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3 (2016) 2016년 개봉 영화




2016년에 김곡, 김선, 백승빈, 민규동 감독이 만든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내용은 지구를 탈출해 화성에 정착했던 여우족이 지구군의 침략에 전멸당하고 유일한 생존자인 어린 소녀가 지구군 우주선을 탈취해 기계족이 사는 타이탄 위성으로 망명을 시도했는데, 인간이면 죽이겠다는 기계족의 수장 앞에서 여우족임을 증명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화성에서 온 소녀가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그 중간에 나오는 3가지 이야기가 본편 내용이다.

여우족 소녀가 자기 종족에 대한 썰을 풀어 놓는 과거의 이야기 공포 설화 ‘여우골’.

인간의 폭력성을 비판하면서 하는 현재의 이야기 질주 괴담 ‘로드 레이지.’

인간의 손에 태어나 함께 살면서 고생을 했다며 기계족 수장이 썰을 풀어 놓은 미래의 이야기 인공지능 호러 ‘기계령’.

이렇게 3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여우골은 과거 시험을 치루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선비 이생이 도적떼에 쫓겨 산속에 있는 외딴 마을에 도망쳐 와서 딸과 단둘이 살던 노인의 오두막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생이 묵은 마을이 여우골로 여우가 인간으로 변신해 외우주의 사신을 숭배하면서 산 사람을 좀비처럼 부려 땅굴을 파 사신을 현세에 부활시켜 인간 세계를 뒤집어엎을 야망을 꿈꾸고, 이생이 거기에 휘말려 미지의 존재 앞에 걷잡을 수 없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고, 사건의 진상에 접근할수록 초월적인 무언가에 대한 공포와 무력감을 느끼는 게 메인이라서 러브 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를 한국 설화로 풀어낸 느낌을 준다.

분명 작중의 여인과 노인은 여우골이란 마을 이름과 화성에서 온 소녀가 여우족이란 걸 감안하면 설정상 여우가 인간으로 변신한 것이지만, 실제로 작중에선 여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여우의 눈동자를 가진 것만으로 묘사되는데, 사람 가죽을 벗고 이형의 생물체의 실체를 드러낸다거나 사람의 육체를 지배해 정신을 옮기며 외우주의 사신을 숭배하는 것 등등 러브 크래프트 신화에 나올 법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러브 크래프트 소설풍이라 흥미롭긴 하지만, 연출력의 부재로 인해 이야기 자체의 밀도가 좀 낮은 편이다.

노인이 너무 친절하게 전음으로 상황 설명을 해주고, 이생과 동침을 하는 노인의 딸이 인간의 아이를 낳아 사신 부활의 제물로 쓰는 거창한 설정에 비해 출현 분량이 짧으며, 외우주 사신 부활 직후 공포의 절정을 이뤄야 할 하이라이트씬을 급전개로 끝내 버려서 공포의 포인트를 좀 빗겨간 느낌을 준다.

여우족이 숭배하는 사신의 존재도 뚜렷한 실체가 나온 게 아니라 거대한 실루엣과 눈둥자 위치에서 빛이 번쩍이는 괴수로 묘사돼서 좀 기대에 못 미친다.

러브 크래프트 소설 원작 실사 영화들에서 크툴후나 데이곤 등 외우주의 사신들이 등장할 때 그 실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과 대비된다.

관객한테 상상의 여지를 준 것이겠지만, 소설로 읽으면 모를까. 영화로 볼 때는 비주얼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로드 레이지는 동근과 수진 커플이 휴가 여행을 떠나 한밤 중에 고속도로에서 수상한 덤프 트럭과 조우한 뒤. 덤프 트럭 운전사의 이유 없는 폭력에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드 레이지는 3가지 이야기 중 가장 이야기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기본 구성에서 발단, 전개를 빼고 위기-절정-결말만 나와서 그렇다.

문자 그대로 덤프 트럭 운전사의 이유 없는 폭력에 의해 주인공 커플이 고초를 겪는 게 주된 내용이라 폭력적이고 자극성은 강한데 스토리라고 할 게 전혀 없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뚜드려 맞고, 생명의 위기를 느끼다가 반격에 성공해 악당에게 폭력으로 되갚아 주는 게 내용의 전부다.

남주인공 동근이 진작 정신을 잃고, 여주인공 수진이 홀로 깨어나 위기에 처하는 극 전개 자체는 스릴러로서 최소한의 긴장감은 있으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폭행하는 묻지마 폭행 시츄에이션이 스토리의 완성도를 급격히 떨어트린다.

어느 순간 불쑥 튀어 나와 밑도 끝도 없이 폭행을 가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몰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묻지마 폭행을 소재로 한 것이라고 해도 스토리의 기본도, 근본도 없이 무작정 폭력적인 장면만 집어넣는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줄거리만 보면 주인공 커플의 차와 덤프 트럭의 추격전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실제 본편에서 그건 도입부에 지나지 않고 덤프 트럭 운전사가 차에서 내려 주인공 커플을 폭행해 트럭에 실으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메인 스토리라서 말이 좋아 질주 괴담이지, 트럭 감금 납치 폭행 괴담에 가깝다.

