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신문(恐怖新聞.1973) 2019년 일본 만화




1973년에 주간 소년 챔피언에서 츠노다 지로가 연재를 시작해 전 29화/단행본 9권으로 완결된 미스테리 심령 만화.

내용은 심령현상을 믿지 않던 중학생 키카타 레이가 어느날 밤 자정에 공포신문을 배달 받았는데 그게 악령 폴터가이스트가 보낸 것으로 신문에 적힌 사건은 100% 발생하고 신문을 한 번 읽을 때마다 수명이 100일씩 줄어들고 보기 싫어도 강제로 봐야 하기 때문에 갖가지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일본의 오컬트붐을 일으킨데 큰 역할을 한 작품 중 하나다. 같은 해에 발표한 또 다른 작품은 ‘등 뒤의 하쿠타로(국내명: 등 뒤의 혼령)’과 더불어 츠노다 지로의 양대 심령 만화다.

저자인 츠노다 지로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955년에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1958년에 ‘루미짱의 교실’로 히트를 쳐서 개그 만화를 주력으로 그리다가, 1971년에 카지와라 잇키가 스토리를 맡고 본인이 작화를 맡아 가라데 바보 일대를 그려 대히트를 쳐 액션 극화까지 소화 가능했는데.. 1973년에 공포신문과 등 뒤의 하쿠타로를 발표해 오컬트 붐을 일으켰다.

당시 츠노다 지로는 개그 만화/액션 극화로 히트작을 그려냈지만 사실 데뷔 3년 만에 UFO를 목격하고 취미로 점술을 연구하는 등 오컬트와 미스테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일본의 심령 연구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본작은 주인공 키카타 레이가 공포신문을 구독하면서 폴터가이스트와 엮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에 비해, 실제 본편 내용은 공포신문은 그냥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걸 암시하는 상징적 물건으로만 나오며 폴터가이스트도 설명역 내지는 키카타 레이가 위기에 처할 때 조언을 하거나 도와주는 역할 정도로만 나온다. (저 녀석의 영혼은 내것이다. 다른 놈한테 안 뺏겨! 라는 식으로)

공포신문/폴터가이스트가 아예 등장하지 않고 키카타 레이가 카부키의 교오겐마와시 역으로 나와 미스테리한 일화를 들려주고 설명해주는 화자 역할만 할 때도 많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등 뒤의 하쿠타로’하고는 스타일이 약간 다른데, 등 뒤의 하쿠타로가 영혼과 초능력에 관련된 심령 현상을 기반으로 한 오컬트를 주로 다룬 반면. 공포신문은 오컬트뿐만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미스테리도 다루고 있다.

악령, 원령(요츠야 괴담), 유령 빙의 사건, 악마 빙의/구마의식, 백물어(촛불 100개 괴담), 축시의 참배(인형 못 박기 저주), 망령의 피아노, 인면창, 흡혈귀병, UFO, 외계인, 샴쌍둥이, 미이라의 저주, 설인, 매장금 보물 전설, 웃는 해골 등등 소재가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심령 만화인 등 뒤의 하쿠타로와 소재가 겹치는 게 하나도 없다. (등 뒤의 하쿠타로에는 지박령, 말하는 개, 임사체험, 유체이탈, 초능력, 콧쿠리상, 엑토플라즘, 폴터가이스트 현상 등이 나온다)

장르적으로 미스테리물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사건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피소드가 끝나는 경우가 많고, 키카타 레이 자체가 주인공이지만 화자 포지션에 가까워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냥 공포신문의 구독자로서 신문 기사로 예고된 대로 반드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 사고에 휘말려 공포스러운 체험을 할 뿐이다.

때때로 이리 저리 뛰어 다니고 사람을 모으거나, 혹은 영매사를 찾아가 제령을 받아보는 것 등등 뭔가를 해보려는 시도는 하지만.. 본인 자체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주위에 변변한 친구도, 조력자도 없는 상태로 강제로 공포신문 구독자가 되어 매일 밤마다 수명이 깎이는 패널티를 갖춰 평균 이하의 스펙을 가진 주인공이다 보니 엄청 불쌍하다.

등 뒤의 하쿠타로의 주인공인 우시로 이치타로는 아버지가 심령 연구소 소장이고, 수호령인 소년 무사 하쿠타로가 무지 강력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며 말하는 개 제로가 조언 및 서포트 역할을 해서 심령 만화계의 금수저란 걸 생각해 보면 키카타 레이는 이치타로와 정반대로 심령 만화계의 흙수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인 츠노다 지로가 오컬트/미스테리 쪽으로 전문가를 자처할 만큼 식견이 높아서 작품 자체의 장르적인 밀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으로 치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나 토요 미스테리 극장 같은 스타일이지만, 이 작품이 70년대 만화고 일본 오컬트 붐을 일으키면서 그게 한국으로 유입되어 해당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게 됐다는 걸 감안하면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악마/엑소시즘 에피소드인데 어린 소녀가 악마 아이니(솔로몬의 72기둥에 나오는 아임)에게 빙의 당하는 내용으로 키카타 레이가 적극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하는데, 키카타 레이를 두고 폴터가이스트와 아이니가 대립하는 게 흥미롭고, 라파엘 신부의 구마 의식이 성공해 악마를 물리치는 것 등등 결말도 깔끔해서 한편의 호러 영화를 방불케 했다.

바퀴벌레 쌀밥에 이누가미 주술마냥 개의 잘린 목이 움직여 공격하고, 정신병동 의사가 낙사해 목이 꺾여 죽는 것 등등 지금 봐도 호러블한 장면이 속출한다.

