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Warcraft: The Beginning.2016) 2016년 개봉 영화




2016년에 던칸 존스 감독이 만든 판타지 영화. 1994년에 블리자드에서 만든 RTS 게임 워크래프트를 원작으로 삼아 실사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내용은 인간과 오크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었는데 오크의 행성이 황폐해지자, 오크들이 인간의 행성으로 넘어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려고 하는데 인간 종족의 영웅 로서와 오크 종족의 영웅 듀로탄이 공존을 모색하려고 하지만.. 공존에 반대하는 이들 때문에 분열되어 각 진영이 혼란에 빠졌다가 두 종족 간의 전쟁이 발발하는 이야기다.

일단, 난 와우는 해본 적이 없지만 워크래프트는 1부터 3까지 쭉 플레이하고 엔딩을 봤기 때문에 대략적인 인물과 스토리는 알고 있다.

와우 유저의 관점이 아니라 워크래프 올드 유저, 그리고 와우를 모르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감상을 적는다.

우선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계속 설정이 바뀌어 와우를 통해 정립된 건 맞긴 하지만, 워크래프트 1 때는 엄연히 오크가 침략군으로서 악당 포지션이고 인간이 선역인데 본작은 와우를 기준으로 인간은 얼라이언스. 오크는 호드로 확실히 구분을 지어 양쪽 다 사연이 있는 주역으로 만들어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순수하게 워크래프트를 영화로 만든 게 아니라 와우를 영화로 만든 것이고. 와우 유저가 아닌 이상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와우 유저와 일반인의 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엄연히 오크가 침략군인데 원래 나쁜 놈들이 아니라 실은 착한 놈들이고 나름대로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진짜 나쁜 새끼가 따로 있어서 결국 전쟁을 하게 됐더라. 라는 전개로 나가니, 호드 유저를 의식한 와우적 해석이라서 게임 유저는 몰입해서 볼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 볼 때는 감정 이입의 대상이 모호해서 저게 대체 뭐 하는 짓거리인지 모를 수 있다.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으로 치면 다섯 종족 연합군 VS 오크 군단의 전쟁에서 오크들이 사실 존나 착한데 미친 사우론한테 세뇌당해서 어쩔 수 없이 싸우는 거라고. 그러니 아둔한 관객들이여, 오크를 미워하지 말라. 이러는 거나 마찬가지다.

인간과 오크 진영의 관점을 수시로 오가며 교차 편집한 건 와우의 얼라이언스, 호드 진영 유저들을 다 만족시키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었겠지만,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면 최악이다.

이쪽 진영 저쪽 진영 수시로 시점을 옮겨가며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려고 하니 필연적으로 진영 간 회의 및 작중 인물들의 대화만 존나게 나와서 스토리의 맥이 뚝뚝 끊겨 엄청 늘어질뿐더러 전개 시점이 난잡하기 짝이 없다.

근데 그렇게 어거지로 쑤셔 넣은 설명이 친절하고 디테일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작중 인물의 행동이나 주변 상황, 전반적인 내용이 원작을 모르면 당최 뭔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스킵하고 넘어간 게 많다.

캐릭터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캐릭터 하나하나를 밀도 있게 파고들지 못해서 불거진 문제다. 사자성어를 쓰자면 과유불급이다.

와우, 워크래프트 유저야 누가 누구인지 다 알고 또 익숙하니까 영화 본편에서 각 캐릭터들의 묘사를 스킵하고 넘어가도 상관없지만,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하고 디테일이 약한 거다.

온전한 감상을 위해선 원작 게임에 대한 제반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게임 원작 영화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 있는 문제인데 본작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극대화시켜 버린 것이다.

이걸 팬서비스 좋은 것이라 실드 칠 수 있는 건 와우에 대한 애정이 깊은 유저 관객뿐이다.

헌데 이게 팬서비스에 120% 충실한 건 또 아니다. 원작을 그대로 구현한 게 아니라 영화판만의 캐릭터로 재해석했고 여기에 좀 문제가 있다.

원작 게임인 워크래프트 1에 로서, 메디브, 가로나가 나오긴 하는데 대사 한 마디 없는, 특정 미션 NPC 유니트 수준으로 묘사되고 레이 린 왕, 블랙핸드는 각각 휴먼/오크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상징적인 인물이라 게임 본편에서는 나오지도 않고 엔딩 때 단독 샷이 나오는 정도라서 영화판에서 각 캐릭터의 재해석이 들어가는 게 당연하긴 한데 몇몇 캐릭터는 핀트가 좀 어긋나 있다.

워크래프트 2의 NPC로 첫 등장했던 카드가는 눈에서 빛을 뿜으며 마법 쓰는 유치찬란한 연출 캡쳐 짤방이 돌아다니는 것 치고 실제 영화상에서는 그나마 유일하게 괜찮은 캐릭터로 나오고 마법 쓰는 것도 실제론 간지 났는데.. 로서에게 단 1합에 패배해 장절해야 할 라스트 배틀을 허접하게 장식한 블랙핸드와 비정상적으로 능력이 버프되어 D&D로 치면 파이터/위저드 듀얼 클래스 만랩 찍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굴단은 좀 너무 극단적이었다. 한쪽은 너무 너프되고 한쪽은 너무 버프된 느낌이랄까.

