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홍길동전 1 (1993) 2020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3년에 에이 플러스가 MS-DOS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IBM-PC로 발매된 최초의 한국산 상업용 컬러 전용 RPG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IBM-PC용 한국산 상업용 RPG 게임 1호는 토피아에서 만든 흑백 전용으로 나온 픙류협객이다)

내용은 최초의 국문 소설인 허균의 고전 소설 ‘홍길동전’을 게임으로 만든 것으로, 양반 가문에서 서자로 태어나 호부호형을 하지 못해 번민하던 홍길동이 급기야 암살 위기까지 겪자 스스로 자객을 물리치고 아버지로부터 호부호형을 허락 받은 뒤 집을 나와 산적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가, 오랑캐를 물리쳐 나라에서 벼슬을 받고 율도국으로 떠나서 4개의 구슬과 신검을 구해 섬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적대마인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게임 기본 조작 키는 화살표 방향키로 상하좌우 이동, 스페이스바는 공격(전투시) 엔터키가 커맨드창 열기 및 선택 및 실행, ESC키가 취소, F2키가 스테이터스창 열기, F3키가 배경 음악 온/오프, F4키가 게임 처음부터 다시 하기, F10키가 세이브/로드다.

한국 최초의 상업용 롤플레잉 게임은 남인환이 애플 2용으로 만든 ‘신검의 전설 1’인데, 신검의 전설을 비롯해서 그 당시에 나온 한국산 롤플레잉 게임은 오리진의 ‘울티마’를 모방한 작품인 반면, 본작은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에 영향을 받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픽은 사실 드래곤 퀘스트의 영향을 받아서 만든 캡콤의 RPG 게임 ‘천지를 먹다’를 대만의 지관(유)에서 베껴 만든 ‘탄식천지(삼국외전)’의 영향을 받은 느낌인데, 동료 개념이 없이 주인공 혼자만 나오는 것과 전투 때 적의 정면 모습만 보이는 비주얼은 영락없는 드래곤 퀘스트 1이다.

무엇보다 드래곤 퀘스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부분은 커맨드창 시스템이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커맨드창을 눌러서 커맨드를 선택하여 실행해야 한다.

커맨드는 ‘대화/가지다/버리다/사용하다/보다’가 있다.

대화는 NPC와 대화. 가지다/버리다는 아이템 입수 및 버리기. 사용하다는 아이템 창 확인 및 거기서 선택한 아이템 사용. 보다는 조사 기능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생각 이상으로 차이점이 많다.

우선 드래곤 퀘스트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치가 HP/MP, 힘, 민첩함, 경험치, 골드(소지금), 공격력/수비력 등이 표기되는 반면 본작은 HP, 경험치, 등급(레벨), 현금(소지금) 밖에 표시되지 않는다.

MP가 없는 만큼 마법이 나오지 않고, 힘, 민첩성 같은 스테이터스 수치가 없으며 오로지 등급만이 모든 걸 결정한다.

등급이 올라가면 HP 한계치가 상승하고, 게임 내에서 직접 표시되지 않는 공격력/수비력이 결정된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등급이 낮으면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전투 때는 무기선택/방어선택/회복선택/현재상황/도망가자의 커맨드가 있는데.. 무기 선택은 현재 소지한 무기를 선택. 방어선택은 방어구 선택. 회복선택은 회복 아이템 사용. 현재상황은 홍길동 스테이터스 확인. 도망가자는 퇴각이다.

전투 진행은 스페이스바를 눌러야 할 수 있다.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적 일러스트에 구멍이 슝슝 뚫리는 걸로 데미지를 입힌다.

실시간 전투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고 위키 백과에조차 그렇게 등재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전투가 턴제 맞다.

스페이스바가 사실 공격 및 전투 진행을 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홍길동의 공격과 적의 공격은 랜덤으로 결정되며 스페이스바를 누를 때마다 1턴씩 진행되며, 반대로 스페이스바를 누르지 않으면 전투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 전투 진행은 오로지 아군의 공격, 적의 공격 여부만 결정되지, 회복 아이템 사용은 턴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퇴각 역시 턴을 소비하지 않으며 아무런 패널티 없는 100% 퇴각이 가능하다.

스페이스바를 누르지 않는 이상, 전투 시작시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퇴각 커맨드를 선택해 노데미지 도망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보스전을 클리어해야 게임 진행이 가능한 관계로 도망 플레이로는 게임을 클리어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공격력/수비력이 장비빨을 안타고 등급빨을 타는 관계로 레벨 노가다가 필수다.

필드가 됐던, 던젼이 됐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어서 이걸 잘 활용해야 한다.

