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 신짱: 운코쿠사이의 야망(クレヨンしんちゃん 雲黒斎の野望.1995) 2019년 애니메이션




1995년에 토호에서 혼고 미츠루 감독이 만든 크레용 신짱 극장판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국내판 제목의 부제는 ‘흑부리 마왕의 야망’이다.

내용은 30세기 미래 시대의 타임 패트롤 대원인 링 스노우 스톰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순찰하다가 전국시대에 이변이 발생한 걸 감지하고 조사에 착수하려다가 수수께끼의 시공 어뢰의 강습을 받아 20세기 현대의 지구에 있는 노하라 일가의 집 마당에 불시착하여 급한 데로 시로(흰둥이)의 몸에 들어가 노하라 일가와 접선을 시도. 그들과 함께 전국시대로 타입슬립해 전국시대의 카스카베에서 영주의 적자 후부키마루를 만나 파티를 맺어 전국시대의 역사를 바꿔 일본을 지배하려는 시공 범죄자 피엘 죠코맨이 변신한 운코쿠사이를 물리치러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제목은 원작자 우스이 요시토가 직접 지은 것이며, 크레용 신짱 원작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원작 코믹스 크레용 신짱 단행본 11권에 수록되어 있으며, 한국판 번안 제목은 ‘크레용 신짱 변취 마인의 야망’이다.

우스이 요시토 원작 만화를 베이스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선 마지막 작품이다. 즉, 이 작품 이후에 나온 시리즈는 원작에 나온 에피소드에 약간의 영향은 받아도 기본 베이스로 하지는 않은, 극장판 오리지날 스토리라는 말이다.

시리즈 10번째 작품인 ‘폭풍을 부르는 앗파레! 전국 대합전’과 함께 크레용 신짱 극장판 시리즈 중 단 두 개뿐인 시대극인데 같은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근데 그건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 작품의 만화 원작판은 기본적인 상황과 등장인물만 같지 내용은 다른 점이 많다.

원작에서는 신짱이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싸서 증거인멸을 위해 구덩이를 팠다가, 노하라 일가 전부 구덩이에 빠져 과거로 타입슬립을 한 것으로 나오고 시대도 딱히 전국시대의 카스카베로 정의되지는 않았다.

운코쿠사이는 수백 년 전에 봉인 당한 마인으로 누군가 장난삼아 봉인을 푸는 바람에 부활해 후부키마루의 부모님을 똥으로 변신시키고 유키노를 납치하여, 후부키마루가 운코쿠사이를 물리치는데 필요한 예언의 4인방을 노하라 일가로 발탁해 넷이 파티를 맺고 운코쿠사이 레이드에 나선다.

운코쿠사이의 부하들은 빗자루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 깡패, 복대를 차고 봉을 휘두르는 여자 깡패로 나오고 운코쿠사이의 능력이 인간을 똥으로 만드는 것이라 밑도 끝도 없이 똥개그가 나와서 완전 개그 노선으로 진행된다. (운코쿠사이<-이 이름 자체가 ‘똥냄새’라는 뜻이라 원작 코믹스의 한국판 제목이 아예 ‘변취 마왕의 야망’이라 붙은 것이다)

현대로 돌아갔을 때 운코쿠사이가 역습을 시도하는 건 같지만 원작에서는 후부키마루가 시공의 구멍으로 현실까지 찾아와 노하라 일가를 위해 싸운다.

후부키마루와 노하라 일가의 우정에 더 포인트를 맞춘 느낌이다. 중간에 후부키마루의 최종 결전을 노하라 일가가 같이 가지 않고 빠질 듯 하다가 결국 돌아와 끝까지 도와주기로 해서 후부키마루가 눈물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던가, 엔딩 장면에서도 시공의 구멍이 닫혀 노하라 일가와 후부키마루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그들의 우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원작에서만 나오는 것들이다)

그밖에 원작에서 후부키마루는 여장남자. 유키노는 그냥 진짜 여자로 나와 성별도 다르다.

극장판에서는 후부키마루가 남장여자, 유키노가 여장남자로 나오고, 후부키마루의 성별이 핵심적인 갈등 요소 중 하나로 나온다.

카스카베 영주의 적자로 태어난 후부키마루는 태어날 때마다 소녀심이 가득해 여성스럽게 자라 여장을 한 동생 유키노와 다르게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남자로서 자라나 불과 14살의 나이에 운코쿠사이 일당에게 부모님을 잃고 동생까지 구슬로 변해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고 싸우는 무사로 묘사된다.

스스로 남자임을 자처하지만 실제로 여자이며 카스카베 영주의 적자로서 현 시대를 살아가려면 남자일 수밖에 없다며 갈등한다.

