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폭스 레인저 2: 세컨드 미션 (1993) 2019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3년에 소프트 액션에서 개발, 금성 소프트웨어에서 MS-DOS용으로 발매한 복합 슈팅 게임.

내용은 박스 레인저 1 때 조선시대로 타임리프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미래로 돌아온 준이 간신히 구조되어 인근 병원에서 깨어나 기지로 귀환했는데, 준이 사라져 있던 동안 폭스 레인저 1 때 폭발하는 모함에서 홀로 탈출한 베그저의 심장이 지구의 버뮤다 삼각지대 바다 깊은 곳에 떨어져 그곳에서 세포 증식을 해 외계 생물체 군단을 양성하고 보다 높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구인을 닥치는 데로 잡아가 급기야 준의 연인인 연희까지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서, 지구 방위군에서 개량 개발한 폭스 레인저 NF43 스피릿츠에 탑승해 연희와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고 베그저를 물리치기 위해 버뮤다로 날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나름대로 비장하지만 좀 황당하게도 박스 레인저 1의 엔딩에서 바로 이어진다.

인트로 씬은 음성을 지원하는데 준/연희(간호사)/지구 방위군 사령관 등 보이스가 3명으로 늘어났지만, 더빙 수준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듣는 사람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든다. 보이스도 어색하지만 보이스 편집도 발로 한 건지, 목소리에 자꾸 에코가 울려서 되게 이상하게 들려온다.

목소리가 되게 멀리서부터 들려오면서 메아리처럼 울리는데 당시 한국 게임이 음성을 지원한 지 얼마 안 돼서 편집 기술과 지식이 전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1992년에 나온 전작 ‘박스 레인저’가 한국 게임 최초의 음성 지원작이었다)

인트로 씬을 지나서 지구 방위군 함대가 땅 속에서 솟구쳐 올라가고 폭스 레인저 NF43 스피릿츠가 출격하면서 바다의 수면 위 물살을 가르고 날아가 태양광을 등진 채 날아가는 게 오프닝으로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인트로는 그저 그렇지만 오프닝은 지금 관점에서 봐도 괜찮다. 단순한 전투기 출격씬이지만 꽤 멋지고 시원스럽게 잘 만들어 90년대 한국 게임 중에 손에 꼽을 만하다.

오프닝은 매우 좋지만 문제는 그게 전부다. 오프닝 말고 건질 게 없다는 말이다. 게임 자체가 완성된 상태로 출시된 게 아니라 미완성된 상태로 출시한 것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단, 타이틀 화면의 옵션에서 지원하는 게 전작까지는 레벨/실드/뮤직 테스트였지만, 본작에서는 레벨/사운드 테스트(뮤직 테스트) 밖에 없다.

컨티뉴는 단 1회 밖에 지원하지 않는데, 게임을 시작할 때 이지 모드로 했어도 컨티뉴하면 하드 모드로 바뀐다. 그래서 컨티뉴 1회 하고 게임을 클리어하면 스코어에 게임 난이도가 하드로 표기된다.

게임 조작 키는 화살표 방향키로 상하좌우 이동, CTRL키는 일반 샷. ALT키는 보조 샷. 스페이스바는 보조샷 변경. F1키는 일시 정지. F10키는 도스로 빠져나가기. ESC키는 데모 동영상 스킵.

매뉴얼상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만 사실 실제 본편 게임에서 보조샷 변경 키는 사용할 수 없다. 화면 상단 중앙에 3개의 슬롯으로 표시된 게 보조샷인데, 보조샷을 전부 얻어 슬롯을 꽉 채워도 변경을 하지 못해 게임 플레이 중에 가장 먼저 얻은 1가지만 쓸 수 있다.

무기의 수도 상당히 줄었다. 일반 샷이 벌컨 레이저 1종류로 들었는데 공략집에는 4단계로 파워업된다고 써 있지만 실제로는 파워업 자체가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좁쌀만한 크기의 2발짜리 발칸을 쏠 뿐이다.

보조 무기는 S2M, 웨이브탄, 섀도우 미러가 있는데, 파란색 원형의 레이저 폭발을 일으켜 폭발의 잔상이 아래쪽으로 내려와 적을 공격하는 폭발형 무기고, 웨이브탄은 유도 성질을 가진 3갈래의 녹색 광탄이 나가는 유탄형 무기이며, 섀도우 미러는 기체의 잔상을 화면에 남기는 무기다.

S2M은 위로 쏘아 올린 폭발의 잔상이 남아 아래로 내려오는데 사정거리가 굉장히 짧고, 공격 판정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라 되게 황당하다.

섀도우 미러는 황당한 걸 넘어서 존재 이유 자체를 모를 어처구니 없는 성능을 자랑하는데, ‘기체의 잔상을 남긴다.’ 이게 효과의 전부다.

이 기체의 잔상은 잔상을 찍은 자리에 그냥 남아 있고, 한 번에 잔상을 여러 개 찍어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보조 공격을 해주는 것도 아니라 대체 왜 넣은 건지 알 수 없다.