세이브 슬롯은 3개를 지원하는데 홍길동 이름 한 글자 한 글자가 세이브 슬롯이다.

장비는 뭔가 너무 무기 쪽에 편중되어 있는데 무기는 목검<장검<비검<언월도<보검<신검 순서로 6개나 있지만, 방어구는 달랑 쇠팔찌<가죽옷 등 단 2개가 끝이다.

전투 커맨드에 가드 기능 같은 건 전혀 지원하지 않는 관계로 방어 기능 지원이 너무 부실하다.

더 큰 문제는 회복 수단이 제한적이란 거다.

본작에선 여관의 개념이 없어 떨어진 HP를 저렴한 비용으로 꽉 채울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오로지 회복용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HP를 회복할 수 있다.

사과<주먹밥<고기의 음식류와 녹즙<대보탕<보약<회생환의 약 종류가 회복용 아이템인데 마을에서 구입하거나, 필드에 떨어진 걸 줍는 수밖에 없으며, 수량 제한이 있어 최대 15개까지 밖에 들고다닐 수 없어 좀 빡세다.

전투에서는 아이템이 일절 드랍되지 않고, 필드/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의 수도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어서 아이템 자급자족이 너무 힘들다.

스토리는 기본 베이스가 허균의 홍길동전이라 시작과 결말은 같지만 각색을 많이 해서 오리지날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원작에 나온 홍길동의 활빈당 활동은 본작에선 그냥 홍길동이 산적을 제압해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이벤트 정도로 축소되고. 탐관오리 쳐 잡는 건 그냥 홍길동 혼자 유유히 찾아가 해결하는 걸로 나온다.

의적 활동은 이벤트의 하나에 지나지 않고 도깨비 마을에 가서 도깨비 방망이, 귀신 마을에 가서 구슬을 얻거나, 월봉산에서 비, 바람, 구름, 천둥 등 4개 구슬과 신검을 얻는가 하면, 도깨비 방망이를 사용해 강으로 막힌 땅에 다리를 세우고, 도력이 깃든 염주를 징검다리로 만들어 강을 건너는 것 등등 RPG스러운 이벤트가 많이 나온다.

이벤트 전용 아이템이 상점에서 판매되기도 하는데 곡괭이랑 활과 화살이다. 곡괭이는 필드에 숨겨진 구슬을 찾을 때 땅을 파기 위해 필요하고, 활과 화살은 율도국에서 망탄산의 산적을 물리칠 때 써야 한다. (길을 막고 있는 산적 두목에게 활을 사용해 화살을 쏘아 맞춰야 된다)

RPG 게임답게 NPC들과의 대화도 나오긴 하지만, 이름이 표기된 NPC만이 대사를 가지고 있다. 대화를 한 번 하면 대사 기능이 사라져 허수아비 마냥 자리만 차지하는 일도 잦고, 본편 스토리 자체가 홍길동 한 명만 온전히 비추고 모든 비중을 그에게 몰아 줬기 때문에 홍길동 이외에 다른 주조연 캐릭터가 없어서 전반적인 캐릭터 성이 약하다.

캐릭터성이 약한 건 아쉬운 점이지만, 아쉬운 걸 넘어서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의 문제가 또 따로 있다.

그건 스토리 전개상 사전에 정보가 없으면 어떻게 진행해야 될지 모를 구간이 적지 않게 나온다는 거다.

대표적으로 홍길동의 집에 있는 정자 던전에서 정자 열쇠와 팔진(병서)를 입수해 나올 때. 던전 입구 근처에 발을 들인 직후 화면이 깜빡이는데 이때 팔진 병서를 사용해야 던전 밖으로 나갔을 때 벌어지는 자객 습격 이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 팔진 병서를 깜빡이는 타이밍에 사용하지 않으면 무조건 자객에게 패배해 게임오버 당한다.

귀신 마을은 마을 자체가 던전 형식인데 적이 나오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벽으로 가로 막혀 마을 중앙에 있는 구슬에 접근하기 위해 한참 헤매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다.

필드에 숨겨진 구슬도 필드의 수풀이 P를 이루는 곳 우측에 괴물 입 모양으로 움푹 페인 곳 앞에 놓인 ? 표시로 뜨는 문서를 조사해 ‘좌로 10 위로 5 우로 4 아래로 1 좌루 6’의 암호 순서에 맞게 움직인 다음 곡괭이를 사용해 땅을 파야 구술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정말 공략 정보가 없으면 어떻게 깨야 할지 모르는 구간의 핵심이라 여기서 게임 플레이를 포기한 유저들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이 부분만 지나면 탐관오리 소탕, 오랑캐 토벌, 율도국 산적 토벌 등 전투 관련 이벤트가 주를 이루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

다만, 율도국 산적 토벌 후 월봉산에서 4가지 구술을 얻을 때. 해당 던전에 있는 연못에 아버지에게 받은 단검을 사용해 신검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신검은 작중 최강의 무기이자 아주 중요한 이벤트 아이템으로 이게 없으면 게임 진행도 못하고, 엔딩도 볼 수 없다.

