말하자면 점프를 해서 적에게 접근해도 적의 공격을 맞으면 뒤로 밀려난다는 소리다.

그래서 적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거다. 홍길동의 공격 역시 넉백 효과가 있으니 적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는 거다.

앉아 강킥은 다리 걸기 기능이 있어 상대를 넘어트릴 수 있으니 제자리에서 이것만 쓰거나, 상대를 구석진 곳에 몰아서 이것만 써도 이길 수 있을 정도라서 대전 게임으로서의 밸런스가 형편없다.

꼴에 캐릭터별로 승리 포즈가 따로 있는데 홍길동은 승리 포즈시 머리에 두른 띠를 벗는다. 머리띠 벗고 풀어 헤친 머리가 오프닝 데모에서 짧은 컷으로 나온다.

캐릭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홍길동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홍길동만 밀어주고 있다. 아마도 개발사 딴에는 홍길동을 부각시켜 간판 캐릭터로 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진지함과 개그의 조율에 실패해서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됐다.

오프닝 때 그렇게 폼 잡고 나오던 애가 게임 본편에서 죽을 때마다 멍청한 모습으로 묘사되니 그게 되겠나. 전작 홍길동전 1은 그나마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 근엄 진지 캐릭터로 나와서 일관성이라도 있었지. 본작은 그게 없다.

결론은 비추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플레이로 게임 진행 중에 얻는 팁은 전혀 없는데 판정이 완전 개판이라 사람이 플레이하라고 만든 것 같지 않은 입력 타이밍, 말도 안 되는 연속 입력 강요, 난이도 조절 불가 및 세이브/로드/컨티뉴를 지원하지 않는 극악의 게임 환경, 지독하게 못 만든 대전 액션 게임 파트 등등 전반적인 게임성이 떨어지는 졸작이다.

이 작품의 존재 의의는 딱 한 가지다 플레이어의 인내력을 시험할 수 있는 점이다.

역대 한국 게임 중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데 그게 어렵게 잘 만든 게 아니라 게임 인터페이스가 엉망진창이라 게임을 못 만들어 어려운 것이라서, 모르면 죽는데 죽는 걸 감수하고 계속 플레이하는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의 특성을 생각해도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이라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기 인내력의 한계에 도전시킨다.

정말 착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머리에 검은 영혼석 쑤셔박고 대악마로 타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싶으면 이 게임의 플레이를 권해주면 된다.

어떤 고결한 성자나 매너 있는 신사라도 이 게임 플레이를 시키고 클리어를 강요하면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게임을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클리어하는 걸 목표로 삼고 방송하는 ‘켠김에 왕까지’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으면 이론적으로 속성 플레이를 하면 30분 이내에 클리어 가능한 걸 30시간 넘게 해도 못 깰 것이 분명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에이 플러스의 마지막 개발 작품이다. 홍길동전 1은 드래곤 퀘스트, 오성과 한음은 고블린, 홍길동전 2는 용의 굴. 진짜 만든 게임 면면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모방했다. (근데 이 셋 중엔 그나마 홍길동전 1이 가장 나은 편이다)


덧글

  • 김철만 2016/07/21 10:04 # 삭제 답글

    도스 게임 하면 역시 두기닷컴이 최고죠.
    근데... 그 두기닷컴이 어제 저녁에 완전히 폐쇄되었죠ㅠㅠ
    저번처럼 공권력 개입으로 인한 정지가 아닌 어그로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두기님이 직접 폐쇄하셨다는ㅠㅠ
  • 잠뿌리 2016/07/22 18:16 #

    안타깝네요. 도스 게임의 성지였는데..
  • 블랙하트 2016/07/21 12:16 # 답글

    대전 격투 부분은 캐릭터 그래픽이나 승리포즈등이 당시 네오지오 격투 게임들(용호의권이나 더블 드래곤 등)을 배낀거라고 하더군요.
  • 잠뿌리 2016/07/22 18:17 #

    검 들고 나오는 애들은 사무라이 스피릿츠 느낌이 좀 났죠. 홍길동 승리 포즈시 머리 띠 풀어 한손에 쥐는 것도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어떤 게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 먹통XKim 2016/08/08 20:03 # 답글

    5천원 주고 시디만 파는 거 용산에서 샀습니다..한 18년전쯤

    그리고 괜히 샀다..봉인
  • 잠뿌리 2016/08/09 22:07 #

    봉인할 만한 게임이지요. 난이도가 워낙 어려워서.; 도저히 사람이 하라고 만든 게임 같지가 않습니다.
  • 럭스지 2017/06/19 10:05 # 삭제 답글

    https://youtu.be/Sly8sHXLVHk 클리어 영상 ㅋㅋㅋㅋㅋㅋ
  • 잠뿌리 2017/06/23 23:18 #

    저걸 7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클리어하다니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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