본편 게임이 미완성 출시란 걸 시사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나마 웨이브탄이 제일 멀쩡한데 문제는 드랍률이 굉장히 낮다는 거다.

본 게임 자체가 이전 작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이템 드랍률이 낮아졌다. 게다가 3D 슈팅 모드인 스테이지에서는 아이템 자체가 나오지도 않는다.

아이템도 공략집에는 무슨 보너스, 실드 캡슐, 가딩 시스템(배리어) 등이 있지만 게임 본편엔 전혀 안 나온다.

이전 시리즈에서 관련 아이템을 먹거나 스코어 점수만 높아도 보너스가 추가되는 것과 달리 본작에선 보너스가 전혀 추가되지 않는다.

실드 에너지 개념은 있지만, 옵션에서 실드 에너지 조정을 할 수 없어서 4개로 고정되어 있다. 즉, 4번만 맞으면 죽는다 이 말이다.

이전 시리즈에 있던 배리어는 없지만, 그래도 용케 옵션은 남아 있다. 옵션 아이템을 입수하면 2개의 옵션 기체가 나와 보조 공격을 해준다.

스테이지는 총 6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테이지별로 모드가 달라진다. 이 게임 소개를 할 때 복합 슈팅이라고 쓴 게 왜 그런가 하면, 시점이나 특징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1스테이지는 세가의 1987년작 ‘애프터 버너’같은 프론트 뷰 시점의 3D 슈팅 모드로 진행된다. 플레이어 기체의 후면이 보이는 상태에서 전방을 향해 날아가며 스프라이트 확대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근데 화면이 고정되어 있어 애프터버너 같은 입체감을 주지는 못하고, 기본 화력이 빈약한데다가 명중률이 엄청나게 떨어지는데 적기는 계속 나타나니 화면은 보기 불편하고 게임 플레이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실드 에너지가 4가 최대치인데 1스테이지는 난이도 설정에 상관없이 무조건 실드 에너지 3으로 시작되며, 적기의 탄막과 보스 기체의 촉수 공격에 얻어 맞으면 실드 에너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한 번에 격추 당한다.

1스테이지부터 완전 게임이 개판인 것이다.

1스테이지 클리어 후 데모 비주얼이 나온 다음. 레이더 화면이 나와 도주하는 비행정이 표적에 들어왔을 때 공격 키를 누르면 ‘파이어!’라는 육성이 흘러나오며 폭스 레인저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모 영상이 나오는데.. 언뜻 보면 보너스 스테이지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헛짓거리다.

게다가 이게 스테이지 클리어 때마다 나오는 게 아니라 1스테이지 클리어했을 때 딱 한 번만 나온다.

데모 비주얼 자체는 매 스테이지 클리어할 때마다 나오는데 준과 지구 방위군 사령관의 업무적 대화만 나오기 때문에 정말 별 거 없다.

놀랍게도 데모 비주얼의 인물 그림이 작화 붕괴를 일으키며, 주인공이라서 가장 많이 얼굴이 나오는 준 같은 경우도 구도에 따라서 얼굴이 완전 달라질 정도다.

2, 6스테이지는 종 스크롤 슈팅, 3, 4스테이지는 횡 스크롤 슈팅으로 진행된다. 뭔가 슈팅 게임의 결정체를 지향해서 그 당시 현존하는 모든 슈팅 장르를 넣은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난잡하고 산만하기 짝이 없다.

종 스크롤이 됐든 횡 스크롤이 됐든 간에 게임 진행 중에 나오는 벽이나 바위 같은 진로 방해 구조물이 그림으로만 나오지 실제로 적용이 되지 않아 장애물에 닿아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뚫고 지나갈 수 있어서 게임을 진짜 만들다가 말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한다.

4스테이지 전반부는 아예 배경 그래픽이 깨져서 나오고, 후반부는 적이 안 나오는 대신. 살짝 스치기만 해도 실드 에너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죽는 방해 지형 구간이 나와서 플레이어를 당황시킨다.

5스테이지는 다시 3D 슈팅 모드로 진행되는데 스토리 전개상 베그저 기지에 자동 폭파 장치를 가동시키고 환기 시스템의 터널로 탈출을 시도해 마하 비행을 하는 것이라 특이하게도 역방향으로 진행된다.

3D 역방향 슈팅이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1스테이지에서 기체의 후면부가 보인 것과 반대로 이번엔 정면부가 보이고, 적기의 추격을 받으며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발상은 좋긴 한데, 이 모드에서는 공격 일체를 할 수 없고 전방에서 날아오는 파편을 피해서 도망 다니기만 해야 한다.

근데 이게 또 도망다니는 것만으론 클리어할 수 없고 전방에서 날아오는 파편을, 폭스 레인저 뒤를 쫓는 보스에게 날아가 충돌하게 유도해야 하니 공략 난이도는 둘째치고 플레이가 되게 번거롭다. (3D 슈팅 게임하는 게 아니라 3차원 테트리스 블록 피하기 게임 하는 느낌이랄까)

라스트 스테이지인 6스테이지는 2스테이지의 중간 보스/대보스가 나와서 연속으로 물리치면, 폭스 레인저 1 오프닝 때 언급된 말란 행성의 지원 생물체형 모함이 중간보스로 나오고, 이걸 클리어하면 모든 사건의 원흉인 베그저의 심장이 나타나 마지막 싸움을 걸어온다.