허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은 바로 가로나의 존재다.

가로나의 출신, 행적 자체는 워크래프트 1 설정과 동일하지만(와우에서는 오크/드레나이 혼혈인데 워크 1에서는 인간/오크 혼혈이다) 로서, 레인 왕, 메디브 등 인간 진영의 주요 캐릭터와 썸을 타며 러브 라인을 만들고 인간과 오크 사이에 고뇌를 느끼며 최후의 전투 때 레인 왕의 부탁을 받아 그를 죽이는데.. 인간과 오크 사이를 조율하는 중립적인 캐릭터를 넣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CG로 박력 있게 표현한 오크와 다르게 존나게 어설픈 녹색 분장부터 시작해 지나치게 비중이 높아 인간 진영에 깊게 관여하면서 무리수를 던지고, 원작에 없던 로맨스를 어거지로 쑤셔 넣어 스토리의 개연성을 말아먹어 존재 자체가 죄악이다.

호빗 시리즈의 타우리엘 같은 존재다. 하잘 것 없는 러브 라인을 조성해 필름 낭비를 하면서 캐릭터 자체가 쓸데없이 비중이 커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인 수준이 아니라. 넣은 순간부터 블랙홀이 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빨아들이는 암적인 존재란 말이다. (그놈의 이종족 러브 라인 좀 그만 넣으라고! 미친 이종족 성애 감독들아!!)

오크 CG는 이 정도면 훌륭하게 묘사됐고, 인간 VS 오크의 전투씬 자체는 볼만해서 비주얼적인 볼거리가 있긴 한데.. 문제는 러닝 타임 2시간 가까이 되는 것 치고는 액션씬의 전체 분량이 짧다는 거다.

약 1시간 넘게 살짝 간만 보는 전투가 나오다가 영화 거의 끝날 때쯤에 비로소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지만 그걸 다 합쳐도 인간적으로 너무 짧다.

이 작품 부제가 ‘전쟁의 서막’이라서 사실 전쟁의 도입부만 보여주고 딱 끝내 버리는 수준이라서 액션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이 작품 하나만 보고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후속작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그때 보고 알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크들의 액션씬은 전부 멋지고 박력이 넘쳤는데.. 인간들이 총질하는 거랑, 로서가 블랙핸드 1합에 베어버리는 건 너무 별로였다. 워크래프트 1때는 막고라가 없었기에 로서와 블랙핸드의 막고라는 오로지 영화판의 오리지날인데 그따위로 밖에 못 만들다니 호빗 다섯 군대의 전투에서 대미를 장식한 소린 VS 아조그의 빙판 일기토 보고 좀 배워야 된다.

그 이외에 배경, 세계관 묘사는 괜찮은 편이다. 와우에 나온 걸 영화로 구현한 것이라 와우 유저에게 어필할 만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일반 관객한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부분이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와우 기반의 워크래프트 영화가 아니라 그냥 판타지 영화니까 말이다.

결론은 미묘. 오크 CG 퀼리티가 높고 전투 비주얼이 볼만하며 와우로 정립된 설정, 배경, 세계관 묘사 자체는 잘 되어 있어서 와우 유저는 만족스럽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불친절한 설명, 무리한 교차 편집으로 인한 난잡한 시점과 늘어지는 전개, 개연성 없는 스토리, 머릿수는 존나 많은데 해석의 깊이가 떨어지는 캐릭터, 영화의 완성도 파괴자 역할을 하는 가로나의 존재, 미친 이종족 러브라인 등등. 스토리의 완성도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졸작이다.

이번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여우주연상,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편집상 등을 두루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북미 현지에서는 로튼 토마토 썩토 18%를 자랑해 올해 나온 영화 중 최악의 평점을 노릴 만 하지만.. 중국에서 완전 초대박이 나서 흥행 성적이 역대 중국 개봉 외화 2위를 기록했다.



덧글

  • 메르츠키엘 2016/06/11 14:39 #

    홀, 보고오셨군요.... 분명히 보고 혹평을 남기실꺼라고 생각했는데. 개봉 하루만에!
    아참, 그리고 썩토 최저는 무려 15%였었습니다. (...)
  • 잠뿌리 2016/06/14 17:06 #

    2016년 영화 중에서 썩토 점수가 최악이네요.
  • LionHeart 2016/06/11 21:35 #

    저는 WOW를 했었기 때문인지 꽤 즐겁게 보고 왔습니다. 일반인의 시점으로도 큰 설정을 따르지 않고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나 쿵쾅쿵쾅 뿌직뿌직을 즐기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게임 경험자라 사실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가로나에 대한 말씀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당시 세계관에서 이야기의 홍일점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인물이 없기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무리한 감이 느껴지긴 했지요. 그렇다고 남자들만의 피냄새 나는 전쟁과 땀내나는 우정만 다룰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은 이해가 갑니다. ^^;
  • 잠뿌리 2016/06/14 17:06 #

    가로나가 진짜 스토리 완성도 붕괴의 원인을 제공한 악의 축이었습니다.
  • 2016/06/11 22: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6/14 17: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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