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카] 수평선 (2016) 2020년 웹툰





2016년에 정지훈 작가가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19화까지 올라온 미스테리 만화. 2015 글로벌 웹툰 제작 지원 사업의 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내용은 세상이 멸망하고 부모 잃은 소년과 소녀가 만나 수평선을 보며 함께 걸어가는데 그 길에 망가진 어른들이 등장해 아이들의 여정을 방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토리는 아포칼립스물인데 세상의 멸망 과정을 다룬 게 아니라,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여정을 그려서 일종의 여행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함께 여행을 하는, 보이 미츠 걸이지만 작중 배경에 멸망한 세상이라서 이게 꽤 신선하다.

보이 미츠 걸이란 말만 들으면 소년 소녀의 풋풋하고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연상할 수 있겠지만, 본편 스토리 내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방해하는 망가진 어른들이 등장하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답게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갖은 고생을 다한다.

한국 웹툰사에서 불쌍한 주인공 커플 랭킹을 매기면 최소 10위권 안에 오를 수 있을 거라 본다.

캐릭터를 보면 남녀 주인공이 본편에서 이름 언급 한번 없이 그저 소년, 소녀로만 지칭되는 것 치고는 서로가 서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고 보듬어가면서 둘이 함께 살아가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캐릭터 간의 케미가 잘 맞아 떨어진다.

작중의 세계에서 모든 사람이 다 죽고 이 소년 소녀 둘만 남아도 될, 아니 오히려 그게 해피 엔딩으로 보일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주인공 커플을 밀도 있게 잘 만들었다.

애네 좀 사랑하게 해주세요 ㅠㅠ 가 아니라 애네 좀 살아남게 해주세요 ㅠㅠ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스토리의 텍스트적으로 보면 ‘소년과 소녀가 수평선을 보며 똑바른 앞길을 걸어간다’로 한 줄 설명이 될 정도로 단순하지만, 작중에 나오는 두 사람의 여정이 섬세한 감정 묘사로 몰입도를 높이고, 감성적인 나레이션과 극적인 사건 사고가 더해져 드라마를 완성했다.

스토리 전반에 걸쳐 아포칼립스 감성이 듬뿍 묻어나 있고 가혹한 환경에서의 생존에 대한 긴장감이 쭉 유지되고 있어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재미가 있다.

다만, 아포칼립스물의 특성상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만 봐서 장르적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뚜렷한 희망이 없는, 절망적인 이야기에 대한 내성이 약한 사람이 보기에는 다소 무거울 수 있다.

그 때문에 작품 자체의 높은 완성도로 예술성의 한계는 없지만, 대중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작화는 매우 뛰어나다! 현존하는 한국 웹툰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다.

인물, 배경, 연출 전부 디테일하고 퀼리티가 높은데 하나씩 따로 놓고 봐도 좋은 걸 3가지를 하나로 모아서 볼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게 곧 작품의 표현력으로 이어진다.

본작의 표현력이 어느 정도냐면 세계의 종말을 그림 한 장으로 나타내 보는 독자에게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정도다.

기본 컬러가 흑백의 모노 컬러인데 작화가 워낙 디테일해서 작화에 공을 많이 들인 게 눈으로 보인다.

대사/나레이션 등의 텍스트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작중 상황과 시선 처리만으로 작중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보는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게 작품의 몰입도를 굉장히 높여준다.

인상적인 연출도 많이 나온다.

군중들의 소란을 적은 텍스트를 분필 폰트로 써 넣고, 홀로 남은 소년이 혼자인 첫날밤을 보낼 때 웅크려 누운 배경에 잔뜩 스크래치를 남긴 것, 그리고 소년의 심경이 변화할 때마다 거칠게 휘갈겨 그려지는 감정 묘사, 망가진 사람과 망가지지 않은 사람을 온통 검게 칠해서 차이를 둔 것 등등 장면 하나하나 놓칠 게 없다.

결론은 추천작. 작화에 공을 들이지 않는 웹툰 작가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제로의 영역에 도달한 작품으로 한국 웹툰 중에 손꼽히는 경이로운 화력을 뽐내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보이 미츠 걸로 풀어낸 방식의 신선함과 밀도 높은 남녀 주인공 캐릭터, 섬세한 감정 묘사, 아포칼립스적 감성이 듬뿍 담긴 스토리가 엄청난 그림과 어우러져 몰입도를 상승시켜 작품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췄고, 아포칼립스물의 재미와 깊이도 있는 명작이다.

본작을 그린 정지훈 작가는 2009년에 야후 웹툰에서 ‘너에게 하고 싶은 말’로 데뷔를 했고, 본작이 두 번째 웹툰인데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선보여 무협 소설로 치면 작화가 내공 십갑자의 초고수 수준이다.

데뷔 7년차 작가라 신성이란 표현은 좀 그렇고, 웹툰계의 기린아라고 할 만 하다.

웹툰이 출판 만화보다 작화 밀도가 떨어진다는 일반의 인식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작품 중 하나다.



덧글

  • 순례행 2016/10/30 21:08 # 삭제 답글

    널리널리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 잠뿌리 2016/10/30 22:06 #

    이 작품은 진짜 널리 알려져야 마땅하죠. 해외로 수출해도 부끄럽지 않을 명작입니다.
  • 친구님 2017/03/22 00:12 # 삭제 답글

    팬카페도 있어요.ㅋㅋㅋ
  • 잠뿌리 2017/03/22 17:35 #

    펜카페가 있었군요. 충분히 그런 게 있을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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