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예 –살아서는 안되는 방 (残穢 (ざんえ) 住んではいけない部屋.2015) 2016년 개봉 영화




2015년에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2012년에 오노 후유미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내용은 독자들의 사연을 단편 소설로 써서 괴담 잡지에 투고 하던 소설가 여주인공(캐스팅 네임이 1인칭인 ‘나’)이, 어느날 쿠보라는 여대생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고 그녀가 새로 이사간 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는데 사연이 낯익어 과거의 독자 편지를 살펴보니 쿠보가 사는 아파트에서 비슷한 사연을 받은 게 있어 아파트를 둘러싼 괴담을 하나씩 추적해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타이틀 잔예는 남을 ‘잔’과 더러울 ‘예’를 조합한 단어로 더러움이 남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이게 곧 부정을 탄 터를 말하는 것으로 작중 배경이 되는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이 저주를 받아 연쇄 죽음을 맞이한다. 부제인 살아서는 안 되는 방이 의미하는 것이 그거다.

이건 누구든 그 집에 발을 들이면 저주를 받아 주살 당하는 ‘주온’과 같은 케이스다.

다만, 집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원귀에 의해 주살 당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주온과 달리 본작은 아파트 입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이 보고 겪은 괴기스러운 사연을 듣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어 미스테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분명 집안에서 벌어진 심령 현상이 중요한 키워드이긴 하나, 메인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괴담을 조사해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라서 사실 엄청 분위기 잡는 거에 비해서는 전혀 무섭지 않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물까지는 아니지만, 괴담 수집가이자 소설가인 여주인공의 포지션과 작품 분위기, 극 전개 등을 보면 다큐멘터리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J호러의 약속된 승리의 저주 몰살 엔딩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인공 일행이 아무런 위협에도 노출되지 않고, 단순히 조사/수집만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회상을 하는 게 전부라서 긴장감이 뚝뚝 떨어진다.

영화 소개에서는 서스펜스 드립을 치는데.. 그 서스펜스도 주인공이 위기에 처해야 전해지지. 단지 다른 누구한테 이야기 전해 듣고 회상만 하는 걸로는 서스펜스를 느낄 수 없다.

회상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본작을 만든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2002년작 ‘절대공포 부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공포 영화로서의 문제점이다.

미라가 된 캇파의 손, 아기 울음소리 환청을 듣고 자살한 노부인, 마룻바닥에서 죽여라라는 환청을 듣고 자신이 낳은 7명의 아이를 산채로 묻어 죽인 여인, 한밤중에 걸려오는 공중전화 메시지, 뭔가를 막으려는 듯 집안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 놓고 살다가 죽은 독거노인 등등.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괴담들이 선이 모여 점을 이루듯 부정을 탄 터의 저주로 귀결되는 구성 자체는 나름대로 탄탄한데 풀이 과정이 너무 심심하다.

나에게 일어나는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며 생활밀착형 공포를 선사한다고 하는데, 꿈보다 해몽이 좋은 말이다.

현실적인 공포감을 주고 싶었다면 주인공 일행이 직접적으로 사건에 개입했어야 했다. 저주 소재를 다루면서 주살에 노출되지 않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작중에 나온 미스테리 풀이에 몰입하기 이전에, 긴장감 없는 극 전개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쓸데없이 런닝타임은 길어서 100분이나 돼서 보다가 졸릴 수도 있다.

‘들어도 죽고, 말해도 죽는다.’를 저주의 슬로건으로 삼고 있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죽음을 암시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도 해결하지 못한 채 찝찝하게 끝나서 뒷맛이 개운하지 못하다.

결론은 평작. 여러 가지 괴담이 모이고 모여 부정을 탄 터의 저주로 귀결되는 구성 자체는 탄탄한 편이지만.. 사건을 조사하는 주인공 일행이 화자로서 남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며 회상씬에 지나치게 의존해 극의 긴장감이 뚝뚝 떨어지고 무섭지가 않아서 호러 영화로서는 꽝인 작품이다.

거창한 홍보 문구를 보고 링, 주온, 착신아리 같은 귀신의 저주를 소재로 한 J호러를 기대하고 본 사람은 실망이 매우 클 것이다.


덧글

  • 역관절 2016/07/16 21:23 # 답글

    ~괴담의 뿌리를 찾아서 ~

    나름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 잠뿌리 2016/07/18 21:38 #

    괴담을 조사해서 접점을 찾는 구성은 괜찮았는데 극 전개가 너무 심심했죠.
  • LionHeart 2016/07/17 01:15 # 답글

    사실 소설 쪽도 읽는 동안은 르포 같은 것을 보는 느낌이라 지루함이 느껴지지만 책을 덮고 느껴지는 섬뜩함이 백미였지요. 작중의 공포보다는 뒤돌았을 때 쫓아오는 공포를 지닌 작품이라 러닝 타임 동안 공포를 심어줘야 하는 영화로는 그 맛을 살리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 원작이라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이 반갑습니다.
  • 잠뿌리 2016/07/18 21:38 #

    영화보다는 소설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는 그런 여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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