노하라 일가를 만난 뒤 미사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같은 여자이자 어른이라서 그런 것이고, 카스카베 성에서 최종 보스전 직전의 전투 때 자신의 머리칼을 자르면서까지 필사의 반격을 하고선 자신은 남자라고 일갈하며 눈물 흘리는 것 등등 내적 갈등 묘사가 상당히 섬세하고 깊이가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작중 후부키마루가 1년 동안 산속에 잠적해 살아오면서 자객의 위험 때문에 제대로 누워서 잔 적이 없는데 노하라 일가의 권유로 처음으로 누워 자면서 미사에랑 엮인 뒤. 다음날 아침 일찍 홀로 일어나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숲속에 우뚝 서서 검을 뽑아 마음의 갈등을 베어버린 듯 미소 짓는 씬이다.

숲에 서 있는 후부키마루의 모습이 아침 햇발을 받아 빛나는 모습과 검을 뽑아들었을 때 검날에 비친 푸른 하늘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해서 90년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작화 클레스를 보여줬다.

액션씬은 후부키마루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 들판, 온천에서 자객들을 차례대로 물리치고 카스카베 성에 돌입할 때는 명마 엔지를 타고 단기필마로 말을 몰아서 달려 나가 검과 창을 휘두르며 일인무쌍을 찍는 등등. 분량도 많고 밀도도 높으며, 캐릭터 복색, 대사, 배경도 전부 다 전국시대 분위기를 자아내 한 편의 정통 사무라이 활극을 보여준다.

노하라 일가가 예언의 4인방인 건 원작과 같지만, 후부키마루가 미사에에게 관심을 보이고. 히로시가 그걸 살짝 질투하고, 신짱이 후부키마루의 사이드킥으로서 3가지 변신까지 하며 완벽한 지원을 하며 시로의 몸에 들어간 링 스노우 스톰이 설명과 안내를 도맡아서 하니 후부키마루를 중심으로 캐릭터 관계가 재편되면서 각자의 개성을 살린 게 원작보다 한결 낫다.

신짱의 변신도 원작에선 바퀴벌레 변신만 했는데 본작에서는 바퀴벌레, 개구리, 용사(어른 짱구)로 변신해 싸워서 원작 이상으로 대활약한다.

전국시대의 사건을 해결하며 과거의 역사가 정상화되어 후부키마루의 꿈으로 처리한 엔딩은 매우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원작의 우정 엔딩과 또 다른 맛이 있다고 할까나.

타임 패트롤, 타임머신, 시공 범죄자 등의 설정이 나오는 만큼 SF 요소도 잔뜩 넣었는데 이건 원작에 아예 나오지 않는 극장판 오리지날 요소로 이야기의 시작과 극후반을 장식한다.

본편의 초반과 중반까지는 후부키마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대극이고, 전국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대로 돌아간 뒤 미래에서 싸우는 건 SF가 중심이 된다.

원작에서는 후부키마루가 도와주러 온 반면. 본작에서는 링 스노우 스톰이 도와주러 와서 신짱의 상상력으로 구현되어 움직이는 초대형 칸담 로봇과 피엘 죠코맨의 고성 변신 로봇의 싸움이 라스트 액션을 장식하는데 이것도 비주얼적으로 꽤 볼만하다.

결론은 추천작. 똥개그 위주의 코믹한 에피소드였던 원작을 웃음기를 줄이면서 진지함을 늘려 정통 시대극으로 재해석하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거기에 SF 요소를 적당히 첨가해 이야기의 흥미를 끄는 한편. 전반적인 액션의 밀도가 높아서 극장판만의 비주얼적인 재미를 갖춘 작품이다.

사실 애들이 보기보다는 어른이 봐야 더 재미있는 구성을 띠고 있어, 크레용 신짱 극장판 시리즈 중에서 인지도가 좀 낮은 게 아쉽다. 흥행 성적도 14억엔으로 전작보다 6억엔 줄었고, 이후로 이 시리즈 흥행의 암흑기가 도래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TV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로는 카스카베 서점 점장과 베테랑 점원이 미래 시대의 인물로 극장판에 첫 등장했고, 작중 신짱이 보는 칸담 로봇 애니메이션을 통해 칸담 로봇의 파일럿인 야마다 존과 칸담 주니어도 첫 등장했다.

덧붙여 본작에 나온 후부키마루는, 이후 원작에서 원작자 우스이 요시토가 자신의 이름을 섞어서 만든 작중 만화가 캐릭터 요시이 우스토의 히트작 ‘닌자소년 후부키마루’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추가로 본작이 한국에 수입되어 출시될 당시에 번역의 문제로 전국시대를 조선시대라고 로컬라이징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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