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2016 찾는다! 우리는! 파.괘.왕 공모전 (2016) 2019년 웹툰



2016년 6월 13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됐던 공모전. ‘세상의 그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웹툰을 찾아라!’라는 주제 하에 진행됐다.

TOP 3에 뽑힌 작품은 네이버 웹툰 정식 연재 기회와 함께 상금이 수여된다. 1위 상금은 1,000만원. 2위 상금은 500만원 3위 상금은 300만원이다.

웹툰 운영진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TOP 7이 공개된 이후. 2주간의 독자 투표 끝에 최종 선정된 작품은 1위: 군인 RPG(십박) / 2위: 고민툰(쥬니) / 3위: 공감(임총)이다.

3위 공감은 TOP 3 작품 중에 가장 작화가 나쁘다.

사실 웹툰 감상할 때 그림 퀼리티가 떨어지면 작화 밀도가 낮다는 말로 우회적인 표현을 했는데.. 이번 파.괘.왕 선정 작품의 그림은 도저히 웹툰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라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나쁘다.

최소한의 만화적 그림이 아니라, 그냥 그림판으로 대충 휘갈겨 그리고 컬러를 집어넣은 수준이다.

내용도 공감이란 제목답게 그냥 일상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공감을 구걸하는 것이라 전혀 새롭지 않다.

몸이 아파서 조퇴했는데 집에 가니 몸이 나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같이 걷다가 갈림길이 나와서 헤어졌다. 영화 곡성의 하이라이트씬을 그대로 써서 결말만 살짝 바꾼 것. 내 방 내가 치울테니 엄마가 치우지 마세요 라고 했는데 엄마가 방 치운 일.

이게 1화부터 4화까지 나온 내용의 전부다.

그림 수준이 낮은 것도 낮은 거지만, 내용도 너무 부실하고 형식도 흔하디흔한 공감툰인데 보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서 총체적인 난국이다.

작품 자체의 수준이 도저히 만화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는데 만화라고 우겨서 만화라는 장르를 파괴하는, 그런 느낌이다.

2위 고민은 공감보다 약 1도트 정도 더 나은 작화로 그렸다. 공감은 그림판 키고 마우스로 휘갈겨 그린 느낌을 주는 반면, 고민은 그래도 최소한 타블렛 펜으로 그린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 확대 그림을 비롯해 복사+붙여넣기한 컷이 너무 많고. 인터넷 짤방 사진/그림 등을 무차별적으로 트레이싱해서 집어넣어 전체 내용의 절반 이상이 패러디컷이라서 작화가 굉장히 무성의하다.

내용 역시 무성의한 건 마찬가지다.

미용실가서 머리했는데 망했다, 생활 한복을 샀다, 친구들끼리 술 마시고 본인이 회계를 맡아 돈을 모아서 냈는데 금액이 모자랐다. 매일 회사 지각한다.

이게 1화부터 4화까지 나온 내용의 전부다.

고민툰이란 것 자체가 공감툰과 같은 성질의 것이라 흔한 장르인데, 그걸 재미있게 풀어낼 재치와 센스가 없어서 작가 혼자서만 자기 사연에 취한 느낌을 준다.

그림과 스토리의 무성의함이 만화라는 장르를 처참히 파괴하고 있다. 작품 자체가 만화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인 3위작 공감과는 또 다른 의미의 장르 파괴성을 내포하고 있다.

1위 군인 RPG는 여자 친구한테 차이고 상심 속에 군대에 입대한 이병 박십이 한시라도 빨리 전역을 하기 위해 북한의 원수 김정동을 물리치러 부대에서 탈영해 땅굴을 통해 북한에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군인 RPG의 작화 역시 못 그린 건 다른 작품과 똑같고 거칠고 투박해서 전혀 정제되지 않았는데.. 그나마 이게 다른 두 작품보다는 작화적인 부분에서 나은 게 있다면 웹툰의 스크롤 뷰를 활용한 연출을 사용했다는 거다.

개별적인 그림체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스크롤 뷰를 의식한 연출이 나와서 최소한 작가가 자기가 그리는 게 웹툰이란 인식은 하고 있다.