보스전의 연속이라 일반 적기가 나오지 않아 당연하게도 아이템 드랍이 거의 없어서 공략 난이도가 높다. 보스의 공격 패턴 자체는 허접한 편인데 플레이어 기체의 화력이 폭망이라서 그게 곧 고난이도로 연결된다.

엔딩 비주얼은 스토리 비주얼과 마찬가지로 캐릭터 대사만 좀 나올 뿐. 음성은 들어가 있지 않은데 준이 말란 총독에게 일갈하자 말란이 반성하고 지구의 평화를 기원하며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말란 총독 떡밥은 회수됐지만 베그저에게 잡혀 간 연희가 어떻게 됐는지 그게 나오지 않아서 깔끔한 결말은 아니다.

이 뒤에 화면 자체가 정지해 엔드 표시가 뜨기는커녕 스텝롤조차 올라오지 않는다.

근데 놀라운 사실은 그나마 이런 엔딩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게 게임 발매 후 여러 패치가 발표된 다음의 일이라고 한다.

본 게임 자체가 미완성인 문제도 있지만 버그도 엄청 많아서 제대로 된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다.

엔딩 비주얼 때 키보드를 누르면 바로 스킵되어 랭킹 스코어 화면으로 넘어가는데.. 여기선 키를 제대로 입력하는 게 불가능하다. 어떤 키를 누르던 간에 에러 표시 1개만 출력되기 때문에 스텝롤 없는 것도 그렇고. 마무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답이 안 나온다.

게임 음악은 타이틀곡은 괜찮지만 나머지는 전부 안 좋다.

폭스 레인저 1도 사실 음악이 19개나 들어가 있지만 그중에서 1스테이지 음악만 좋았는데, 그래도 나머지 18곡이 최소 평타는 치는 수준이었지만.. 본작은 지나치게 피아노를 많이 사용해서 듣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시끄러워 온전히 감상하기 어렵고 몇몇 곡은 아예 소음 공해 수준이다. (새삼스럽지만 슈팅 게임 배경 음악에 피아노는 너무 안 어울린다)

본작의 음악은 타이틀곡만 멀쩡하고 나머지 다른 곡은 거의 소음 공해 수준으로 나쁘다. 특히 피아노음 들어간 게 최악이다.

결론은 비추천. 지금 봐도 좋은 오프닝을 빼면 건질 게 없는 게임으로 폭스 레인저 시리즈가 자랑하던 음악 퀄리티가 심연의 어비스 밑바닥까지 떨어진 건 물론이고. 3D 슈팅, 2D 종 스크롤 슈팅, 2D 횡 스크롤 슈팅 등 당시 현존하던 슈팅 장르를 다 넣었지만 어느 것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했고, 장애물 미적용에 배경 그래픽 깨짐 현상, 무기 변경키 사용불가, 스텝롤의 부제, 본편 스토리에서 회수되지 못한 떡밥 등등 게임 전반적으로 미완성된 채 출시된 느낌을 강해 게임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재미를 논할 수준조차 되지 못한 졸작이다.

소프트 맥스의 2001년작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과 같이 이전 작의 성공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고 나왔지만, 미완성 게임을 출시해 유저들을 우롱하여 한국 게임 역사에 흑역사로 남을 만한 게임이다. (한국 게임 역사 20세기의 흑역사가 폭스 레인저 2라면 21세기의 흑역사는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패스워드는 전작 박스 레인저의 음표 입력 방식을 그대로 따라갔다.

추가로 본 게임의 게임 외적인 부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좀 있다.

게임 발매를 앞두고 핵심 인력인 메인 프로그래머와 메인 그래픽 아티스트가 팀을 떠났다는 것으로, 항간에는 메인 프로그래머가 다른 회사에 스카웃되어 이쪽 팀을 나가 잠적했다는 말이 있는데.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게임 출시를 앞두고 중요 인력이 빠져 나가는 바람에 게임 자체가 미완성인 채로 출시된 것이다.

덧붙여 본래 이 작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세가의 16비트 콘솔 메가 CD용으로 ‘슈퍼 폭스 레인저8’이 기획되었는데 끝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후속작으로 폭스 레인저3가 나왔지만, 폭스 레인저 3는 횡 스크롤 로봇 액션 게임이 됐다.


덧글

  • CARPEDIEM 2016/07/14 21:23 # 답글

    이녀석도 전작을 빌려서 돌려 보고 감동먹어서 구입을 했는데...(이하생략) orz
    용돈 털어 구입한 정품 국산게임 2개가 연속으로 꽝이어서 한동안 멘붕했던 기억이 나네요.
  • 잠뿌리 2016/07/15 11:29 #

    멘붕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네요. 당시 한국 게임은 가격도 꽤 비쌌을 텐데 연달아 산 게임들이 죄다 지뢰작이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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