라스트 던전인 율도국의 성은 언뜻 보면 5층 구성 같은데 실은 위로 올라가고 아래로 내려가는 걸 순서에 맞게 진행해야 되는 곳이라 무조건 위로 올라간다고 길이 나오는 건 아니다.

명색이 라스트 던전이라 그런지 적들도 만랩으로 나와서 필드의 적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서 어렵다.

별 모양의 열쇠를 얻어 마지막 층에 나오는 별 모양이 새겨진 빨간 벽돌에 별 모양 열쇠를 사용해야 마지막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 부분이 좀 애매한 게, 스토리상 최종 보스인 적대마인과의 싸움이 이벤트 전투라서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적대마신과의 전투가 마지막 싸움이 아니라, 별 모양 열쇠를 입수하고 마지막 층으로 이동할 때 벌어지는 소두목과의 싸움이 최종 전투가 됐다. (북방 오랑캐 두목과 동일한 스킨에 복장만 살짝 바꾸고 머리카락을 밀어서 대머리로 나온 게 되게 무성의한 디자인이다)

적대마인을 물리친 뒤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는 홍길동의 그림자 실루엣과 함께 스텝롤이 흐르는데.. 본편 스토리의 후일담 없이 그걸로 땡처리하듯 엔드 메시지 하나 없이 도스로 빠져 나가는 엔딩이 좀 허무하다.

뭔가 게임 마지막 부분을 좀 대충 만든 느낌마저 든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공들여 만든 건 스토리 진행상 나오는 이벤트 컷씬과 애니메이션 효과를 집어넣은 데모 비주얼이다.

짧지만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데모 비주얼과 중요한 그림 하나가 크게 나와 그림 속 캐릭터들의 대사가 자막으로 출력되는 컷 씬 등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꽤 괜찮다.

이게 이 작품의 특징이자 드래곤 퀘스트의 영향을 받았을 지언정 단순한 모방작이 아니란 걸 반증한 부분이다.

결론은 평작. 게임의 기본 베이스는 일본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의 영향을 받았는데, 캐릭터 성장 요소의 부실함과 전투의 지루함, 전투 밸런스 조절 실패, 사전에 정보가 없으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구간의 존재 등등 게임의 시스템적 완성도가 낮고 주인공 홍길동에게 모든 비중을 몰아줘서 다른 주조연 캐릭터의 부재로 캐릭터성이 떨어지지만.. 소설 원작 홍길동전을 RPG 게임으로 적절하게 각색했고 RPG게임다운 이벤트가 많이 들어가 있으며, 이벤트 컷씬과 데모 비주얼이 꽤 괜찮고 본작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 잡아 단점과 장점이 분명히 있는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게임성이 떨어져 흥행참패했다는 말이 떠도는데.. 실제로는 약 7000 카피를 판매해 흥행적인 부분에서 선전한 편이고, 그래서 후속작인 홍길동전 2가 나왔다. (단, 홍길동전 2는 RPG가 아니라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이 됐다)

덧붙여 이 게임은 DOSBOX로 구동할 때 월봉산에서 4가지 구슬과 신검을 입수하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신선 이벤트가 나오기 직전에 프리징 현상이 발생해 게임이 멈춘다. 리얼 DOS나 두기닷컴의 도스게임런처로 구동해야 해당 구간을 지나갈 수 있다.


덧글

  • 금린어 2016/07/18 11:52 # 답글

    제가 처음 샀던 게임인가 두번째로 샀던게임인가... 그런데 처음에 너무 어려워서 엄청나게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한동안 RPG 게임은 안한다고 했을 정도로). 나중에는 그럭저럭 평이하게 즐겼는데 전체적으로 만듦새는 좋았다는 기억이네요.

    집에 찾아보면 아직도 패키지가 있을텐데 ㅋㅋㅋ 추억속의 게임입니다.
  • 잠뿌리 2016/07/18 21:42 #

    저는 중학교 시절에 접헀던 게임인데 당시 컬러 AT 컴퓨터를 가진 친구들이 이 게임을 구입해서 플레이한 걸 부러운 눈으로 본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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