인식은 하는데 손으로 그리는 그림 실력이 따라가 주지 못한 것뿐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본작의 스토리는 작가 본인이 군대에 있을 때 만든 군인 RPG란 게임에 쓰려고 했던 게임 기반 스토리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내용의 기승전결이 없고 단순히 김정동을 타도하자! 라는 목표 하나만 가진 채 주인공 이병의 병맛 나는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림을 못 그리긴 했어도 공감처럼 그림판으로 그린 수준까지는 아니고, 고민처럼 과도한 패러디 컷이 나오지 않아 내용이 무성의한 건 아닌데 문제는 너무 병맛을 추구한 나머지 극 전개가 말도 안 되는 내용 투성이란 점이다.

병맛 만화를 표방하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과장된 리액션과 연출이 계속 이어져 만화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 구성을 완전 파괴하긴 했다.

공감, 고민은 그래도 ‘이게 어디가 만화야?’라는 수준이라서 만화인 걸 단호하게 부정할 수 있지만.. 군인 RPG는 명색이 1위 작품이라서 그런지 만화는 만화인데 만화라고 할 수 없는 초막장 내용이 이어져 보는 내내 뇌에 독 데미지가 직격 당해 지력이 떨어지는 걸 체감했다. (뇌세포를 파괴하는 듯한 스토리랄까)

파.괘.왕 TOP 3 작품의 공통점은 그림을 못 그려도 너무 못 그려 만화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서 1차적으로 만화그림의 개념을 파괴했고, 스토리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서 만화 스토리의 개념을 파괴했다.

장르와 소재가 혁신적인 것도, 이야기가 새로운 것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독특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작품 자체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만화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해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라는 키워드에 부합된 것이다.

이건 웹툰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 올림과 동시에 웹툰 전반의 질적 하락을 유발시킨 양날의 검인 ‘병맛’이 안 좋은 쪽으로 극대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최측에서는 평가 기준을 접근성/창의성/재미로 잡아서 재미에는 장르도, 형식도 없다는 말을 공모전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데.. 아마도 희망 사항은 포스트 이말년, 컷부 같은 장르/형식 파괴적 병맛 만화의 차세대 주자를 양성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현실의 결과물은 이렇게 처참하다.

이제 하다못해 만화라고 할 수 없는 그림판 낙서를 완전 새로운 웹툰이라고 우기는 악몽 같은 일이 현실화된 거다. 흡사 한국 웹툰계의 대재앙이 벌어진 거다. (사실 배진수의 하루 3컷같은 게 스낵 컬쳐를 표방하며 정식 연재되면서 재앙의 조짐은 이미 보였다)

현직 웹툰 작가와 작가 데뷔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저런 수준 낮은 작품들이 입선을 하고 정식 연재되는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테고, 웹툰 독자들은 저런 미친 공모전의 결과물을 수용해야 하는 현실에 학을 뗄 것 같다.

이건 사실 파.괘.왕 공모전에 응모한 작가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미친 공모전을 개최한 네이버 웹툰 자체의 문제가 크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웹툰을 찾겠다는 취지는 알겠으나 새로운 것과 수준 낮은 것은 전혀 다른 거다.

말도 안 되게 수준 낮은 걸 전에 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이라고 포장하는 건 결국 새로움에 대한 한계에 봉착한 거다.

재미에 장르와 형식이 없다고 부르짖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만화라는 기본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화의 기본 틀 조차 없이 재미를 위해 장르/형식 파괴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미용실 가서 어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컷으로 머리 잘라주세요! 했더니 머리카락을 자른 게 아니라 모가지를 댕겅 자른 거나 마찬가지다.

허나 더 큰 문제가 뭐냐면 재미에는 장르와 형식이 없다면서 정작 공모전 결과물을 보면 그 재미조차 없다는 거다.

재미라는 미명 하에 오로지 병맛 만을 추구한다. 병맛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밑도 끝도 없이 병신 같이 그리면 다들 웃어준다는 환상에 사로 잡혀 있다.