기계령은 미래 시대 때 엄마인 예선이 일을 하러 나가서 인공지능 로봇 둔코가 아들인 진구의 친구가 되어 10년 넘게 가족처럼 지내다가, 둔코가 너무 오래되어 오류가 발생해 진구에게 상처를 입혀 예선이 둔코를 폐기하고 새 로봇을 구입했는데 또 다시 오류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계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설정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타이틀 기계령에 부합되는데, 기계의 혼이 원귀가 되어 바이러스 같은 느낌으로 되돌아와 새 로봇에 프로그램이 강제 전송/다운되어 오류를 일으켜 인간 가족을 파멸로 이끈다.

스토리 자체는 흔한 내용인데 그걸 기계의 원귀로 풀어낸 게 굉장히 신선하고 독특하다.

일반적인 한국의 귀신 영화와 80년대 미국에서 나온 로봇/기계 호러 영화를 결합시킨 느낌을 준다. (죽음의 컴퓨터, 컴퓨터 인간, 킬보트 등등)

기계 특유의 리액션과 금속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꽤 잘 살렸다. 보통 호러 영화에서 내장이 휘날리며 장기자랑이 벌어지는 게 본작에선 철사가 휘날리고 피 대신 검은 기름이 흘러 나와 같은 연출을 해도 소재가 달라서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진구와 둔코가 영원히 함께 하자는 약속이 키워드가 되고, 예선이 진구를 위해 둔코를 폐기했는데 기계령이 돌아와 복수하는 것 등 등장인물의 갈등과 스토리의 테마가 뚜렷하게 나와서 본편의 3가지 이야기 중 가장 몰입도가 높다.

본편의 3가지 이야기 중 가장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로드 레이지’인데, 사실 그보다 더 문제인 건 그 3가지 이야기를 묶어주는 화성에서 온 소녀 이야기다.

여우족 소녀가 기계 행성에 망명한다는 설정은 둘째치고, 소녀와 기계족 수장이 나누는 대화가 설득력이 굉장히 떨어져서 이야기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기계족 수장에게 여우족이 어떤 종족인지 들려주기 위해 한 이야기가 여우골이고, 인간의 폭력성을 비판하기 위해 한 이야기가 로드 레이지. 인간과 함께 살며 고초를 겪는 기계족의 이야기라며 들려주는 게 기계령인데.. 엄밀히 보면 셋 다 인간이 피해자고 인외의 존재가 악랄하게 묘사되는 상황에 바깥 이야기에서 소녀/기계족 수장이 피해자 코스프레 오지게 한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싶으면 인외의 존재가 인간에게 핍박 받는 묘사를 해야 되는데.. 본편 안의 3가지 이야기에선 그런 게 전혀 없어서 본편 밖의 이야기인 이게 겉도는 느낌을 준다.

그런 상황에서, 본편과 완전 별개로 여우족과 기계족의 교감과 그들만의 정서를 표출해 ‘애네들 존나 불쌍해요’ 라고 일방적인 감성에 호소해서 공감하기 어렵다. (뭔가 감독 혼자만의 감성에 취한 느낌이랄까)

결론은 평작. 시리즈가 거듭날수록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서 그 도전 정신 하나만큼은 높이 살만하고, 한국 공포 영화 시리즈물 중에 지금까지 남아서 신작이 나오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서 그 나름의 존재 의의가 있으며, 영화 본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묻지마 폭행 소재의 로드 레이지는 아무 내용도 없어 거론할 가치가 없으나 한국 여우 설화를 러브 크래프트 소설풍으로 재구성한 여우골은 작품 자체의 밀도는 낮은데 설정과 해석이 신선했고, 귀신물과 SF 로봇물을 결합시킨 기계령은 꽤 볼만한 축에 속하고 생각보다 호러블하게 잘 만들어 영화 본편을 혼자 하드캐리해서 이 에피소드 하나 때문에 영화 자체가 최소 평작은 되는데.. 본편의 3가지 이야기를 묶은 화성에서 온 소녀가 너무 망작이라서 첫인상과 끝인상이 매우 안 좋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옴니버스 영화라서 홍보 웹툰도 이야기별로 나온다. 즉 3가지 이야기를 3명의 웹툰 작가가 맡아서 그렸다.

여우골은 조선좀비실록의 곤마 작가, 로드 레이지는 청춘극장의 이은재 작가, 기계령은 기기괴괴의 오성대 작가가 그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본편 내용의 수박 겉핥기식 내용이라 홍보 웹툰이 영화 본편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영화에 대한 흥미를 없애 버렸다.


덧글

  • 각시수련 2016/06/28 20:06 # 답글

    여우족은 그 오래전부터 인간한심, 멍청타령했지만 화성까지 추적당하고 한명빼고 종족 다 털림;; 기계가 고생했는지 그리 공감되는 이야기도 아닌데, 어리석은 인간. 인간은 지구의 기생충 노답 ㅉㅉ거리며 소행성 시밤쾅으로 지구박살내는 기계족;;

    개별이라면 그나마 봐줄만한데, 억지로 3편 묶으려고 했던게 무리수. 화성에서 온 소녀가 너무 망작
  • 잠뿌리 2016/06/28 20:22 #

    화성에서 온 소녀가 이 작품 전체의 완성도와 평가를 급락시키는 암적인 에피소드가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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