26화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기존의 오컬트/미스테리에서 벗어나 본편 스토리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1화와 같이 폴터가이스트와 공포신문 에피소드에 포커스를 맞춰 신문 구독으로 수명이 깎여 죽음에 임박한 키카타 레이를 중심으로 심령 판타지 스토리가 전개된다.

전 29화 분량이라 3화에 걸쳐 스토리를 전개한 만큼 급조된 결말은 아니다.

이전까지 화자 역할만 하던 키카타 레이가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나서 최후의 발악을 해서 극 전개가 꽤 드라마틱하다.

등 뒤의 하쿠타로에서 이치타로를 한 번 죽었다가 수호령의 도움과 아버지, 반려견의 조력으로 되살아난 반면. 이치타로는 한 번 죽었다가 생령이 되어 나타나도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끝내 살아나지 못한 거 보면 진짜 안습이다.

작중 키카타 레이가 죽어서 우여곡절 끝에 유계에 도착하고 최후의 분전을 알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으며 장례가 치러졌지만, 현세로 돌아와 스스로 유령 배달부가 되어 공포 신문을 배달하면서 끝나서 해피 엔딩인지, 배드 엔딩인지, 새드 엔딩인지 딱 정의할 수 없어 좀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이 작품 이후에 나온 공포신문 시리즈 후속작에 키카타 레이가 영적인 존재로 등장해 공포신문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아서 시리즈 OB 캐릭터로 활용이 됐으니 열린 결말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결론은 추천작. 70년대 만화라서 요즘 관점에서 보면 호러물로서는 그렇게 무섭지 않겠지만, 70년대 당시 일본에 오컬트 붐을 일으킨 작품으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높은 이해도로 장르적 밀도가 높아 오컬트/미스테리물 특유의 음산하고 신비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등 뒤의 하쿠타로’와 더불어 일본 오컬트/미스테리 만화의 선구자격인 작품이라서 만화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 나온 공포신문의 공식 설정은 ‘매일 밤 12시가 되면 공포신문이 배달되는데 구독을 절대 피할 수 없고 신문을 읽을 때마다 100일치 수명이 줄어들며 그렇게 수명이 줄어 정기를 다 빼앗기면 죽어서 유령 배달부가 되어 공포신문을 배달하게 된다.’ 이것이다.

덧붙여 마지막 에피소드에 공포신문의 발행처로 나오는 게 악의 영단(악령 집단)의 우두머리인데 폴터가이스트와 결탁한 존재로 머리는 관을 쓴 염라대왕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람 형상의 몸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영혼의 얼굴들로 지옥에서 필요한 영혼들을 모으고 있다며 소동을 일으킨 것으로 나온다.

이 악의 영단은 본작의 후속작인 ‘공포신문 2’의 후반부에서 메인 악당 진영으로 재등장한다.

OVA 2화에 나왔던 인연 영혼은 7대 화가 미치다편에 등장한 타케노이치의 원령도 원작 만화의 마지막 에피소드 바로 전 에피소드로 등장하며, 폴터가이스트의 동료로 취급된다.

추가로 작중에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낫을 든 해골로 그려지는 사신은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는데, 등 뒤의 하쿠타로에도 찬조 출현한다.

작중 사신의 역할은 영혼의 끈을 잘라 인간을 유계로 수송하는 것인데 여기서 유계는 현세와 영계 사이에 있는 부유 영혼이 있는 세계란 설정으로 나와서 공포신문과 등 뒤의 하쿠타로가 공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중 지구의 국제연합과 같은 목적을 띤 우주연합이 나온다. 핵무기 보유와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지적해 인류에게 경고를 하는 ‘지구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지구에 UFO를 띄운 것으로 관련 에피소드가 3개나 나온다. (이게 무슨 인간 VS 유령 VS 외계인의 삼국지인가?)



덧글

  • 한상일 2016/06/24 16:58 # 답글

    어린시절 해적판으로 참 무서우면서도 다음편을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죠. 축시의 저주로 야구선수 죽이는 에피소드랑 죽은 아기 업고 다니는 할머니 이야기가 묘하게 기억에 남는군요...
  • 잠뿌리 2016/06/24 17:37 #

    저도 이 작품을 처음 접했던 게 중학교 시절 해적판을 봤던 건데 샴쌍둥이 에피소드가 기억이 납니다. 등 뒤의 하쿠타로는 그래도 완결까지는 안 나와도 5권까지 정식 발매됐는데 이 공포신문은 정식 발매되지 못한 게 참 아쉬운 작품입니다.
  • 무희 2016/06/24 17:11 # 답글

    잠깐 나온 해적판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쥔공은 아무리 읽고 싶자 않아해도 창문 깨고 날아와 강요하는 신문이 인상적이었지요;; 한번 거의 떼버리기 직전까지 갔다가 폴터가이스트의 혼신을 다한 아침해 연기(…)로 도로아미타불되는 부분까지 봤었습니당.
  • 잠뿌리 2016/06/24 17:38 #

    그 에피소드가 공포신문 OVA 1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 사부로 2016/06/25 13:11 #

    저도 그부분 대사가 생각납니다. 아마 "후후후, 아침이 된줄 알았느냐?" 였죠
  • 폴터가이스트 2019/07/12 16:11 # 삭제 답글

    한국판은 8권이완결이고 9권은 없나봐요
  • 잠뿌리 2019/07/14 21:15 #

    한국판은 정식 발매되도 중간에 끊기는 게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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