재미는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재미만 있으면 다 된다는 말도 지키지 못한 채 재미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게 현재 한국 웹툰의 병맛 개그 코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독자를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봐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미국 게임 시장을 일으킴과 동시에 몰락시켜 패망한 아타리의 전철을 밟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업계/시장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서 자만심에 빠져 게임을 병신 같이 만들어도 유저들이 알아서 지갑을 열거라 자신했다가 폭망한 ‘아타리 쇼크’가 한국 웹툰계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아무리 현 웹툰 플랫폼 1위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가 있다고 해도 이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웹툰 플랫폼의 도의에 어긋난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한국 대표 웹툰 플랫폼에서, 새로운 웹툰을 찾겠다며 이런 막장스러운 결과를 내놓다니 천인공노할 짓거리다.

일찍이 중국 삼국 시대 때 위나라의 조조가 품행에 구애 받지 말고 인재를 추천하라는 거현물구품행령을 발표했는데 본 공모전은 인재를 뽑은 게 아니라 망재를 뽑아서 인재라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웹툰 독자들이 어느 정도까지 수준 낮은 작품을 수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만 같다.

눈앞에서 설사똥을 싸질러도 독자들은 까르르 웃으며 봐주고 변함없는 충성심으로 소비해 준다는 오만방자함이 절절히 느껴진다.

과연 한국 웹툰계의 천하무쌍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 다운 패왕색 패기다.

네이버 신규 웹툰으로 한국 만화 잡지 시대의 거장들을 초청해 웹툰을 연재시킨 ‘한국만화 거장전’이 등판했는데 한쪽에선 파.괘.왕 공모전으로 만화 자체를 모독하고 있으니 이 간극이 너무나 크다. (아니 이게 무슨 웹툰판 지킬 박사와 하이드여?)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심사 절차가 웹툰 운영진 평가 TOP 7 선정. 웹툰 독자 온라인 투표로 TOP 3 선정인데.. TOP 7에 오른 작품 중 몇 개는 재미가 없어도 글/그림이 병맛 만화의 기본 소양을 갖춘 게 있었지만, TOP 3로 선정된 작품은 TOP 7 중에서 최악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라서 공모전에서 가장 중요한 1~3위를 오로지 독자 투표에 맡긴 게 화근이 된 것 같다.

당선작의 댓글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독자 반응도 매우 나빠서 독자 투표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진행된 게 아니라, 네이버 웹툰 한 번 엿 먹어 봐라 라는 심정으로 악의와 장난이 뒤섞인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적절한 비유를 하자면 파맛 첵스 사건 같은 거다.

파맛 첵스 사건은 한국 온라인 투표 역관광의 대표 사례로 2004년경 켈로그에서 초코 첵스 홍보를 위해 캐릭터화시킨 첵스의 대통령 선거를 감행해 기호 1번 체키(초코 첵스)와 기호 2번 차카(파맛 첵스)의 결선 투표를 열어 둘 중 표를 더 많이 얻은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는데 당시 웃대/디씨인들이 켈로그 홈페이지에 몰려가 차카에 몰표를 준 사건이다.

주최측도 설마 투표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최근에 벌어진 사건으로 치면 영국의 EU 탈퇴 브랙시트의 국민 투표와 오버랩된다.

만약 이게 정말 주최측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면 독자 투표만으로 결과를 낸 공모전 기획이 너무 안이했고, 반대로 주최측이 예상한 결과라면 웹툰 운영진으로서의 안목이 의심되는 수준이라서 완전 외통수적인 결과다.

아무튼 이번 네이버 웹툰의 파.괘.왕 공모전은 한국 웹툰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로 기록될 것 같다. 어째서 그 많은 만화 속 악당들이 이따위 썩어 빠진 세상, 멸망시켜 버리겠어! 라고 부르짖는지 알겠다. 이번 공모전을 보니 새삼스레 멸망 당해 마땅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덧글

  • 2016/06/29 08: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6/29 20: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ㅇㄱㄹㅇ 2016/07/01 18:07 # 삭제 답글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웹툰 플랫폼 1위라는 명예에 너무 취한건지.. 옛날부터 김준구의 안목이 많이 의심되었는데 이건 정말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네요 에휴
  • 잠뿌리 2016/07/01 19:40 #

    이번 건에 한해서는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너무했지요.
  • 2016/07/22 12: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7/22 18: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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