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신문 2(恐怖新聞II.1990) 2021년 일본 만화




1990년에 아키타 서점에서 발행한 소녀 만화 잡지 서스페리아에서 츠노다 지로가 연재를 시작해 전 16화/단행본 6권으로 완결된 심령 판타지 만화.

서스페리아는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장인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서스페리아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1987년에 창간되어 2001년까지 호러 만화 중심으로 연재를 하다가 2001년부터 서스페리아 미스테리로 이름을 변경해 추리 소설을 코미컬라이징한 작품을 주로 실었다.

본작은 서스페리아 호러 시절에 연재된 작품으로 당시 연재작 중 네임드급 작품이 뱀파이어 미유, 에코에코 아자라크, 악마의 묵시록 등이 있다.

본론으로 넘어와 본작의 내용은 전작에서 키카타 레이가 사망한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공포신문이 배달됐는데, 새로운 구독자가 된 혼도 레이코가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결국 악령에게 죽임을 당하고, 조력자인 타카키 후미히토도 죽었는데.. 두 사람의 영혼이 영혼 결혼식을 통해 하나가 되어 합체 영혼인 고코노에 우미로 재탄생하여 부처의 힘을 받아서 지옥의 악령들을 모조리 때려잡는 이야기다.

전작 공포신문 1은 70년대 오컬트 붐을 일으키면서 오컬트의 여명기를 장식해 심령 오컬트는 물론이고 미스테리 전반을 다루면서 이야기가 풍성했던 반면 정작 공포신문 그 자체와 폴터가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키카타 레이의 죽음 에피소드에서 포커스를 맞춘 바 있다.

본작은 전작과 전혀 다르게 미스테리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고, UFO 또한 안 나온다. 약간의 심령/귀신 이야기를 다루면서 처음부터 공포신문과 폴터가이스트에 포커스를 맞췄다.

전 6권 중에 1권부터 3권까지가 여주인공 혼도 레이코가 공포신문을 구독하면서 겪는 불행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작의 주인공 키카타 레이도 박복한 삶을 살았지만 본작에서 주인공 바톤을 이어 받은 혼도 레이코는 그 이상으로 불행하다.

에피소드 초반부터 공포신문에서 예고된 심령현상에 의해 부모님이 심령 사고를 당해 죽고, 삼촌 부부도 불에 타죽고, 살던 집도 불에 타 전소된 것도 모자라 신세지던 은인도 끔찍한 죽임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날라리 학생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학교 밖에서는 제령을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영매사한테 제령을 빌미로 폭행당하다가, 끝내 공포신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수명이 다해 악령에게 공격 당해 사지가 찢겨 끔살 당하니 진짜 역대급 불행 히로인이다. (레이코의 어머니가 죽는 건 공포신문 도입부에서 키카타 레이의 담임 선생님이 차에 치어 죽는 씬. 레이코의 아버지가 죽는 건 등 뒤의 하쿠타로에서 여우령에 씌여 서바이벌 나이프를 들고 이치타로를 죽이려 했던 담임 선생님을 연상시킨다)

작중 레이코가 울며 절규하는 씬이 엄청 많이 나올 정도로 끊임없이 심령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데 그게 본작 전반부의 공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스토리가 레이코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대신 소재의 다양성을 잃고, 오로지 레이코의 불행에만 초점을 맞춰서 뭐가 포인트인지는 알겠지만 호러물로서의 공포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는 못했다.

무서운 것과 불쌍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타카키 후미히토는 전작의 주인공 키카타 레이를 쏙 빼닮은 남자 주인공인데 부모님과 함께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어 죽었지만 그 직후 키카타 레이의 영혼이 몸속으로 들어와 되살아났으나 스토리 중반부에 레이코를 지키고 죽어서 무려 두 번이나 죽는다.

본편의 여주인공 레이코랑 같이 커플이 아주 쌍으로 불행의 정점을 찍는다. (츠노다 지로 선생, 대체 키카타 레이한테 왜 이러세요 ㅠㅠ)

4권부터는 레이코와 후미히토가 영혼 결혼을 통한 합체영혼이 되어 고코노에 우미로 재탄생해 새로운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공포신문의 또 다른 구독자들 앞에 나타나 그들을 구해주는 슈퍼 히로인 역할을 수행한다.

작중 설정이 반인반영혼의 존재로 어린 아이, 청년, 여고생의 3가지 모습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매우 높은 영능력을 소유한 것으로 묘사된다.

근데 사실 설정만 슈퍼 히로인이지, 4권부터 5권까지의 행적을 보면 그리 비중이 높지는 않다. 매 에피소드마다 심령 사건이 벌어져 사건이 한참 진행되다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해 공포신문 구독자를 돕기 때문에 그렇다.

완결권인 6권에 가서야 고코노에 우미와 전작의 흑막인 악령들의 영단의 본격적인 배틀이 시작되면서 심령 판타지 초전개로 진행된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양손으로 영능력 광선을 쏘아대는 등 완전 슈퍼 히어로 만화의 주인공처럼 싸운다. 이게 과연 공포신문 시리즈가 맞나 싶을 정도라서 초자연적인 현상과 존재 앞에 무력했던 전작을 생각하면 이질감마저 들 정도다.

악령들의 영단 우두머리가 전작에서는 영들의 집합체 몸에 염라대왕의 머리를 달고 나왔었는데 본작에서는 머리에 뿔이 달린 악마로 묘사된다. 전작의 주인공 키카타 레이가 악령들의 영단과 마주했을 때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비해 본작의 고코노에 우미는 지옥에 있는 악령의 본거지를 섬멸하고 현세로 무사 귀환해 부처의 힘으로 키카타 레이, 혼도 레이코, 고코노에 우미 등 세 사람으로 다시 나뉘어 인간으로 환생한다.

이게 나름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난 거다. 열린 결말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주인공이 죽어서 유령 배달부가 되면서 끝난 ‘공포신문 1’과 연재 조기 종료인 듯 단행본 1권에 단 2화 완결로 주인공이 아무 것도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 열린 결말조차 되지 못한 후속작 ‘공포신문 헤이세이판’에 비교하면 그나마 뒷끝없이 개운하게 끝난 거다.

작화적인 부분에서 전작에서 없었던, 위화감이 드는 것들이 몇 개 생겼다.

우선 작중에 나오는 주요 인물과 일부 엑스트라 단역들의 그림체가 전혀 달라서, 츠노다 지로가 주요 캐릭터를 그리고 어시스턴트나 혹은 다른 작가가 엑스트라 단역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학교에서 레이코를 괴롭히고 집단 폭행을 하는 일진 학생들<-)

그리고 부처를 그린 불화나 실사 사진도 은근히 많이 들어가 있다. 전작에서는 실사 사진도 그림으로 그려낸 반면, 본작에선 사진을 그대로 지면에 실어 말풍선만 넣은 씬이 몇 개 들어갔다.

결론은 평작. 70년대 일본 오컬트의 여명기를 이끈 전작과 비교해서 오컬트/미스테리 색깔이 옅어서 해당 장르의 밀도가 떨어지지만, 심령 판타지로서 전작과 또 다른 고유한 느낌을 주는데 그게 전작에서 추구한 스타일과 정반대 노선으로 나가는 바람에 본 시리즈 과거 팬에게는 좀 이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이다.

내가 아는 공포신문은 ‘이게 아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도 있으나, 온전히 공포신문에 포커스를 맞춰 전작부터 이어져 온 공포신문의 흑막인 악령의 영단 떡밥을 회수해 마무리 지은 건 시리즈물로서 좋은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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